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철한 지성은 합리적 설명과 이해 없이 어떤 사건이나 현상을 믿지 않는 경향이 있다. 지성적인 사람은 과학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표적이나 기적 등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신앙은 이성적이거나 과학적 논거를 뛰어 넘는 경우가 허다하며, 믿음이 깊어지고 심화하여 깊은 영성의 단계에 이르기도 한다. 역사적으로 많은 사람과 선각자들 사이에 지성과 영성의 갈등과 과학과 신앙의 긴장이 있어왔다.

우리 시대 문인이며 학자와 언론인 그리고 사상가로 많은 영향력을 사회에 미친 큰 어른이신 능소(凌宵) 이어령(李御寜) 장관이 근래 소천했다. 1934년 충남 아산 출생한 그는 다양한 이력과 시대를 깨우는 우리 시대 최고 지성으로 활약했다. 서울대 국문학과 재학 중이던 1956년, 김동리·이무영 등 당대 한국 문단의 거장이었던 이들을 신랄하게 비판한 평론 '우상의 파괴'를 한국일보에 발표하며 등단했다. 만 26세의 나이로 서울신문 논설위원에 발탁된 뒤 1972년까지 주요 신문들의 논설위원 등을 역임했다. 이 기간 그는 문학의 현실 참여에 대한 순수·참여 논쟁 등을 이끌기도 했다.

1988년에는 서울 올림픽의 개막식과 폐회식을 총괄 기획하며 88올림픽의 상징인 '굴렁쇠 소년'을 기획하여 세계인에게 영감을 주었다. 그는 소설·시·에세이·평론 등 수 백개 이상의 저작을 남겼으며, 대표작으로는 △정보화 사회의 미래를 예견한 '디지로그' △일본 사회 심층을 분석한 '축소지향의 일본인' △한국의 풍토에 대한 에세이집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50년대 문학 시평 '지성의 오솔길' 등이 있다.

▲ 이어령

그런 그에게 마음에 변화가 오고 절대자 하나님을 바라보고 기도하게 되는 계기가 있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최고의 지성인 이어령 교수가 예수님을 믿고 받아들이고 세례를 받은 계기는 사랑하는 딸(이민아)의 실명이었다. 냉철한 지성으로 종교도 비판적으로 이해했던 그에게 감당할 수 없는 딸의 불행 앞에서 신에게 무릎 꿇고, ‘딸의 눈을 뜨게 해주면 남은 생을 주님께 바치겠다’고 서원한다. 그리고 7개월 만에 딸의 망막박리증세가 감쪽같이 사라지고 시력을 회복하는 기적을 체험한다. 딸은 “그래서 아버지가 나더러 간곡히 부탁하셨다. 절대로 밖에 나가 기적에 대해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모든 사람이 널 비웃고 우리를 박해할 거라고. 기적은 구제의 사인이지 신앙의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지 않으냐”고 말씀 하셨다고 전했다. 그는 2012년 맏딸 이민아 목사를 암으로 잃었지만, 딸의 권유로 기독교에 귀의했고, “지성의 종착역은 영성(靈性)”이라고 말했다. “하나님도 인간이 너무 고통스러워하면 가엾게 여겨서 잠시 그 자비로운 손으로 만져줄 때가 있다. 배 아플 때 어머니 손은 약손이라고 만져주면 반짝 낫는 것 같지 않나. 그때 나는 신께 기도한다.”고 말했다.크리스천인 우리가 이어령 교수께 갖는 큰 관심은 그의 회심에 대한 것이다. 그는 냉철한 이성과 지성으로 기존의 가치와 논리를 깨 부시고 부정하여 새로운 사유와 사상을 펼쳐내 보이는 개혁사상가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젊은 날의 그는 순수문학을 옹호하고 한국인의 숨은 정서와 문화감성을 발견해 내는 탁월한 혜안으로 우리 문화의 지평을 확장해 왔다.

그는 이후 신앙에 대한 깊은 명상과 성경을 깊이 읽고 이해하는 저술과, 목사님과 나누는 대담 등의 책을 출간하여 큰 반향을 일으킨다. 또 과학이나 이성적으로 이해하고 믿기 어려운 비유와 설화 같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성경을 쉽게 설명하기도했다.

