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비밀 네트워크>, 피터 볼레벤 지음, 강영옥 옮김, 더숲, 2018

미세먼지로 얼굴을 가리고 다니던 현대인들이 아예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다닌 지 2년이 지났다. 마스크를 쓰고 길을 걷는 이들의 눈빛은 불안하고 초조하다. 그래도 잠시만 눈을 돌리면 아직 푸른빛을 잃지 않고 있어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크고 작은 숲이 있어 다행이다. 

깊은 산속에 있는 숲이 아니어도, 도시에 있는 작은 숲,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우리에게 큰 위로가 되고 살아갈 힘을 더한다. 

숲은, 살아있는 자연은 우리에게 뭘까?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들여다보면 제대로 답을 할 수 있을 듯도 하다가도 이내 자신이 없어진다. 환경을, 숲을 교육하는 일을 여러 해 이어왔어도 여전히 쉽지가 않다. 하기야 잘 파악하고 있다 해도, 자연이란 것이 완벽하게 설명한다는 건 애당초 불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숲은 매우 고요해 보이지만 그 속에서 일어나는 자연 현상은 매우 긴밀하고 체계적으로 작동한다. 자연 안의 모든 것은 오묘한 질서가 있는데, 자신만의 정해진 자리와 역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서로 맞물려 영향을 끼치며 서로가 서로에게 적응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신비롭기만 하다. 특히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숲이라면 더욱 그렇다. 자연이란 곳이 들여다보면 볼수록 경이롭기 그지없다. 인정하기 어렵다면 숲 해설가 페터 볼레벤이 30년 넘게 숲을 관리하면서 알게 된 ‘자연의 비밀네트워크’를 들여다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 비밀스런 네트워크 이야기를 들으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또 우리가 그동안 자연의 일면만을 보고 얼마나 성급하게 행동해왔는지도 알 수 있다.

“나무의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에도 아름다운 질서가 있다. 우선 새로운 수피 아래에 두꺼운 혹이 생긴다. 이 혹이 나무의 치유를 촉진시킨다. 나무가 머뭇거리면 균류와 곤충이 그 틈새를 파고들어 혹을 차지할 수 있다. 완전히 엉망진창이 된 이곳에서는 수피가 정상적인 방향을 유지할 수 없다. 이 상황에서 수피의 방향은 중요하지 않다. 몇 년이 지나야(나무의 성장속도는 정말 느리다) 이 모든 과정이 끝난다. 즉 상처가 치유된다. 물론 사슴이나 트랙터 때문에 깊이 파인 상처는 평생 남는다. 이 상처는 시간이 지나도 절대 잊히지 않는다.” (자연의 비밀네트워크, 225쪽)

오늘도 우리는 그동안 그래왔듯 자연을 마음대로 분리, 단절시켜 판단하며 행동함으로 자연을 황폐화시키고 있다. 우리는 왜, 자연의 신비함과 경이로움, 그리고 그 안의 조화로움과 균형을 망가뜨려온 것일까? 우리는 오만해서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 안에 있지 않고, 나무와 숲, 자연을 우리의 전유물인 양 대했고, 그로 오늘 처참한 결과를 낳았다. 자연 생태계는 물론이고 기후가 붕괴되어 우리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인간, 아니 나만의 풍요와 편리함 때문일 때도 있지만, 때론 생태계를 복원한다는 이유로도 자연에 불쑥 개입한다. 나무를 갉아먹는 나무좀은 숲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병약한 나무를 제거해 건강한 나무가 더 잘 자라게 하고, 들짐승이 잡아먹은 연어의 사체는 숲에서 풍부한 유기물질을 제공하는 걸 이해하지 못하고 말이다. 수많은 종류의 생명체 중 불필요한 존재는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원래 잡초라는 것도 누구에게는 보물 중의 보물이 되고 있음은 익히 알고 있으면서도 무시하듯 말이다.

그렇다면 전 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아져 지구의 기온이 높아진 상황에도 자연은 적응해줄까? 적응만 해준다면 문제될 게 없을 텐데, 기후 변화의 속도가 무섭게 빠르다. 반면 나무는 매우 느리게 이동한다. 바람이나 새들이 씨앗을 옮겨주어야 겨우 이동하기 때문이다. 너도밤나무 씨앗의 경우 수백 년 동안 북쪽 지역으로 이동하기를 반복해왔다는데, 지금까지 겨우 평균 이동속도가 1년에 겨우 400m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는 온도가 지나치게 상승하지 않게 모든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나무가 느린 이동속도를 유지하며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어느 누구도 이 자연의 비밀네트워크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 신비함과 균형, 조화로움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라도 자주 들러 머물며 교제해볼 일이다. 하루 한 번 잠시 시간으로 내어 동네 숲, 아니 가로수 길이라도 걸어보자. 상상 속, 낭만으로서의 숲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공존하는, 살아있는 숲의 진짜 얼굴을 대하게 되면, 자연이 건네는 비밀 네트워크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 속에서 살아가는 동물들과 나무, 눈에 보이지 않는 박테리아 등 어느 하나라도 진정으로 만나면, 모두와의 공존공생의 길을 걷는 지혜도 얻게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날을 위해 비록 힘겨울 지라도 아직 우리 곁에 남아있는 작은 숲길을 걷는다. 

유미호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