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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분화수준을 끌어올리는 작업
김화순  |  givy4u@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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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년 01월 30일 (일) 21:58:05
최종편집 : 2022년 01월 30일 (일) 23:12:41 [조회수 : 3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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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분화수준을 끌어올리는 작업

가족치료의 대표적인 학자 머레이 보웬(Murray Bowen)은 개인의 심리가 개성을 추구하는 면과 공동성을 추구하는 면을 가지고 있으며, 그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는 것을 이상적인 상태로 보았다. 그리고 개인이 스스로 자신의 감정과 지성을 조절할 수 있는 심리적 힘을 분화(differentiation)된 상태라고 설명하면서 가족 구성원 사이에서 반드시 감정의 분화가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야만 개인의 독립과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약 분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가족 구성원 사이에 감정이 더 강화되면 가족이 오히려 성장을 가로막고 나아가 정신적 문제를 유발하게 된다고 보았다. 

구약에 등장하는 야곱의 삶은 출생에서부터 형과의 치열한 경쟁으로 시작했으며, 이삭과 리브가 사이에서 역기능적인 이중 삼각관계를 형성하면서 성장했다. 그런 삶이 장자권을 얻는 과정에서 형을 속이고, 아버지를 속이는 등, 가족체계의 역기능적인 증상을 달고 살아야 했다. 야곱과 부인들, 야곱과 자녀들의 관계 역시 편애와 갈등, 경쟁으로 점철된 역기능적 관계였다. 심리학적 측면에서 보았을 때, 그의 심리상태와 가족체계는 건강하지 못한 셈이다. 

상담현장에서 만나는 내담자 중에는 가족치료적인 접근이 필요한 역기능적 증상을 안고 찾아오는 이들이 많다. 그들은 뛰어나기로 소문난 이들이며 좋은 신앙인의 모습으로 보여지는 이들이다. 교회 안에서는 능력 있고 헌신적이지만 가정 안에서는 역기능적인 문제들로 씨름하는 신앙인들이 많다. 최근 만난 한 젊은 내담자는 부모의 이혼과 재혼, 독립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큰 갈등과 혼란을 겪었는지 다시는 가족이라는 이름과 엮이고 싶지 않다는 결론을 내고 있었다.

어린 시절의 상처와 분노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면 그 오염된 감정을 고스란히 들여와 자신과 가족을 괴롭히게 된다. 가족은 감정의 덩어리이기 때문에 외부에서보다 가족 안에서 더 감정적으로 행동한다. 자신도 모르게 아이에게 화를 내고, 이유도 없이 아내와 남편에게 분노를 느끼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상처를 가장 많이 받는 곳이 가정이다. 이런 감정으로부터 자신을 분리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야곱의 이야기가 보여주는 역기능적 증상은 야곱의 낮은 자기 분화에서 기인한다. 이런 사람은 자신의 신념이나 확신에 따라 주도적으로 살지 못하며, 환경과 주변 사람들에게 쉽게 휘둘리며 의존적인 삶을 산다. 40세 이전 야곱의 삶은 주로 어머니 리브가의 의도에 휘둘리는 삶이었다. 자신의 딸 디나가 강간을 당한 사건에서 야곱이 보인 반응은 극도의 무관심과 회피였다. 또한 야곱이 라헬과 요셉, 베냐민을 편애하는 것과 그 외의 다른 자녀들에게는 무관심 내지, 분노를 보이는 반응도 감정적 융합 관계로 이해할 수 있다. 

하나님은 때로 역경과 고난을 통해 원가족과 융합되어 분화되지 못한 가족들을 강제로 분리시키는 작업을 하신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아픔과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 하나님은 야곱의 허벅지 관절을 치시므로 낮은 분화수준을 끌어올리는 촉진작업을 하셨는데, 야곱의 역기능적인 증상들이 치유되고 기능적인 모습을 회복할 수 있었던 것에는, 분화수준에 따라 지속적으로 개입하시는 하나님의 치료 작업이 있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야고보 사도는 “너희가 여러 가지 시험을 당하거든 온전히 기쁘게 여기라 이는 믿음의 시련이 인내를 만들어내는 줄 너희가 앎이라 인내를 온전히 이루라 이는 너희로 온전하고 구비하여 조금도 부족함이 없게 하려 함이라”(약1:2-4)고 가르친다. 이런 사람이 성숙한 사람이요 역기능이 아닌 기능적인 가정을 이루는 사람이다. 

김화순∥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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