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께 핀 동백꽃

▲ 오동도 동백꽃

▲ 애기 동백

동백꽃은 우리에게 친숙한 꽃이다. 추운 겨울이 지쳐 갈 때쯤에 하나씩 꽃을 피워 우리에게 붉은 희망을 선물한다. 푸른 잎새들 사이에서 드문드문 피어 긴 눈으로 찾아 보아야 보이는 붉은 영혼들이다. 물론 때가 되면 그득 나무와 산과 하늘을 덮으며 봄을 노래하고 사랑을 부르며 섧은 우리들의 삶에 열기와 생동감을 불러 일으킨다.

동백을 노래한 시인들은 많다. 미당은 “선운사(禪雲寺) 고랑으로/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작년 것만 시방도 남았습디다/그것도 목이 쉬어 남았습디다//”(禪雲寺 洞口,서정주)라고 목이 쉰 작년 동백을 노래했다. 이해인 시인은 “비에 젖은 동백꽃이/바다를 안고 종일토록 토해내는/처절한 울음소리 들어보셨어요?//피 흘려도 사랑은 찬란한 것이라고/순간마다 외치며 꽃을 피워냈듯이/ 이제는 온몸으로 노래하며/떨어지는 꽃잎들...“(동백꽃이 질 때, 이해인)이라 읊었다.

동백은 우리와 친근한 공간에 있어 우리의 애환의 상징이며 대리자로 자리하기도 하며 사랑을 받아왔다. ‘동백아가씨’ 란 가요는 시골 처녀와 도시 남성의 사랑을 노래한 민족의 애창곡이다. 사랑과 별리의 정을 소박하고 순정적으로 표현한 이 노래는 지금도 우리 가슴에 남아 있다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얼마나 울었던가 동백아가씨/그리움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꽃잎은 빨갛게 멍이 들었오...“//

또 다른 동백꽃의 고고함과 분명함을 노래한 문정희 시인의 노래는 압권이다. 아름다움과 생명을 올곧게 담지한 동백의 순연한 자태와 흔들리거나 머뭇거림 없는 단호함과 순수함으로 그 아름다움을 지키며 산화(散花)하는 미학을 노래한다. “나는 저 가혹한 확신주의자가 두렵다//가장 눈부신 순간에/스스로 목을 꺾는/동백꽃을 보라// 지상의 어떤 꽃도/그의 아름다움 속에다/저토록 분명한 순간의 소멸을/함께 꽃 피우지는 않았다//모든 언어를 버리고/오직 붉은 감탄사 하나로/허공에 한 획을 긋는....”

그럼에도 동백은 우리 곁에 함께 애환을 담고 함께 피고 지는 이웃이며, 친구며, 애인이며, 형제 자매들이다. 모든 꽃들이 하늘별이 내려온 정령들일진대, 생의 가장 아름다움을 극한의 이름으로 피워 올린 아름다운 탑, 성스러운 기도, 혼신의 제사, 흠뻑 땀 흘린 춤사위 일진대 어찌 감탄이 없을 것인가? 오늘 우리의 하루도 힘껏 피워 올린 우리들의 기도, 온전한 열정의 달음박질이 아닌가?

<동백꽃>   김 홍 섭

동백 붉게 핀 울타리 너머로

바다 일렁이고

햇살 눈부시게 물 위에 춤추고

초봄 아득한 겨울너머로

우리들의 유년의

예쁜 동백꽃 넘실대네

우리 엄나

우리 누나 같은

내 형 같은

내 동생 같은

아슴한 전설 눈길 달리던

자운영 빛 봄길 달리던

동백꽃 같은 너

동백꽃 같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