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8절) “서머나 교회의 사자에게 편지하기를 처음이요 나중이요 죽었다가 살아나신 이가 가라사대”
▶ “처음이요 나중이요 죽었다가 살아나신 이”는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다. “두려워 말라! 나는 처음이요 나중이니 곧 산 자라 내가 전에 죽었었노라. 볼찌어다 이제 세세토록 살아 있어 사망과 음부의 열쇠를 가졌노니(1:17~18).” 부활의 승리와 영광을 거듭 반복하며 강조한다. 서머나 교회의 사자가 로마제국의 극심한 박해로 인해 죽음의 공포와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서머나 교회 지도자들의 상황은 요한복음 20장에 나오는 제자들의 상황과 동일하다. “이날 곧 안식 후 첫날 저녁 때에 제자들이 유대인들을 두려워하여 모인 곳에 문들을 닫았더니 예수께서 오사 가운데 서서 가라사대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찌어다. 이 말씀을 하시고 손과 옆구리를 보이시니 제자들이 주를 보고 기뻐하더라(요20:19~20).” 부활의 첫 열매가 되신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신 그대로, 서머나 교회의 지도자에게도 “두려워 말라!”고 말씀하신다. 두려움의 원인은 십자가와 부활에 대한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십자가와 부활의 복음은 죽음으로 사는 삶, 곧 죽음 앞에서도 두려워하지 않는 삶이다.
② (롬1:17) “복음에는 하나님의 의가 나타나서 믿음으로 믿음에 이르게 하나니 기록된바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함과 같으니라.”
▶ 기독교가 전하는 복음의 핵심은 ‘십자가와 부활’이다. 로마서 17장에서 사도 바울은 이 복음, 곧 십자가와 부활에 관한 믿음을 두 단계로 구분한다. “믿음으로 믿음에 이르게 하나니” 십자가와 부활에 대한 첫 번째 믿음의 단계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을 믿는 것이다. 예수께서 죽기까지 복종하심으로 십자가 달려 죽으셨고, 하나님께서 사흘 만에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리신 주님의 부활을 믿는 믿음이다. 십자가와 부활에 대한 두 번째 믿음의 단계는 나도 내 몫에 댄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좇아 죽기까지 순종하면 예수님을 부활하게 하신 하나님께서 나도 승리하게 하시고 영광스럽게 하실 것을 믿는 믿음이다. 이 믿음에 이르면 기꺼이 십자가를 지고 한 알의 밀로 썩어진다. 의인은 이 믿음으로 살고, 이 믿음으로 사는 사람이야말로 의인이다. 대부분 첫 번째 십자가와 부활의 믿음의 단계에 머문다. 사도 요한은 죽음 앞에 두려워하는 서머나 교회의 사자에게 부활하신 주님의 음성을 통해 십자가와 부활에 대한 두 번째 단계에 이르는 성숙한 믿음을 촉구한다.
2. 사단의 회(會)인가, 주님의 교회(敎會)인가
① (9절 상) “내가 네 환난과 궁핍을 아노니 실상은 네가 부요한 자니라”
▶ “내가 네 환난과 궁핍을 아노니” 서머나 교회의 사자가 당한 환난과 궁핍은 일반적인 고난과 가난이 아니다. 하나님 때문에 당하는 고난과 예수님 때문에 당하는 가난이다. “예수께서 눈을 들어 제자들을 보시고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하나님의 나라가 너희 것임이요 이제 주린 자는 복이 있나니 너희가 배부름을 얻을 것이요 이제 우는 자는 복이 있나니 너희가 웃을 것임이요(눅 6:20~21).” 이 말씀이 전하는 본뜻을 알려면 앞선 배경을 살펴야 한다. “안식일에 예수께서 밀 밭 사이로 지나가실 쌔 제자들이 이삭을 잘라 손으로 비비어 먹으니 어떤 바리새인들이 말하되 어찌하여 안식일에 하지 못할 일을 하느뇨(눅 6:1~2).” 본문이 말하는 가난한 자는 하나님 나라를 위해서 자발적 가난을 선택한 제자들을 가리킨다. 그들을 향한 예수님의 위로와 축복의 말씀이다. “그러나 화 있을진저 너희 부요한 자여 너희는 너희의 위로를 이미 받았도다. 화 있을진저 너희 이제 배부른 자여 너희는 주리리로다. 화 있을진저 너희 이제 웃는 자여 너희가 애통하며 울리로다(눅 6:24~25).” 장자의 권한을 팔아버린 형 에서는 지금은 배불러서 웃고 있지만 훗날 슬피 울며 통곡하게 된다. 이와 달리 장자의 권한을 택한 야곱은 광야 고생길이 시작되지만 하나님의 축복으로 나가는 길이었다. “실상은 네가 부요한 자니라” 그리스도인의 삶은 야곱처럼 더 높은 가치를 위해 환난과 궁핍을 선택하지만 하나님 앞에서 부요한 자로 사는 인생이다. “(세상에서) 무명한 자 같으나 (하나님 앞에서) 유명한 자요, 죽은 자 같으나 보라 우리가 살고, 징계를 받는 자 같으나 죽임을 당하지 아니하고, 근심하는 자 같으나 항상 기뻐하고, (세상에서) 가난한 자 같으나 (하나님 앞에서) 모든 것을 가진 자로다(고전6:9~10).”
