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모데

(행16:1-3, 딤전4:14, 딤후1:5, 3:15, 롬16:21, 고전4:17, 고후1:1, 딤전1:2, 딤후1:2, 히13:23, 딤전1:3)

“유니게! 나는 오직 당신만을 사랑하오. 제발 내 사랑의 마음을 외면하지 말고 나와 결혼해 주시오.”

“달링! 나도 당신을 사랑해요. 하지만 우리 유대인들은 이방인들과 함부로 결혼할 수가 없는 거를 당신도 아시잖어요.”

“허-어! 참으로 답답하군요. 시대가 바뀌었는데 아직도 구약의 율법과 장로들의 전통에 얽매여 이방인들과 결혼할 수 없다면, 유대의 젊은이들은 앞으로 결코 그 누구하고도 결혼할 수 없을 것이오.”

“……”

“유니게! 사랑은 국경을 초월할 수 있소.”

“그야 물론 그렇죠.”

“유니게! 내가 당신에게 분명히 약속하겠소. 당신이 나와 결혼해 준다면 나는 당장 이방의 모든 신들을 버리고 당신의 하나님을 믿겠소. 그러니 내가 이방인이라고 내치지 마시오.”

“아-하! 제가 당신의 마음을 왜 모르겠어요. 저도 당신을 당신만큼 사랑해요.”

“유니게! 그러면 됐소. 당신의 마음이 중요한 거요. 난 이제 당신과 결혼하기 위해서 뭐든지 할 거요.”

“그러면 먼저 우리 어머니께 허락을 받아야 해요. 우리 유대인들은 부모님의 허락 없이는 결혼할 수가 없거든요. 저는 아버지께서 일찍 돌아가셨기 때문에 어머님의 말씀에 복종해야 해요. 달링? 우리 어머니를 설득할 수 있겠어요?”

“하하하! 루스드라에서 제일 멋있는 유니게의 마음을 사로잡았는데, 어머니의 마음쯤이야 식은 죽 먹기가 아니겠소.”

“호호호! 당신! 우리 어머니를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보다간 큰 코를 다칠 거예요.”

“유니게! 걱정하지 마시오. 내가 반드시 어머니를 설득해서 당신과 반드시 결혼할 것이오.”

“이보게, 사위! 축하하네. 유니게가 임신했다네.”

“예-옛! 어머니? 그게 정말입니까?”

“그렇다네. 자네도 이제 어엿한 아버지가 된다네.”

“오! 하나님! 감사합니다. 그런데 유니게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방 안에 있다네.”

그러자 디모데의 아버지는 쏜살같이 유니게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유니게? 내가 아빠가 된다는 게 사실이오?”

“호호호! 맞아요. 하나님께서 우리 부부에게 선물을 주셨어요.”

“유니게! 내가 아빠가 된다니, 이게 꿈이요 생시요? 정말 고맙소.”

“그런데 이름은 뭐라고 지을까요?”

“그야 어머니께 여쭤봐서 좋은 이름을 정해야죠.”

“정말 당신이 짓지 않고 어머니가 지어도 되요?”

“그야 물론이죠.”

“으-음! 지 새끼를 애비가 짓지 않고 늙은 할미에게 지으라고 하는 걸 보니, 내가 사위는 잘 골랐군.”

어느새 방으로 들어온 로이스가 너그레를 떨었다. 그러자 두 사람은 당연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꼬-옥 잡고 말했다.

“어머니? 좋은 이름이 있으면 정해 주세요.”

“그래. 그렇다면, 디모데가 어떠니? ‘하나님을 공경하는 자’라는 뜻인데, 괜찮니?”

“어머니! 너무나 근사한 이름이예요.”

“이제부터 아기의 이름을 디모데라고 부르죠.”

“너희들이 좋다고 하니, 내 마음도 좋구나. 하지만 아직 아기가 태어나려면 열 달은 있어야 되는데, 우리가 너무 일찍 김치 국물부터 먹는구나.”

“하하하! 호호호! 그런가요?”

