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바   
(행4:36-37, 행9:26-27, 행11:20-26, 행13:1-3, 행13:4-14:21, 행14:27, 행15:1-39)

 구약성경을 보면 레위지파는 성별된 사람들로 거룩한 제사장의 직분을 맡았다. 이들은 각 성에 흩어져 살되, 그곳에서 백성들에게 율법을 가르치며 성전에서 제사를 드리는 일을 수행했다. 그런데 레위지파는 각 지파들처럼 토지를 분배받지 못했고, 다른 지파에서 거둔 10분의 1을 분깃으로 받았다. 따라서 레위지파는 성전에서 하나님의 일만 하는 특별한 사람이었기에 이스라엘을 떠날 수 없었고, 토지나 기업을 소유할 수 없었다. 그런데 구브로(키프로스)에 한 레위인의 가정이 정착하여 살게 되었다. 

 “요셉 아빠? 레위 지파가 성전을 떠날 수 없는 규정을 당신이 더 잘 아시잖아요. 그런데 왜 그러세요?”
 “여보! 내가 모르는 바는 아니오. 하지만 예루살렘 성전이 극도로 타락해서 제사장의 반열이 붕괴되고, 성전은 장사꾼들의 소굴이 되었잖소. 그리고 우리 지파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는데, 무슨 미련이 있다고 예루살렘에서 살겠소. 그래서 이곳으로 온 것이오.”
 “그러면 토지 구입은 왜 하셨어요?”
 “이곳에는 아직 유대인의 정착촌이 없는데 우리에게 자신의 수입에서 10분의 1을 누가 주겠소. 하지만 이제 요셉이 태어났는데 우리 식구가 굶어죽을 수는 없잖소. 그래서 농사라도 해서 먹고 살려고 땅을 구입한 거요. 그러니 제발 나를 너무 탓하지 마시오.”
 “……”
 “나는 구브로에서 바라는 것이 없소. 그저 요셉이 이름처럼 ‘더 하는’ 하나님의 은혜를 누리며 살기를 바랄 뿐이오.”
 “흑흑흑! 저도 마찬가지예요. 이제 당신의 뜻을 잘 알겠어요.”
 “고맙소.”

 요셉의 부모는 구브로에서 열심히 일했다. 낮에는 밭을 가꾸었고, 저녁에는 요셉에게 모세오경과 선지서와 역사서, 시문학을 가르쳤다. 그러면 요셉은 총명하여 율법책과 선지서를 또박또박 암송했다.
 “그러므로 주께서 친히 징조를 너희에게 주실 것이라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의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 
 “여보! 요셉이 어쩌면 저렇게 영특하죠? 벌써 선지서를 줄줄 암송해요.”
 “그러게 말이오. 우리 가문에 성경박사가 생기겠소.”
 “호호호! 그러면 집안에 영광이죠.”
 요셉의 부모는 요셉을 어려서부터 하나님의 말씀으로 양육했다. 요셉은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여 훌륭하게 잘 자랐다. 그런데 요셉이 어느 덧 청년이 되던 어느 날, 요셉의 아버지가 갑자기 풍토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게 되었다.
 “요셉아?”
 “예! 아버님!”
 “이 애비는 살 가망이 없는 듯 한데, 막상 너를 네 어미와 이곳에 두고 떠나려고 하니 발 길이 차마 움직여지지 않는구나.”
 “아버님! 그런 연약한 말씀은 하지 마세요. 아버님은 다시 건강을 회복할 수 있을 겁니다.”
 “아니다. 난 글렀다.”
 “여보! 힘 내세요. 당신이 이렇게 떠나면 요셉과 저는 누구를 의지하고 살아요. 그러니 제발 엉뚱한 생각일랑 하지 마시고 얼른 일어나세요.”
 “여보! 미안하오. 네게 시집 와서 지금껏 고생만 시키다가 먼저 가니 당신에게 염치가 없소.더군다나 당신의 말을 듣고 예루살렘을 떠나지 말았어야 하는데, 그만 내가 젊은 혈기를 부러 구브로에 온 것이 잘못이었소. 그래서 지금 내가 하나님께 벌을 받는 것 같구료.”
 “여보! 무슨 소리예요. 저는 당신의 결정을 한 번도 원망한 적이 없어요. 그러니까 벌떡 일어나세요.”
 그러나 요셉의 아버지는 끝내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갔다. 그리고 얼마 후, 요셉의 어머니는 남편을 잃고 마음에 상심이 컸던지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다. 그러자 요셉을 급히 불렀다.   
 “요셉아?”
 “예! 어머니!”
 “요셉아! 이 애미가 너한테 미안하구나. 이 애미도 도저히 일어설 엄두가 나지 않는구나.”
 “어머니마저 돌아가시면 저는 어찌 살라고 그러세요. 그러니 제발 힘 내시고 일어나세요.”
 “아니다. 자꾸 네 아버지가 나를 오라고 부르시는구나.”
 “어머니! 듣기 싫어요. 그딴 소리 하지 마세요.”
 “후-유! 요셉아! 죽고 사는 것이 우리의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란다. 다만 너를 이곳에 혼자 두고 간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구나.
 “그러니까 어머니가 일어나시면 되잖아요.”
 “요셉아! 그러면 좋겠지만 그럴 수가 없구나. 그러나저러나 요셉아!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듯 하니, 이 애미의 말을 잘 명심하거라.”
 그러자 요셉은 왠지 모르게 섬��하여 어머니의 손을 꼬옥 잡고 대답했다. 
