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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란바트로의 밤
조진호  |  jino-j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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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년 02월 11일 (금) 23:09:05
최종편집 : 2022년 02월 11일 (금) 23:14:01 [조회수 : 2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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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베이징의 밤이 연일 우리나라를 뜨겁게 밝히고 있습니다. 대국답지 않은 중국의 텃세와 편파 판정으로 인해 무관심으로 대응하고 싶다가도 4년 동안 열심히 준비한 모든 선수들과 올림픽 이라는 범인류적 화합의 장을 생각하니 마음은 다시금 베이징의 밤하늘 아래로 향합니다. 
 
최근 제게 가장 큰 감동이 되었던 노래가 있습니다. 작년 가을, 한 음악회에서 마두금이 연주하는 그 선율을 들은 후로 저는 완전히 그 노래에 빠져 버렸습니다. 중학생이던 90년대 초반 시내버스에서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를 처음 들었을 때와 같은 음악적 임팩트를 입었고 아직까지 그 감동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두금은 우리나라의 해금과 비슷한 몽골 전통악기입니다. 줄을 감는 머리 부분에 몽골 민족을 상징하는 말 머리 조각을 달아 ‘마두금(馬頭琴)’이라 부르는데 그 음색은 해금 보다 거칠고 투박하지만 평원을 내달리는 몽골마의 호방한 질주와도 같은 소리를 내뿜는 몽골의 민족 악기입니다.  

그 날 재즈 밴드와 함께 마두금이 연주한 노래 ‘울란바토르의 밤’은 저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습니다. 노래가 없는 연주곡이었지만 그 멜로디를 듣는 순간 바로 울란바토르의 밤을 떠올릴 수 있었고 누군가의 댓글대로 한 번도 가 본적 없는 울란바토르가 그리워질 정도였습니다.

‘울란바토르의 밤(Улаанбаатарын Үдэш)’은 몽골의 ‘이넴섹렐 밴드(ИНЭЭМСЭГЛЭЛ/미소)’가 1985년에 발표한 노래입니다. 원곡을 찾아 듣고 가사를 보니 노래만큼이나 가사도 너무나 아름다워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밴드 연주자들의 수준도 상당합니다. 내공이 깊고 품격이 있는 연주입니다. 피아노 연주는 어지간한 솔로 피아니스트의 수준을 넘습니다. 비틀즈가 그러했듯이 이들의 음악을 들어 보면 클래식 기반이 매우 탄탄함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노래가 그렇습니다. 일반적으로 대중가수들은 성대를 억지로 컨트롤하여 노래하기 마련인데 이넴섹렐 밴드는 숨의 결을 그대로 살려 울림과 감동이 있는 노래를 들려줍니다.    

가사는 저의 섣부른 개입이 사족이 될 법한 그 자체로도 완벽히 아름다운 사랑의 시입니다. 다만 1절부터 3절에 등장하는 세 연인의 모습이 세 쌍의 다른 연인이 아니라 그 사랑이 깊어지고 무르익는 한 쌍의 연인의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7,80년대에 결성되어 모두 노신가가 된 최근에 이르기까지 함께 음악활동을 하고 있는 이 밴드처럼 말입니다. 

이 노래를 들으며 새삼스럽게 깨닫는 바가 있습니다. 사랑은 참으로 아름답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그와 같은 연인들의 사랑도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십니다. 우리가 올림픽을 통해 베이징의 밤을 함께 하듯 울란바토르의 밤하늘도 우리의 밤하늘과 연결된 같은 하늘입니다. 이 땅의 연인들도 울란바토르의 밤하늘 아래 연인들과 같은 아름다운 사랑을 이어가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대중음악을 보면 젊은이들의 노래는 감각과 상업주의에, 중년 이상은 두 박자의 가벼운 흥겨움에 사로잡혀 버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 노래처럼, 그리고 이 멋진 밴드처럼 우리 모두의 사랑도 각각의 시절에 걸맞게 아름답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깊어지며 오래도록 지속되는 품격 있는 사랑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전공한 제가 몽골의 대중음악 밴드에게서 이러한 감동을 받을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저도 모르게 음악적, 민족적인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이지요. 탁성에 거친 삶을 살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몽골 민족에게 미안해질 정도입니다. 다른 민족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시 베이징의 밤으로 돌아가 봅니다. 한 곡의 노래를 통해 낯선 나라 낯선 도시의 밤을 사랑하게 되었듯이 이번 올림픽이 메달 경쟁이 아닌 진정한 올림픽 정신을 바탕으로 민족주의적 편견을 깨뜨리는 화합의 장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아니, 올림픽은 원래 그래야만 하는 자리입니다.

너른 들에 살랑이던 바람은
노곤히 지쳐 잦아들었나
연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숨소리 멈춰 귀 기울이나
울란바토르의 밤 고요한 고요한
함께 있는 젊은 연인들 고와라
울란바토르의 밤 고요한 고요한
함께 있는 젊은 연인들 고와라

겨울 지난 온화한 봄 날
사랑을 고백한 따스한 저녁
어깨 붙여 포근이 기대어
한없는 즐거움 누리며 앉아
울란바토르의 밤 고요한 고요한
함께 있는 두 목소리 나긋해
울란바토르의 밤 고요한 고요한
함께 있는 두 목소리 나긋해

푸른 하늘의 별들 늘어가고 
집집마다 불빛 반짝여 
사이좋은 부부 집에서
믿음과 기쁨의 가락 들려와
울란바토르의 밤 고요한 고요한
다가올 나날들 참 고와라
울란바토르의 밤 고요한 고요한
다가올 나날들 참 고와라

울란바토르의 밤 고요한 고요한...

https://youtu.be/uR1UXacWqq4


https://youtu.be/Hgcun3FO0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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