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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욕망과 숭고한 분노
최병천  |  신앙과지성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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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년 01월 14일 (금) 23:13:39
최종편집 : 2022년 01월 14일 (금) 23:16:26 [조회수 :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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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욕망과 숭고한 분노>, 조건상 저, 신앙과지성사, 2022

1.

한국교회가 어쩌다 이렇게까지 되었나? 강단에서는 옳고 그름을 말하지 못한 지가 오래되었다. 설교라고 하기에도 송구스러운데 대부분 교회들은 ‘말씀 선포’라고 순서에 규정하고 있다. 말씀 선포라니? 차라리 설교라고 놔두는 게 좋을법하다. 대다수 교회가 말씀을 선포하기보다는 듣기 좋은 말로 신도들의 비위(?)나 맞추기 일쑤다. 그래서 J 목사처럼 반은 코미디와 흡사하게 신도들을 웃겨야 사람들이 몰리고 행복해한다. 강도 만난 사람들이 교회를 향해 아프게 소리쳐도 그들의 아픔을 대변하면 곧 이상한 사람이나 좌파로 몰린다.

그래서 많은 목사님들은 그들의 눈높이 적절한 선에서 예수를 전하고 빛과 소금의 삶을 중화시켜 전하는 것에 그치고 만다. 한국 사회에서 교회와 기독교인들은 주변인의 범주에서 머문 지 오래되었다. 한국 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중추 세력으로서의 기반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교회의 강단에서 정의와 평화의 길을 외치지 못하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다. 더욱 슬픈 일은 수많은 기독교인들이란 분들이 십자가를 앞세우고 이스라엘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광화문으로 향해가면서 목청을 높인다. 참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으나 슬픈 현실이 되고 말았다.

2.

역사의식의 부재가 한국교회의 강단을 흐물흐물하게 한 지금, 나이 70이 훨씬 넘고, 이미 은퇴하신 목사님의 올곧은 소리가 담긴 책을 출판하게 되어 기쁘다. <불타는 욕망과 숭고한 분노>라는 제목의 이 책은 “선한 싸움을 싸우라”는 말씀을 평생 부여잡고 살아온 조건상 목사님의 칼럼집이다. 제목이 다소 아이러니해서 나는 저자인 조 목사님께 제목을 보편성 있게 “욕망·예수·분노”로 하자고 말씀드렸으나 그것은 나의 짧은 견해였다.

고대 희랍 플라톤 시대 심리학에 의하면 인간의 삶을 충동적으로 이끌어 가는 강한 힘이 두 개가 있는데 이 두 힘을 메타포로 말하면, 마치 전사가 휘두르는 채찍을 맞으며 전차를 끌고 달리는 두 필 말의 힘과 같다고 저자는 말한다. 두 필 중 말 하나는 ‘육체적 욕망’이고 다른 말 하나는 ‘숭고한 분노’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표지 그림을 저자는 마치 영화 <벤허>를 상상케 하는 그림으로 보내왔다.

저자 조건상 목사님은 이 책의 제목을 앞세워 책에 의미를 다음과 같이 부여한다. “믿음이란 신을 신뢰하는 마음의 정적인 상태이기보다, 삶의 거룩한 목표를 향한 선한 싸움의 용기와 정신이다. 그리스도인의 선한 싸움은 사람을 적으로 두고 싸우는 싸움이 아닌, 죄와 악을 이기기 위한 싸움이다. 욕망과의 전쟁이다. 결국 믿음은 천국을 선취하기 위한 선한 싸움이다.”

저자는 젊은 시절부터 미국에서 여러 교회를 목회했다. 코리안-아메리칸, 이민자로서 그리스도인의 책임을 주제로 다루는 칼럼을 쓰다 보니 한 권의 책으로 엮게 되었다. 이 책에서 흐르는 정신은 믿음, 즉 숭고한 분노이다. 처음부터 이런 논리를 전개하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삶의 정황에서 그때그때 마다 쓴 글인데 결코 교회의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소신껏 목회한 목회자의 역사적 안목이 가져다준 결과물이다. 신앙과지성사의 책마다 단골로 추천사를 쓰시는 정희수 감독님은 이 책을 “나그네가 펼친 평화의 해석학”이라고 규정했다. 정 감독님은 추천사의 서두를 이렇게 썼다. 평생 말없이 묵묵하게 살아온 변방의 목회자인 저자 조건상 목사님과 이 책의 배경을 잘 말해주고 있다.

“목양의 길목에서 심장을 갖고 산다는 것은 날이 갈수록 어려워 보인다. 현대를 살면서 자꾸 주변으로 밀리는 목양 지평이 우선적 이유이고, 복합적인 세계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올곧은 뜻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자유를 누리고 살고자 하는 것을 우리가 사는 시대는 자꾸 뒤틀어 놓고 허물기 때문이다.”

3.

나는 조건상 목사님을 전혀 알지 못했다. 나의 출판 사역을 늘 격려해 주시는 미국의 윤길상 목사님의 주선으로 이 책을 내게 되었다. 그런데 막상 책을 내고 보니 연로하신 목사님이신데 아직도 정의와 분노의 시각이 살아 계신 것에 놀랍고도 기뻤다. 이 책 원고의 대부분이 인문학적인 토대에서 비롯된 것이고 풍부한 독서량에서 기인 된 것이라 볼 때 출판인으로서 마냥 게으른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멀리 미국에 살면서 저자는 몇 년 전 펼쳐진 ‘촛불정신’을 미안한 마음으로 칭송하면서 촛불의 힘과 민중들의 힘, 그리고 정의를 향한 불타는 숭고한 분노를 발견하고 이 책에 수록된 중심 원고들을 칼럼으로 썼다. 정의를 물타기 하며 설교하는 시대, 숭고한 예수님의 분노를 현실과 접목시키지 못하는 슬픈 교회 공동체를 목격하는 지금, 감리교회의 노 목사로서 우리를 향해 촛불정신을 외치는 이 책은 큰 의미가 있다. 아직도 지금은 분노하고 저항해야 할 때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최병천 장로(신앙과지성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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