 “예! 말씀하세요.”
 “네 아버지는 레위 지파로서 예루살렘을 떠나 구브로로 온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셨단다. 그리고 호구지책으로 밭을 사셨지만 이것 또한 창피하게 생각하셨지. 그러니 이 애미가 죽거든 너는 구브로를 떠나 예루살렘으로 돌아가거라. 그래서 레위 지파의 명예를 회복하거라. 이것은 네 아버지의 뜻이기도 하단다.”
 “흑흑흑! 어머니의 말씀을 잘 알아 들었으니까 이제 더 이상 말씀하지 마시고 쉬세요.”
 “고맙구나. 우리 요셉!”
 그러나 요셉의 간절한 기도도 소용 없이 요셉의 어머니는 며칠 후에 요셉의 아버지가 계시는 곳으로 가셨다. 이제 홀로 된 요셉은 하염없이 울다가 정신을 차리고 결심했다.
 “그래. 이제 이곳에 나 혼자 있을 이유가 없잖은가. 부모님의 말씀대로 이곳을 정리하고 예루살렘으로 가자.”

 한편 그 때 예루살렘은 120여 명의 성도들이 마가의 다락방에 모여 기도하다가 성령 충만함을 받았고, 베드로는 담대하게 예수님에 대한 설교를 했다. 그러자 감동을 받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믿게 되었고, 세례를 받고 사도들의 가르침을 받았으며, 공동 생활과 공동 식사와 기도하는 일에 헌신하였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들이 가진 것을 무엇이든지 팔아 공동 자원으로 사용하면서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눠 주었다. 그 때 사람들은 성전에서 예배를 드리고 나면 집에서 식사를 나누고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이 하루의 일과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했다. 그 결과,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을 날마다 더하게 하셔서 초대 교회는 크게 부흥하였다. 그런데 마침 이즈음에 요셉은 예루살렘에 도착하였다. 그러나 요셉이 생각했던 예루살렘과는 무언가 어색했다. 
 “어, 이상하네! 부모님께 들었던 예루살렘의 분위기와 사뭇 달라졌는데,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이지?”
 그래서 요셉은 구브로에서 예루살렘으로 도착하자마자 성전과 시장 구석구석을 다녀 보았다. 하지만 왠지 예루살렘은 활력이 있는 듯 하면서도 칙칙한 분위기가 한데 어우러져 있었다. 
 “으-음! 도대체 이 느낌은 뭐지?”
 요셉은 답답한 마음으로 좌우를 예리하게 관찰하며 지나갔다. 그런데 그 때, 시장 광장에서  베드로가 회개를 촉구하는 설교를 하고 있었다. 
 “여러분! 제 말을 들으십시오. 여러분이 얼마 전에 십자가에서 죽인 예수를 하나님께서는 주와 메시아로 삼으셨습니다. 예수님의 이름 외에는 구원을 받을 만한 다른 이름이 없습니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양심에 찔려서 베드로와 다른 사도들에게 물었다.
 “그러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너희는 회개하여 각각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고 죄 사함을 받으십시오. 그리하면 성령을 선물로 받을 것이오. 이 패역한 세대를 본 받지 말고 삶을 새롭게 고치십시오.”
 그러나 사람들은 그동안 성전과 율법에 익숙했기 때문에 베드로와 사도들이 전하는 예수님의 말씀에 어리둥절했다. 그래서 여기저기에서 질문이 쏟아졌다. 
 “정말 예수님을 믿으면 구원을 받는 게 사실입니까?”
 “성전에서 제사를 드려야 죄 씻김을 받는 거 아닌가요?”
 “여러분! 오해하지 마십시오. 예수님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율법을 폐하려고 오신 것이 아니라 완성하러 오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길이고 진리고 생명입니다.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하나님께로 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누구든지 예수님을 믿으면 멸망치 않고 영원히 구원을 받습니다.” 
 요셉은 베드로의 설교에 감동을 받았다. 
 “으-음! 이것이었군. 성전은 예전과 같은데 활기가 찼던 것은 바로 예수님을 전하는 사도들의 저 열정이었어. 가만히 들어보니 일리가 있어. 그렇다면 나도 저들이 전하는 예수를 믿어 보자.”
 그래서 요셉은 여러 사람들이 세례를 받을 때 함께 세례를 받고 예수님을 믿는 성도가 되었다. 그리고 그 날 이후 요셉은 나날이 신앙이 일취월장하였다. 특히 베드로와 요한이 성전 미문에서 구걸하던 앉은뱅이를 일으킨 후 산헤드린에 의해 체포되었을 때, 요셉의 신앙은 진가를 발휘했다. 
 “여러분! 베드로와 요한 사도께서는 무사할 것입니다. 안심하십시오.”
 “그렇다면 괜찮겠지만 아무 탈이 없을지 괜히 걱정이예요.”
 “저들은 거짓 증인을 앞세워 예수님조차 십자가에 못 박았던 잔인한 사람들인데, 베드로와 요한 사도를 가만히 놔 두겠어요?”
 “그렇지. 그냥 곱게 놔주지는 않을 게 분명해.”
 “아닙니다. 왜 이렇게 연약한 말만 하십니까? 예수님께서 분명히 두 분을 지켜 주실 겁니다. 그러니 아무 염려하지 말고 두 분이 풀려날 때까지 기도합시다.”
