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교회 내 성폭력 추방운동과 교회법 재정을 위한 운동을 펼친 한국여신학자협의회(여신협·공동대표 곽분이 박성자 이은선)가 12월 8일 교회 내 성폭력 가해자를 탐구하는 세미나를 개최했다. 여신협 박성자 공동대표(기독교여성상담소 소장)가 목회자의 성적 비행이 발생한 사례와 원인을 추적하고, 이은선 공동대표(세종대 교수)가 그 대안으로 성직의 ‘비신화화’를 제시하는 강연을 했다.

중년 남성 목회자여, 조심하라

	▲ 여신협 박성자 공동대표는 중년 남성 목회자가 성적 비행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뉴스앤조이 주재일

이어 박 대표는 성적 비행에 빠진 목회자가 보이는 태도를 분석했다. 이러한 목회자는 △상대방이 입을 피해는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욕구만을 충족하려 하며 △성적인 문제에 자신을 과신하고 △비행이 드러나면 진실에 직면할 용기가 부족해 사실을 부인하거나 상대방을 탓하고 △자신이 저지른 일을 쉽게 망각하는 무의식적인 자기방어기제가 작동하며 △옳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중단하지 못하고 △비행이 가져올 치명적인 결과를 고려하지 않는 근시안적 사고를 하며 △자신은 비행을 저지르면서 설교에서는 오히려 성적 타락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한다.

박 대표는 성적 비행의 방지책으로 목회자 자신도 성적 유혹에 빠질 수 있는 존재임을 깨닫고 자신을 늘 성찰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을 우선 꼽았다. 또 행복한 가정생활은 필수이며, 교인들에게 부부관계의 건강함을 노출하는 것도 좋은 예방법이라고 제시했다. 성적 비행이 가져올 결과를 미리 상상해보고, 일중독이 성적 타락으로 빠지지 않도록 충분히 휴식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목회자들도 좋은 상담자를 곁에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적 비행을 저지른 목회자도 문제지만, 교단이 이러한 문제를 처리하는 방식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박 대표는 지적했다. 그는 교단들이 교회 안에서 성폭력 사건이 벌어지면 목회자를 보호하기에 급급하고 뚜렷한 증거가 있는 경우조차 징계보다는 회복에만 치중하는 비윤리적이고 이기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꼬집었다.

여신협이 교회 내 성폭력 사태에 단순히 처벌과 징계만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은선 대표는 남성 목회자에게 덧씌워진 허상을 깨뜨리고 남성 목회자와 여성 교인 간의 올바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사태 해결의 실마리로 꼽았다.

목사가 대제사장이라고 착각하는 게 문제

	▲ 여신협 이은선 공동대표는 목회직을 신화화하는 버릇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주재일

또 성적 비행을 저지른 목회자들은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라헬처럼 자신을 섬기도록 부름을 받았다고 말거나, 아브라함이 이삭을 바친 것처럼 가장 좋은 것(성)으로 자신에게 바치라는 식으로 성서를 왜곡한다고 이 대표는 지적했다.

결국 교회 내 성폭력은 목회자의 바른 위상을 세우는 일이 중요하다고 이 대표는 말한다. 이 대표에 따르면, '사제'라는 말은 모든 믿는 이와 그리스도를 칭하는 말이지 교회 직책을 가리키지 않았는데, 기독교가 로마 국교가 되면서 위계적인 성직이 만들어지고 교인들이 성직자의 보조 역할을 담당하는 존재로 전락했다. 한국교회는 중세의 왜곡된 교회 구조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이 대표는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이러한 교회 구조를 바꾸려고 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감하게 떠나는 용기도 필요하다고 여성 교인들에게 충고했다. 교회를 거부하고 세속으로 떠나라는 말이 아니라, 교권주의와 계급주의에 지배된 기존 교회를 탈주해 대안적인 교회 공동체를 세우는 일이 동참하라는 말이다.

▲ 여신협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유일하게 참석한 남자 청중이 여성들을 상대로 훈계(?)를 했습니다. 노 신사의 망말은 한국교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뉴스앤조이 주재일

노 신사는 두 시간 넘게 이어진 발표를 주의 깊게 들었습니다. 그리고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손을 번쩍 들었다. 현수막을 보고 참석했노라고 수강 동기부터 밝혔습니다. 발제자들에게 포괄적으로 질문해도 되느냐고 양해도 구했습니다. 그의 신사다움은 딱 여기까지. 그는 발제자들과 참석한 여성들에게 도움이 된다며 훈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여성신학이 말이 되느냐?”는 소리가 첫 포문이었습니다. 남성신학도 없는데, 어째서 여성신학이 있을 수 있느냐고 주장했습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사회자가 요점만 간단히 말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아랑곳하지 않고 물 만난 물고기마냥 소신(?)을 쏟아냈습니다. 도대체 신학적인 논증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성경을 한 군데도 인용하지 않았다는 게 그 근거입니다. 또 그는 발제자가 지적한 ‘목회자들이 여 교인을 유혹할 때 주로 사용하는 다윗과 밧세바의 이야기’를 반박했습니다. 사람들이 훤히 볼 수 있는 곳에서 목욕한 밧세바는 뭐 잘했냐는 겁니다.

비슷한 주장이 거듭 이어지자 방청객들이 나서서 그를 자중시켰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끝까지 여자들이 이것을 알아야 한다며 마이크를 놓지 않았습니다. 여러 명이 달라붙어 그를 행사장에서 내보냈습니다. 나가면서 그는 큰 소리로 “할렐루야”를 외쳤습니다.

한 분이 개탄했습니다. “이게 우리 한국 여성신학의 현주소다.” 한국교회의 성폭력 문제는 여성만의 문제도 아니고, 일부 교회에서 소수의 지각없는 목회자가 벌인 행각으로 치부하기엔 성폭력이나 성추행이 한국교회에 만연한 상황인데, 이런 세미나에는 항상 보이는 여성들만 찾아옵니다. 아주 가끔 참석하는 남성들은 정말이지 ‘깨는 소리’를 배설하고 다른 이의 지적은 듣지도 않은 채 사라집니다. 이번 세미나에 참석한 할아버지처럼 말입니다. 제 귀에는 한 여성의 탄식이 이렇게 들렸습니다. “이것이 우리 한국교회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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