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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성서 동화 - 가룟 유다
류호정  |  hjgh12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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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년 03월 20일 (일) 15:57:10
최종편집 : 2022년 03월 20일 (일) 15:57:24 [조회수 : 4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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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룟 유다
(요6:7, 요6:64-70, 마10:4, 요12:6, 13:29, 마10:1, 요12:4, 요13:18-30, 마26:47-50, 마27:3-5, 행1:8-9)

 

 “아악! 아버지! 어머니! 안 돼!”
 “이보게! 유다! 괜찮은가?”
 “으-으! 괜찮네.”
 “자네, 오늘도 악몽을 꾸었군.”
 “악몽이 아닐세. 생생한 기억이네. 내가 어찌 그 날에 아버지의 손을 잊을 수 있겠는가?”
 
 어린 유다는 예루살렘에서 남쪽으로 30마일 떨어져 있는 그리욧에서 살고 있었다. 아버지는 염색 기술자였고, 상술에 능하였다. 어머니는 전통적인 유대 여인으로 유다를 어려서부터 토라와 탈무드로 교육시켰다. 유다가 12세 되던 해, 예루살렘 성전으로 성인식을 하러 올라가게 되었다. 마침 아버지는 염색한 옷감들을 납품하기 위해 나귀에 실으면서 유다를 흐믓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유다야?”
 “예! 아버지! 부르셨어요.”
 “그래. 넌 오늘 예루살렘 성전에서 성인식을 마치면 어엿한 어른이 되는 거란다. 너는 어른이 된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아느냐?”
 “아버지? 그게 무슨 뜻입니까?”
 “어른이 된다는 것은 가정과 성전과 나라와 민족을 위해 책임을 질 줄 안다는 게다. 그러니 성인식을 마치고 나면 너는 이제 어린애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알겠느냐?”
 “예! 아버지! 잘 알겠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어머니가 웃으며 재촉했다.
 “호호호! 두 사람의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다간 늦어서 성인식에 참석하지 못할 거예요.”
 “어머니! 무슨 소리세요. 제가 얼마나 기다렸던 성인식인데요. 늦으면 안 되죠. 아버지! 이제 출발해요.”
 “하하하! 알았다. 얼른 가자!”
 “야-호! 출발!”
 유다는 부푼 마음으로 예루살렘을 향하여 발길을 옮겼다. 

 그 당시 이스라엘은 로마의 식민지였고, 로마는 길을 잘 포장하여 사람들의 왕래를 편리하게 하였다. 하지만 한 가지 나쁜 점이 있었다. 그것은 로마 군인들을 만났을 때, 로마 군인들이 자기의 배냥(30-38kg)을 지나가는 민간인에게 5리(2km)를 짊어지게 했다. 길거리마다 거리 표지가 있었기 때문에, 피지배층의 민중들은 예외없이 로마법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는 길에서 로마 군인들을 만나지 않기를 바랬다. 

 “이번에는 제발 로마 군인들을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러게 말이예요. 이제 유다가 성인이 될 나이이지만 아직은 얘잖아요. 괜히 트집을 잡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유다의 부모님은 집에서 큰 대로로 들어서자마자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걸으셨다. 하지만 유다는 예루살렘 성전을 가는 것이 너무나 신나서 천방지축 날뛰며 다녔다. 그러자 어머니는 유다를 향해 소리를 쳤다.
 “유다야? 멀리 가지 마라. 넘어질라 조심해라!”
 “예! 알았어요. 어머니!”
 “녀석이 정말 신났군.”
 “호호호! 어른이 되는 게 저렇게 좋은가 봐요.”
 그런데, 그때 유다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어머니!”
 “유다야? 왜 그러니?”
 유다의 부모들은 유다의 비명을 듣고 서둘러 뛰어갔다. 그런데 아뿔싸 유다가 로마 군인의 손아귀에서 발버둥치는 것이었다. 
 “놔 주세요. 제가 뭘 잘못했다고 그러세요.”
