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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맞는 마음가짐
황은경  |  hallofreu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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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년 03월 16일 (수) 21:26:10 [조회수 : 2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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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맞는 마음가짐

길고 세찬 비가 밤새도록 내렸다. 비가 그쳐도 기온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기온은 영상에 머물고 한낮은 거의 20도를 웃돈다. 방안의 온도도 어떤 때는 25도를 보였다. 숫자를 잘못 본 것이 아닌가 하여 눈을 비비며 가까이 다가가 확인할 정도였다. 노안이긴 하지만 숫자는 정확했다. 숫자로 인해 이제 봄이라는 것을 실감케 한다. 연탄보일러 가동을 멈출까 잠시 생각을 했지만 조금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삼월 날씨는 바깥보다 집안이 더 춥게 느껴지기 때문에 차라리 추운것보다는 더운 것이 낫다 싶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본의 아니게 집안에서 반팔을 입고 다니는 호강을 누리기도 한다.  

비가 와서 좋다. 길고 세차게 내려 더 좋다. 올겨울에는 눈이 별로 오지 않았다. 지난주 동해안 쪽의 큰 산불은 거센 바람과 가뭄으로 인한 바짝 마른 풀섶들 때문에 피해가 더 컸다. 그래서 농촌의 각 지자체는 이맘때면 크고 작은 산불을 조심하라는 현수막을 걸어놓는다. 미리 피해를 막자는 것인데, 이번 산불도 그런 셈이다. 한 사람의 분노 조절로, 어느 누군가의 무심한 행동으로 자연과 이웃들의 삶의 현장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나도 이곳에서 큰불을 맛볼 뻔한 적이 있었다. 꽤 오래전 일이지만, 그날은 주일이었다. 평온한 오월이었다. 예배를 마치고 그날따라 일찍 혼자 집에 와 쉬고 있는데 옆집에서 큰소리가 났다. “언니, 차 목사님 댁에 불이 난거 같아. 빨리 나와봐” 후다닥 뛰쳐나가니 정말 목사님 댁의 야외 화장실에 화마가 붙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옆집 식구에게 빨리 119에 신고하라고 하고는 나는 곧장 불이 나는 곳으로 달려갔다. 나 외에 밭에서 일하다 불을 보고 달려온 이웃의 남자 두 분이 먼저 와서 불을 끄고 있었다. 그런데 남의 집이라 살림이 어디 있는지 어찌 알랴! 불은 끄고 싶은데 호수도 없고, 큰 대야도 보이지 않았다. 수돗가에 있는 작은 양동이와 세숫대야를 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불을 껐다. 그때도 날이 건조한 때였고, 바람이 산 쪽으로 방향을 트면서 불은 순식간에 목사님 댁의 사랑채 뒤편인 산 쪽으로 올라갈 기세였다. 뒷 마당의 마른 잔디에 타타닥거리며 불이 붙는 소리가 들렸다. 저멀리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렸지만 이곳까지 오는 시간은 왜 그리 더디었을까. 우선 셋이서 불이 산 쪽으로 타고가지 않도록 계속해서 불붙는 풀들을 따라 물을 부었다. 불을 끄기 위해 우리는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뛰어다녔다. 소방차가 석 대 달려왔다. 그리고 긴 호수로 쏴악 뿌리니 단박에 불이 잡혔다. 나중에 들으니 주소를 잘못 알고 엉뚱한 곳으로 갔다가 되돌아와서 시간이 지체되었다고 하였다. 사이렌 소리가 그리 멀리에서 들렸던 이유가 있었다. 그렇게 우리의 허겁지겁 단결은 물 한방으로 해결되었고 정말 다행이고 감사한 것은 야외 화장실 전소 외에는 인명 피해나 물적 피해는 없었다는 것이다. 불은 이른 아침 태운 쓰레기가 다시 발화되어 바람에 불씨가 날랐던 것이었다. 그래서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표어가 괜한 말은 아니라는 것을 더욱 실감했다. 그 이후 바람 잘 날 없는 봄에 쓰레기 태우는 일은 꿈도 꾸지 못한다. 그리고 요즘은 집에서 쓰레기 소각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때로 밭이나 쓰레기를 태우는 연기가 보이면 누군가에  의해 곧장 신고로 들어가 버리니 자나 깨나 불조심은 이 봄에 필수요소가 된 셈이다. 

이렇듯 봄 가뭄은 한순간의 실수로 초가삼간 뿐만 아니라 우리의 농토를 잃게 할 수 있다. 게다가 봄 가뭄은 농사를 준비하는 농부에게는 긴 한숨이 되게 한다. 기름진 평야, 용수로가 발달된 곳의 논밭이라면 좀 괜찮을까? 그러나 나처럼 비탈에 있는 밭은 물 긷는 것이 쉽지 않다. 그렇게 되면 농작물을 심을 때 농작물이 타는 것처럼 농부의 마음도 타들어 간다. 2017년도였던가? 비가 작물을 심는 오월까지 오지 않아 모종을 심는대로 말라 타들어 갈 때가 있었다. 그럴 때 어설프게 물을 주면 불 난데 부채질하는 꼴이 된다. 그때 한동안 수돗물을 끌어다 작물을 살리는 조치로 수도세가 꽤 나오기도 했었다. 그러니 비가 필요할 때, 해가 필요할 때, 바람이 필요할 때 등 농사를 지으면서 때에 맞춰 기후가 받쳐주면 그보다 좋은 것도 없다. 그런 이유로 농부는 하늘과 절대적으로 가까워질 수밖에 없는 존재인 것이다. 오로지 하늘만 바라고 우리의 밥상을 책임지는 것이니 농사는 거룩한 일이요, 농부는 거룩한 사람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이윤만 쫒고, 유행만 따르는 모습 속에서 과연 거룩한 일이요, 거룩한 사람이라 자부할 수 있겠는가. 그런 물음을 던지면서 올 한해도 하늘을 의지하는 농부로 농사를 지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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