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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교회 숲해설’과 새봄맞이
조미연  |  숲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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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년 03월 18일 (금) 03:10:05 [조회수 : 2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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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봄이 왔습니다.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경칩 무렵 교회 앞마당에서 <우리교회 숲해설>을 진행했습니다. 숲해설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생전 처음 숲해설을 진행할 기회가 주어진 것입니다. 우리 교회에서 ‘교회 숲해설’을 한다니까 몇몇 분이 걱정하며 말들을 합니다. ‘숲해설은 산에서 해야지, 도시 한복판에 있는 교회에서 웬 숲해설을 할까, 그게 가능할까?’ ‘아직 나무에 이파리도 돋지 않았는데 숲해설이라니 이해가 안 되네.’ 

그런 우려의 목소리에 나름의 답변을 할 마음으로 첫 번째 숲해설을 준비했습니다. 숲해설을 준비하면서 여러 가지를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교회 주변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종류의 나무들이 있었습니다. 무려 30종이 넘었습니다. 또한 ‘겨울나무는 볼 게 없다’고 생각하는 건 순전히 우리의 편견임을 알았습니다. 흔히 ‘앙상한 겨울나무 가지는 참 쓸쓸해 보인다’고 하는데요, 겨울나무는 앙상하지 않습니다. 겨울나무 가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크고 작은 ‘겨울눈’이 붙어있기 때문입니다. 

‘겨울눈’은 나무의 놀라운 전략이면서 능력입니다. 나무는 혹독한 겨울 추위를 무사히 이겨내기 위해 일찍이 여름부터 준비하는데, 잎이 떨어질 자리나 가지 끝에 바로 이듬해에 잎이나 꽃으로 피어날 ‘겨울눈’을 부지런히 만들어두는 것이 그것입니다. 목련은 솜털로 감싼 겨울눈을 만들고, 소나무는 끈끈한 진액으로 감싼 겨울눈을 만듭니다. 

숲 해설에 참여한 사람들과 함께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제 자리에서 제 할 일을 성실하고 우직하게 해내는 나무의 겨울눈을 바라보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걱정하느라 오늘을 허비하지 않는 나무의 삶은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마 6:34)는 말씀 그 자체였습니다. 말씀의 생생한 의미가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활동을 마무리하며 사람들과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토막입니다. “우리가 길가의 나무를 관찰하니까 지나가던 마을 사람들이 다가왔어요. 우리 교회에는 나무와 숲을 관찰하고 배우는 숲 해설이 있다고 말했지요. 그랬더니 그분들이 ‘그것 참 좋은데요!’ 하더라고요.” 소감 나눔을 하면서 깨닫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나무와 이야기하고, 나무를 이해하는 숲 해설이 현재의 심각한 기후 위기 상황에서 교회가 할 수 있는 멋진 신앙 활동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기후 위기 문제는 내 문제라고 선뜻 받아들이는 걸 주저합니다. 그나마 코로나 상황을 겪으며 환경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것이 다행이긴 합니다. 그러나 교회는 여전히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구 온도가 1도 높아지면 폭염과 폭우, 가뭄과 혹한과 같은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것은 상식이 되었습니다. 2017년 전후 지구 온도가 1도 넘게 상승하면서 이상 기후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동해안에 큰 산불이 났고, 작년에 발생한 호주와 북미의 산불도 기후 위기의 산 증거입니다. 기후위기로 인한 건조한 날씨가 산불의 피해를 키웠기 때문입니다. 600만 명이 넘는 난민이 발생한 시리아 내전도 기후위기로 인한 극심한 가뭄이 정치적 혼란으로 이어진 결과입니다. 

기후위기의 또 다른 심각성은 빈부격차에 따라 대처 능력이 뚜렷하게 나뉜다는 데서 드러납니다. 쪽방 거주민들은 영하의 혹한과 한증막 같은 더위를 온몸으로 마주해야 합니다. 길거리에서 잠을 청하는 노숙인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더위와 추위를 피할 곳 없이 일을 하는 노동자들의 안전하지 못한 노동환경도 마찬가지입니다. 기후 위기는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에 사는 약자들에게는 극복하기 힘든 현실입니다. 기후 위기는 정의의 문제를 다시 환기합니다. 예수님이 그러하셨던 것처럼 가난한 자들의 시선을 따라갈 때 하나님나라의 진리를 깨닫게 됩니다. 

코로나 감염병은 건물 중심의 신앙을 새롭게 생각해 볼 기회를 우리에게 주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하나님의 피조세계를 발견하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새롭게 가지자고 초청하십니다. 우리는 응답해야 합니다. <우리교회 숲 해설>을 통해 하나님이 선물해주신 창조 세계의 오묘한 비밀의 창이 새롭게 열리는 것을 경험합니다. 하나님의 피조세계와 인간 이웃이 결코 멀리 떨어진 존재가 아님을 한 그루 나무의 겨울눈을 비집고 움트는 새 잎사귀와 꽃망울의 기지개를 통해 깨닫습니다.

조미연/숲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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