 “크크크! 내 짐이 무거우니까 네가 2km를 짊어지고 가거라.” 
 “네-옛! 저는 아직 어린애예요.”
 “네가 어린애라고? 웃기는 소리하지 말거라. 아까보니 잘 뛰던데, 그러니 냉큼 어깨에 매고 가자!”
 그러자 유다의 어머니가 나서며 말했다.     
 “나리들! 제는 정말 어린애입니다. 제발 봐 주십시오. 제가 대신 짊어지겠습니다.”
 “허-어! 이건 또 뭐야? 아예 잘 되었구나. 네 년은 이리 와서 다른 짐을 짊어지거라.”
 로마 군인이 유다의 어머니에게 또 다른 로마 군인의 짐을 지게 했다. 그리고 유다에게 베냥을 매게 하려고 했다. 그때 유다의 아버지가 급히 엎드리면서 말했다. 
 “나리들! 제가 저 아이의 아비올시다. 제는 어린애도, 저 여인은 제 아내인데, 제가 저 두 사람의 몫을 다 짊어질 터이니 제발 저들은 놔 주십시오.”
 “얼씨구! 네가 우리의 상관이냐? 건방진 놈! 네가 뭔데 우리보고 이래라저래라 해!”
 로마 군인 한 명이 유다의 아버지를 발로 냅다 걷어찼고, 유다의 아버지는 맥없이 쓰러졌다.
 “어이쿠!”
 “아버지!”
 “여보!”
 “우리 아버지를 때리지 마세요. 제가 베냥을 짊어지고 갈께요.”
 “그럼 그렇지. 진작 말을 들었으면 될 것을 매를 벌고 있어.”
 그런데 쓰러졌던 유다의 아버지가 다시 일어서며 유다에게 외쳤다.
 “유다야! 넌 안 된다. 너는 아직 성인이 아니다. 그러니 물러 섰거라. 이 문제는 아비가 풀겠다.”
 “아니, 이것들이 지금 뭐 하자는 거야. 우리를 뭘로 보고 까불고 있어?”
 주변에 있었던 로마 군인들이 일제히 유다의 아버지를 폭행했다. 그러자 유다의 어머니가 남편의 몸을 감싸주었다가 머리를 맞고 쓰러졌다.    
 “여보! 정신 차려!”
 “어머니! 일어나세요.”
 그러나 로마 군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유다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군화발로 짓밟았다. 하지만 유다의 아버지는 억지로 기어 가면서 쓰러진 유다의 어머니를 향해 간절히 손을 들었다. 그리고 눈을 들어 유다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끝내 유다의 아버지는 고개를 떨구었다. 
 “아버지! 어머니! 내가 네 놈들을 결코 용서하지 않으리라!”
 유다는 어금니를 꽉 물고 피를 흘리며 혼절했다. 그러자 로마 군인들은 재수가 없다고 유다의 몸에 침을 뱉으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를 쳤다.
 “야! 거기! 너, 이리 와 봐! 이것들 대신해서 이 짐들을 짊어져!”
 “너도 도망치지 말고 이리로 어서 와! ” 
 잠시 구경하던 사람들은 혼비백산하며 흩어졌고, 억지로 끌려가는 사람들은 울상이 되었다. 하지만 누구도 유다의 부모와 유다를 돌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로마 군인들이 사라지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나 유다의 부모들과 유다를 업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대장님! 로마 군인보다 우리 쪽의 단원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섣불리 행동하지 말고 확실하게 하는 게 좋으니, 다시 한 번 주변을 살펴보게.”
 “옛! 그러죠.”
 그림자 하나가 이리갔다 저리갔다 분주히 움직이더니 멈추었다. 
 “대장님! 분명히 저 놈들뿐입니다.”
 “그래. 그럼, 소리없이 해치우자!”
