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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내기
황은경  |  hallofreu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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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년 06월 01일 (수) 23:14:17 [조회수 : 2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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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 올해도 논농사 중의 꽃인 모내기를 마쳤다. 볍씨 소독을 하고, 볍씨 파종을 한 뒤 한달 만이다. 비록 볍씨 소독과 파종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었지만 공동체 가족의 세 농가가 일년 먹고 남을 만한 쌀농사는 포기할 수 없는 법이다. 다행히 인근에 친환경 농법으로 벼를 키운다는 농가가 있다고 하여 그곳의 힘을 빌었다. 모판 80판을 주문했다. 모내기 전날 마을 이장님의 도움으로 모판을 가지러 갔다. 이장님은 6천 평 정도의 논농사와 2천 평 정도의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다. 한창 복숭아 봉지를 싸는 바쁜 시절임에도 나의 부탁을 딱 거절하지 못하시고 흔쾌히 동행해주신 것이다. 모판을 가지러 간 농장에 들어서니 엄청난 크기의 벼 파종 건물이 보였고, 그 옆에는 또 엄청난 크기의 한우 축사가 있었다. 보기에도 대농 수준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벼농장이든 축사든 모든 것이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 전자동화로 이뤄지는 것 같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농장은 1만 평의 벼농사를 하고, 수확하기 전까지는 소를 키우는데 몰두한다고 한다. 그러니 80판의 모판은 그들에게 새 발의 피가 아닐는지.

주인 남자가 지게차로 모판을 트럭 가까이 대었다. 그러자 그 농장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트럭 위와 아래에서 모판을 옮기며 쌓았다. 어디서나 그렇듯이 그들의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이는 약간 꾀를 부리며 하는 듯 하고, 어떤 이는 매우 열심히 하는 듯 보였다. 마음이 매우 열심히 하는 외국인에게 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모판 옮기는 작업을 마치고 난 뒤 유난히 마음이 갔던 그 사람에게 엄지 척을 하면서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그랬더니 그도 나의 리액션에 커다란 눈을 반달 모양으로 만들어 웃어주었다. 멀리 동남아 어딘가에서 온 그들은 중소형 기업이 많은 음성의 산업단지와 농업단지에서 심심찮게 보는 얼굴들이다. 동남아 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에서 온 사람들도 꽤 많다. 그리고 시집을 온 여인들 중에도 동남아와 중앙아시아에서 온 사람도 꽤 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익숙치 않았던 대면이었는데 지금은 마트나 커피숍, 식당, 거리 등에서 쉽게 만나기 때문에 이제는 자연스럽게 대면하고 있다. 그들의 노동력으로 우리의 산업과 농업이 큰 도움을 받고 있으니 고마운 이들이다.

그렇게 싣고 온 모판을 깨끗이 예초한 논둑에 가지런히 내려놓았다. 윗논에 30판, 아랫논에 20판, 건넛마을에 있는 논에 30판을 배정해놓았다. 목요일 아침 9시, 모내기를 하러 논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웬일인가! 매번 30분 정도 늦으셨던 이웃 마을의 이장님이 벌써 와 있지 않은가. 교회 목사님과 사모님은 이미 와 계셨다. 목사님은 논의 물을 빼고 있었고, 사모님은 마늘밭에서 마늘쫑을 뽑고 있었다. 왜 모를 안 심느냐고 물으니 논에 물이 너무 많다고 하여 물을 빼는 중이란다. 내 눈에 보기에는 찰랑찰랑 하여 보기 좋은 것 같은데 이앙기를 모는 이장님의 눈에는 그렇지 않은가 보다. 여하튼 거의 30분 정도 물꼬를 빼고 난 뒤 드디어 이앙기 운전이 시작되었다. 모판을 가득 실은 이앙기는 미끄러지듯 논으로 들어갔다. 착착착착! 이앙기가 지나갈 때마다 모들이 가지런히 내려앉았다. 빈 논이 어느새 파랗게 수놓아지기 시작했다. 한바퀴 두바퀴 그렇게 돌더니 아랫논 모내기는 20분 만에 끝났다. 윗논도 그렇게 하여 30여 분 만에 마쳤다. 나는 사진을 찍느라 정신없이 카메라 버튼을 눌러댔다. 이앙기 모는 모습도 카메라에 담았다. 그렇게 하여 건너 마을의 논까지 휘리릭 하고 나니 오전 11시다. 두 시간 만에 끝난 셈이다.

두 시간 만에 마친 모내기는 예전에는 하루 종일 하지 않았던가. 어떤 방법이 낫다 못하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기계의 힘은 사람을 덜 피곤하게 만드는 것은 확실하다. 대신 모내기의 즐거움은 덜한 것은 사실이다. 몇 년 전까지 했던 손 모내기의 묘미는 협동이었다. 줄잡이 둘과 모를 심는 사람 열댓 명의 협력으로 이뤄지는 것이 손 모내기다. 어떤 사람은 재빠른 손놀림으로 모를 심을 수 있고, 어떤 사람은 느릿한 손놀림으로 모를 심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줄잡이는 손놀림이 빠른 사람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 양쪽에서 줄을 잡고 있는 사람은 손놀림이 빠르건 늦건 간에 일렬의 줄에 모가 모두 심기어질 때까지 기다려준다. 물론 손놀림이 빠른 사람도 손이 느린 사람을 타박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다리는 사람들은 노랫가락으로 흥을 돋군다. 이렇게 모를 내고 있을 때 새참을 먹는 시간도 쏠쏠한 재미다. 간단한 요깃거리로 잠시 쉼을 갖는다.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해가 서산으로 넘어갈 즈음 모내기는 끝났다. 에고에고 하는 곡소리가 저절로 나오는 노동이 충만했던 손 모내기의 시간들이 이제는 정말 옛 추억으로, 옛 기억속으로 깊이 묻혀지고 있다.

두어 시간 만에 마친 논농사는 돈이 좀 들어가고, 하루 온종일 하는 손 모내기는 육체의 고단함이 좀 드는 방식이다. 그래도 지금으로서는 오십이 넘으니 힘에 부치는 일들은 가급적 피하고 싶기에 손 모내기보다 이앙기의 힘을 빌어 주욱 하고 싶다. 그러니 이앙기 모내기가 윈(win)이다. 모내기를 마쳤으니 이젠 밭농사에 집중할 때다. 아, 콩 심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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