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14절) “라오디게아 교회의 사자에게 편지하기를 아멘이시오 충성되고 참된 증인이시오 하나님의 창조의 근본이신 이가 가라사대”
▶ 요한은 박해와 고난 가운데 있는 교회와 성도들에게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메시지를 증거한다. 예수님은 누구신가? ‘아멘이시오 충성되고 참된 증인’이다. 아멘은 일반적으로 문장의 끝에서 ‘그대로 될지어다’는 뜻으로 쓰이지만, 때때로 문장 앞에서 ‘진실로’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예수님은 진실하고 확실한 진리시다.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요 14:6).” 또한 ‘하나님의 창조의 근본이신 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으신 사람의 원형(根本)이신 오리지널(진품)이자 마스터피스(유일무이한 명작)시다. “그가 태초에 하나님과 함께 계셨고 만물이 그로 말미암아 지은바 되었으니 지은 것이 하나도 그가 없이 된 것이 없느니라(요 1:2~3).”예수 그리스도는 타락한 첫째 아담과 구별된 거룩한 둘째 아담이시다. “우리가 흙에 속한 자의 형상을 입은 것 같이 또한 하늘의 속한 자의 형상을 입으리라(고전 15:49)” 박해와 고난으로 혼란스럽고 어려울 때일수록 더욱 그리스도를 본받는 삶을 살아야 한다. “우리가 다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것과 아는 일에 하나가 되어 온전한 사람을 이루어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이 충만한데까지 이르리니...오직 사랑 안에서 참된 것을 하여 범사에 그에게까지 자랄찌라 그는 머리니 곧 그리스도라(엡 4:13~15).”
② (15절) “내가 내 행위를 아노니 네가 차지도 아니하고 더웁지도 아니하도다 네가 차든지 더웁든지 하기를 원하노라”
▶ 요한계시록에 자주 언급된 ‘행위’는 단순히 몇 가지 행실이 아니라 말씀대로 준행하는 삶이다. 이런 맥락에서 ‘차든지 더웁든지’는 양자택일이 아니라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감성이 조화를 이룬 균형 잡힌 신앙으로 해석하는 편이 더 좋다. ‘차든지’란, 냉철한 이성을 바탕으로 한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신앙, 성경적이고 신학적인 신앙을 가리킨다. 이와 달리 ‘더웁든지’란 뜨거운 열정에 바탕을 둔 신비한 은사 체험과 헌신적인 봉사와 같은 감성적인 신앙을 말한다. 건강한 신앙을 위해서는 이성과 감정의 조화된 균형 잡힌 신앙이 요구된다. 이성 없는 신앙은 맹신이 되고 체험 없는 신앙은 공허하기 때문이다. 이론과 실재, 지식과 경험을 겸비해야 한다. 소위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다. 바울은 차가운 지성과 뜨거운 열정을 겸비한 대표적인 신앙인이다. 감리교회의 창시자 존 웨슬리도 머리는 냉철하게 이성적이고 가슴은 따뜻함을 강조했다. 그런 이유로 감리교회 신앙의 네 기둥은 ‘성경, 전통, 이성, 체험’을 기반으로 한다.
③ (16절) “네가 이같이 미지근하여 더웁지도 아니하고 차지도 아니하니 내 입에서 너를 토하여 내치리라”
▶ 미지근한 신앙은 냉철한 이성을 상실하고 뜨거운 열정이 식어버린 영적 상태를 가리킨다. 신앙생활에서 무엇이 이성을 잃게 만들고 열정을 식게 하는가? 다시 말해 무엇이 처음 신앙을 잃어버리게 하고 영성을 타락시키는가? 이는 ‘씨 뿌리는 자의 비유’에 나오는 가시떨기에 뿌려진 씨에 해당된다. “가시떨기에 떨어졌다는 것은 말씀을 들은 자니 지내는 중 이생의 염려와 재리와 일락에 기운이 막혀 온전히 결실치 못하는 자요(눅 8:14)” 학생들의 학업에 TV나 게임이 치명적이듯 예나 지금이나 물질과 쾌락은 신앙생활에 치명적이다. “부하려 하는 자들은 시험과 올무와 여러 가지 어리석고 해로운 정욕에 떨어지나니 곧 사람으로 침륜과 멸망에 빠지게 하는 것이라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 이것을 사모하는 자들이 미혹을 받아 믿음에서 떠나 많은 근심으로써 자기를 찔렀도다(딤전 6:9).”
