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우에 날선 검을 가지신 이’는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다. 사도 요한은 요한복음에서 예수그리스도를 ‘삶이 되신 말씀’으로 증거 한다.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요 1:1)”,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 영광을 보니 아버지 독생자의 영광이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요 1:14).” 말씀이 하나님이시고, 말씀이 육신이 되셨다. 기독론의 핵심인 성육신(成肉身, incarnation)이다. 독생자(μονογενοῦς, 모노게누스, 유일한 혈통, 동일한 하나의 유전자) 예수님을 보면 아버지 하나님을 보는 것과 똑같다. 예수께서 하나님의 말씀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삶으로 구현해 내셨기 때문이다. 히브리서는 말씀을 좌우의 날선 검과 같다고 증거 한다. “하나님의 말씀은 살았고 운동력이 있어 좌우에 날선 어떤 검보다도 예리하여 혼과 영과 및 관절과 골수를 찔러 쪼개기까지 하며 또 마음의 생각과 뜻을 감찰하나니(히 4:12)” 사도 바울은 마귀의 궤계를 대적하기 위한 전신갑주를 전하면서 “성령의 검 곧 하나님의 말씀을 가지라(엡 6:10~20).”고 했다. 성령 충만은 곧 말씀 충만이고, 말씀은 영적 전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공격무기다. 하나님을 대적하는 영적 존재인 사단은, 사람을 통해 말로 훼방한다. 성령의 역사는 말씀으로 나타난다. 예수께서도 말씀으로 사단을 물리치셨다.
② (16절) “그러므로 회개하라 그리하지 아니하면 내가 네게 속히 임하여 내 입의 검으로 그들과 싸우리라”
▶ 말씀으로 싸우는 것은 논쟁이나 정죄가 아니다. “내 입의 검으로 그들과 싸우리라”는 뜻 은 성경(正經, Canon, χανων, 길이를 측정하는 정확한 자, 尺量, scale, 다림줄) 곧 말씀이 전하는 본래적 메시지를 발견하고 하나님의 뜻을 정확하게 분별해서 적용하고 뜻대로 실천하는 삶을 의미한다. 말씀대로 준행하는 삶은 단순히 도덕적인 선행이나 문자적인 율법 준수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좇아 기뻐하고 기도하며 감사하고 사랑하며 사는 삶이다. 성령의 검, 하나님의 말씀으로 싸우는 것은 어두운 세상 속에서 말씀이 육신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빛을 따라 사는 삶이다. 말씀으로 싸우는 것은 공중 권세 잡은 사단이 주름잡는 세상 속에서 삶이 되신 말씀, ‘그리스도를 본받아’ 사는 삶이다. 삶에서 만나는 문제 앞에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라는 물음을 던지면, 믿지 않는 사람도 알 수 있을 만큼 정확한 답을 찾을 수 있다.
2. 사단의 왕좌, 그리스도의 보좌
① (13절 상) “네가 어디 사는 것을 내가 아노니 거기는 사단의 위가 있는 데라”
▶ ‘사단의 위(位, throne)’는 왕위(王座)인데 하나님의 보좌(寶座)와 대조되는 표현이다. 하나님의 통치와 대비되는 사단의 통치를 의미한다. 특정한 장소나 지역을 넘어 사단의 세력이 지배하는 모든 곳을 통칭한다. 버가모는 로마 제국의 소아시아 지역 수도로 로마제국의 황제숭배가 만연하던 우상숭배의 중심지였다. 일제강점기에 우리민족에게 신사참배를 강제했던 것과 같다. 일본제국은 오늘날 남산공원 자리에 조선신궁을 세우고 전국에 300여개의 신사를 만들고 일본천황을 신격화하고 우상화해서 식민지를 다스리는 제국의 통치이념으로 사용했다. 사단의 위는 그리스 로마 신화와 같은 이교사상이 아니라 황제숭배로 대표되는 우상숭배를 가리킨다. 물론 버가모에는 뱀이 지팡이를 감싸는 형상을 한 의술과 치료의 신, 아스클레피오스 신전이 있었지만 이것이 초대 교회를 박해했던 사단의 위는 아니었다. 황제숭배를 거부해서 받은 박해를 이교사상과 오해하면 안 된다. 우상숭배와 이교사상의 구별이 필요하다.
