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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현수막들은 어디로 갈까?
이광섭  |  h-stai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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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년 03월 10일 (목) 21:22:21
최종편집 : 2022년 03월 10일 (목) 22:54:05 [조회수 : 2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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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박했던 대선이 끝났습니다. 지난 2월 15일부터 대한민국의 방방곡곡, 거리와 길목을 선점하고 한껏 후보들을 홍보하던 선거 현수막들이 내일이면 말끔하게 사라질 것입니다. 그 많은 현수막들은 어디로 갈까요? 현수막은 선거를 나타내는 핵심적인 상징물입니다. 20대 대선을 치르면서 전국적으로 약 10만 5천 장 이상의 현수막이 내걸렸다고 합니다. 현수막 한 장의 길이를 10미터로 어림잡으면 대선에 사용된 현수막의 총 길이는 1,050km로 서울서 부산을 왕복하고도 다시 김천쯤 갈 수 있는 엄청난 길이입니다.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분량의 쓰레기입니다. 

양보다도 더 큰 문제는 현수막의 주 재질이 플라스틱 합성섬유인 ‘폴리에스테르’라는 데 있습니다. 이 물질은 땅에 묻어도 썩지 않고, 유해 물질이 배출되기 때문에 태우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재활용이 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몇 년 전에 환경단체들을 중심으로 현수막 재활용 운동이 일어난 적이 있습니다. 이에 호응하여 일부 업체들은 ‘업사이클 패션 가방’, ‘그린 프렌즈 패션 가방’이라고 멋진 이름을 붙이고 판매까지 나섰지만 홍보를 위한 일회성 행사에 그치고 말았지요. 상황은 교회에서도 비슷했습니다. 현수막으로 장바구니용 가방을 만들어 보급 운동을 했던 몇몇 개교회 여선교회도 별 성과 없이 현수막 재활용 운동은 흐지부지되고 말았습니다. 

사람들은 선거 열기에 빠져 막대한 선거 쓰레기가 발생하는 것에 별로 주목하지 않습니다. 선거는 전 국민이 참여하는 국가적인 이벤트입니다. 대선의 경우, 투표율이 80%에 육박합니다. 온 나라가 들썩이는 것이지요. 현행 선거법은 대선은 5년마다, 국회의원과 지자체장, 지방의원 선거는 각기 4년마다 치르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선거마다 발생하는 선거 쓰레기의 양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길거리에 내걸리는 현수막과 후보를 알리는 포스터, 후보에 대한 자세한 이력과 공약을 실은 선거 공보물, 게다가 이번 대선에서는 코로나19 때문에 등장한 비닐장갑까지, 모든 선거용 물품들은 일회용이란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곧바로 버려집니다. 

이번 대선에서 사용되고 버려진 선거 쓰레기를 환산하면 온실가스 7,321t에 이른다고 합니다(대선1.5도,녹색연합). 이는 30년 된 소나무 80만3천5백 그루가 1년 내내 흡수해야 하는 이산화탄소 양입니다. 종이컵 5억 4천만 개에 해당됩니다. 6월에 있게 될 지방 선거에는 이번 대선보다 무려 3배에 가까운 선거 홍보물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30년 된 소나무 228만 2,637그루가 흡수해야 하는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는 것이지요. 종이컵 15억 만개 이상을 사용하는 비용을 들여 선거를 치른다니 참으로 끔찍한 일입니다. 

대선 중에 한 정치평론가는 상대방을 향한 비방과 거짓 뉴스들이 난무하는 모습을 보고 ‘말 쓰레기’가 넘쳐나는 대선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우리의 공동의 집, 지구를 짓누르는 ‘선거 쓰레기’입니다. 대선 중에 대통령 당선자를 포함한 모든 후보가 탄소중립을 약속했습니다. 2050 탄소중립은 우리 사회의 약속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쓰레기박사 홍수열 자원순환사회 경제연구소장은 '선거 쓰레기 제로' 선거를 만들자고 제안을 합니다. 그러고 보니 두 달 보름여 앞으로 다가온 제8회 지방선거를 ‘선거 쓰레기 제로’ 실천 선거로 만들어 보면 좋겠습니다. 현수막 안 걸기, 벽보 부착 안 하기, 전자 공보물 도입하기, 이것만 실천해도 2/3이상의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 국민들에게 이보다 더 생생한 기후 위기 대응 실천프로그램이 있을까요? 더구나 선거를 통하여 우리 대한민국이 탄소중립을 위해 이처럼 적극적인 대응을 하다니! 실행하기만 한다면 아마 우리 사회의 근원적인 변화를 불러오지 않을까요?

사족 하나. 2000년대 유럽에서 일어난 뚜렷한 정치 현상이 있습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핀란드, 벨기에, 독일 등에서 환경보호를 외치며 1980년대부터 정치활동을 해 온 녹색당이 마침내 정당 연합 형태로 집권당으로 부상한 것입니다. 서구 사회에서는 기후 위기 문제를 깊이 논쟁하지 않는 선거는 성립되지(?) 않습니다. 조 바이든은 2021년 선거에 당선되어 전임 트럼프가 탈퇴한 ‘파리기후협약’ 재가입을 취임 첫 공식 행보로 선택했습니다.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대한민국의 실천적 선택이 향후 나라의 명운을 좌우할 것입니다. 

이광섭목사 / 전농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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