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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어 선생님(My Octopus Teacher)
임석한  |  skygrac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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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년 02월 08일 (화) 23:42:49 [조회수 : 3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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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목사가 삶은 문어 다리 한 쪽을 가지고 왔다. 6kg짜리 적지 않은 크기의 문어라서 한쪽인데도 불구하고 양이 꽤 된다. 6Kg정도의 문어는 20만 원 이상의 가격이다. 얼마 전 마트에서 보니 친구가 가져온 문어다리 절반정도되는 크기의 삶은 문어다리가 2-3만 원 정도로 비싸게 판매되는 것을 보았다. 지인이 바다에서 잡자마자 삶아서 택배로 보내온 문어에서 다리를 잘라서 가져왔단다. 문어다리를 잘라서 초고추장과 기름장에 번갈아 찍어 먹으니 그 맛과 식감이 일품이다. 과메기와 순대도 함께 가져와서 나눠 먹었다. 좋은 것 있으면 같이 먹자고 가져오는 친구가 있어 참 좋다. 

내겐 문어에 대한 기억이 몇 개 있다. 2003년 양양에서 첫목회시절 이웃교회에서 목회하는 후배전도사교회에 방문했다. 때마침 선장이었던 그 교회 권사님이 그날 잡은 문어를 담임전도사님을 대접하려고 가지고 온 것이 아닌가? 덕분에 나도 얻어 먹을 수 있었다. 크기는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바다에서 직접 잡은 살아있는 문어를 눈앞에서 삶아서 잘라 먹는 것은 내게 굉장히 색다른 경험이었다. 삶은 문어 다리를 잘라 초장을 찍어 먹으니 이전에 먹었던 냉동문어와는 차원이 다른 신선함과 쫄깃함이 인상적이었다.

2007년도쯤이다. 부목사시절 1년 정도 건강이 많이 안 좋을 때가 있었다. 그때도 다른 친구목사가 문어 한 마리를 가져왔다. 어제 먹은 문어보다 훨씬 거대한 문어였다. 자신의 친구가 먹으라고 보내왔는데, 아무래도 몸에 좋은 문어는 내가 먹어야 할 것 같아서 가져왔단다. 그때의 고마움은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두고두고 갚으려 한다.

문어를 먹은 김에 이번 글은 문어에 대해서 쓰겠다 하니 딸이 넷플릭스에서 본 다큐멘터리 영화를 소개해주었다. 제목은 “나의 문어 선생님”이다. 자신은 너무 감동적으로 봤다며 꼭 보라고 강력히 추천하기에 오늘 90분을 투자하여 영화를 보았다. 절반은 이 영화를 소개하려고 한다.

대서양의 목조 방갈로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바다에서 성장한 ‘크레이그 포스터’는 남아공 출신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다큐를 촬영하느라 쉴틈없이 바쁘게 살다보니 그의 심신에 여러 가지 문제가 나타났다.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려 몇 달동 안은 잠도 제대로 이룰 수 없었다. 그에게 찾아온 심각한 탈진은 자신이 그토록 좋아했던 일조차 외면하도록 만들었다. 모든 것이 귀찮아지고 불안해지면서 무거운 압박처럼 느껴졌다. 어린 아들이 있었지만 그 상태로는 좋은 아버지가 되어줄 수 없었다. 그에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크레이그는 모든 것을 내려놓게 된다. 그리고는 무작정 어릴 적 뛰놀던 고향 남아공으로 돌아간다. 고향 근처 대서양 끝자락 케이프타운보다 더 남쪽 인적 드문 어느 해변에 조그만 방갈로 하나를 마련한다. 울창한 숲과 바위 그리고 남극에서부터 밀려오는 큰 파도가 가끔 집 안까지 들어오는 해변 방갈로에서 그는 망망대해 대서양을 바라보며, 온몸으로 거센 파도를 받아들이며, 가끔은 산소통 없이 맨몸으로 잠수하는 프리다이빙을 하면서 자신을 추스르면서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거대한 다시마 숲에 안전하게 둘러싸인 바다속 특별한 공간에서 우연히 암문어 한 마리를 만난다. 좁은 틈 사이에서 자신을 경계하며 바라보다 사라진 문어를 본 그 순간에 그는 이 범상치 않은 생명체에게 무언가 배울게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는 1년 365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그곳으로 가서 그 문어를 들여다보기로 결심했고 실행에 옮겼다.

시간이 지나자 자신을 찾아오는 크레이그를 알아본 이 문어가 경계를 풀고 그에게 다가왔다. 마치 악수를 청하듯 다리 하나를 뻗어 크레이그를 흝었고, 그가 위험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후에는 마치 고양이나 강아지처럼 그에게 다가와 안기기도 하고 그와 교감을 한다. 실제로 문어의 지능은 개와 고양이 정도 되고 사람을 알아본다고 한다. 우정으로 발전하는 인간과 문어의 관계가 놀라운 신비감을 선사한다. 연체동물 문어와 교감이라니 믿겨지지 않지만 영화를 보면 너무도 감동적이다. 후반부로 가서는 산란을 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문어와의 이별장면에서는 목이 메다가 결국 눈물이 맺힌다. 

생존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공격받고 상처 입으면 꿋꿋이 이겨내지만 주어진 숙명을 단 한 번의 거역 없이 받아들이며 희생하는 문어의 삶을 지켜보며 크레이그는 스스로의 고민이 얼마나 사치스럽고 보잘 것 없는 것인지 깨닫게 된다.

영화를 미리 보았으면 어제 맛있게 먹은 삶은 문어는 아마 먹지 못했을 것 같다. 내가 먹은 문어가 마치 크레이그가 만난 문어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구가 가져온 문어 덕에 좋은 인생 영화 한편을 건졌다, 바닷속 생태계의 아름다움이 영상에 잘 담겨져 있어서 결코 지루할 틈 없이 넋 놓고 볼 수 있다. 나의 삶의 한 자락을 되돌아볼 수 있는 힐링의 영화 ‘나의 문어 선생님’을 진심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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