 해가 서서히 저물어 가는 즈음, 대여섯 명의 로마 군인이 한가롭게 이동하고 있었다. 이때 검은 복면을 쓴 사람들이 나타나 잽싸게 로마 군인들을 칼로 죽이고 사라졌다. 이윽고 으슥한 골목에서 복면을 쓴 남자들이 하나 둘씩 복면을 벗었다. 
 “오늘의 승리는 가룟 유다의 공이 크다.”
 “대장님! 제가 뭘 했다고 그러세요.”
 “아니다. 가룟 유다야! 넌 오늘 참 잘 했다. 로마 군인의 동향을 미리 파악하고 숫적 우위로 접근해서 단번에 제압하는 전술은 아주 좋았다.”
 “감사합니다. 그러나 고마운 것은 저입니다. 저는 부모님의 원수를 잊지 않고 실전에 배치되는 날만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오늘에서야 드디어 로마 놈들을 처단할 수 있는 기회가 와서 너무나 기뻤습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유다는 어엿한 청년이 되었다. 유다는 출신지에 따라 가룟 유다라고 불려졌다. 그러면 유다는 지금껏 어떻게 살아왔던 것인가? 어려서 쓰러졌던 유다를 업고 갔던 사람들은 ‘시카리’라는 열혈당원들로서, 무력투쟁을 통해서 이스라엘 왕국을 회복하겠다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이들은 어린 유다를 데리고 가서 열혈당원이 되도록 훈련시켰고, 마침내 가룟 유다는 로마 군인들과 처음으로 맞붙어 승리했던 것이었다.
 “아버지! 어머니! 두고 보세요. 이 땅에서 로마 놈들을 한 놈도 남기지 않고 죽여버리겠어요. 지켜 봐 주세요.”

 “으-음! 우리가 함정에 빠졌군. 적들이 너무 많으니, 가룟 유다와 당원들은 각자 흩어져서 살 길을 도모하게.”
 “대장님! 상처가 너무 깊습니다.”
 “난 괜찮으니까 어서 자네들은 도망치게. 내가 저들을 막을 테니 서두르게.”
 “전 비겁하게 도망치지 않겠습니다. 전 대장님과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가룟 유다야! 어리석은 생각일랑 말고, 어서 도망쳐서 후일을 도모해라. 너희들은 뭐하는 게냐. 어서 가룟 유다를 데리고 이곳을 떠나거라.” 
 그래서 다른 당원들은 대장과 함께 싸우겠다고 버팅기는 가룟 유다를 억지로 끌고 가다시피 하여 로마 군인들이 파 놓은 함정에서 겨우 빠져 나왔다. 하지만 로마 군인들은 집요하게 추격했다. 그리고 열혈당원들은 결국 한 사람씩 로마 군인들에 의해 제거되었다. 그러나 끝까지 가룟 유다는 살아서 도망쳤다. 하지만 로마 군인의 포위망은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으-음! 이제 나만 남았군. 여기가 끝인가? 아냐! 부모님의 원수도 제대로 갚지 못하고 이렇게 죽을 수는 없어. 한 놈이라도 더 죽이고 자결하자.”  
 그런데 가룟 유다가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려고 할 때, 어디선가 시원한 바람이 불어 오면서 포근한 음성이 들렸다.     
 “이보게! 생명은 하나님의 것일세. 그러므로 생명을 함부로 취급하면 안 되네.”
 “당신은 누구요?”
 “나는 예수라고 하네.”
 “예수? 나는 전혀 모르는 사람인데, 왜 참견하는 거요?”
 “난 자네의 애통해 하는 마음을 잘 알고 있네.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으니, 자네는 위로를 받게 될 것이네.”
 “아니, 당신이 누구인데, 내 마음이 아프다는 것을 알고 있소? 혹시 내 친척이오?”
 “아닐세. 난 자네의 부모가 어떻게 죽었고, 자네가 지금까지 어찌 살았는지를 잘 알고 있네. 그러나 원수를 미워하여 칼로 갚으려고 하면 안 되네. 칼을 쓰는 자는 칼로 망하는 법이네. 원수를 사랑하고 오히려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일세.”