② (13절 하) “네가 내 이름을 굳게 잡아서 내 충성된 중인 안디바가 너희 가운데 곧 사단의 거하는 곳에서 죽임을 당할 때에도 나를 믿는 믿음을 저버리지 아니하였도다”
▶ 초대교회의 박해와 순교의 원인은 로마 황제가 아니라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통치자로 섬겼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통치와 예수 그리스도를 메시아로 섬기는 그리스도인들은, 로마제국의 통치자들에게는 제국의 통치에 반역하는 위협요소로 여겨졌다. 이는 일제강점기에 신실한 기독교인들이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것과 같다. 증인은 헬라어로 ‘마르투스(μάρτυς)’인데 순교자란 뜻이다. 충성된 증인이란 하나님 나라, 하나님의 통치를 이루기 위해 로마황제에게 절하지 않고 순교한 이들에게 주는 거룩한 호칭이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주신 최종 명령도 마르투스(증인, 순교자)의 삶이었다.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에서 내 증인이 되리라 하시니라(행1:8).” 그리스도인은 누구인가? 물질이 다스리는 세상 속에서도 말씀과 뜻을 좇아 하나님의 통치를 이루며 사는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이다. 지상에서 천상에 속한 자로 사는 천국 백성이다. 신사참배가 창조주 하나님을 부인하는 배교이듯 물신숭배는 삶의 주관자를 부인하는 배교다. 누가 충성된 증인인가! “죽임을 당할 때에도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오직 하나님만 하나님으로 섬기는 안디바와 같은 순교자다.
3. 우상숭배(偶像崇拜), 이교사상(異敎思想), 이단사설(異端邪說), 사이비(似而非)
① (14절~15절) “그러나 네게 두어가지 책망할 것이 있나니 거기 네게 발람의 교훈을 지키는 자들이 있도다. 발람이 발락을 가르쳐 이스라엘 앞에 올무를 놓아 우상의 제물을 먹게 하였고 또 행음하게 하였느니라. 이와 같이 네게도 니골라당의 교훈을 지키는 자들이 있도다”
▶ 니골라당은 민수기에 등장하는 거짓 선지자 발람처럼 ‘하나님의 백성을 삼키는 자’다. 초대 교회의 이단은 박해를 일삼았던 사단의 위(位), 곧 ‘우상숭배(황제숭배)’와 당시 문화적인 풍조에 불과했던 ‘이교사상(그리스 로마신화)’과 구별된다. 무엇보다 발람의 교훈을 지키는 니골라당은 교회 밖에 있는 정치적 이데올로기인 황제숭배나 그리스 로마신화와 같은 타종교가 아니라, ‘교회 안에 있는’ 이단사설이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니골라당은 특정한 이단사설을 넘어 영지주의, 말시온파, 에비온파, 몬타누스파와 같은 초대 교회 안에 나타났던 모든 이단사설들을 통칭한다. 오늘날 신천지나 안상홍증인회 등은 초대 교회 이단사설과는 차원이 다른 사이비에 불과하다.
② (메시지성경) “그런데 왜 너는 그 발람의 무리를 받아 주느냐? 발람이 맞서야 할 원수였다는 것을, 그가 발락을 부추겨 사악한 잔치를 열고 이스라엘의 거룩한 순례길을 방해했던 자인 것을 기억하지 못하느냐? 왜 똑같은 짓을 하고 있는 니골라당을 참아 주느냐? 이제 그만, 더 이상 그들을 용납하지 마라”
▶ 교회 안에 들어 온 이단사설과 맞서 싸운 에베소 교회의 사자와 달리, 버가모 교회의 사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죄(수수방관, 방치, 생략의 죄)에 대한 책망을 부활하신 주님으로부터 받고 있다. “엘리야가 모든 백성에게 가까이 나아가 이르되 너희가 어느때까지 두 사이에서 머뭇머뭇 하려느냐 여호와가 만일 하나님이면 그를 좇고 바알이 만일 하나님이면 그를 좇을 찌니라 백성이 한 말도 대답지 아니하는지라(왕상 18:21)”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긴 아합왕의 우상숭배에 백성들도 동조했던 것이다. 진실과 거짓의 싸움에서 불의에 대한 침묵은 암묵적 동의다. “지옥에서 가장 뜨거운 자리는 도덕적인 위기에서 중립을 지킨 자들을 위해 마련한 곳이다.(단테의 신곡, 지옥편)”, “결국 우리는 적들이 남긴 말이 아니라, 동지의 침묵을 기억할 것이다.(마틴 루터 킹)”
4. 세상이 알 수 없는 하늘양식, 세상이 줄 수 없는 하늘보화
① (17절 상) “귀 있는 자는 성령이 교회들에게 하시는 말씀을 들을찌어다 이기는 그에게는 내가 감추었던 만나를 주고 또 흰 돌을 줄터인데”
▶ 모든 교회에 보내는 편지의 말미에 이기는 자에게 주시는 믿음의 혜택(benefit)과 신앙생활의 유익을 증거 한다. 에베소 교회는 “생명나무 과실을 먹게 하리라” 서머나 교회는 “둘째 사망의 해를 받지 아니하리라” 버가모 교회는 “감추었던 만나와 새 이름을 기록한 흰 돌”을 주겠다고 약속하신다. (메시지성경) “나는 승리한 사람에게 거룩한 만나를 줄 것이다. 또한 나는 너의 새 이름, 너의 비밀한 새 이름이 새겨진 깨끗하고 부드러운 돌을 줄 것이다” 난해한 이 구절에 대해 결론부터 말하자면, 감추었던 만나는 세상이 알 수 없는 하늘의 양식이고, 흰 돌은 세상이 줄 수 없는 하늘의 보화를 의미한다. ‘만나(manna)’라는 이름의 뜻은 ‘이것이 무엇이냐?’다. 그 이름대로 직접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맛을 알 수 없는 하나님이 위로부터 공급해주시는 생명의 양식이다. ‘흰 돌(백석, 화이트 스톤)’에 관한 여러 추측들이 있지만, 그 의미를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본문이 전하는 대로 받는 자 밖에는 그 누구도 알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진가를 모르는 사람에게 보석(寶石)은 한낱 돌덩이에 불과하듯 흰 돌은 진가를 아는 사람만 발견할 수 있는 하늘의 보화다. “천국은 마치 밭에 감추인 보화와 같으니(마13:44)” 밭에 감춰진 것이 무슨 보화인지 발견한 사람 외에는 알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예수께서 그를 보시고 사랑하사 가라사대 네게 오히려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으니 가서 네 있는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라 그리하면 하늘의 보화가 네게 있으리라 그리고 와서 나를 좇으라 하시니(막10:21)” 하늘의 보화는 신실한 부자 청년조차도 알지 못했던 발견한 사람만 알 수 있는 감춰진 신비(神祕)다.
