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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먹거리 번데기
임석한  |  skygrac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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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년 05월 24일 (화) 23:09:33 [조회수 : 2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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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교우 가정과 함께 간 아귀찜 식당에서 정말 오랜 만에 추억의 반찬을 보게 되었다. 의외의 먹을거리라 약간 놀라기도 했고 반갑기도 했다. 기억의 편린을 움찔거리게 만들고 빛바랜 추억 한 자락을 불러왔던 그 주인공은 바로 번데기다. 

인천의 초등학교시절 학교 앞 문방구 연탄난로위의 냄비에서 끓고 있던 고소한 냄새의 번데기는 소라라고 부르던 갯고동과 함께 내가 자주 사먹었던 군것질거리였다. 운동회때도 학교 앞에서 여러군데 판매했던 기억이 난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주머니에서 몇 백원을 꺼내서 주인에게 건네주면 종이꼬깔에 한 국자를 담아주었다. 깊이 파인 주름이 흉물스럽게 생겼지만 무슨 양념을 한 건지, 아니면 원래 맛이 그런 건지 적당히 짭짭했고 굉장히 고소하고 담백했다, 입안에 털어 넣으면 톡 터지는 식감도 나쁘지 않았다. 

이 번데기의 정체는 뭘까? 번데기는 누에가 누에나방이 되기 전의 상태이다. 누에는 뽕나무 잎을 먹고 자라는 벌레다. 알에서 깨어난 누에는 엄청난 양의 뽕잎을 먹고 자라나 무게가 만 배이상으로 더 늘게 된다. 그 다음 실을 뽑아내어 고치를 짓고 그 안에서 나방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하는데 이 고치를 삶아 명주실(비단)을 뽑는데 사용한다. 실을 모두 뽑은 후 남겨진 번데기를 우리가 먹는 것이다. 누에나방과 같이 완전 변태를 하는 곤충들이 모두 이 번데기 시기를 거치지만 우리 나라에서 먹고 있는 것은 오직 누에나방의 번데기이다. 

번데기는 벌레라는 이유로 거부감이 들고 호불호가 갈리지만 굉장히 깨끗한 식품이다. 누에는 농약에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에 양잠 시설에서는 약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번데기는 무농약식품에 가깝다. 담배성분이 축적된 뽕나무 잎을 먹으면 누에는 바로 죽어버릴 정도로 예민하고 연약하기 때문에 뽕나무를 재배하는 땅 근처에는 담배를 재배하지 못할 정도다. 질 좋은 비단실을 뽑아내기 위해서 양질의 먹이를 먹이고, 생육에 최적화된 시설에서 자란다. 그래서 번데기를 깨끗하고 안전한 식품으로 평가한다.

중국에서는 비교적 오래전부터 식용으로 사용되었지만, 한국에서 번데기의 식용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한국 전쟁 이후에 무엇이라도 먹고 버텨야 하는 시기에 번데기를 식용으로 먹기 시작했다. 1962년부터 박정희 정부 주도로 실행된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으로 인해 활발해진 양잠 산업의 부산물로 발생한 번데기를 처리할 방도를 찾다가 조리해서 먹게 된 것이 시초이다. 급성장을 이뤘던 1960년대 산업화를 거치면서 번데기는 간식으로 대중화되었다. 

그런데 왜 요즘은 번데기가 사라진 것일까? 1978년 9월 26일 서울 상계동과 미아동과 정릉지역에서 농약이 묻은 번데기를 먹었던 28명의 초등학생들 중에 4명이 숨지고 24명이 중태에 빠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알고 보니 번데기 자체가 아니라 도매상에서 번데기를 맹독성 농약인 파라티온을 보관한 포대에 담아 유통시킨 것이 원인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뉴스에는 번데기를 먹고 사람이 죽었다고 나오게 되어 수요가 하락하게 되었다. 번데기를 제공한 양잠가에겐 굉장히 억울한 사건이었다.

지금도 편의점이나 동네 마트 한 쪽에서 통조림으로 포장된 번데기를 볼 수 있다. 인터넷으로 냉동번데기는 4kg에 14000원 정도로 저렴하게 판매된다. 뜨거운 물에 팔팔 데친 후 달궈진 팬에 기름 없이 번데기를 넣고 다진 마늘, 청양고추, 썬 파, 소금과 참기름을 넣고 볶아서 먹어도 맛있고, 매운 맛으로 먹으려면 홍고추와 고춧가루를 더 넣고 볶으면 된다.

고소하고 담백하고 식감도 좋은 번데기는 영양분도 풍부하다. 단백질을 포함한 필수 아미노산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고, 올레산과 리놀산으로 구성된 지방은 소화와 흡수에 적합하다. 번데기는 100g당 110kcal정도이다. 칼로리로 따지만 낮은 것은 아니지만 지방함량이 낮고 영양소는 풍부하며 포만감도 높아서 다이어트를 할 때 핵심 공복감을 최소화할 때 도움을 준다. 번데기 속에 들어있는 레시틴 성분은 뇌세포촉진, 뇌의 혈액순환이 잘 되도록 도와주고 혈관 속 나쁜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며 혈관속 찌꺼기를 제거하는데 도움을 준다. 최근 곤충이 미래의 식량난을 타개할 수 있는 차세대 먹을거리로 주목받고 있는데 번데기도 다시 한번 재조명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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