 “하지만 난 지금 쫓기는 몸이오. 발각되면 죽을 텐데, 사랑 타령할 여유가 없소. 그러니 저리 비키시오. 난 내 갈 길을 가겠소.”
 “젊은이! 목숨은 소중한 거요. 쓸데없는 것에 생명을 바치지 말고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서 목숨을 드리는 것은 어떻소?”
 “하나님의 나라? 그게 뭐요?”
 “사랑과 정의가 실현된 나라!”
 “세상에 그런 나라가 있단 말이오?”
 “나는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하러 이 세상에 왔네.”
 “그렇다면 나 같은 사람도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서 일할 수 있소?”
 “물론이지. 누구든지 칼이나 폭력이 아닌 사랑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서 일할 수 있다네.”
 그러자 가룟 유다는 예수님께 무릎을 꿇고 어느덧 공손한 자세로 말했다. 
 “예수님! 저를 제자로 삼아주십시오. 저도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서 일하고 싶습니다.”
 “그래. 그러면 나를 따라 오너라.”
 “그런데 예수님! 로마 군인들이 사방에서 저를 노리고 있는 데 어찌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겠습니까?”
 “걱정하지 마라. 저들은 우리를 보지 못할 것이다.”
 예수님과 가룟 유다는 골목에서 나와 큰 길로 나왔다. 하지만 주변 곳곳에 있던 로마 군인들은 예수님과 가룟 유다가 지나가도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가룟 유다는 신기한 듯 두리번거리며 예수님께 말했다.
 “예수님! 어떻게 저 놈들은 코 앞에 있는 우리를 몰라 볼 수 있는 거죠?”
 “사람의 힘으로는 할 수 없지만 하나님은 능치 못하심이 없단다.”
 “오호라! 예수님! 당신은 정말 대단하신 분이시군요.”
 예수님께서는 가룟 유다를 비롯해 11명의 제자들을 부르셨다. 그런데 11명의 제자들은 갈릴리 지방 출신인데 반해 가룟 유다는 유다 지방 출신이었다. 그래서 가룟 유다는 예수님의 제자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이 서먹서먹했다. 더군다나 가룟이란 이름이 ‘가짜, 거짓말쟁이, 위선자, 암살자’ 라는 나쁜 의미가 있어서 다른 제자들은 가룟 유다를 은근히 경계했다. 그러나 예수님은 가룟 유다를 신뢰하셔서 재정을 담당하는 회계 업무를 맡기셨다. 그러자 11명의 제자들은 똘똘 뭉쳐서 반대했다. 특히 세금 징수원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 마태가 예수님께 항의하며 말했다.
 “예수님! 가룟 유다는 회계 업무의 경험이 없는데, 재정을 맡기시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맞아요. 재정은 세리의 경험이 있는 마태가 적합하다고 봅니다.”
 “옳소!”
 11명의 제자들은 대놓고 마태를 지지하면서 가룟 유다를 깔보았다. 그러나 예수님은 꼼짝도 하지 않으시고 조용히 말하셨다.
 “얘들아!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대접하는 것이 곧 나에게 대접하는 것이다. 작은 것 하나를 소홀히 취급해서는 안 된다. 하물며 가룟 유다는 홀로 된 자다. 따라서 너희들은 가룟 유다를 불쌍히 여기고 함께 도와 주거라.”
 “……”
 제자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가룟 유다는 예수님의 사역 가운데 재정을 담당하는 회계를 맡게 되었다. 

 “가룟 유다? 식재료를 사러 가야 하니, 식비를 챙겨서 줘!”   
 “예! 막달라 마리아 누님! 그렇게 하죠. 이번에는 넉넉하게 드리겠어요.”
 “얘? 무슨 소리야? 선교비가 부족한 거, 아니었어?”
 “아-예! 괜찮아요. 요안나와 수산나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헌신해 주셔서 풍족해요.”