 “그래. 우리가 괜히 걱정한다고 되는 게 아니지. 요셉 형제님의 말대로 함께 기도합시다!”
 초대 교회의 성도들은 요셉의 말에 큰 위로를 받고 힘을 얻어 기도했다. 

 한편 종교 지도자들은 베드로와 요한을 법정에서 협박하며 말했다. 
 “다시는 누구한테도 예수의 이름으로 말하거나 가르치지 말거라.”
 그러나 베드로와 요한은 꿈쩍도 하지 않고 두 눈을 부릅뜨고 대꾸했다.
 “여보시오! 그런 억지가 어디 있소?”
 “하나님의 말씀보다 여러분의 말을 듣는 것이 하나님 보시기에 옳은 일인지 여러분이 판단해 보십시오. 우리의 입장은 분명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보고 들은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허-어! 이것들 봐라! 적당히 봐주려고 했는데 아예 혼꾸멍이 나야 정신을 차리겠군.”
 하지만 종교 지도자들은 말로만 씩씩거렸지 막상 두 사람에 대해서 감옥에 가두어 둘 만한 죄목을 찾지 못했다. 더군다나 베드로와 요한을 자칫 가두었다가는 백성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았다. 예전에 예수를 처형했을 때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백성은 베드로와 요한이 마흔 살이 된 앉은뱅이를 일으킨 것을 보고 하나님을 찬양하고 있었다. 그래서 종교 지도자들은 베드로와 요한을 어쩔 수 없이 풀어 주었다. 그러자 베드로와 요한은 초대교회에 돌아와서 그동안의 일에 대해 간증했고, 이에 초대 교회 성도들은 일제히 요셉을 칭찬하며 하나님을 찬양했다.
 “요셉의 말대로 두 분 사도께서 풀려나셨네.”
 “그러게 말이야. 우리가 염려하지 않고 기도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요셉의 위로 덕분이야.”
 “그래 맞어.”
 “하나님은 위대하십니다!”
 “하나님을 찬양하라!”
 “하나님을 부정하며 메시아께 대드는 자들의 위협을 살피시고 주님의 종들에게 두려워하지 않는 담대함을 주셔서 주님의 메시지를 전하게 해주십시오.”
 “주님의 손을 우리에게 내미셔서 주님의 거룩하신 종 예수의 이름으로 치유와 기적과 이적이 일어나게 해주십시오.”
 초대 교회 성도들은 열심히 찬양과 기도를 했다. 그러자 그 모인 곳이 흔들리고 진동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에게 성령이 충만하게 임하자 한 마음 한 뜻으로 연합했다. 성도들은 자기 재산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았다. 
 “이젠 내 것이 아니오. 또한 당신이 혼자 독차지 할 수도 없소.”
 사람들은 모든 것을 공유했다. 그리고 밭이나 집이 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팔아서 그 판 돈을 사도들에게 가져와 드렸다. 그러면 사도들은 각 사람의 필요에 따라 나눠줘서 궁핍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그 때, 요셉도 부모님이 물러주신 밭을 팔아서 헌신하기로 작정했다. 
 “내가 구브로의 땅을 팔면 레위 지파로 부끄럽게 사셨던 아버지께서도 기뻐하실 거야. 그래야 나도 명실상부한 레위 지파의 후손으로서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 수 있는 거지.”
 요셉은 구브로의 밭을 처분하여 그 돈을 몽땅 사도들에게 헌금했다. 그러자 초대 교회는 바나바의 헌신에 대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금껏 이렇게 많은 헌금을 낸 것은 처음이야.” 
 “역시 요셉은 대단해!”
 “이젠 요셉이라고 하지 말고 바나바라고 불러야겠어.”
 “그래 그게 좋겠어. 바나바라! 으-음! 위로의 아들, 위로의 전문가잖아. 참 멋진 별명이네.”
 이리하여 초대 교회는 예수님을 믿는 무리가 점점 많아졌다. 심지어 많은 수의 제사장들도 예수님의 말씀에 복종하게 되었다. 그러나 예루살렘 교회의 부흥은 오래가지 못했다. 종교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권위가 도전을 받게 되자 음모를 꾸몄다.
 “으-음! 예수를 믿는 무리들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니 어떻게 하면 좋겠소?”
 “본보기로 누군가를 체포하여 일사천리로 처형해야 하오.”
 “옳소! 베드로와 요한처럼 미적거리지 말고 즉결처분하도록 합시다.”
 “그러면 누구를 체포하면 좋겠소?”
 “분명히 적당한 사람이 나타날 것이오. 찾아 봅시다.”
 그런데 그 때 마침 스데반이 회당에서 논쟁을 하게 되었다. 그러자 종교 지도자들은 사람들을 매수하고 충동질하여 공회 법정에 세웠다. 그리고 거짓 증인을 세워 스데반을 죽이려고 했다. 그러나 스데반은 변론을 통해 오히려 담대하게 복음을 증거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이시고, 우리의 메시아이시다. 하지만 너희는 천사가 전한 율법을 받고도 믿지 않는구나! 참으로 어리석도다!”
 그러자 법정에 있었던 사람들이 갑자기 난폭해지더니 야유와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리고 폭도로 변한 그들은 스데반에게 인정사정없이 달려들어 시내 밖으로 끌어내서 무수히 많은 돌들을 던졌다. 그러나 스데반은 날아오는 돌들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주 예수여! 내 생명을 받아 주십시오. 이 죄를 저들에게 돌리지 마십시오.”
