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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뭐가 두려우세요?
이광섭  |  h-stai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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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년 02월 24일 (목) 23:28:16 [조회수 : 3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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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탄소 금식 캠페인 및 자료나눔회’를 마치고 함께 커피를 마시던 한 신학 교수가 불쑥 물어왔습니다. “아니, 목사님들은 뭐가 그렇게 두려우세요?” 마침 그때 나는 기후 위기 상황 앞에서 한국교회가 녹색 신앙으로 무장하면 기후 위기 극복 활동이 오히려 새로운 전도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던 중이었습니다. 작년에 ‘기후 위기 행동의 날’에 피켓을 들고 나가서 지역주민들과 교감했던 경험과 교회에 다니지 않는 지인들을 초청해서 탄소금식 운동을 함께 진행한 경험을 가지고 이야기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었지요. 그런데 뭐가 그리 두려우냐는 말에 그만 머쓱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숨겨졌던 목사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그 교수가 말하는 핵심은 현장 목회자들의 생각이 너무 고착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왜 교회가 중심이 되어야 하느냐? 왜 꼭 교회로 사람들을 모으려고만 생각을 하느냐? 교회가 중심이 되지 않으면 안되느냐? 잘 생각해 보라. 교회가 세상으로 나아가야 하는 게 아니냐? 교인들을 마을로 내보내라. 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사귀게 하라. 마을 사람들 모임으로 들어가서 그들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무엇을 하는지 가만히 살펴보도록 해라. 공감해라. 그리고 일을 함께 나누어 할 수 있겠다고 판단되면 그때 조금씩 해보시라. 그래야 제대로 일도 하고, 사람도 얻을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했습니다.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습니다. 

사실, 신학자들에 대하여 비난 섞인 불평을 종종 해왔던 터라 신학자에 대해서는 나도 할 말이 많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신학자들과 대화하면 예외 없이 생태계의 위기를 말하고, 기후 위기에 대해서 다 공감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신학 논문은 고사하고 에세이 류의 짧은 글조차도 발표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신실하게 교회를 섬기려는 신학자가 이렇게도 없느냐고 말해왔거든요. 그런데 그날 제대로 된 신학자를 만난 것입니다. 그는 생태 위기 앞에 서 있는 한국교회를 위해 녹색 신앙의 바탕이 되는 논문을 꾸준히 발표해 온 것은 물론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회피하지 않고 활발하게 움직여온 신앙 활동가였습니다. 

그날 이상하게도 신비로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실천하는 신학자가 ‘뭐가 두려우세요?’하고 한마디 던지자 ‘아, 그래 중심이 문제구나’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거든요. 마치 안개 속에서 눈을 가늘게 뜨고 희미하게 볼 수밖에 없었던 ‘지역목회’의 그림이 환하고 일목요연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 같았습니다. 나름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는 개체 교회에서 ‘지역’과 ‘마을’이 사라진 것이라고 진단해왔던 터였습니다. 한국의 거의 모든 교회가 규모나, 지역에 상관없이 오직 ‘성장’이란 DNA만 남아 있는 것 같아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가 구하는 것처럼 모든 개체 교회마다 교회의 뿌리는 ‘마을’임을 발견하게 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한국교회가 생명력을 회복하게 해 주십시오, 이렇게 기도를 해 왔습니다.

그런데 한순간에 지역목회, 마을 목회의 핵심은 ‘중심’의 문제임을 깨우친 것입니다. 여태껏 마을 목회를 말하면서도 교회가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여겨왔습니다. 무의식적으로 교회의 이름을 빌려서 하나님 나라의 일을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다고 착각해온 것이지요. 교회 성장의 강박을 스스로에게도 감쪽같이 숨겨놓고 하나님 나라의 건강함을 추구한다고 말해왔다는 생각도 들고요. 예수님은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 같이 나도 너희를 보내노라”(요20:21)고 하셨습니다. 온 우주와 모든 피조물을 구원하시려는(골1:20, 롬8:21) 하나님의 주권을 믿고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하는 것이 마을 목회의 핵심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미루지 말고 교회 소그룹의 목표를 ‘마을로 들어가 마을 사람들의 모임에 참여하고 그들과 친해지기’로 정하고 실행을 해야 하겠습니다. 막상 그렇게 결심하니 두렵긴 합니다.

이광섭목사 (전농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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