② (9절 하) “자칭 유대인이라 하는 자들의 훼방도 아노니 실상은 유대인이 아니요 사단의 회라”
▶ (메시지성경) “나는 훌륭한 유대인인 척하는 자들, 그러나 실은 사탄의 무리에 속하는 자들의 주장에 담긴 그 거짓을 알고 있다” 자칭 유대인은 스스로 의롭게 여기는 바리새인의 외식을 가리킨다. 사람에게 보이려는 외식은 신앙의 위선으로 이어진다. 진정한 신앙생활은 우리의 외모가 아니라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 앞에서 중심을 반듯하게 세워나가는 것이다. “대저 표면적 유대인이 유대인이 아니며 육신의 할례가 할례가 아니라 할례는 마음에 할찌니 신령에 있고 의문에 있지 아니한 것이라(롬2:28~29).” 진정한 유대인의 조건이 외적인 혈통이나 할례, 몇 가지 율법과 규례에 대한 준수가 아니듯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조건은 모태신앙이나 세례, 직분이나 몇 가지 교인 의무의 준수가 아니라 회심에 의한 내면의 변화다. “사단의 회(會)”는 “주님의 교회(敎會)”와 대비되는 모임과 단체를 통칭한다. 사단은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훼방하는 대적이고, 사단은 사람을 통해서 말로 역사한다. 십자가가 걸려 있다고 다 주님의 교회는 아니다. 예수님이 머리되신 교회만 주님의 교회다. 주님이 머리되신 주님의 교회(敎會)인지 사람이 주인 노릇하는 사단의 회(會)인지 분별해야 한다. 종교개혁자들은 사단의 회와 구별되는 주님의 교회에 대한 확고한 기준을 제시했다. “오직 믿음, 오직 은혜, 오직 말씀, 오직 그리스도(쯔빙글리) : sola fide, sola gracia, sola scriptura, sola christus”다. 오직 믿음이 아닌 돈과 힘으로 구원을 추구하는 물질주의가 사단의 회다. 오직 은혜가 아닌 사람의 공덕을 앞세우는 공로주의가 사단의 회다. 오직 말씀이 아닌 도그마와 문자주의에 집착하는 율법제일주의가 사단의 회다. 오직 그리스도가 아닌 교황이나 교주, 목사나 장로, 회중(다수결) 등 사람이 주인노릇하면 사단의 회일뿐이다.
3. 십자가 없이 부활도 없다
① (10절) “네가 장차 받을 고난을 두려워 말라 볼찌어다 마귀가 장차 너희 가운데서 몇 사람을 옥에 던져 시험을 받게 하리니 너희가 십일 동안 환난을 받으리라 네가 죽도록 충성하라 그리하면 내가 생명의 면류관을 네게 주리라”
▶ 십자가와 부활의 믿음은 언제 필요한가? 물이 키를 넘을 때 수영실력이 필요하듯 믿음의 필요한 때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죽음의 순간, 모든 희망이 사라진 절망의 순간, 죽음 같은 환난의 순간이다. 십자가와 부활에 대한 믿음은 비가 오고 창수가 나는 위기의 순간에 드러난다. 고난과 박해의 순간에 순교와 배교로 나타난다. 초대교회사에서 서머나 교회는 폴리캅(A.D 69~155)의 순교로 유명하다. “너희가 십일 동안 환난을 받으리라” (메시지성경)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마라! 마귀가 곧 너를 감옥에 던져 넣을 것이나 이 시험의 때는 열흘뿐이다. 곧 끝난다” 신학자들의 해석대로 ‘십일 동안’은 십년간의 박해나 십대 박해자(A.D 54년 네로~A.D 311년 갈레리우스까지 열 명의 황제)를 가리키는 문자적인 의미를 넘어, 모든 시대와 모든 장소에서 벌어지는 그리스도인들의 박해를 통칭한다. 핵심은 고난과 박해가 영원하지 않고 기한과 끝이 있다는 사실이다. “네가 죽도록 충성하라 그리하면 내가 생명의 면류관을 네게 주리라” (메시지성경) “목숨을 잃는 한이 있어도 결코 포기하지 마라. 믿음으로 끝까지 견뎌내라. 내가 너를 위하여 준비해둔 생명의 면류관이 있다.” 면류관은 승리와 영광의 상급이다. 고난 없이 영광도 없듯(no pain no crown), 십자가 없이 부활도 없다. 눈물로 씨를 뿌리지 않았는데 어찌 기쁨으로 단을 거둘 수 있으랴!