 결국 스데반은 숨을 거두었다. 그런데 그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은 스데반의 겉옷을 벗겨 사울에게 던졌고, 사울은 스데반의 죽음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유대인들은 어느새 예수 믿는 무리들을 배척하게 되었다. 그래서 예루살렘 교회에는 큰 박해가 일어났고, 사도 외에는 모두가 유대와 사마리아 모든 땅으로 뿔뿔히 흩어지게 되었다. 사울은 교회를 박해하는 일에 앞장을 서서 예수를 믿는다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조리 잡아 감옥에 넣었다. 그러나 흩어진 성도들은 두루 다니며 끝까지 예수의 복음을 전하였다. 

 “이보게! 소문 들었소?”
 “아니, 무슨 소문?”
 “스데반을 죽이고, 예수 믿는 사람을 잡아들이는 저승사자인 사울이 글쎄 예수를 믿는 사람이 되었다는 소식 말이오.”
 “그게 정말이오?”
 “지금 다메섹에 있는 여러 회당에서 사울이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전하고 있다고 하는데, 많은 사람들은 도무지 헷갈려서 믿어야 할지 분간이 서지 않는다고 하더군.”
 “그럼, 혹시 사울이 위장한 것은 아닐까?”
 “그게 무슨 소리요?”
 “생각해 보시오. 예루살렘에서 믿는 사람들을 체포하던 사람이 갑자기 예수를 믿는 사람이 되었다면, 그게 말이 되오? 이것은 예수 믿는 사람들을 샅샅이 찾아서 예루살렘 감옥으로 끌고 가서 종교 재판을 받게 하려는 음모가 분명하오.” 
 “으-음! 듣고 보니 그럴 듯 하네.” 
 그래서 예루살렘 교회는 사울이 회심한 것에 대해서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경계하였다. 그러나 사울은 여러 사람들의 의심에도 불구하고 주춤하지 않고 오히려 힘껏 복음을 증거하여 반대 세력을 무력화시켰다. 그러자 다메섹의 유대인들은 당황했고, 사울을 죽이려고 음모를 꾸몄다. 하지만 사울의 제자들이 사전에 미리 알아서 사울을 예루살렘 성 밖으로 피신시켰다.
 그리고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어느덧 사울의 존재가 잊혀질 즈음에 사울이 예루살렘에 나타났다. 그러자 예루살렘 교회는 발칵 뒤집혔다.
 “이게 무슨 난리인가? 사라졌던 사울이 왜 갑자기 다시 나타났단 말이오?”
 “글쎄, 그 속셈을 우리가 어찌 알겠소?”
 “허-어! 무슨 꿍꿍이속인지 알 수가 없으니, 이거 원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구료.” 
 예루살렘 교회는 사울의 회심에 대해서 반신반의하고 있었던 터라 사울에게 선뜻 집회 모임장소를 알려주지 않았다. 하지만 사울이 물어물어 사도들이 모인 곳으로 용케 찾아왔다. 
 “아니, 사울이 어떻게 이곳을 알고 왔을까?”
 “그야 순진한 성도들이 가르쳐 주었겠지.” 
 “그렇다면 이제 어찌할 것인가? 우리 모임에 받아 들여야 하는가? 아니면 배척해야 하는가? 빨리 결정해야 하네.”
 “난, 사울을 받아 들이는 것에 대해 반대일세. 왜냐하면 사울은 대제사장의 신임을 얻고 각 지역의 교회를 박해했던 책임자란 말이오. 그런 사람이 하루 아침에 바뀐다는 게 말이 안 되기 때문이오.”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사울은 절대로 우리 모임에 참석할 수 없소.”
 “나도 같소!”
 예루살렘 교회의 사도들은 모두가 사울의 회심을 의심했고, 사울의 전력 때문에 두려워했다. 그러자 사울은 진땀을 흘리며 뭐라고 말을 하려고 했다. 
 “여러분! 제 말을 들어 보십시오.”
그런데 그 때, 바나바가 나서서 사울의 말을 대신 가로채며 말했다.
 “사울! 미안하오. 여러분! 죄송합니다. 제 말을 먼저 들어 보시고 결정하십시오. 사울이 지금 아무리 잘 이야기한들 여러분이 의심의 눈으로 보면 결코 믿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제 말을 들어 주십시오.”
 “바나바가 이야기를 한다면 일단 들어 봅시다.” 
 그러자 예수님의 형제인 야고보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야고보 사도님! 감사합니다. 사울을 이곳으로 데리고 온 것은 저입니다.”
 “뭐라고! 바나바! 자네가 데리고 왔단 말이오.”
 “예! 그렇습니다. 사전에 여러분께 허락도 없이 사울을 데리고 온 점은 용서하십시오. 그러나 제가 사울을 이곳에 데리고 온 것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미 사울과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울이 다메섹에서 예수님을 어떻게 만났고, 아나니아 형제님을 통해 어떻게 고침을 받았는지 상세하게 들었습니다. 또한 회심한 후에 다메섹에서 목숨을 걸고 예수님의 이름을 담대하게 전했는지 모두 들었습니다. 그리고 아라비아 사막에서 말씀을 묵상하면서 수행했던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사울의 말을 들으면서 느꼈던 점은 사울이 정말 예수님을 만나서 회심했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분명히 사울에게 역사하셨습니다. 따라서 여러분! 사울을 믿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자 사도들은 제각기 웅성거렸다. 사울은 의심스럽지만 바나바는 착한 사람이고 성령과 믿음이 충만한 사람이었다. 따라서 바나바의 말을 의심하기는 어려웠다. 그 때, 예수님의 형제인 야고보가 나서서 말했다. 