▲ 루이스

역사적으로 기독교에 관심을 갖은 다양한 무신론자나 비기독교인들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포이엘바하(L.A.Feuerbach),마르크스(K.Marx), 러셀(B. Russell, 하이데거 (M. Heidegger) 등의 무신론적 입장들이 있었다. 이성적 비판과 철학적 고뇌를 거쳐 유신론과 신앙의 길을 택한 사람도 많다. 무신론자였던 이어령 교수의 기독교로의 회심은 루이스(C.S. Lous)의 회심과 비교될 수 있다.

지적이며 비판적 사고를 해온 두 사람은 다른 계기로 신앙인이 된다. 이어령은 사랑하는 딸의 고통과 그 생명의 구원을 위한 기도와 간구에 잇대어 하나남께 자비를 구하며 서원하며 또 응답을 받고 예수님을 영접하고 신앙인이 되었다. 반면 루이스는 지적 고민과 갈등 속에서 무신론자였던 상태에서 모든 변증과 거부와 발버둥에도 끊임없이 천천히 다가오는 힘을 거부 못하고 마지못해 예수님을 영접하게 됨을 그의 저술에 설명하고 있다. 루이스는 15세 때에 무신론자가 되었는데 그가 말하기를, 어린 시절 역설적으로 “하나님에게 하나님이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해 매우 화가 나 있었다”라고 했다. 루이스가 일찍이 기독교를 떠나게 된 것은 그가 종교를 하나의 의무감으로 하는 따분한 일로 보게 되면서 시작된다. 그의 학업에는 초자연적인 것들이 포함되었고 이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신이 이 세상을 창조했다면, 세상이 이렇게 볼품없고 불완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무신론자였던 루이스는 개종하게 되는 그 순간까지 열심히 신을 인정하지 않으려 분투했고, “걷어차고, 발버둥치고, 분개했으며 도주를 위해 모든 각도에서 쏘아봤다”라고 기록하고 있으며 탕자처럼 기독교에 마침내 돌아오게 되었다고 한다. 그의 책 ‘예기치 못한 기쁨’에 그의 회심에 대한 마지막 투쟁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옥스포드의 모들린 대학 의 한 방에서, 여러 밤을 지새며 내 마음이 내 일 쪽으로 기우는 그 순간에도, 진정으로 만나게 되지 않기를 열망하는 그에게로 끊임없이 천천히 다가가고 있는 나를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매우 두려워하던 그것이 마침내 내게 온 것이다. 나는 1929년 부활절 다음 학기에 백기를 들고, 하느님이 하느님임을 인정하게 되었으며, 무릎 꿇고 기도했다. 아마도, 그 밤이 전 영국을 통틀어 가장 실의에 빠져 마지못해 받아들이는 힘든 한 개종이었을 것이다.’ 개종이후 루이스는 당대 최고의 기독교 변증가로서 문명을 날렸고, 늦은 (59세) 결혼과 아내(Joy Davidman)와의 사별 등 아픔에도 <순전한 기독교>, < 나니아 연대기> 등 걸출한 기독교 문학을 낳기도 하였다.

▲ 프로이드

지성에서 신앙과 영성으로 변화되는 것은 쉽지 않다. 물론 체험과 전지적 간섭으로 신앙을 체득하는 경우도 많으나 대부분은 심대한 고뇌와 지적 갈등을 수반하게 된다. 절벽에 선 듯한 고독과 단독자(Die Einzelnen)로서의 위기와 절망을 통과하기도 한다. 프로이드(Sigmund Freud)는 죽을 때까지 무신론적 자세를 유지했으며, 그의 말년의 삶은 너무 외롭고 고독했다.

주님을 영접하고 자녀가 되고 천국 백성이 되며 그 후사가 되게 하신다는 구원의 복음은 너무나 큰 축복이며 영생을 허락하신 너무 큰 은혜이다. 이를 믿고 지성에서 영성으로 아니면 지성과 영성을 겸비하며 살아가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위 사람들은 나름대로 큰 업적을 역사에 남겼으나 정신적, 영적으로 행복과 축복의 삶은 어떻게 다를지 깊이 묵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