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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저씨’ 정주행하다
이광섭  |  h-stai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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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년 02월 03일 (목) 23:06:19 [조회수 : 3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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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설에는 뜻하지 않게 연휴 내내 방구석에서 뒹구는 호사를 맛보았습니다. 어머니가 골절상을 당하시고 석 달 가까이 입원해 있다가 퇴원하면서 대전 이모님 댁에서 한 달을 지내기로 하시자, 동생들과 집안 어른들 모두, 이번 설은 각자 어머니를 찾아뵙는 걸로 상황이 정리된 덕이지요. 주일 저녁부터 수요일 저녁까지 낯설고도 긴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그 긴 시간을 드라마에 빠질 줄은 연휴가 시작될 때까지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발단은 시사주간지였습니다. 기사를 뒤적이는 데 ‘설 연휴를 조용히 보내려는 이들을 위한 영화와 드라마’ 리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나의 인생 드라마로 엄지척했다는 <나의 아저씨>가 그 첫 자리에 있었지요. 대중문화평론가인 기자는 이 드라마를 세 번씩이나 보았다면서 드라마의 재미와 감동과 의미를 한껏 드높이며 독자의 마음을 유혹했습니다. 드라마를 보기 시작하자 드라마의 마력에 사로잡히고 말았습니다. 끊을 수가 없더군요. 이야기의 힘에 새삼 감탄을 했습니다. 

드라마는 건축구조기술사인 동훈과 그가 다니는 회사에서 파견직원으로 일하는 지안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통하여 두 사람이 치유되고, 어른으로 든든하게 서가는 인생극입니다. 드라마의 주요 거점은 지안의 어둡고 가슴 아픈 밑바닥 가정 상황과 동훈의 성공한 듯이 보이는 가정, 그리고 인생살이에 시달리는 중년 아저씨들이 모여 아픔을 서로 풀어주는 정희네 술집, 그리고 비중이 제일 큰 두 주인공이 매일 마주하는 회사, 이렇게 네 지점입니다. 하지만 드라마의 큰 얼개는 남주인공 동훈의 직업인 ‘건축구조기술사’와 여주인공 ‘지안’(至安)의 이름 속에 이미 깊이 새겨져 있습니다. 

동훈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라고 생각했던 것들, 나를 지탱하는 기둥인 줄 알았던 것들이 사실은 내 진정한 내력이 아닌 것 같고, 그냥 다 아닌 것 같아.” 동훈의 직업에 비춰보면 이 말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의 내면이 분명하게 보입니다. 건축구조기술사는 건물의 안전을 진단하는 직업입니다. 건물이 무너지지 않으려면 건물 바깥에서 작용하는 외력들, 바람과 비와 지력같은 외부적인 힘을 안에서 내력으로 든든하게 버텨내야 합니다. 하지만 동훈의 흔들리는 내력은 버티려고 애를 쓸수록 외력의 합이 내력의 힘을 넘어설 듯, 아슬아슬하기만 합니다. 참 신기한 것은 그의 내력이 소진되어 가는데도 외부에 비치는 모습은 잘 나가는 사람, 손에 모든 것을 쥔 것처럼 보인다는 데 있습니다. 

이 지점이 지안(至安)과 만나는 자리입니다. ‘지안, 편안함에 이르다.’ 작가는 여주인공의 이름을 편안함에 이른다고 지었습니다. 하지만 지안은 밑바닥이 보이지 않는 깊은 상처 때문에 이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상황에 던져진 존재입니다. 음식점 알바를 하다가 남은 음식이나 회사에서 믹스 커피를 몰래 가져와 어둠 속에서 그걸로 한 끼를 때웁니다. 지안은 돈을 버는 대로 사채업자에게 다 빼앗겨 버립니다. 철저하게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아가는 지안을 보면 마음에서 슬픔과 연민이 올라옵니다. 그런 지안이 동훈과 여러 사건에 얽히면서 소통하고 공감을 합니다. 서로 마음으로 압니다. 동훈이 지안에게 말합니다. ‘너 착하다.’ ‘고맙다.’ 동훈에게서 생전 처음 이 말을 들어본 지안은 ‘정말일까?’ 끊임없이 반문합니다, 지안의 마음에는 희미하게 희망과 사랑이 피어오르지요. 

지안은 동훈과 함께 마침내 일상의 아름다운 햇살로 눈이 부신 지안(至安)에 이르는 것으로 드라마는 끝납니다. 드라마는 곳곳에 인생의 무게를 얹어놓습니다. 그런데 힘겨워 보이는 그 무게가 오히려 어른이 되는 순간입니다. 그래서 통과의례로 눈물을 훔치게 만드는 순간이 되게 합니다. 먹먹하면서도 따스한 마음으로 엔딩 크레딧 올라가는 것까지 보았습니다. 드라마의 선명한 메시지 하나. 모든 사람 속에는 보이지 않아서 그렇지 외력과 내력의 50:50의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것. 그 순간, 누군가 내력을 받쳐주면 49:51로 승리하지만, 홀로 던져진 채 그냥 둔다면 51:49로 지고 만다는 것. 그러고 보니, 모든 사람이 외롭고 쓸쓸해 보입니다. 감추고 있을 뿐이지. 나에게도 그대에게도 내력을 받쳐줄 1%의 사랑이 절실합니다. 

(이광섭목사/ 전농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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