 “으-음! 아직 사울의 진의 여부는 알 수가 없소. 하지만 바나바의 말은 믿겠소. 그러므로 사울을 우리 모임에 받아들이겠소.”   
 “야고보 사도님! 감사합니다. 제 말을 신뢰해줘서 너무나 고맙습니다.”
 “야고보 사도님! 고맙습니다. 저를 인정해 줘서 감사합니다.”
 바나바와 사울은 야고보에게 고개 숙여 고마움과 감사의 표시를 연신 했다. 왜냐하면 야고보의 영적 권위는 그 당시 예루살렘 교회에서 베드로보다 우위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야고보의 결정에 따라 사울은 예루살렘 교회에 자유롭게 출석하게 되었고, 마침 헬라어를 구사하는 유대인들과 잇단 논쟁을 벌였다. 그런데 사울의 식견과 복음에 대한 열정에 헬라파 유대인들은 번번이 망신을 당했다. 그러자 그들은 화가 치밀어 올라 사울을 죽으려고 했다. 그러나 사울의 동료들이 그 음모를 알고 미리 사울을 성 밖으로 빼돌려 가이사랴를 거쳐 다소로 보냈다. 

 그 때에 스데반의 일로 일어난 박해 때문에 예루살렘 교회의 성도들은 멀리 베니게와 구브로와 안디옥까지 흩어졌다. 그러나 이들은 여전히 유대인들에게만 말씀을 전하고 교제하였다. 그런데 그 중에 구브로와 구레네 출신의 몇 사람이 안디옥에 와서 헬라인에게도 말하여 시작하더니, 마침내 예수의 복음을 전하였다. 그러자 하나님께서 그들이 하는 일을 기뻐하셨고, 수많은 사람들이 믿고 예수님을 영접했다. 마침 예루살렘 교회는 이 소식을 듣고 안디옥에 파송보낼 사람을 물색했다. 
 “우리 중에 누구를 안디옥에 보내면 좋겠소?”
 예수님의 형제인 야고보가 사도들과 성도들에게 물었다.
 “바나바를 추천합니다. 바나바는 착한 사람이고, 성령과 믿음이 충만한 사람입니다.”
 “옳소! 나도 바나바를 추천합니다.”
 여기저기에서 압도적으로 바나바가 추천되었다. 그래서 예루살렘 교회는 바나바를 안디옥에 보냈다. 그리고 안디옥에 도착한 바나바는 쉴 틈도 없이 곧바로 복음을 전했다. 그런데 이미 안디옥에 모인 사람들은 하나님의 은혜가 있었다. 이 모습을 지켜본 바나바는 감격했고, 기쁨으로 권면했다. 
 “여러분! 받은 바 하나님의 은혜를 소멸시키지 말고, 끝까지 굳건한 마음으로 주님과 함께 사십시오.”
 “그럼요.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는 절대로 예수님을 배반하지 않을 겁니다.”
 “베드로 사도도 큰 소리 쳤다가 예수님을 배반했는데, 형제님들은 물론 다르겠죠.”
 “그야 두 말하면 잔소리죠.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리하여 안디옥 교회는 예수님을 믿는 무리가 날마다 늘어났고, 예수님 안에서 더욱 크고 강하게 성장했다. 그러자 바나바는 혼자 사역을 감당하기가 힘에 겨웠다. 
 “으-음! 공동체 식구가 점점 부흥되는 것은 좋은데, 이젠 혼자서 하기가 벅차군. 어떻게 하면 좋을까?”
 바나바는 어찌하면 좋을지 골몰히 생각하며 기도했다. 그런데 그 때, 번뜩 좋은 인물이 떠올랐다.
 “그래. 사울을 불러 함께 사역을 하자고 하면 좋겠군.”
 그래서 바나바는 사울을 찾으러 다소로 갔다. 
 “사울? 안에 있는가?”
 “누구십니까?”
 “나일세. 바나바!”
 “아니, 누구라고요? 바나바 선생님이 어떻게 이 누추한 곳까지 오셨습니까?”  
 “으-음! 다름이 아니라 지금 내가 있는 안디옥 교회가 부흥하고 있네. 그런데 복음을 전할 사람이 필요해서 자넬 찾아왔네.”
 “바나바 선생님! 제가 뭘 할 줄 알아야죠. 이제 겨우 복음의 걸음마를 하고 있는 제가 무슨 자격이 있다고 그러십니까?”
 “허-어! 무슨 가당치도 않는 말이 있는가? 자네처럼 율법에 정통하고 복음에 대한 확신이 뚜렷한 사람이 어디에 있다고 그러는가? 잔말하지 말고 어서 나를 따라 안디옥으로 가세.” 
 “선생님께서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가시죠.”

 안디옥으로 돌아온 바나바와 사울은 꼬박 일년 동안 쉴 새 없이 많은 사람들을 가르쳤다. 그러자 사람들은 예수님을 영접한 후 놀라운 속도로 새로운 사람들이 되었다. 그래서 안디옥 교회는 살아 있으되 죽은 교회가 아니라 항상 생명력이 넘치는 교회가 되었고, 성도들끼리도 은근히 안디옥 교회를 자랑했다.  
 “교회는 모름지기 사랑이 넘쳐야 돼!”
 “난 안디옥 교회에 다닌다는 게, 자랑스러워!”