 “그래. 그럼, 잘 되었네. 그래도 가룟 유다가 알뜰하게 살림을 잘 해서 이렇게 된 거지.”
 “하하하! 제가 뭘 했다고 그러세요. 다 예수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모여서 좋아진 거죠.”
 “어-휴! 기특해라. 어쩜, 말도 이렇게 예쁘게 하는지 몰라.”
 “누님! 어린애 취급하지 마세요. 저도 어엿한 남자예요.”
 가룟 유다와 막달라 마리아는 예수님의 사역비에 대해서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룟 유다는 정직하게 공금을 잘 관리했고, 주변에서는 칭찬이 자자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가룟 유다의 마음에 탐욕이 들어갔다. 그래서 예수님의 전폭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뒷돈을 빼돌리기 시작했다. 작은 후원이 들어올 때는 티가 났지만 꽤 많은 후원이 들어올 때면 은근히 슬쩍하는 것이 쉬었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가룟 유다의 횡령은 점점 다른 제자들의 의심을 갖게 되었다. 다만 증거가 없어서 제자들은 그냥 쉬쉬 하고 넘어갈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예수님과 제자들은 베다니에 사는 나사로의 집에 식사 초대를 받았다. 나사로는 얼마 전에 죽었었는데 예수님께서 살리셨다. 나사로의 누이 동생인 마르다와 마리아는 오빠에 대한 고마움으로 정성껏 저녁을 준비했다. 마르다는 예수님과 제자들의 식사 시중을 들고 있었고, 나사로는 예수님 옆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마리아가 아주 값비싼 향유 한 병을 가지고 들어와서 예수님의 발에 붓고, 머리카락으로 예수님의 발을 닦아 드렸다. 향유 냄새는 온 집 안에 가득했고, 제자들과 사람들은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가룟 유다가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 말했다.  
 “마리아? 당신은 왜 이 향유를 팔아서 그 돈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지 않습니까? 팔면 은화 삼백은 충분히 받을 텐데, 아깝지 않소?”
 “……”
 마리아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가룟 유다의 말은 결코 들린 말은 아니었다. 로마의 식민지 상황에서 일 년치 봉급에 해당되는 거액을 발을 씻는 데 사용한다는 것은 상식 밖의 행동이었다. 하지만 가룟 유다의 속셈은 다른 곳에 있었다. 그는 예수님의 사역 공금을 남몰래 빼돌리고 있었는데, 자신에게 돈을 맡겼다면 훔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쳐서 아쉬움을 에둘러 말했던 것이었다. 한편 이러한 가룟 유다의 속셈을 눈치 챈 제자들은 뭐라고 한 마디씩 하려고 했지만 함부로 나서서 못하고, 자기들끼리 뭐라고 속삭일 뿐이었다.
 “어-휴! 저 능구렁이! 어쩌면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면 좋지 않냐’고 능청을 떨 수 있지?”
 “그러게 말야. 난 애초에 예수님께서 재정을 맡기실 때부터 저 놈이 사고칠 줄 알았어.”
 “그나저나 예수님께서는 저 놈이 나쁜 놈이라는 것을 알고 계시는 거야? 뭐야?”
 “우리가 저 놈의 정체를 밝힐까?”
 “아냐! 괜히 증거도 없이 이야기를 했다간 예수님께 오히려 야단을 맞을 수도 있어.”
 “그러면 어떻게 하지?”
 “몰라!”
 그런데 그때 예수님께서 가룟 유다를 향하여 말씀하셨다.
 “가룟 유다야?”
 “예! 예수님!”
 그러자 제자들은 식사를 하다가 일제히 예수님의 말씀에 귀를 쫑끗 세웠다.    
 “예수님께서 가룟 유다의 정체를 아셨나봐!”
 “그럼 그렇지. 우리 예수님께서 어떤 분이신데.”