“디모데야? 이스라엘 백성이 제일 중요하게 지켜야 할 계명이 무엇이냐?”

“예! 할머니! ‘이스라엘아 들으라. 우리 하나님 여호와는 오직 유일한 여호와이시니 너는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라’입니다.”

“오! 기특하구나. 디모데야! 어떻게 벌써부터 이런 말씀을 암송할 수 있단 말이냐?

“어머니! 그러게 말이예요. 아직 성인식도 치루지 않았는데, 디모데가 아주 똑똑하네요.”

“그러게 말이다. 누굴 닮았는지 참 대견스럽구나.”

로이스는 디모데가 영특하게 성경말씀을 암송하자 흐뭇했다. 하지만 순간, 멈칫하며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그러자 유니게는 잽싸게 눈치를 채고 로이스의 옆구리를 찌르며 말했다.

“어머니! 디모데는 아직 아빠의 죽음을 잘 몰라요. 괜히 어린 디모데에게 일찍부터 상처를 주면 안 되는 거 아시잖아요. 그러니, 디모데 앞에서 눈물을 흘리지 마세요.”

“알았다. 그런데 저렇게 똑똑한 디모데를 보니, 갑자기 디모데의 아비가 생각나서 그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는구나.”

“나도 왜 그 사람이 생각나지 않겠어요. 하지만 디모데를 이곳에서 훌륭하게 키워 아비 없는 유대인이라는 손가락질만은 받지 않게 해야죠.”

“그래. 이 애미가 잘못했다. 이제 다시는 안 그러마.”

로이스와 유니게는 비록 먼 타향에서 아버지를 일찍 여원 디모데를 보면서 신앙으로 잘 키워야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루스드라는 ‘양의 무리’라는 뜻을 가진 곳으로 양모 산업이 발달한 소아시아의 중요한 도시였다. 그 당시 유대인들은 루스드라에 많이 거주하고 있었고, 특히 제우스 신전이 있었으며, 문화적 수준이 매우 높았다. 그런데 유대인들은 이방신에게 절대 제사를 드리지 않았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과 불편했다. 하지만 유대인들의 상술이 워낙 뛰어나 헬라 지역에서 유대인들은 결코 홀대 당하지는 않았다. 더군다나 유대인들은 자기 민족끼리 결혼했기 때문에 민족의 결속력이 대단했다. 그러나 디모데의 경우는 달랐다. 아버지는 헬라인이고, 어머니는 유대인이라서 또래 집단으로부터 왕따를 당했다.

“어-이! 잡종? 어디가?”

“……”

그러면 디모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급히 뛰어갔다.

“하하하! 잡종? 그렇게 빨리 뛰다가 고추 떨어진다.”

“하하하! 넘어질라 조심해라!”

디모데는 차츰 커가면서 자신의 외모가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고, 아버지가 없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그래서 디모데는 남들 앞에서 소신껏 말할 줄 몰랐고, 쉽게 부끄럼을 잘 타는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이 되었다. 더군다나 디모데는 어려서 병치레를 할 때,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여 수시로 아팠다. 그런데 디모데를 괴롭히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또래 집단으로부터 놀림을 당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그럴 때마다 디모데는 매번 후회했다.

“후-유! 난 제네들 앞에서 맨날 끽소리도 못하고 도망만 치네. 다음에는 정말 본 때를 보여 줘야지.”

그러나 막상 동네 아이들이 놀리면 아무 말도 못하고 도망쳤다. 그리고 풀이 죽어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그러면 항상 할머니와 어머니가 축 처진 디모데의 어깨를 감싸주며 위로해 주셨다.

“디모데야! 오늘도 애들이 약올렸니? 괜찮다. 사내 아이가 그까짓 거로 기가 죽어서야 되겠어. 훌륭한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많은 시험과 고통이 있단다. 그러니 너무 개의치 말거라.”

“그래. 디모데야! 할머니 말씀처럼 어깨 피고, 씩씩하게 다녀. 하나님께서 디모데와 함께 하시잖어. 디모데는 반드시 멋있는 사람이 될 거야. 그치?”

