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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중왕》 (King of Kings, 1961)
이진경  |  jinkyung.lee@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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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년 03월 28일 (월) 22:00:45
최종편집 : 2022년 03월 28일 (월) 22:01:15 [조회수 : 3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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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경 목사의 영화일기

《왕중왕》 (King of Kings, 1961)

 

1950년대와 60년대는 할리우드가 가장 왕성한 창작력을 발휘했던 시기이자 동시에 신앙심 가득한 영화들을 생산해냈던, 소위 낭만영화 시대라고 불릴 만한 시대였다. 신앙을 소재로 제작되고 개봉됐던 이 당시의 영화들을 대표적으로 몇 가지만 언급해보자면 《삼손과 데릴라》(Samson And Delilah, 1949), 《쿼바디스》(Quo Vadis, 1951), 《성의》(The Robe, 1953), 《십계》(The Ten Commandments, 1956), 《벤허》(Ben-Hur, 1959), 《바라바》(Barabba, 1962) 등을 들 수 있다. 신앙 영화의 고전이자 대표작인 작품들이 모두 이 시대에 쏟아져 나왔다. 이 영화들은 신앙 영화이기도 했지만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대작 영화들이기도 했다. 그리스도교 신앙을 주제로 다루면서도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한 영화들인 것이다. 그러니 이 시대에 예수님의 생애를 다룬 걸출한 영화가 탄생한 것은 오히려 당연한 현상이었다. 당시 예수님을 소재로 다룬 영화들은 대개 두 가지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하나는 《벤허》나 《바라바》처럼 예수님이 간접적으로 묘사되거나 등장하는 영화였고, 다른 하나는 1927년의 무성영화 《왕중왕》 같이 직접적으로 예수님의 전 생애를 묘사한 영화였다. 후자의 성격을 지니고 있으면서 이 신앙 영화의 시대에 제작된 영화가 바로 니콜라스 레이(Nicholas Ray) 감독의 《왕중왕》(King Of Kings)이다.

《왕중왕》은 1959년 윌리엄 와일러의 대작 《벤허》가 나온 직후인 1961년 제작되었는데, 상영시간 168분에 수만 명의 엑스트라를 동원한 대작 영화였다. 영화는 70mm 시네마스코프 화면 비율(2.35:1)로 촬영되었는데, 1950년대 영화적 스펙터클의 체험을 가능케 한 시네마스코프의 등장은 TV 보급에 대한 영화의 생존전략이었다. 오히려 지금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길고 웅장한 화면을 사용한 니콜라스 레이의 《왕중왕》은 스펙터클 시대의 거의 마지막 영화라고 부를 만한 영화였다. 영화의 형식 역시 장엄한 오페라 형식으로 지금의 영화들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중간 휴식(Intermission) 시간도 있으며, 본 영화를 감싸는 서곡(Overture), 간주곡(Entr’acte), 마침곡(Exit Music)의 연주곡도 꽤 긴 시간으로 등장한다.

《이유 없는 반항》(1955), 《북경의 55일》(1963) 등의 영화를 만들기도 했던 니콜라스 레이는 당대의 가장 뛰어난 감독 중 하나였다. 프랑스 영화의 새로운 흐름이었던 누벨바그(Nouvelle Vague)의 핵심인물이었던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은 니콜라스 레이를 찬양하며 그를 ‘황혼의 시인’이라 부르기도 했다. 니콜라스 레이는 할리우드라는 시스템 안에서 활동하면서도 개인적인 인장이 새겨진 영화들을 만들어내며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한 영화감독이었다. 역시 누벨바그의 대표적 인물 중 하나인 장 뤽 고다르는 니콜라스 레이에 대해 “영화란 곧 니콜라스 레이다.”라고까지 말하기도 했다. 니콜라스 레이에 대한 트뤼포의 다음 찬사는 그가 만든 예수님의 생애에 대한 영화의 수준을 짐작하게 해준다. “레이를 거부하는 사람에게는 다음과 같이 말하겠다. 영화관에 가지 마라. 더 이상 영화를 보지 마라. 그런 사람은 영감, 시적 직관, 화면, 아이디어, 좋은 영화의 의미를 결코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영화에 대한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치 않을 정도의 찬사다.

마지막으로 영화 속 캐릭터들에 대해 언급해보자면 특별히 눈에 띄는 등장인물로 바라바를 들 수 있다. 같은 제목의 무성영화를 제작했던 세실 B. 데밀의 영화에서 가룟 유다의 역할이 성서 외적으로 부각되었던 것과 비슷하게, 니콜라스 레이의 《왕중왕》은 무장 독립운동세력의 수장이었던 바라바를 성서 외적으로 부각시켜 예수님과 대조시킨다. 결정적으로 바라바는 ‘왕’이신 예수님이 어떤 의미의 ‘왕’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바라바는 예수님 앞에 선 모든 인간을 대표하는 캐릭터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눈과 귀가 되어 예수님을 지켜보며 따라다니는 사람은 로마 장교 루시우스다. 그는 바라바와 함께 예수님의 일생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등장하며 마침내 예수께 감화되어 그를 그리스도로 고백한다. 찬란했던 영화의 황금시대에 거장에 의해 만들어진 찬란한 스펙터클의 예수님 영화, 니콜라스 레이의 《왕중왕》은 예수님에 관한 영화 중 놓칠 수 없는 영화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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