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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가도오늘의 행동으로 복과 저주가 결정되며
김홍섭  |  ihom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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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년 05월 02일 (월) 10:10:12
최종편집 : 2022년 05월 02일 (월) 12:50:14 [조회수 : 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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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팝나무꽃

 

봄날은 긴 겨울의 기다림 후에 느릿느릿 온다. 봄이 온 듯 하다가도 겨울 찬바람과 눈발이 흩날리며 심술을 부리곤 한다. 꽃샘추위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기운은 봄을 기다리는 이들을 가슴 조이며 아프게 하곤 한다. 봄은 한번 가까워지면 금방 만산에 연분홍 진달래와 들녘에 산수유, 개나리의 노란 흐드러짐으로 그득하다. 하얗게 순결과 품위를 간직한 백목련과 자목련의 고아한 자태도 봄의 자랑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봄날은 쉬이 떠난다. 우리 옷깃에 따스한 바람과 온기를 전하고 만물들의 겨울잠을 깨우고 꽃과 나뭇가지에 천연의 물감을 선물하고 흔연히 길을 나선다. 산과 들의 새들과 나비, 크고 작은 생명들에게 생생한 도약과 진한 감동과 따스한 울림으로 가슴을 뛰게 하고 슬쩍 떠나려 한다.

가는 봄은 모두의 가슴에 아쉬움을 준다. 더 오래 함께 머물고 노래하고 사랑하고 시간을 나누고 싶으나 가야할 때가 있는 모양이다. 떠나는 봄날을 선인들은 아쉬워하며 때론 슬퍼하기도 한다. 지는 꽃에 슬퍼하기도 한다. 비바람에 떨어지는 봄꽃들을 보며 인생을 다시 돌아보기도 한다.

“간밤에 불던 바람 만정도화 다 지졌다/ 아해는 비를 들어 쓸으려 하는구나/ 낙환들 꽃이 아니랴 쓸어 무삼하리오” 라며 낙화(洛花)에도 애정을 주며 남은 정과 여운을 간직하고자 한다.

 

   
모란

 

남도 서정의 대표시인 영랑(永郎)은 “...모란이 피기까지는/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나는 비로소 봄을 여위 설움에 잠길 테요/...

모란이 피기까지는/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이라 노래한다.

꽃 지고 봄이 가는 시간은 우리에게 아프고 쓸쓸한 시간이다. 민족 가요가 된 ‘봄날은 간다’(송로원 시, 박시춘 곡)는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꽃이 피면 같이 웃고/꽃이 지면 같이 울던/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라 노래한다. 흘러가는 봄날에 시공을 넘어 인생을 관조하는 여유와 정한으로 우리 아쉬움을 달랜다.

젊은 날의 사랑과 이별은 담은 많은 노래 중에서도 ‘하얀 목련’(양희은 시, 김희갑 곡)도 지는 봄을 노래하는 애잔한 사연이 있다.

“하얀 목련이 필 때면 다시 생각나는 사람/ 봄비 내린 거리마다 슬픈 그대 뒷모습/.... 언제까지 내 사랑이어라 내 사랑이어라// 거리엔 다정한 연인들 혼자서 걷는 외로운 나/ 아름다운 사랑 얘기를 잊을 수 있을까/ 그대 떠난 봄처럼 다시 목련은 피어나고/ 아픈 가슴 빈자리엔 하얀 목련이 진다.”

봄날이 가는 것은 아쉬우나 너무 슬프진 않다. 너무 즐거우나 지나치지 않고(樂而不流,낙이불류), 슬프나 애처롭지 않는 애이불비(哀而不悲)의 깊이와 여유와 너름을 이 봄날이 이우는 날에 간직해볼 일이다. 봄이 간다고 너무 애잔해 할 일은 아니다. 봄이 가는 저편에 더 따뜻한 해가 뜨고 새들이 노래하고 새로운 꽃들이 핀다. 더 성숙한 여인처럼 물씬 초여름의 정취를 풍기며 장미가 피고 수국이 노래한다. 어린 시절 가위 바위 보 하며 놀던 아카시아 향기 도처에 날리고, 수줍은 찔레꽃 들녘 모퉁이에 하얗게 핀다. 저 멀리에 밤꽃은 은근한 향기를 풍기며 무르익어 간다.

봄이 간다고 너무 슬퍼하지 말 일이다. 봄 꽃 진다고 너무 아파하지 말 일이다. 봄날 임이 떠난 다고 너무 애달파하지 말 일이다. 저 들판에 하얗게 이팝나무 흐드러지지 않더냐, 산딸나무 별꽃들 밤에도 빛나지 않더냐. 키 작은 꽃잔디와 카네이션과 제비꽃들의 아담하고 신선한 빛깔들의 축제를 보는가? 누가 꽃이 피어나고 있는 것을 지켜본 적 있는가? 꽃잎이 시들고 지는 것을 지켜 본적이 있는가? 꽃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덧 피어있고 어느새 지고 있다. 우리 인생도 그러지 않는가? 꾸준히 오르다보면 어느덧 산정에 이르고, 쉬엄쉬엄 걷다보면 목적지에 어느새 와 있음을 알게 된다. 너무 조급하거나 너무 서두르지 않아도 한 마음으로 꾸준히 나아가면 큰 결실의 때가 오지 않던가?

봄날이 가고 있다. 아름다운 꽃들과 따스한 봄바람과 어쩌면 그리던 임과 봄날이 가고 있다. 봄과 잇대어 있는 그 시간의 가장자리에 또 다른 늦봄과 초여름이 그대를 기다리고 있다. 싱그러운 여름의 농익음이 자라고 있다. 장미와 아카시아와 이팝나무 꽃들의 성찬이 다시 그대를 기다리고 있다. 오늘 하루도 멋진 날이다. 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이 아니던가?

감사와 기쁨의 시간으로 오늘을 가득 채우자. 따뜻한 눈웃음을 이웃에 가득 보내자. 오늘의 우리의 행동으로 복과 저주가 결정된다고 성경은 말씀하신다. “내가 오늘 복과 저주를 너희 앞에 두나니 너희가 만일 내가 오늘 너희에게 명하는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의 명령을 들으면 복이 될 것이요”(신11:26~27)

 

   
마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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