 “야! 조용히 해 봐! 시끄러워서 예수님께서 뭐라고 말씀하시는지 안 들리잖어.”
 하지만 예수님은 제자들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말씀을 하셨다.
 “가룟 유다야! 너는 마리아를 가만두어라. 마리아는 내 장례식을 내다보고 예를 표한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지만, 나는 너희와 항상 함께 있는 것이 아니란다.”
 “예수님! 지금까지 가난한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하셨는데, 갑자기 ‘우리와 항상 함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시면 어떻게 해요?”   
 “나는 가난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포로된 자, 억눌린 자 등 모든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내 목숨을 내어주려고 왔는데, 그 때가 점점 가까워졌구나.”
 “예수님! 뭐예요? 점점 알쏭달쏭한 말씀만 하시고…, 어쨌든 우리와 함께 이 땅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건설하는 것은 맞죠?”
 “내가 십자가를 짊어지고 죽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고, 하나님의 나라다.”
 “예수님! 참 답답하네요. 왜 예수님께서 죽어요? 오히려 로마를 정복하고 세상의 통치자가 되셔서 천년만년 사셔야죠.”
 “가룟 유다야! 하나님의 나라는 미움과 다툼, 전쟁으로 정복하여 세우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사랑과 용서, 자비와 긍휼로 세우는 것이다. 남을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남을 섬기는 것이다.” 
 “몰라요! 저는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나라가 그런 나라라면 포기하겠어요. 지금 당장 로마의 횡포 때문에 사람들이 죽고 괴로움을 당하는데, 칼 없이 어떻게 나라를 세우겠어요? 그렇다면 저는 그만 제 갈 길을 가겠습니다.”

 가룟 유다는 예수님과 논쟁을 벌이다가 모임 장소에서 밖으로 뛰쳐 나갔다. 그리고 가룟 유다는 길거리를 배회하며 머리를 움켜잡고 고민에 빠져 쓰러졌다. 
 “으이구! 머리야!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거지? 지난번에 백성들이 예수님을 임금으로 세우겠다고 했을 때, 거절하신 것은 그나마 무슨 꿍꿍이가 있으려니 생각했는데, 이제는 왕이라고 선포하기는커녕 오히려 죽어야 한다고 하시는 이유가 뭐야?” 
 가룟 유다는 한참 생각하다가 뭔가를 결심한 듯 벌떡 일어섰다.
 “그래. 내가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냐. 대제사장에게 가서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자.”
 가룟 유다는 대제사장들과 성전 경비대가 있는 곳으로 찾아 갔다. 그때 마침 대제사장들과 종교 학자들은 예수님을 없앨 방도를 찾고 있었으나, 백성이 두려워 은밀하게 행동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 그런데 예수님의 제자 중 한 명이 찾아왔다는 소식이 대제사장에게 전해졌다. 
 “뭐라고? 예수의 제자가 우리를 찾아 왔다고 했느냐?”
 “예! 대제사장님!”
 “허-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우리를 찾아왔을까?”
 “글쎄요. 대제사장님! 일단 만나보시죠.” 
 “그래. 그게 좋겠구나. 당장 들어오라고 하거라.”
 “예-옛! 분부대로 거행하겠나이다.”
 이리하여 가룟 유다는 난생처음 대제사장의 집 안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휘황찬란한 건물과 장식과 가구들을 보면서 가룟 유다는 그만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와! 대단한 집이군.”
 가룟 유다는 집 안 분위기에 압도당해 주변에 누가 있는지도 몰랐다. 그러자 대제사장이 먼저 말했다.  
 “어서 오시게. 그런데 자네 이름은 무엇인가?”
 “가룟 유다라고 합니다.”
 “으-음! 가룟 유다라! 그럼, 유다 사람이겠군.”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어쩐 일로 여기까지 왔느냐?”
 “긴밀하게 상의할 것이 있어 왔습니다.”
 “그게 무엇인가?”
 “저-어, 실은 예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뭐라고? 예수?”
