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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아이는 모두의 아이
송병구  |  sbkboch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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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년 05월 15일 (일) 01:22:25 [조회수 : 2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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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동네 학교를 방문했다. 걸어서 산책하듯 다녀온 학교 가는 길은 봄과 여름 사이의 맑고 깨끗함으로 가득하였다. 동행한 아내는 연신 환호성을 지른다. 먼 데서만 보았던 들꽃이 우리 동네에도 둥지를 틀고 잘살고 있었다. 어디든 흔한 것이 노란 애기똥풀이라면, 보랏빛 푸른빛 수레국화는 천변에 줄줄이 장식하듯 심겨져 있다. 

  요즘 가장 흔한 꽃은 이팝나무이다. 꽃송이가 이밥을 닮았다고 이팝나무인데, 꽃이 조밥을 닮은 조팝나무와 줄기 속이 국수와 비슷한 국수나무 혹은 열매가 팥알만큼 작은 팥배나무와 함께 끼리끼리 한통속 친구다. 멀리서도 쌀밥처럼 풍성한 꽃송이들은 먹성이 귀한 시절 아카시 꽃들과도 한 시절 어울려 핀다. 모두 입성을 돋우는 배고픈 꽃들이다.
 
  청계산 골짜기에서 흘러내린 천은 바닥을 보일 만큼 가물었지만, 아주 마르지는 않았다. 은빛 시내는 봄에서 여름으로 아주 천천히 밀려 내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물가에는 큰 물칭개나물이 간간이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행사 시간이 닥쳐 카메라를 들이댈 여유가 없으니 다시 와봐야겠다고 다짐을 곁으로 듣는다. 그렇게 초록빛 여름은 성큼 다가서고 있었다.  

  오늘 학교에서는 ‘8학년 프로젝트 발표회’를 열고 오랜만에 강당을 개방하였다. 코로나19로 비대면과 대면을 반복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학교는 주인과 손님으로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찼다. 주인공은 8학년 아이들이지만, 자녀의 학습과정을 지켜보던 부모의 기대감과 자기 일처럼 기웃거리는 선후배들의 설레임이 학교 안팎의 공기에서 훈훈하게 느껴졌다. 

  교육학 용어로 ‘프로젝트’(Project)란 학습자가 스스로 자기 활동을 선택하고 계획하여 문제를 해결해가는 연구과정을 뜻한다. 8학년 학생 27명은 층층이 부쓰를 꾸며 저마다 자신의 배움길을 시각화하여 전시하였다. 모두 27가지 주제가 있는 세계가 전시 중이었다. 그 문제의식이 얼마나 다양한지 아이들의 세상이 생생하게 묻어났다. 그것을 전시와 병행하여 강당에서 이틀에 걸쳐 차례로 발표하는 것이다.  

  전시운영이든 강당발표든 모든 꾸밈에서 이 학교가 지닌 고집스런 철학이 느껴졌다. 일단 마이크의 소란스러움과 영상을 낭비하는 부산스러움이 없었다. 아이와 어른이 적어도 3백 명 이상은 모였을 텐데 사회자든, 발표자든, 연주자든 육성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실크프린트 배너도, 칼라 순서지도 없었다. 전면에 매달린 손글씨의 안내가 전부였지만, 무엇 하나 부족함 없이 느껴졌다. 아이들은 서로 발표를 도우며 협업하였다. 후배들은 기꺼이 실험과 적용의 대상이 되었다.    

  아이들은 꼬박 6개월 동안 프로젝트를 수행하였다. 적어도 한 주제에 한 명 이상씩 선생님들이 멘토가 되어 도움을 주었다. 모든 주제가 충분히 예술적이고, 입체적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를테면 색동 자녀의 경우 ‘내가 좋아하는 배구’(이이레), ‘목 조각, 나무와 동물’(신유민), ‘원근법으로 느끼는 나의 공간’(남혜성) 등이다. 아이들은 시를 쓰고, 자전거를 타고, 요리를 하고, 기타를 쳤다. 27가지 우주를 빚어내는 젊은 작가들과 다름없었다. 
 
  얼마나 행복한 8학년 아이들인가? 수업은 수업대로 하면서 프로젝트는 자율적이고 자유롭게 진행한다. 설명을 듣자니 성취감과 함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아이들은 2주 후에는 지리산 둘레길을 걷고, 가을에는 연극을 무대를 올린다고 한다. 주제며 대본이며 모두 아이들이 선택하여 만드는 작품이다. 이미 7학년 때 작은 프로젝트를 통해 경험을 쌓았으며, 지난 반 년 동안 프로젝트의 전 과정을 일지로 기록하며 꼼꼼히 자신을 관리해 온 덕분일 것이다.

  이제 막 꽃을 피운 저마다의 프로젝트는 한껏 긴장한 표정이지만, 그 녹록치 않은 과정 덕분인지 자신만만함도 엿볼 수 있었다. 사춘기의 절정에 있는 중2 아이들은 비록 성장통은 있을지언정, 인생의 짜증을 낼 겨를은 없어 보였다. 하긴 자신의 발표를 즐기러 입추의 여지없이 들어찬 수백 개의 맑은 눈빛이 격려가 되고 도전이 되었을 것이다. 바로 루돌프 슈타이너(1861-1925)가 문을 연 ‘개별 학생을 고려한 전인교육’으로서 발도르프교육의 모습이었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는 사과나무와 떡갈나무가 같은 속도로 성숙해야 한다는 법은 없으며, 민들레는 민들레답게 제비꽃은 제비꽃처럼 피면 되는 법이라고 하였다. 누구나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하지만, 당장 내 자녀의 문제라면 작심삼일도 쉽지 않은 법이다. 그런 점에서 “모든 아이는 모두의 아이”를 실천하는 우리 동네 청계자유학교는 나남없이 자부심과 자긍심으로 가득하다. 

  입에 올리기에도 부끄럽지만, 최근 어느 장관 후보자가 돈으로 주고 샀다는 자녀의 가짜 스펙 리스트와 감히 비교할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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