 “내가 예수님을 믿고 이렇게 변하다니, 이건 기절초풍할 일야.”
 그러나 안디옥 교회가 오늘의 모습이 되기까지 하나님의 은혜는 당연한 거지만 바나바와 사울의 땀과 수고의 작품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안디옥 교회에 기쁜 소식은 지역 사람들로부터 멋진 별명을 듣게 된 것이었다. 그것은 ‘그리스도인’이라는 말이었다. 그러자 갑자기 안디옥 교회가 예루살렘 교회보다 더 크게 부각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마침 그 때에 몇몇 예언자들이 예루살렘에서 안디옥으로 왔다. 그 가운데 아가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성령에 이끌려 일어나서 말했다.
 “조만간 기근으로 나라가 황폐해질 것입니다.”
 “기근이라니, 큰일이네. 
 “바나바 선생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글쎄, 앞으로 예루살렘 교회 성도들이 무척 힘들겠지.” 
 “선생님! 각자 힘닿는 대로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모와서 구호 헌금과 구호 물자를 보내면 어떻겠습니까?”
 “그래. 아주 좋은 생각이네.”
 그래서 안디옥 교회는 구호 헌금과 구호 물자를 준비했고, 이것을 바나바와 사울에게 맡겨 예루살렘 교회의 지도자들에게 전달하도록 했다. 바나바와 사울이 예루살렘 교회에 도착하여구제 헌금을 전달하자 사도들과 예루살렘 교회의 성도들은 모두 기뻐했다. 
 “바나바 형제! 사울 형제! 어렵고 힘든 시기에 이렇게 구호 헌금을 가져와 주어서 너무나 고맙네.”
 “우리가 한 게 뭐가 있다고 그러십니까? 이 부조(구호 헌금과 구호 물자)는 안디옥 교회 모든 성도들이 동참했고, 우리는 그저 전달하러 온 것뿐입니다.”
 “역시 바나바는 겸손하셔.”
 그 때 바나바의 조카인 마가 요한이 바나바에게 달려와 안겼다.
 “삼촌! 보고 싶었습니다.”
 “아니, 이게 누구야? 코 흘리개가 벌써 이렇게 컸구나!”
 바나바는 마가 요한을 번쩍 안고 한 바퀴를 휘익 돌았다.
 “네가 어쩐 일이냐? 삼촌에게 무슨 할 말이 있어 온 게냐?”
 “예! 삼촌! 이번에 안디옥에 가시면 저도 데리고 가 주세요.”
 “어머니한테 허락은 받았느냐?”
 “물론이죠.”
 “그래. 그렇다면 함께 가자구나.”
 “삼촌! 고맙습니다.”
 
 안디옥 교회는 하나님의 말씀이 강력하게 역사하여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다. 안디옥 교회는 예언자들과 교사들이 많았다. 대표적인 사람들은 바나바, 니게르라 하는 시므온, 구레네 사람 루기오, 헤롯의 젖동생 마나엔, 사울이었다. 하루는 안디옥 교회가 작정하고 금식하며 하나님께 기도하는데 성령께서 말씀하셨다.
 “바나바와 사울을 따로 세워 내가 그들에게 명하는 일을 맡겨라.”
 그러자 모든 성도들은 금식하며 기도했고, 간절함과 순종하는 마음으로 두 사람에게 안수하고 선교사로 파송을 보냈다. 그 때 바나바와 사울은 자신들을 도와줄 동료로 마가 요한을 데리고 갔다. 바나바와 사울은 성령의 인도하심에 따라 배를 타고 구브로를 거쳐 살라미라는 섬에 도착했다. 그런데 온 섬 가운데 바보라는 곳에 이르렀을 때 유대인 마술사를 만났다. 하지만 그는 매우 비뚤고 거친 사람이었다. 마침 총독 바기오 바울이 바나바와 사울을 불러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싶어했다. 그러나 마술사 엘루마는 사사건건 트집을 잡으며 총독의 주의를 산만하게 하여 믿지 못하게 하였다. 
 “총독 각하! 저들의 말을 믿으시면 안 됩니다. 저들이 떠드는 말은 전부 가짜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저들은 우리의 미풍양속을 헤치는 악당들입니다.”
 “그런가?”
 바기오 바울 총독은 귀가 솔깃했다. 그러자 수행원으로 따라왔던 마가 요한은 씩씩대며 화를 냈다.
 “아니, 기가 막히군. 저 사람이야 말로 가짜인데, 어디서 감히 가짜가 진짜 복음을 가짜라고 말하고 있어. 바나바 삼촌? 삼촌이 뭐라고 말씀해 주세요.”
 그러나 바나바는 그저 웃기만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때 사울이 성령이 충만하여 마술사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너는 거짓과 악행이 가득한 자로다. 너의 하는 짓을 보니 너는 마귀의 자식이 분명하구나. 이 악한 원수야? 이제 하나님의 말씀을 엉터리라고 떠드는 그 입을 담지 못하겠느냐? 너는 눈이 멀어서 오랫동안 햇빛을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러자 즉시 어두운 안개가 엘루마를 덮쳤다. 
 “어-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앞이 전혀 안 보여!”
