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떠보니 선진국
박태웅 한빛비즈 2021.

  “‘내 인생의 책’, 혹은 ‘젊은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세 권은 무엇입니까?” 대한출판문화협회가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난 2월 말 후보들에게 던진 질문입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윤흥길의 소설 『아횹 켤레의 구두』와 마이클 샌델 교수의 『공정하다는 착각』 그리고 2021년 8월에 출판된 박태웅 한빛미디어 이사회 의장의 『눈 떠보니 선진국』 세권을 추천했다고 합니다. 오늘 소개할 『눈 떠보니 선진국』을 추천한 이유를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할지를 구체적으로 던져주고 있다” 했다 합니다.
  2021년 8월에 나온 신작이 2022년 2월에 ‘내 인생의 책’, 혹은 ‘젊은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에 포함되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박태웅 한빛미디어 이사회 의장의 경우 유사한 제목으로 2021년 초에 발표한 칼럼 ‘눈을 떠보니 선진국이 돼 있었다.’ 이후 대중 강연자로 자리를 잡으며 이미 많은 이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을 뿐 아니라 다스뵈이다의 진행자 김어준은 저자를 “IT 현자”라 하는 등 이 책의 부제 ‘앞으로 나아갈 대한민국을 위한 제언’처럼 우리 사회가 나아갈 길을 위한 좋은 제안자이자 제언자인 것 같습니다.
  저자에 대하여 이렇게 장황할 정도로 이야기하는 것은 어쩌면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꼭 읽어보시면 좋겠다는 저의 바람에 대한 간접적인 표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책에 있는 내용을 잘 정리해서 설명해드리는 방식이 아닌 그저 책에 있는 몇 구절을 옮기는 것으로 대신해볼까 합니다.

“우리는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도 있지만 동시에 2차 대전 이후의 독립국이다. 아주 짧은 미성숙의 근대와 현대를 동시에 이고 살아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런 문제들에 대해 이미 우리에게 제대로 된 제도나 합의가 있는 것처럼 접근해서는 올바른 해답이 나오기 어렵다. 지금부터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 우리가 하나씩 합의해 나가야 할 문제라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의 철 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059)

“물은 땅이 생긴 모양을 따라 흐른다. 물을 붙잡고 설득을 하고, 교화를 하고, 친하게 지내자고 술을 사준들 물이 계곡을 벗어나 산꼭대기로 흐를 리는 없다. 물이 오게 하고 싶으면 원하는 곳으로 물길을 파면 된다.
  한 사회의 자원배분의 요체는 그 사회의 보상체계, 즉 인센티브 시스템을 어떻게 만드는가에 달려 있다. 돈도, 인재도 그 사회가 파놓은 보상체계의 물길을 따라 흘러간다. 잘못된 인텐티브 시스템은 사회의 영혼을 망가트린다.”(073)

“인간이 발전을 제어할 수 없게 되어가고 있다는 것은 갈수록 분명해져가고 있다. ‘세계화’에 대한 가장 강력한 변명, 세계화에 대한 가장 단호한 명분이 “거스릴 수 없는 대세”라는 것은, 우리가 발전을 제어할 수단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람의 입, 사람의 귀, 사람의 손, 사람의 마음은 더 발전하지 않는다. 역사의 어디쯤에선가 우리가 원할 때 “이제 그만 충분하다”라고 속도를 늦추고, 멈춰 설 수도 있어야 한다. 우리는 무엇으로 그렇게 할 수 있을까.”(225)

  저자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빌려 “나에게 세상을 구할 수 있는 단 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55분은 문제를 정의하는 것에 사용하고 나머지 5분은 그 문제를 푸는데 쓸 것”이라며 해답보다 질문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을 때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음을 말합니다.
  동의하며 여기에 더해 한 가지 ‘정명(正名)’에 대해 다시금 마음을 기울이게 됩니다. 저자도 책에서 유사한 내용의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문제를 정의한다는 것, 이 말이 뜻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 단어가 정의하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하지 않고는 계속해서 실타래를 엉키게만 하게 될 것입니다. 엉킨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무작정 덤벼드는 것이 아니라 가만히 천천히 바라보며 고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한 나태주 시인의 시 구절처럼 어쩌면 정의하기 위해, 정명하기 위해 자세히 보고 오래 보아야 제대로 된 한 걸음을 옮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평화~~

박정인 (하늘씨앗교회 목사, 기독교기본소득포럼 운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