② (17절 하) “그 돌 위에 새 이름을 기록한 것이 있나니 받는 자 밖에는 그 이름을 알 사람이 없으니라”
▶ 소중한 것을 쇠붙이나 돌에 새긴 기록을 금석문(金石文)이라고 부르고, 기념비나 묘비처럼 돌에 새기는 것을 석문이라 부른다. “그 돌 위에 새 이름을 기록한 것이 있나니” 돌에 새기는 이유는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구약성경에도 이름을 새기는 것과 관련된 말씀이 나온다. “호마노 두 개를 취하여 그 위에 이스라엘 아들들의 이름을 새기되(출 28:9)”, “오직 시온이 이르기를 여호와께서 나를 버리시며 주께서 나를 잊으셨다 하였거니와 여인이 어찌 그 젖먹는 자식을 잊겠으며 자기 태에서 난 아들을 긍휼히 여기지 않겠느냐 그들은 혹시 잊을찌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아니할 것이라 내가 너를 내 손 바닥에 새겼고(사 49:14~16)” 하나님이 우리의 이름을 기록하시고 기억하신다. 또 새 이름을 주신다. “내가 내 집에서 내 성안에서 자녀보다 나은 기념물과 이름을 주며 영영한 이름을 주어 끊치지 않게 할 것이며(사 56:5)”, “너는 여호와의 입으로 정하실 새 이름으로 일컬음이 될 것이며(사 62:2)”
③ (마 10:28~33) “몸은 죽여도 영혼은 능히 죽이지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말고 오직 몸과 영혼을 능히 지옥에 멸하시는 자를 두려워하라. 참새 두 마리가 한 앗사리온에 팔리는 것이 아니냐 그러나 너희 아버지께서 허락지 아니하시면 그 하나라도 땅에 떨어지지 아니 하리라. 너희에게는 머리털까지 다 세신바 되었나니 두려워하지 말라 너희는 많은 참새보다 귀하니라. 누구든지 사람 앞에서 나를 시인하면 나도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앞에서 저를 시인할 것이요. 누구든지 사람 앞에서 나를 부인하면 나도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앞에서 저를 부인하리라”
▶ 예수께서 열 두 제자를 증인으로 세상에 파송하시며 하신 말씀이다. 사도 요한의 계시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말씀이 아니다. ‘이기는 그에게’ 곧 오직 주님의 증인으로 산 마르투스(μάρτυς, 순교자)에게만 부여된 특권이다. “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으로 기뻐하라(눅 10:20)” 그 이름은 하늘에 기록된다. 그 이름이 “생명책(요 20:12)”에 기록되고 그 이름이 “여호와 앞에 있는 기념 책(말 3:16)”에도 기록된다. 순교자 주기철 목사는 일사각오의 신앙모델이자 독립운동가(1963년 건국훈장 독립장 수여)로 역사에 기록되고 기억된다. 이와 달리 배교자 정춘수 목사는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한 사람이었지만 훗날 신사참배에 앞장선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친일인명사전에 기록되고 기억된다. 그는 감리교회의 감독직까지 수행했지만 해방 후 목사직 박탈과 출교를 당했고 말년에 가톨릭으로 개종했다. 이들의 이름이 역사와 후대에 어떻게 기록되고 기억되는지 보다 과연 그들의 이름이 하나님 앞에서 어떤 이름으로 기록되고 기억되었을까! 우리의 인생이 끝나는 날, 우리의 이름도 영원히 기억되고 기록된다. 과연 나는 하나님 앞에서 어떤 이름으로 기억될 것인가,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서 어떤 이름으로 기록될 것인가? 요한계시록은 이 물음을 품고 사는 오늘의 삶을 촉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