“알았어요. 할머니, 어머니! 하나님 말씀을 더 열심히 배워 장차 두 분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할께요.”

“그럼. 그래야지.”

디모데는 마음이 아프고 울고 싶었지만 자신이 울면 할머니와 어머니가 너무 슬퍼하실까봐 울음을 참고 견디었다. 그런데 이것이 장차 디모데의 속병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러던 어느 날, 바울과 바나바라는 사람이 이고니온의 유대인 회당에서 복음을 증거하다가 쫓겨서 루스드라에 오게 되었다. 하지만 바울과 바나바는 이고니온에서 이방인과 유대인과 관리들로부터 죽을 뻔했는데도 불구하고 루스드라에서도 복음을 힘껏 외쳤다.

“주 예수님을 믿으십시오. 그리하면 구원을 받습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은 다 오십시오. 주님께서 고치시고 안식을 주십니다.”

그런데 마침 그곳에는 나면서부터 앉은뱅이가 있었다. 앉은뱅이는 바울이 말하는 것을 예의 주시하며 들었다. 그리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예수님을 믿으면 고침을 받을 수 있다고? 그게 정말 사실일까? 그렇다면 나도 예수님을 믿어 고침을 받고 싶구나.”

그러자 바울이 앉은뱅이가 구원 받을 만한 믿음이 있는 것을 보고 큰 소리로 말했다.

“여보시오! 네 발로 바로 일어서시오!”

“예-옛! 저보고 일어나라고요?”

앉은뱅이는 엉겹결에 벌떡 일어났다.

“걸어 보시오!”

“어-허! 지금 내가 일어나서 걷고 있잖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평생 앉은뱅이가 일어나서 걷게 되다니, 이게 꿈이야 생시야?”

앉은뱅이는 덩실덩실 춤을 추었고, 주변에 있었던 사람들은 깜짝 놀래며 외쳤다.

“오! 신들이 내려 오셨다! 이들은 신이다!”

“그래 맞어. 저 사람은 제우스 신이다.”

“그래 저 사람은 말을 하는 거를 보니, 헤르메스 신이다.”

루스드라 사람들은 바나바를 제우스 신이라고 했고, 바울을 헤르메스 신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인근에 있었던 제우스 신전의 제사장이 급히 소와 깃발들을 가지고 무리들과 함께 바울과 바나바 앞에서 제사를 드리려고 했다. 그러자 바울과 바나바는 사태를 파악하고 사람들의 행동을 저지하며 외쳤다.

“여러분! 도대체 무엇을 하는 것입니까? 우리는 신이 아닙니다. 우리도 여러분과 같은 사람입니다. 우리는 여러분에게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여기에 온 사람들입니다. 신이니 뭐니 하는 어리석은 미신을 버리고, 살아 계신 하나님을 받아들이도록 여러분에게 복음을 전하려고 왔습니다. 사람은 신을 만들 수가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사람과 만물,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만드셨습니다.”

바울과 바나바가 열변을 토하자 루스드라 사람들은 그제야 제사를 드리려고 했던 행동을 겨우 멈추었다. 그러나 루스드라에는 바울과 바나바에 대한 여운이 아직 남아 있었다. 특히 디모데는 앉은뱅이가 일어나던 순간부터 쭈욱 있었는데, 바울이 전한 복음을 들었던 디모데의 마음에는 뭔가 박힌 듯했다. 그래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으-음! 지금까지 들었던 어떤 말들보다 설득력이 있어. 난 유대인인지? 헬라인인지? 아직 정체성 때문에 혼란스러운데, 저 바울은 유대인이면서 헬라인들에게 뭔가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군. 도대체 바울이 전하는 복음이라는 것이 무엇이길래 바울은 저렇게 혼신의 힘을 다해 전하는 것일까?”

한편 바울의 생명을 노리는 유대인들이 안디옥과 이고니온에서 몰려와 루스드라 사람들을 부추겨 바울에 대해서 나쁜 감정을 품게 했다.

