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 지 3일 후에 집사람이 친구에게서 “첫사랑”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받았다. 이 동영상은 윤석열 당선인이 어릴 때 YMCA 어린이 센터라는 유치원을 다니고 영락교회에서 운영하는 대광국민학교를 다녔다는 윤 당선인의 육성이 녹음된 것이었다. 그는 이 동영상에서 초등학교를 다닐 때 자기의 꿈은 목사가 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 동영상은 교인들의 표를 얻기 위해 제작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집사람에게는 대선이 끝난 지 3일 후에야 전달되었다. 대선 후에 집사람에게 그 동영상을 보낸 집사람의 친구는 선거와 무관하게 단순히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이 어릴 때 열심히 하나님을 믿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집사람과 공유하고 싶었을 것이다. 집사람은 뉴질랜드에 사는 딸과 그 반가움을 나누고 싶어서 그 동영상을 딸에게 보냈다.

그랬더니 딸은 “엄마, 알지 않아, 나 윤석열 굉장히 싫어해. 내게 그 사람 얘기하지 마.”라고 응답해 왔다. 권사로서 열심히 교회를 섬기는 딸은 윤석열 당선인 내외가 무속 신앙인이라는 것 때문에 그를 싫어했다. 나도 김건희 씨가 점을 치는 것을 좋아한다든지, 윤 후보의 선대위에서 무속인이 활동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 반감이 생겼었다. 나는 어려서부터 우상이나 이방신을 섬겨서는 안 된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집사람은 딸이 자신의 반가워하는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퉁명스럽게 응답한 것이 못내 섭섭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속 신앙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윤 당선인을 싫어하는 딸과 목사가 꿈이었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워하는 집사람 모두 신실한 신앙인 아닌가. 그래서 집사람에게 딸이 그렇게 무속 신앙인을 싫어하는 것은 딸의 신앙심 때문 아니겠느냐고, 딸의 신앙이 그렇게 돈독하니 그건 어머니로서 반가워할 일 아니냐고 말했다. 딸의 퉁명스러운 답이 못마땅하게 들리겠지만, 불쾌하게 생각할 일만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나는 무속의 구설수에 오른 윤 당선인이 교회의 앞자리에 앉아서 기도하는 것을 보면서 표를 얻기 위해서 애를 쓴다고, 그의 행동을 위선적이라고 생각했었다. 이찬수 목사가 설교 중에 이재명 후보가 장로라는 헛소문을 퍼뜨린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서, 그는 한때 초신자로 교회에 나온 일이 있기는 하지만, 그에게 신앙심은 없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래서 나는 이 두 사람 모두 표를 얻기 위해서 교회를 이용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윤 당선인의 부모가 아들을 YMCA 유치원과 대광국민학교에 보냈고 그의 어릴 적 꿈이 목사였다는 동영상을 보고는 그를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이것은 그가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성장했다는 것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그가 성장하면서 교회를 다니지 않을 때, 그의 부모들은 아들을 위해서 기도했을 것이다. 아들이 50이 넘어서까지 결혼하지 않는 것을 안타까워하던 부모들은 그 아들이 교회를 다니지 않는 김건희 씨와 결혼한다고 했을 때,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많이 섭섭했을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아들을 무속 신앙인이라고 말할 때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그의 부모는 평소에도 아들을 위해서 기도했을 것이고 특히 대통령 후보가 되었을 때 아들을 위해서 열심히 기도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노부부는 정치계에 발을 들여놓은 지 8개월 만에 아들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것을 보고는 이 기적을 이루어주신 하나님께 감사했을 것이다. 윤 당선인의 부모는 이번 일은 하나님의 은혜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아들에게 당부하지 않았을까? 그분들은 아들의 어린 시절의 신앙이 회복되기를 바랄 것이다.

어릴 때 교회를 다니다가 한동안 교회를 등진 후에 중년이나 노년에 신앙을 회복하는 예는 많다. 스페인의 살라망카 대학 총장을 지낸 철학자 미겔 데 우나무노도 윤석열 당선인처럼 어릴 때 열심히 교회를 다녔다. 그러나 그는 철학을 공부하면서 교회와 발을 끊었다. 그런데 그가 중년에 이르렀을 때 아들이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뇌막염으로 사경을 헤매고 자신은 심장병에 시달리면서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에 휩싸였을 때 그가 공부한 철학이 그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한동안 멀리했던 교회를 찾았다.

그는 신앙을 쉽게 회복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의 이성적 사고로 인해서 그가 어린 시절에 믿었던 믿음을 온전히 회복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믿음과 의심 사이에서 고뇌하면서 믿음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의심하는 신앙은 “내가 믿나이다 나의 믿음 없는 것을 도와 주소서”라고 고백하면서 귀신 들린 아들을 고쳐달라고 예수님께 매달린 아버지의 신앙과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어린 시절의 신앙교육이 중요하기 때문에, 교회에서는 초등학생이나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주일학교 교육에 힘쓴다. 특히 중고등학교에서 천문학, 지질학, 진화론 같은 현대과학을 가르치는 이 시대에는 조기 신앙교육이 아주 중요하게 되었다.

정치인의 삶에 물들지 않은 그리고 원칙을 고수하려고 노력해온 윤석열 당선인이 교회의 앞자리에 앉아서 성경책을 놓고 머리 숙였을 때, 목사가 되고자 했던 어린 시절의 신앙생활을 돌이켜 보지 않았을까? 익숙하지 않은 그리고 살벌한 대선 판국에서 심각한 불안을 느끼면서 어린 시절에 믿었던 하나님께 매달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을까? 그리고 손에 땀을 쥐고 아슬아슬한 개표 현황을 지켜보면서 도와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지 않았을까?

나는 그가 대통령으로서 앞으로 어려운 일을 당할 때마다 하나님께 기도하는 신앙의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다. 한국의 국정을 이끌고 나가는 대통령이 신앙인이라는 것은 이 나라를 위해서 아주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모든 교회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신앙 회복을 위해서 합심하여 기도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