② (눅4:13~14) “마귀가 모든 시험을 다 한 후에 얼마 동안 떠나니라. 예수께서 성령의 권능으로 갈릴리에 돌아가시니”
▶ “마귀가 장차 너희 가운데서 몇 사람을 옥에 던져 시험을 받게 하리니” 시험에 예외는 없다. 예수께서도 광야에서 마귀에게 시험을 받으셨다. 하지만 이기시고 마침내 성령 충만함을 얻으셨다. 시험을 이기면 강해지고 성숙해진다. “사람이 감당할 시험 밖에는 너희에게 당한 것이 없나니 오직 하나님은 미쁘사 너희가 감당 못할 시험을 허락지 아니하시고 시험 당할 즈음에 또한 피할 길을 내사 너희로 능히 감당하게 하시느니라(고전10:13).” 시험이 없길 바라기보다 시험을 당할 때 이길 힘을 하나님께 구해야 한다. “내 형제들아 너희가 여러 가지 시험을 만나거든 온전히 기쁘게 여기라 이는 너희 믿음의 시련이 인내를 만들어 내는 줄 너희가 앎이라 인내를 온전히 이루라 이는 너희로 온전하고 구비하여 조금도 부족함이 없게 하려 함이라(약1:2~4).” 거친 물살이 노련한 뱃사공을 만든다. 온실 속에 화초, 우물 안 개구리, 땅 집고 헤엄치기, 교회 안에 왕소금 같은 신앙에서 벗어나는 길은 시험을 통과하고 이겨내는 것 외에 없다. 그래서 하나님은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친히 시험을 허락하신다. “주께서 그 사랑하시는 자를 징계하시고 그의 받으시는 아들마다 채찍질하심이니라 하였으니...무릇 징계가 당시에는 즐거워 보이지 않고 슬퍼 보이나 후에 그로 말미암아 연달한 자에게는 의의 평강한 열매를 맺나니(히12:6~11).” 예수께서는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하셨다. 여기에 누구도 예외는 없다.
4. 둘째 사망의 해(害)
① (11절) “귀 있는 자는 성령이 교회들에게 하시는 말씀을 들을찌어다. 이기는 자는 둘째 사망의 해를 받지 아니하리라”
▶ 요한의 계시는 “교회의 사자에게 편지하기를” 부활하신 주님께서 교회의 지도자들에게 하시는 말씀으로 시작해서 “성령이 교회들에게 하시는 말씀”으로 확장된다. 또한 요한의 계시는 초대 교회의 지도자들과 소아시아의 일곱 교회를 넘어 모든 교회의 지도자들과 모든 교회의 성도들에게 하시는 말씀으로 읽어야 한다. “이기는 자는 둘째 사망의 해를 받지 아니하리라” 이기는 자는 영적 전쟁에서의 승리를 가리킨다. 일곱 교회에 보내는 모든 편지의 말미에 이기는 자에게 주시는 믿음의 혜택(benefit)과 유익을 한 가지씩 증거 한다. 에베소 교회에 “생명나무 과실을 먹게 하리라”에 이어 “둘째 사망의 해를 받지 아니하리라” 서머나 교회에 약속하신다.
▶ “둘째 사망의 해(害, 해로움, 손해, 피해, damage)”는 무엇인가? “한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하신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니(히9:27).” 첫째 사망은 육체의 죽음이고 둘째 사망은 영적 죽음 곧 하나님의 심판을 가리킨다. “또 내가 보니 죽은 자들이 무론 대소하고 그 보좌 앞에 섰는데 책들이 펴 있고 또 다른 책이 펴졌으니 곧 생명책이라 죽은 자들이 자기 행위를 따라 책들에 기록 된 대로 심판을 받으니(요20:12).” 육체적인 죽음이 끝이 아니라 죽음 이후에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서 “생명책(Book of Life)”과 “여호와 앞에 있는 기념 책(말3:16)”에 기록된 대로 심판을 받게 된다. 이처럼 첫째 사망과 구별된 둘째 사망이 있듯이 첫째 출생과 구별된 두 번 째 출생도 있다. 첫째 출생은 육신의 부모님에게서 태어난 출생이고 두 번 째 출생은 하나님의 자녀로 태어나는 거듭남(重生, born again)을 가리킨다. 사람은 반드시 두 번 태어나야만 한다. “진실로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사람이 거듭나지 아니하면 하나님의 나라를 볼 수 없느니라(요 3:3)” 죄에 대하여 죽고 의에 대하여 다시 사는 새로운 삶이다. “물과 성령으로 거듭나지 아니하면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느니라(요 3:5)” 하나님의 자녀로 거듭나면 둘째 사망의 해를 받지 않는다. 이것이 십자가와 부활이 증거 하는 ‘죽음으로 사는 삶’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