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뉴스앤조이에 실린 박지호기자의 기사입니다.

	▲ 토론 참여자들은 목회자를 과잉 공급을 막기 위해 목회자 수급에 대한 범교단적 조절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연구 기관을 만들어야 하며, 교단과 교회의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올바른 교단 총회 정착을 위한 공동 대책 위원회'(교단총회공대위)는 신학교 교육과 목회자 수급 과정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공개 좌담회를 11월 30일 서울 명동 청어람에서 열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박득훈 목사(언덕교회)가 사회를 맡았고, 박상진(장신대) 연규홍(한신대) 김동춘(백석대·현대기독교아카데미 대표) 양낙홍(고신대) 교수가 토론자로 나섰다.

예장통합, 매년 300명의 잉여 목회자 배출

	▲ 박상진 교수는 예장통합이 해마다 300여 명의 잉여 목회자를 배출한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박상진 교수는 “지난 10년간 교회 수와 교인 수는 각각 23%, 15%가 증가한 반면, 목사 수는 63%나 증가했다. 매년 신학대학원 신학과와 목연과를 통틀어 총 973명의 목회자 후보생이 배출된다. 연 목회자 수요가 700명이라는 교단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약 300명의 잉여 목회자가 해마다 과잉 배출되고 있는 셈이다”고 밝혔다.

또 장신대의 경우 올해 2월 졸업생 기준으로 졸업생의 45%만이 전임 전도사로 진출했다. 절반도 안 되는 숫자만 임지를 찾아가는 실정이다. 특히 여학생의 경우에 대한 목회 사역에 전망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총 106명의 여성 졸업생(신학과 58명, 목연 48명)이 있지만 단 4건의 청빙이 있을 뿐이다.

고신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양낙홍 교수는 “지난 수십 년간 졸업생 숫자와 은퇴자 숫자, 선교사로 나가는 숫자 등을 종합한 결과 2009년에 1000명의 잉여 목사가 생기는 것을 발견했다. 고신 교단은 현재 목연과정을 없애고 매년 M.Div 과정 120명만 배출하고 있지만 앞으로 목회자 적체 현상은 심화될 전망이다”고 봤다.

	▲ 김동춘 교수가 말하는 예장합동과 예장합동정통의 목회자 수급 현실도 다른 교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한신대의 상황은 좀 달랐다. 공급 과잉이 없지는 않으나 타 교단에 비해서는 공급 과잉이 비교적 적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연규홍 교수는 “한신대도 공급 과잉으로 가고 있지만 심각하진 않다. 인턴십 과정이라는 제도적 완충 장치를 마련한 덕분이다. 인턴십 과정은 2년 동안 부교역자로 일하면서 총회가 실시하는 교육과정을 이수하도록 하는 제도다”고 말했다.

교계 청사진도, 수급 대책도 없어

좌담회 토론자들은 공급 과잉으로 인한 수급의 불균형의 가장 큰 원인으로 체계적인 수급 계획의 부재를 꼽았다.

“전체적인 수급 계획 없이 시장 원리에 따라 입학 정원이 결정되는 현실이 가장 큰 원인이다. 신학교들이 교계의 청사진에 의해 생긴 것이 아니라 개별 학교 확장의 욕구, 학생들이 수요, 학교의 존속의 문제로 인해 생겼다는 것이 문제다. 교육이라는 것은 시장 원리에 맡겨서는 안 된다. 전망하고 예측해서 선발하자는 것이다.”(박상진)

	▲ 양낙흥 교수는 교단과 신학교의 주먹구구식 행정을 꼬집었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신학교가 교단과 교회의 필요에 맞춰 목회자를 공급하기보다 신학교의 필요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목회자 수급의 통계학적 관리가 부족한 것도 한 원인이다.”(김동춘)

신학교 재정 마련 위해 과잉 모집

토론자들은 신학교의 재정난이 신학생 과잉 선발을 초래한다고 지적에도 이견이 없었다.  참여자들은 신학생의 과잉 선발을 막고 신학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회와 교단이 신학교 지원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 연규홍 교수는 신학교의 재정 문제가 목회자 공급 과잉을 불렀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교단이 분열되면 서로를 의식하고 교세 확장을 위해 경쟁하게 된다. 교세 확장을 위해 신학교를 확대하는 것만큼 좋은 방편이 없다. 그러니 당연히 많이 뽑게 되고 그러려면 선발 기준이 낮아지는 것이다. 많이 뽑으면 많아질 것이라는 식의 한국교회의 물량주의적인 사고다. 교회와 교단은 미래를 담보하는 지도자 양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양낙흥)

“재정적인 문제는 과잉 선발의 원인이며 신학 교육의 질도 떨어뜨린다. 신학 교육의 질을 담보하는 문제도 재정적인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박상진)

지방 교회에는 여전히 목회자 부족

또 목회자의 균형 있는 분배 시스템의 부재도 지적됐다. 목회자 공급 과잉 속에서도 여전히 지방 교회에는 목회자가 부족한 실정이며, 균형 있는 목회자 배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급 과잉 문제는 서울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것이지 지방의 문제는 다르다. 목회자들이 농어촌 지역이나 특수 선교지역에도 찾아가서 봉사할 수 있도록 먹고 사는 문제를 교단 차원에서 해결해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연규홍)

이외에도 김동춘 교수는 “목회자들이 신앙심 뜨거우면 평신도들이 반드시 신학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극복해야 한다”며 “평신도들이 소박한 마음으로 훈련을 하러 왔다가 신학교에서 교역자화 되는 것도 문제”라며 “신학 교육을 받기 원하는 평신도들을 위해 평생교육원 같은 비세미너리형 교육 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초교파적 연구소 마련 시급

신학 교육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기관 마련에 의견이 모아졌다. 박득훈 목사는 “신학교 교육 미래를 위한 신학교 교육 갱신을 위한 연구소가 출범하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박상진 교수도 “사회에서 산업 인력 수급 문제를 산업인력관리공단에서 따로 연구하는 것처럼, 한국교회도 신학 교육의 방향과 목회자 수급 문제 및 분배 과정을 진단하고 연구할 수 있는  범교단적인 연구 기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