2. 하나님 앞에서 부요한 인생
① (17절) “네가 말하기를 나는 부자라 부요하여 부족한 것이 없다 하나 네 곤고한 것과 가련한 것과 가난한 것과 눈 먼 것과 벌거벗은 것을 알지 못하도다.”
▶ (메시지성경) “너는 나는 부자다. 나는 성공했다. 나는 부족한 것이 없다고 자랑한다. 자신이 실제로는 가련하고 눈멀고 누더기 옷에 집 없는 거지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서 말이다” 라오디게아 교회는 경제적으로는 풍요했지만 하나님 앞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누가복음에 등장하는 어리석은 부자와 같은 영적인 상태다. “또 내가 내 영혼에게 이르되 영혼아 여러 해 쓸 물건을 많이 쌓아 두었으니 평안히 쉬고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자 하리라 하되 하나님은 이르시되 어리석은 자여 오늘 밤에 네 영혼을 도로 찾으리니 그러면 네 예비한 것이 뉘 것이 되겠느냐 하셨으니 자기를 위하여 재물을 쌓아 두고 하나님께 대하여 부요치 못한 자가 이와 같으니라(눅 12:19~21)” 이와 대조적인 인물은 누가복음에 나오는 불의하지만 지혜로운 청지기다. “주인이 이 옳지 않은 청지기가 일을 지혜 있게 하였으므로 칭찬하였으니 이 세대의 아들들이 자기 시대에 있어서는 빛의 아들들보다 더 지혜로움이니라.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불의의 재물로 친구를 사귀라 그리하면 없어질 때에 저희가 영원한 처소로 너희를 영접하리라(눅 16:8~9)” 부자가 어리석은 이유는 잠시 맡기신 청지기라는 사실을 모르고, 죽는 날까지 내 것인 줄 알고 천년만년 살 것처럼 쌓아두기에 급급하며 산 것이다. 이와 반대로 불의한 청지기는 비록 불의했지만 뒤늦게라도 청지기라는 사실을 깨닫고 기회가 있을 때 선용했던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부자는 무수히 많지만 하나님 앞에서 부요한 인생은 매우 드물다.
② (18절) “내가 너를 권하노니 내게서 불로 연단한 금을 사서 부요하게 하고 흰 옷을 사서 입어 벌거벗은 수치를 보이지 않게 하고 안약을 사서 눈에 발라 보게 하라”
▶ 진단에 따른 처방이다. ‘내게서’라는 단어에 주목해야 한다. 세상이 주는 금, 옷, 약이 아니라 주님께서 주시는 금, 옷, 약을 사라는 것이다. 세상에서 얻는 금은보화도 귀하지만 썩어지는 것이고 두고 가는 것이다. 이와 달리 주님이 주시는 하늘의 보화는 썩지 않고 영원하다.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땅에 쌓아 두지 말라 거기는 좀과 동록이 해하며 도둑이 구멍을 뚫고 도둑질하느니라 오직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하늘에 쌓아 두라 거기는 동록이 해하지 못하며 도둑이 구멍을 뚫지도 못하고 도둑질도 못하느니라(마 6:19” 사도 베드로는 ‘불로 연단한 금’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증언한다. “너희 믿음의 시련이 불로 연단하여도 없어질 금보다 더 귀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나타나실 때에 칭찬과 영광과 존귀를 얻게 하려 함이라(벧전 1:7)”, ‘흰옷’은 복음서에 수차례 언급된 천국 잔치에 합당한 예복을 가리킨다. 안약은 눈에 보이지 않는 영원한 가치를 볼 수 있는 영적인 안목이다. 눈이 보배다. “네 몸의 등불은 눈이라 네 눈이 성하면 온 몸이 밝을 것이요 만일 나쁘면 네 몸도 어두우리라. 그러므로 네 속에 있는 빛이 어둡지 아니한가 보라. 네 온 몸이 밝아 조금도 어두운데가 없으면 등불의 광선이 너를 비출 때와 같이 온전히 밝으리라 하시니라(눅 11:34~36)”
③ (19절) “무릇 내가 사랑하는 자를 책망하여 징계하노니 그러므로 네가 열심을 내라 회개하라”
▶ 일반적으로 이 말씀을 “주께서 그 사랑하시는 자를 징계하시고 그의 받으시는 아들마다 채찍질하심이니라(잠3:11,12)”로 해석하지만 헬라어 원어를 살펴보면 더 깊은 메시지가 담겨있다. ‘사랑하는 자’는 친구지간의 우정, 주고받는 조건적인 사랑을 나타내는 헬라어 ‘필레오’다. 주님의 책망은 ‘필레오’에서 한 단계 더 성숙한 자기를 내어주는 희생의 사랑 ‘아가페’로의 변화를 촉구하신다. ‘책망하여 징계하노니’ 선한 목자이신 주님은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로 안위(시 23:4)”하신다. 지팡이로 보호하시고 막대기(회초리)로 바른길로 인도하신다. ‘그러므로 네가 열심을 내라 회개하라’ 고난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의를 위한 핍박과 죄로 인한 징계다. 의를 위한 핍박은 믿음으로 인내해야 하지만 죄로 인한 징계는 속히 회개하고 돌이켜야 한다.
