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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깃한 살점에 매콤한 감칠맛 춘천닭갈비
임석한  |  skygrac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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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년 05월 31일 (화) 23:54:46 [조회수 : 2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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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그 친구는 지난주에 내가 뭘 먹었는지 궁금한 마음으로 당당뉴스에서 내가 쓴 음식칼럼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생각해보니 수요일마다 내가 쓰는 음식에 대한 칼럼은 대부분 한 주 동안 내가 먹은 음식에 대해 쓴 글이다. 벌써 이 글이 134번째 칼럼이니 지난 2년 넘는 세월이 지나는 동안 참 다양한 음식을 접했던 것이다. 

지난 한 주간 내가 먹었던 특별한 음식은 바로 닭갈비이다. 이천 시내에 나름 오래된 닭갈비집에서 아내와 딸과 함께 식사를 했다. 기대감을 가진 만큼 실망도 컸다. 두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야채의 신선함이 떨어졌다. 싱싱함이 전혀 없는 오이는 정말 오랜만이다. 둘째, 양념이 너무 짜다. 담백한 감칠맛은 없고 짠맛이 너무 강하다. 입맛이야 개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주관적인 평가일 수 있으나 닭갈비의 고장 춘천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는지라 닭갈비 맛은 잘 안다고 자부할 수 있다. 물론 내가 춘천에 살았던 때는 23년 전이다.

1999년 가을에 결혼한 뒤 2000년부터 춘천에서 전도사로 사역을 했다. 춘천에서 전도사생활을 한 계기는 결혼한 우리 부부에게 사택을 줄 수 있는 교회였기 때문이다. 거기서 딸이 태어났다. 2022년 봄에 강원도 양양으로 첫 목회를 나가기 전까지 2년여 기간 동안 춘천에서 닭갈비를 참 많이 먹었다. 

닭갈비는 1950년대 말-60년대 초에 강원도 춘천 요선동의 한 술집에서 닭의 갈빗살을 양념에 재워서 연탄불에 구워먹은 것이 그 시초이다. 최초로 발생된 춘천의 닭갈비는 숯불에 석쇠를 놓고 양념된 닭고기를 구워먹는 방식이었다. 이 숯불 닭갈비가 춘천 전역으로 퍼진 뒤 각종 야채와 우동 사리를 넣어 양을 늘리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숯불 석쇠보다 대량 조리가 쉬운 원형 철판으로 조리도구가 바뀌게 되었다. 지금의 춘천닭갈비를 떠올리면 볶음닭갈비지만 원조춘천닭갈비는 숯불닭갈비였던 것이다. 지금도 곳곳에 숯불닭갈비집들이 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숯불닭갈비도 좋아한다. 숯불에 구워내어 숯향이 배어 있고 껍질은 바삭하고 속살은 쫄깃하다. 사실 숯붗닭갈비는 닭갈비라는 명칭을 쓰는 것 이외에 볶음닭갈비와 아예 다른 음식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간극이 크다. 숯불닭갈비를 경험해 보지 않았다면 한번 즐겨볼 것을 추천한다.

닭갈비는 원래 닭의 갈빗살이 재료였지만 현재 닭갈비는 닭가슴살과 닭다리가 주재료이다. 이름은 닭갈비지만 정작 닭의 갈비살은 들어있지 않은 음식이 되었다. 보통 철판닭갈비의 경우 1인분은 닭갈비 2대의 분량인데, 닭갈비 1대는 닭다리 하나 혹은 닭가슴 반쪽을 발라내었을 때 나오는 살코기의 분량이다. 이 고기들을 매운 양념에 재워서 양배추와 당근과 깻잎, 고구마 등의 야채와 가래떡과 함께 철판에 볶는다. 닭갈비의 양념은 보통 고추장과 된장 등을 섞은 양념에 다른 채소와 양파를 이용해 단맛을 낸다.

내가 먹었던 춘천닭갈비의 인상적인 특징은 세 가지였다. 첫째 달걀비의 느끼함을 없애주는 차가운 동치미국물이다. 거의 슬러시같이 살얼음이 있는 시원한 동치미국물이 없으면 많이 허전할 것이다. 언젠가 춘천닭갈비라고 간판을 붙인 속초의 닭갈비집에서 미지근한 동치미국물이 나와서 실망한 적이 있었다. 둘째 두껍고 커다란 무쇠철판이다. 지름이 약 45cm정도 되고 철판의 두께는 거의 1cm 정도로 두꺼웠다. 요즘이야 전국에 퍼진 닭갈비집마다 두꺼운 무쇠철판이 있지만 20년 전에는 타 지역에서 그렇지 않은 집들도 있었다. 무쇠철판에 고기를 볶아야 고기가 타지 않고 속까지 잘 익는다. 셋째 닭갈비의 화룡정점인 볶음밥을 만들기 전에 철판 바닥에 새까맣게 눌어붙은 양념들을 날카로운 칼날이 붙어있는 헤라로 깨끗하게 긁어내는 장면은 뭔지 모를 쾌감을 선사해준다. 밥을 볶을 때 눌어붙은 양념위에 그냥 볶아주는 집이 대부분인데 춘천의 닭갈비집들은 거의 양념을 깨끗하게 제거해 주었다. 어떤 곳은 밥을 볶아 약간 눌어붙게 만든 후 헤라로 크레페처럼 생긴 롤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성질 급한 배고픈 사람은 닭고기가 익기 전에 떡부터 집어 먹는다. 양념이 발라져 있어서 닭갈비가 속까지 익었는지 잘 모르겠다면 익었는지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야채와 함께 넣은 고구마가 익으면 고기도 익혀진 것이다. 고구마를 먹어봐서 다 익었으면 고기를 먹어도 된다.

강원도 태백시와 삼척시 일부 지역에서는 닭갈비에 육수를 부어 끓여 먹는 물닭갈비가 있다. 닭볶음탕과 뭐가 다르냐. 할 테지만 결과물은 미묘하게 다르다. 국물을 조려 마지막에 밥을 볶아먹는 것도 춘천식과 같지만 야채에 냉이가 반드시 들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인기 있는 닭갈비메뉴는 치즈닭갈비이다. 말 그대로 닭갈비에 모차렐라 치즈를 듬뿍 얹어 먹는 닭갈비이다. 치즈가 매운맛을 중화시켜 주어 남녀노소 모두 좋아한다. 일본에서는 치즈닭갈비가 인기라고 한다.

20년 전에 내 기억으로는 닭갈비집은 춘천 명동 번화가에 있는 집들이 유명했고 막국수는 외곽에 있는 집들이 맛있었는데 요즘 춘천 외곽에는 굉장히 넓고 쾌적한 닭갈비 가게들이 여러곳 생겨서 여유 있게 닭갈비를 즐길 수 있다. 춘천에 가시는 분들은 맛으로 유명한 집들을 잘 찾아서 방문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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