“루스드라 시민 여러분! 바울에게 속지 마십시오. 바울은 마술을 사용해서 병든 사람들을 고치는 것입니다.”

“바울은 아주 악질입니다. 절대로 바울을 믿으면 안 됩니다.”

그러자 루스드라 사람들은 유대인들의 말을 듣고 자신들이 바울에게 속았다고 생각하여 바울에게 달려들었다.

“뭐라고? 어쩐지 뭔가 수상하다고 여겼는데, 병 고침이 속임수였구나. 괘씸한 놈들!”

“이것들이 감히 루스드라에 사는 우리를 우습게 여기다니, 본때를 보여 줍시다.”

이리하여 루스드라의 사람들은 바울을 의식이 잃을 정도로 돌로 내리쳤고, 성 밖으로 끌고 가서 죽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사라진 후, 바울의 제자들이 나타나서 바울에게 달려갔다.

“선생님? 괜찮으십니까?”

“선생님? 여기서 죽으시면 안 됩니다. 제발 정신을 차리십시오.”

그 순간, 바울이 부스스 눈을 뜨며 말했다.

“나-난, 괜찮다. 걱정하지 말거라.”

“후-유! 우리는 선생님께서 돌아가신 줄 알고 얼마나 가슴이 덜컹했는지 몰라요.”

“그래. 알았다. 나는 괜찮으니 어서 나를 일으키거라.”

“아니, 왜 벌써 일어나시려고 합니까?”

“루스드라에 다시 들어가 봐야겠구나.”

“예-옛! 선생님? 지금 제정신이신가요? 방금 그곳에서 죽도록 돌에 맞았는데, 왜 가겠다고 하십니까? 안 됩니다.”

“아니다. 난 그곳에서 미처 전하지 못한 복음을 전해야겠다. 더군다나 그곳에는 하나님께서 준비한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니 어서 루스드라로 들어가자구나.”

바울은 제자들의 부축을 받고 루스드라로 들어갔다. 그러나 루스드라에서 복음을 전하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그래서 바울은 어쩔 수 없이 바나바와 더불어 이튿날에 루스드라에서 30km 떨어진 더베로 떠났다. 하지만 바울은 더베에서 더욱 가열하게 복음을 전하여 많은 제자들을 얻게 되었다. 그러자 바울은 은근히 자신감이 생겨서 다시 루스드라를 방문하고자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계획을 말했다.

“여러분! 나는 안디옥으로 가기 위해 루스드라와 이고니온을 재차 방문하려고 하오.”

“선생님? 지금 다시 루스드라로 간다는 것은 자살 행위입니다.”

“맞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루스드라 사람들은 선생님을 돌로 죽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그곳으로 가신다면 분명히 저들은 다시 선생님을 죽이려고 할 것입니다. 따라서 루스드라에 가신다는 것은 절대로 반대합니다.”

“알고 있네. 그러나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찌니 피곤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게 될 것일세. 여러분! 박해가 두려워 복음을 전하지 않는다면 결코 예수님을 믿는다고 할 수 없는 것이오. 그러니 내가 가는 길을 막지 마시오.”

“……”

바울의 제자들은 더 이상 반대할 수가 없었다. 결국 바울과 바나바는 루스드라에 들어와서 복음을 증거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바울이 죽음을 무릅쓰고 복음을 담대히 전하자 차츰 주변에 변화가 일어나서 하나씩 둘씩 예수님을 믿는 무리가 늘어났다. 그러자 바울은 주변 사람들에게 말했다.

“여러분! 우리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려면 많은 어려움을 반드시 겪어야 합니다. 저희는 결코 죽음이 두렵지 않습니다. 저희의 염려는 여러분이 예수님을 믿지 않고 하나님께 심판을 받는다는 것뿐입니다. 여러분! 예수님을 믿고 구원을 받으십시오.”

그 때 마침 디모데는 바울이 복음을 전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깜짝 놀랬다.

“아니, 저 사람은 바울이잖어. 그런데 어떻게 이곳에 나타났지? 분명 사람들이 죽었다고 마을 밖으로 버렸을 텐데, 정말 저 사람의 용기는 대단하네.”