 엘루마는 더듬거리며 자기 손을 잡아 어딘지를 가르쳐 달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부르짖었다. 한편 이 모습을 지켜보던 바기오 바울 총독은 진실을 깨달고 주님을 믿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누구보다도 바나바와 바울의 가르침에 대해 엄청난 열의를 보였다. 그런데 마가 요한은 뭔가 심술이 단단히 났다. 뱃멀미로 속이 더부룩했는데, 처음 선교지에서 바나바 삼촌이 멋지게 문제를 해결할 줄 알았지만 사울이 통쾌하게 정리하자 왠지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뭐야? 바나바 삼촌이 우리 모임에 지도자가 아닌가? 그런데 왜 사울 형제가 나서서 지도자 행세를 하는 거야?”
 결국 마가 요한은 배를 타고 밤빌리아에서 버가로 가는 도중에 바나바와 바울의 곁을 떠나 예루살렘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마가 요한이 왜 떠났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이후로 사울의 이름이 바울로 바뀌었고, 이름의 순서가 바바나와 사울에서 바울과 바나바로 바뀌었다. 한편 바울과 바나바는 이방 지역으로 들어갈 때마다 안식일에 유대인 회당에서 말씀을 전했는데, 마침 비시디아 안디옥의 회당에서 바울이 말씀을 전했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아브라함의 자손이요 하나님과 벗이 되신 여러분! 제 말을 들어 보십시오. 오늘 우리는 여러분에게 복된 소식을 전하려고 왔습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우리 조상들에게 말씀하셨던 메시아가 다윗의 후손인 예수로 성취되었다는 것입니다. 예수는 모세의 율법이 결코 해낼 수 없었던 일을 모든 믿는 사람들 앞에서 이루셨습니다. 따라서 부활하신 예수를 믿는 사람들은 누구나 하나님 앞에서 선하고 의롭고 온전하다고 여김을 받게 됩니다.”
 그러자 회당에 있었던 사람들이 다음 안식일에도 바울과 바나바를 초청했다. 그래서 바울은 다시 회당에서 예수의 복음을 열심히 전했다. 그 결과, 아주 많은 유대인과 유대교 개종자들이 바울과 바나바를 추종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결코 교만하지 않고 새롭게 예수님을 믿고 영접한 무리와 교제를 나누면서 분명하게 권면했다.
 “여러분! 과거는 지나갔으니 이제부터 새롭게 살아야 합니다.”
 “새롭게 시작한 삶, 곧 하나님의 은혜와 그 은혜 안에서 사는 아름다운 삶에서 벗어나지 말고 항상 머물러 있기를 바랍니다.”
 “물론이죠.”
 “두 분 사도들의 말씀을 명심하겠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 안식일에 도시 전체가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자 하여 모였습니다. 그러나 일부 유대인들이 엄청나게 모인 무리를 보고 시기심에 휩싸여 바울이 한 말을 일일이 반박하고 비방을 했다. 그러자 바울과 바나바가 말했다. 
 “여러분! 진정하십시오. 본래 하나님의 말씀은 유대인 여러분에게 먼저 전해지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그 말씀에 관여할 마음이 전혀 없고, 영원한 생명에 대해서도 아무 관심과 마음이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래서 모든 이방인에게 문이 열린 것입니다. 우리는 그 문을 통해 나아가면서 하나님께서 명령하신 대로 행한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이사야 49편 6절에 보면 ‘내가 너를 이방의 빛으로 삼아 너로 땅 끝까지 구원하게 하리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방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입니다.”
 그러자 이 말을 들은 이방인들은 매우 기뻐했다. 그리고 하나님의 말씀을 찬송하며 많은 이방인들이 하나님을 믿었고, 이 구원의 말씀이 그 지역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그러나 일부 유대인들은 경건한 귀부인들과 지역의 유력자들을 선동했다.
 “존경하는 지역 유지 여러분! 지금 바울과 바나바는 이 지역을 혼란케 하는 자들입니다. 저들의 말을 믿으시면 안 됩니다.”
 “옳소! 바울과 바나바는 사이비다. 저들의 말은 거짓말이다.”
 그러자 도시의 생활이 훼손될 것이라고 걱정하던 지역 유지들은 바울과 바나바를 적대시하며 강제로 내쫓았다. 하지만 박해를 받았던 두 제자는 이고니온으로 향하여 가면서 기쁨과 성령이 충만했다. 두 제자는 루스드라와 이고니온과 비시디아 안디옥에서 복음을 전하였고, 밤빌리아에서 버가로 가서 복음을 전하였으며, 앗달리아에서 배를 타고 수리아 안디옥에 도착했다. 두 제자는 안디옥 교회에 따뜻한 환영을 받았고, 하나님께서 함께 행하신 모든 일과 이방인들에게 믿음의 문이 열린 것을 자세히 보고했다. 그리고 두 제자는 그곳에 머물면서 제자들과 함께 오랫동안 여유 있게 교제하며 지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예루살렘 교회에서 이방 선교에 대한 회의가 있었다. 그 때 바나바와 바울이 참석하여 발언하게 되었는데, 예루살렘 교회에 신뢰가 있는 바나바가 말했다. 
 “하나님께서 우리들로 말미암아 이방인 중에서 행하신 표적과 기적은 우리 조상들에게 베푸셨던 것과 똑같았습니다. 따라서 구원은 유대인 뿐만 아니라 이방인들에게 동일하며 주 예수의 은혜로 구원 받는 줄을 믿습니다.” 
 그런데 교회 지도자들은 바나바의 말에 동의를 하지만 섣불리 어떤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자 예루살렘 교회의 영적 지도자였던 예수님의 형제인 야고보가 말했다.