3. 자유의지와 내 마음의 보좌
① (20절) “볼찌어다 내가 문밖에 서서 두드리노니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내가 그에게로 들어가 그로 더불어 먹고 그는 나로 더불어 먹으리라”
▶ 새찬송가 535장 ‘주 예수 대문 밖에’와 문밖에서 등불을 들고 서 계신 예수님의 모습을 그린 윌리엄 헌트(William Holman Hunt, 1827-1910)의 성화로 더 유명한 말씀이다. 잘 알려진 바대로 이 그림의 특징은 문고리가 없다. ‘문밖에 서서 두드리노니’ 주님께서 강제로 문을 부수고 들어가시지 않고 안에서 자발적으로 문 열기를 기다리신다. 강요나 통제는 사랑이 아니다. 요즘 유행하는 ‘가스 라이팅(gaslighting, 심리 지배)’은, 사랑이나 관심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판단력을 잃게 만들고, 타인에 대한 통제력이나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다. 진정한 사랑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의지’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최고의 선물은 ‘자유의지(Free Will, 自由意志)’다. 피조물 인간을 향한 최고의 존중이다. 예수께서 자유의지를 허락하신 까닭은 우리를 믿어주시고 기다려주시고 존중해 주시기 때문이다. 진정한 신앙은 주님의 사랑과 존중을 자각하고 그 사랑과 존중에 부끄럽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이다.
▶ 윌리엄 헌트 작품의 제목은 ‘세상의 빛(The Light of the World)’이다. “참 빛 곧 세상에 와서 각 사람에게 비취는 빛이 있었나니 그가 세상에 계셨으며 세상은 그로 말미암아 지은 바 되었으되 세상이 그를 알지 못하였고 자기 땅에 오매 자기 백성이 영접하지 아니하였으나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요 1:9~12)” 어거스틴의 통찰대로 ‘어둠은 빛의 부재(不在)다’ 어둠은 빛이 없음이다. 빛이 오면 어둠은 사라진다. 염려는 기도 없음이다. 기도하면 염려는 사라진다. 불평은 감사 없음이다. 감사하면 불평은 사라진다. 다툼은 사랑 없음이다. 사랑하면 다툼은 사라진다. 우리의 마음과 삶에 빛 되신 주님을 모셔 들이면 어둠은 사라지고 빛으로 가득해지는 심플한 원리다.
② (21절~22절) “이기는 그에게는 내가 내 보좌에 함께 앉게 하여주기를 내가 이기고 아버지 보좌에 함께 앉은 것과 같이 하리라. 귀 있는 자는 성령이 교회들에게 하시는 말씀을 들을찌어다”
▶ ‘내가 이기고 아버지 보좌와 함께 앉은 것과 같이’ (메시지 성경) “승리한 사람들은 상석에, 내 옆자리에 앉게 될 것이다. 내가 승리했으므로, 내 아버지 옆의 존귀한 자리에 앉게 된 것과 같다. 이것이 승리한 사람들에게 주는 내 선물이다!” 믿음의 선한 싸움에서 승리한 자에게 주시는 또 하나의 선물이다. 이어지는 계시록 4장과 5장에 기록된 ‘보좌에 계신 이와 어린 양의 잔치’에 참예해서 주님의 곁에 있는 ‘하늘의 보좌’에 앉게 되는 영광을 약속한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중요한 메시지가 있다. 내 마음의 문을 열고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는 것은 ‘내 마음의 보좌’에 예수 그리스도를 왕으로 모시는 것이다. 내 마음의 왕좌에 주님이 앉으시면 주님이 다스리는 삶이 시작된다는 놀라운 사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