디모데는 바울의 뚝심에 감탄하였다. 그래서 디모데는 바울이 전하는 예수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 보려고 무리들 가운데 자연스럽게 섞여 앉았다.

“으-음! 오늘은 마음껏 저 사람이 전하는 이야기가 뭔지 들어 보자.”

그러나 바울은 오랫동안 복음을 전하지 못하고 곧바로 루스드라를 떠났다. 그 결과 디모데는 한참 복음에 몰입했다가 아쉽게도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바울과 직접 마주치지 못했다.

“아-하! 조금만 더 들었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군. 그나저나 바울이 언제 이곳에 다시 오면 좋겠는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그리고 세월이 흘러갔다. 어느 날 바울이 바나바에게 말했다.

“바나바 선생님? 우리가 지난 번에 전도했던 곳을 다시 방문하여 형제들이 어떻게 신앙생활을 하는지 보고 오시죠.”

“오-호! 바울! 정말 좋은 생각이네. 그렇게 함세.”

“그러면 전도대를 만들겠습니다.”

그런데 바울은 마가 요한이라는 사람 때문에 바나바와 심히 다투었다. 바나바는 마가 요한을 데리고 가자고 했고, 바울은 마가 요한이 밤빌리아에서 힘들다고 중도에 포기했기 때문에 데리고 갈 수 없다고 반대했다. 그래서 바나바는 마가를 데리고 구브로로 갔고, 바울은 실라를 데리고 더베와 루스드라로 갔다. 그리고 바울은 바나바와 헤어져서 무척 아쉬운 마음으로 루스드라에 교회가 형성되었는지 조심스럽게 확인하러 다녔다. 그런데 놀랍게도 루스드라에는 디모데라는 젊은이가 이미 예수님을 믿고 있었다. 디모데의 어머니는 유니게로 신실한 유대인이었고, 아버지는 헬라인이었는데, 일찍 죽었다. 하지만 디모데는 신분상의 불이익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루스드라와 이고니온에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칭찬 받는 젊은이였다. 그래서 바울은 디모데가 어떻게 예수님을 믿게 되었는지 궁금하여 직접 디모데의 집을 방문했다.

“이보시오. 여기 아무도 없습니까?”

“누구십니까?”

“여기가 디모데라는 젊은이의 집이 맞습니까?”

“예! 맞습니다만 누구신지요?”

“예! 저는 바울이라고 합니다.”

“예-옛! 바울 선생님이라고요? 선생님께서 어찌 이곳까지 오셨습니까?”

“디모데를 만나러 왔습니다. 지금 디모데가 있습니까?”

“아니, 디모데는 왜 만나러 오셨는지요? 디모데가 무엇을 잘못한 거라도 있는 건가요?”

“아니, 아니예요. 디모데가 잘못해서 온 것이 아니라, 디모데에게 물어볼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그러니 안심하시고 디모데가 있으면 어서 나오라고 해 주십시오.”

“아-하!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디모데야? 어서 나오거라. 네가 항상 말하던 바울 선생님께서 너를 보러 오셨구나.”

그러자 집 안에서 듬직하지만 어딘가 병약해 보이는 젊은이가 불쑥 나타나며 말했다.

“어머니? 정말 바울 선생님께서 우리 집에 오셨어요?”

“그렇구나. 여기 바울 선생님께서 계시잖니.”

디모데는 순간, 정신이 어찔했던지 비틀거렸다. 그러나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바울에게 다가가 넙죽 절하며 인사했다.

“선생님! 뵙고 싶었습니다. 제가 디모데입니다.”

“오호라! 네가 바로 디모데로구나. 참으로 반갑다.”

바울은 디모데를 일으키며 다정하게 말했다.

“디모데야! 내가 궁금한 게 있구나. 너는 어떻게 하여 예수님을 믿게 되었느냐?”