 “좋습니다. 이방인 중에서 하나님께로 돌아오는 자들을 괴롭게 하지 맙시다. 율법과 할례 규정과 정결법으로 이방인들을 단죄하지 맙시다. 다만 우상의 더러운 것과 음행과 목매어 죽인 것과 피는 멀리해야 합니다. 이것을 편지로 작성하여 이방인 지역의 회당마다 안식일에 읽도록 합시다.”
 “야고보 사도님! 참으로 올바른 처사입니다. 저는 찬성입니다.”
 “저도 찬성합니다.”
 이리하여 예루살렘 교회는 유대인과 이방인에 대한 선교 규정을 정했고, 편지를 보낼 사람을 선출하기로 했다. 
 “그러면 누가 이방인 지역에 가서 우리의 결정을 전하면 좋겠소?”
 “바울과 바나바가 좋겠습니다.”
 “바사다라는 유다와 실라도 동역자로 보내면 좋겠습니다.”
 “으-음! 매우 좋은 생각이오. 그러면 바울과 바나바와 유대와 실라를 보내기로 합시다.”
 그래서 네 사람은 안디옥과 수리아와 길리기아에 있는 모든 이방인 공동체에 편지를 전달하였다. 그러자 안디옥 교회의 이방인 형제들은 예루살렘 교회의 편지를 읽고 매우 기뻐했다. 
 “이제부터 율법의 규정이 아니라 예수님을 믿음으로 구원 받는 것이 확실해졌으니, 우리는 예수님 안에서 한 형제요 자매가 된 것이오.”
 “그렇소! 유대인과 헬라인들도 누구든지 예수님을 믿으면 한 가족이오.”
 안디옥 교회는 거의 축제의 분위기가 되었다. 특히 예루살렘 교회에서 파송되어 온 유다와 실라는 많은 격려와 소망이 되었다. 그래서 안디옥 교회는 모두가 웃음과 포옹으로 그들을 따뜻하게 맞이해 주었고, 유다와 실라가 다시 예루살렘으로 복귀하게 되자 찬송하며 헤어지는 것을 아쉬워했다. 한편 바울과 바나바는 안디옥에 남아서 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예수의 말씀을 가르치고 전하였다. 그리고 며칠 후에 바울이 바나바에게 말했다.
 “바나바 선생님! 전에 우리가 하나님 말씀을 전하던 각 도시로 돌아가서 거기 있는 형제들을 방문하여 어떻게 지냈는지 알아봅시다.”
 “그래. 그거 참 좋은 생각이네.”
 그런데 함께 동역할 사람을 뽑을 때 바나바와 바울이 충돌했다. 
 “마가 요한을 데리고 가는 게, 뭐가 문제인가?”
 “선생님! 마가 요한은 상황이 힘들어지자 밤빌리아에서 중도 포기하고 예루살렘으로 돌아갔잖아요. 어떻게 쉽게 포기하는 사람을 데리고 갈 수 있습니까? 마가 요한은 이번에도 힘들면 포기할 것이 분명하니, 아예 데리고 가면 안 됩니다.”
 “허-어! 사람은 누구나 한 번쯤은 실수할 수도 있네. 사람이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나? 기다리다 보면 괜찮은 사람이 되는 거라네.”
 “선생님! 우리는 시간이 없어요. 어린애처럼 투정부리며 어리광부리는 사람을 일꾼으로 만들면서 선교할 여유가 없잖아요. 현장이 얼마나 살벌한지 선생님이 더 잘 알고 계시잖습니까?”
 “그래도 마가 요한은 믿고 기다리면 분명히 예수님의 훌륭한 제자가 될 걸세. 그의 어머니가 얼마나 열심히 기도하는 사람인데. 또한 마가 요한도 어려서부터 신앙의 분위기에서 자라났기 때문에 한 순간의 실수를 후회하고 회개했을 것이네. 그러니 이번에 믿고 데리고 가 보세.”
 “저는 절대로 마가 요한을 데리고 갈 수 없습니다. 정 그렇다면 선생님께서는 마가 요한을 데리고 가세요. 저는 다른 사람과 함께 다른 곳으로 가겠습니다.”
 “자네, 정말 그렇게 매정하게 할 것인가? 그렇다면 자네는 자네가 가고 싶은 데로 가게. 난 마가 요한을 데리고 선교지로 떠나겠네.”

 그리하여 바나바와 바울은 마가 요한의 문제 때문에 둘로 갈라지게 되었다. 바나바는 마가 요한을 데리고 배를 타고 구브로로 갔고, 바울은 예루살렘에서 파송 보냈던 실라가 마음에 들어 실라를 데리고 수리아와 길리기아로 갔다. 하지만 먼 훗날 바울이 불신했던 마가 요한은 바나바가 어떻게 훈련시켰는 지 알 수 없지만 바나바의 말대로 훌륭한 예수님의 제자가 되었다. 그래서 바울은 마가 요한을 “나의 일에 유익한 사람”(딤후4:11)이라고 했고, 베드로는 마가 요한을 “나의 아들”(벧전513)이라고 불렀다. 따라서 바나바는 이름처럼 위로의 전문가이며,  훌륭한 사람 조련사였다. 바나바는 사울이 바울 되는 과정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고, 마가 요한도 역시 바나바의 훈련으로 마가복음을 기록하는 마가가 되었다. 하지만 이후로 바나바의 사역은 더 이상에 성경에 등장하지 않는 아쉬움을 남기고 역사에서 사라졌다.    
   

류호정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