 “예! 그렇습니다. 예수를 팔려고 합니다.”
 “아니, 자네는 예수의 제자가 아닌가? 그런데 어떻게 스승을 배반할 수 있겠는가?”
 “이제부터 예수는 저의 스승이 아닙니다. 저와 방향이 다르니까 상관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좋다. 예수를 우리에게 넘겨준다면 그 보상을 두둑이 해 주마.”
 “고맙습니다. 제가 반드시 여러분에게 예수를 넘길 기회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유월절 양을 잡는 무교절이 되었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와 요한에게 말씀하셨다. 
 “가서 우리가 함께 먹을 수 있도록 유월절을 준비하여라.”
 “예수님? 우리가 어디에다 준비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어디에다 준비할까요?”
 “너희는 시내에 들어가면서 잘 살펴 보거라. 물 한 동이를 지고 가는 사람을 만날 것이다. 그를 따라 집으로 가서, 집 주인에게 ‘선생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유월절 식사를 할 방이 어디 있느냐고 물어보십니다’ 하고 말하거라. 그러면 그가 너희에게 이미 청소를 마친 넓은 다락방을 보여줄 것이다. 거기서 식사를 준비하거라.”
  예수님과 다른 제자들은 천천히 약속된 장소로 왔다. 그런데 모든 것이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그대로였다. 그리고 유월절 식사 준비가 다 끝나자, 예수님께서 앉으시고 모든 제자들도 함께 앉았다. 그때 예수님께서 식사를 하시면서 말씀하셨다.
 “으-음! 내가 괴롭지만 너희에게 중요한 말을 해야겠구나.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음모를 꾸미는 세력에게 나를 넘겨줄 것이다.”
 식사를 하던 제자들은 소스라치게 놀래면서 한 사람씩 돌아가며 예수님께 묻기 시작했다.
 “예수님? 저는 아니겠지요.”
 “저도 아니죠?”
 예수님께서 대답해 주셨다.
 “”나를 넘겨줄 사람은 날마다 나와 함께 먹는 사람이고, 식탁에서 내게 음식을 건네주는 사람이다. 인자가 배반당하는 것이 성경에 기록되어 있으니, 이것은 전혀 뜻밖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인자를 배반하여 넘겨줄 그 사람은,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자 제자들은 예수님의 말씀이 아리송해서 과연 누가 예수님의 배반자일까 궁금했다. 그때 가룟 유다가 시치미를 떼면서 말했다. 
 “선생님! 설마 저는 아니겠지요?”
 “가룟 유다야! 나를 속일 생각은 하지 마라.”
 그리고 예수님은 빵 조각을 포도주에 적셔서 가룟 유다에게 주면서 말씀하셨다. 
 “가룟 유다야! 가서 네가 하려고 하는 일을 하여라. 어서 마무리를 짓거라.”
 순간 가룟 유다는 섬뜩했다.  
 “으-음! 예수님께서 이미 내가 배반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군. 그렇다면 굳이 내가 이곳에 있을 필요가 없지.”
 가룟 유다는 빵 조각을 받고 그 자리를 떠났다. 그러나 저녁 식탁에 앉았던 다른 사람들은 왜 예수님께서 가룟 유다에게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알지 못했다. 또한 가룟 유다가 급히 나간 것은 예수님께서 명절에 필요한 것을 사라고 하셨거나, 가난한 사람들에게 뭔가를 주라고 하신 것이려니 생각했다. 이렇게 밤은 깊어만 갔다.  

 한편 가룟 유다는 자신의 정체가 들키자 서둘러 대제사장에게 갔다. 그리고 예수님이 어디로 가실 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예수는 오늘밤에 분명히 겟세마네 동산으로 갈 것이오. 그러면 그곳에서 기다리다가 예수를 체포하시오.”
 “어두컴컴한데 누가 예수인지를 알겠는가?”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입 맞추는 사람이 바로 예수니, 그를 잡으시면 됩니다.”