“예! 저는 어려서부터 할머니와 어머니로부터 성경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몇 해 전에 선생님께서 이곳에 오셔서 돌에 맞아 죽기 직전까지 예수님의 복음을 전하시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선생님을 다시 뵐 날을 기약하며 예수님을 믿게 되었습니다.”

“야! 디모데! 너 정말 대단하구나. 그 때 난 루스드라에 누가 과연 예수님을 믿을까 하고 걱정했는데, 네가 바로 예수님을 영접했구나.”

“아닙니다. 저 뿐만 아니라 저희 할머니와 어머니도 저를 따라 예수님을 영접했습니다.”

“뭐라고? 너희 집이 모두 예수님을 믿는다고?”

“예! 그렇습니다.”

“장하구나! 네가 왜 이곳에서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는지 이제야 알겠구나.”

디모데의 할머니인 로이스와 어머니인 유니게는 바울이 디모데를 연이어 칭찬하자 흐믓해 하며 눈물을 닦았다.

“아비가 없다고 괄시 받으면 자랐는데, 이제야 우리 디모데를 알아 주는 사람이 나타나다니, 하나님! 너무나 감사합니다.”

“그러게요. 어머니! 이젠 디모데도 다 컸네요.”

그 때, 바울이 짐짓 어색한 분위기를 깨뜨리며 말했다.

“으-음! 디모데의 할머니와 어머니께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바울 선생님! 뭐든지 말씀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디모데를 제가 제자로 삼아서 데리고 갈까 하는데 허락해 주십시오.”

“예-옛! 디모데를 선생님의 제자로 삼는다고요?”

“정말이세요?”

“예! 그렇습니다. 두 분께서 흔쾌히 저에게 맡겨 주신다면 훌륭한 제자로 키우겠습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당연히 저희야 좋지요.”

“고맙습니다.”

“고맙기는요, 우리가 더 고맙지요. 디모데가 헬라인인지? 유대인인지? 고민하며 어떻게 살아야할지 몰라서 힘들어 했었는데 이제야 선생님을 만나 제대로 기를 피며 살 수 있게 되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그러자 지금껏 가만히 있었던 디모데가 끼어 들었다.

“으-음! 저는 아직 대답하지 않았는데, 선생님과 할머니와 어머니는 너무 앞서 가는 거, 아니예요?”

“하하하! 이 놈 봐라! 그래. 그렇다면 네 놈이 거절할 거냐?”

“아니, 누가 싫대요. 저만 빼놓고 이야기하시니까 그랬죠.”

“하하하!”

“호호호!”

한참 웃고 나자 바울이 다시 진지하게 말했다.

“그런데 한 가지 먼저 해야할 일이 있습니다.”

유니게가 정색을 하고 바울에게 물어 보았다.

“그게 무엇인가요?”

“디모데의 어머니가 유대인이지만 아버지는 헬라인이라서 할레를 받지 않았잖습니까? 그래서 당장 디모데에게 할례를 해야할 거 같습니다. 허락하시겠습니까?”

“물론이죠. 디모데는 헬라인이면서 유대인입니다. 따라서 유대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려면 당연히 할례를 받아야죠.”

“디모데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예! 선생님과 어머니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저도 할례를 받겠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할례를 거행하자.”

이리하여 디모데는 유대인들 앞에서 할례를 받았고, 헬라인이면서 유대인이 되었다. 그리고 디모데는 곧이어 바울을 따라 에베소, 고린도, 마게도냐 등을 함께 동행했고, 바울이 로마에 있을 때에도 함께 있었다. 바울은 디모데에게 에베소의 일을 담당하게 하였고, 바울이 로마 감옥에 2차 투옥되었을 때에 특별히 디모데를 불러 사역을 부탁할 정도로 디모데를 아꼈다. 디모데는 몸이 연약해서 고생할 때마다 바울로부터 위로를 받았고,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 때문에 주눅이 들어 사역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바울의 서신을 통해 힘을 얻었다. 결국 디모데는 많은 바울의 제자들 중에서 ‘나의 아들’이라는 호칭을 들었고, 바울처럼 복음을 증거하다가 순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