 “오호라! 그거 참 좋은 전략이다.”
 “그러면 겟세마네 동산에서 만나죠.”
 예수님은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을 데리고 겟세마네 동산으로 올라가셨다. 그리고 예수님은 땀방울이 마치 핏방울이 되듯 간절히 기도하셨다. 그러나 세 명의 제자들은 육신이 피로해서 금방 잠들었다. 하지만 예수님은 모든 기도를 끝내시고 잠든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얘들아! 너희들은 밤새도록 자려고 하느냐? 내 때가 되었구나. 인자가 죄인들의 존에 넘어가야 한다. 그러니 이제 일어나거라. 자, 가자! 나를 배반할 자가 왔구나.”
 예수님께서 말씀을 마치자마자 어디선가 가룟 유다가 불쑥 나타났다. 그런데 그 곁에는 대제사장과 종교 지도자들이 보낸 무리가 칼과 몽둥이를 들고 함께 있었다. 그때 가룟 유다가 예수님께 다가가며 말했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가룟 유다는 천연덕스럽게 예수님을 껴안고 입을 맞추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친구여! 이게 무슨 짓이냐?”
 하지만 주변에 있었던 무리들이 일제히 달려들어 예수님을 붙잡고 거칠게 다루었다. 이때 베드로가 칼을 뽑아 휘둘러서 대제사장의 종, 말고의 귀를 잘라 버렸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의 행동을 막으시며 말씀하셨다. 
 “베드로야! 그 칼을 도로 꽂아라. 칼을 쓰는 자는 다 칼로 망하는 법이다. 내가 당장이라도 내 아버지께 청하여서 전투태세를 갖춘 천사 열두 중대를 여기로 오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너는 모르느냐? 하지만 내가 이렇게 체포되는 일은 이미 성경에 기록된 대로 이루기 위함이다.” 
 한편 가룟 유다는 예수님의 의연한 모습에 충격을 받고 비틀거렸다. 
 “아니, 이럴 수가 있나. 저 분은 정말 하나님의 아들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내가 잘못 선택한 건가?”
 가룟 유다는 깊은 탄식을 하며 어둠이 짙게 깔린 겟세마네 동산에서 미친 듯이 아래로 뛰어 내려갔다. 가룟 유다는 그동안 자신을 지탱해오던 모든 가치관과 이념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여기 당신들이 준 은화 서른 개가 있소. 난 이 돈을 받을 수가 없소.”
 “가룟 유다? 왜 그러는가? 자네 덕분에 예수를 체포했는데, 돈을 더 달라는 거냐?”
 “그게 아닙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제가 죄를 지었습니다. 제가 죄 없는 사람을 오해해서 배반했습니다.”
 “허-어! 이제와서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예수가 왜 죄가 없는가? 그 작자는 신성모독자일세. 자네가 고발했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다간 큰일 날 뻔했네.”
 “어쨌든 전 이 돈을 돌려 주겠습니다.”
 “아니네. 우리는 자네의 돈을 받지 않겠네. 더군다나 자네의 고민은 우리가 알 바가 아니네. 그것은 자네의 문제일세!”
 하지만 가룟 유다는 은화를 성전 안에 집어 던지고 나왔다. 그리고 가룟 유다는 밖으로 나와서 죄책감에 몸부림치며 울부짖었다.  
 “아-하! 나는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인가? 스승을 배반한 나는 못된 죄인이로다. 부모님을 잃고 방황하며 싸움질만 하던 나를 신뢰하고 사랑해 주셨던 예수님을 내 손으로 배반하다니, 난 살 가치가 없는 놈이야.” 
 가룟 유다는 나무에 줄을 메고 목을 메었다. 하지만 금방 죽지 않고 발버둥치다 땅에 떨어졌고, 배가 터져 창자가 쏟아지며 비참하게 최후를 맞이했다. 이렇게 가룟 유다는 예수님께서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다”라고 하신 말씀대로 씁쓸하게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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