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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끝에서 온 사람들
송병구  |  sbkboch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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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년 12월 11일 (토) 22:39:24 [조회수 : 2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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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한인이민자에게는 운명적인 DNA가 있다. 독일에 사는 동안 처음 고려인을 알게 되면서 피부로 느낀 것은 부지런한 한국 사람의 경우에도 가난한 나라로 떠난 사람은 여전히 가난하게 살고, 부자 나라로 이주한 사람은 비교적 여유 있게 살더라는 점이었다. 

  사실 옛 러시아 땅에 정착한 조선인의 경우는 나라가 피폐하여 너무 가난하고 배고파 불법으로 국경을 넘은 백성들이었다. 얼마 후 나라가 망해 식민지로 전락하니 마음은 간절해도 돌아올 조국이 없었다. 반면에 1960-70년대에 독일로 간 사람들은 노동비자를 받은 당당히 초대받은 사람들이었다. 대부분 3년 계약이후 안정된 보장을 희망하면서 힘든 광산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1999년 봄, 고려인 디아스포라를 리서치 한다고 카자흐스탄 알마타와 우스또베를 찾아 간 일이 있다. 그리고 2년 후에 그 때 만난 동포 중에 알마타 국립고려극장 극장장 김겐나지와 공훈가수 문공자 부부를 독일로 초대하였다. 김겐나지 선생은 구소련 인명사전에 등재될 만큼 유명한 기타리스트였고, 문공자 씨는 얼마 후 인민가수에 올랐다. 

  두 분을 초청할 마음을 품은 것은 김겐나지 씨가 우리 일행을 자기 집으로 데려 간 일이 계기가 되었다. 늦은 밤이었지만 아내는 남편의 기타 반주에 맞추어 노래를 불러 주었다. 그들은 밤늦도록 자기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했다. 김겐나지 극장장은 구 쏘련 해체 후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하면서도, 다른 한편 부부가 한마음이 되어 독립국가연합 곳곳에 흩어진 고려인 동포들의 서글픈 사연을 전해주려고 하였다. 

  그날밤 고려극장 단원들이 수 십년 동안 넓디 넓은 쏘련 땅을 누비면서 위문공연을 다니던 자료를 살폈고, 한-쏘 국교수립 후 사할린으로 찾아간 MBC 방송국의 위문쇼 공연실황을 비데오로 재생해 보았다. 눈물 없이 볼 수 없어, 함께 엉엉 울었다. 그렇게 흘린 눈물에 깊이 공감한 바 있어, 김겐나지-문공자 부부를 독일로 초청하여 무대를 꾸몄다. 우리 교회가 모든 경비를 부담하고, 집집마다 숙식을 도우면서, 가능한 여러 지역에서 연주회를 열도록 준비하였다. 역시 만나서 살을 비비고 정을 붙이니 효과만점이었다. 재독교민과 고려인 간에는 해외동포 끼리 서로 통하는 감성이 존재하는 듯하였다. 

  이젠 어엿이 선진국의 반열에 선 우리나라는 일찍부터 디아스포라 숫자만큼은 강대국이었다. 2년마다 통계를 발표하는 외교부 재외동포현황(2021년)에 따르면 재외국민(영주권자, 일반체류자, 유학생) 2,687,114명과 시민권자 4,806,473명을 합하면 몇 천명이 모자라는 750만 명에 이른다. 

  한인 디아스포라와 상반된 입장에 선 대한민국 체류하는 외국인(Foreigners in Korea) 수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8년 12월 기준으로 단기체류자(90일 이하)와 장기체류자(90일 이상)를 합하면 2,367,607명이고, 2019년에는 250만 명을 돌파하였다. 다만 2020년에는 코로나19 감염증의 확산으로 210만 명으로 감소하였다. 물론 통계에 잡힌 숫자는 합법적인 등록자의 경우이다. 

  체류 외국인 중에는 당연히 한국인이 된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 귀화의 방법으로 국적을 취득하거나, 한국인 배우자와 혼인으로 가능하였다. 이들 다문화가구는 2019년 약 35만 4천 가구로, 한 해 전 2018년의 33만 5천 가구에 비해 1만 9천 가구나 증가하였다. 우리나라 신생아 100명 중 6명은 이중문화가구의 자녀로 보고되었다. 이중 북한 출신은 2021년 현재 약 3만 4천 명에 이른다.

  현재 750만 명에 이르는 한인 디아스포라의 사연이 저마다 곡절곡절(曲折曲折)이듯, 이제 땅 끝에서 우리나라로 찾아 온 사람들의 사정도 구절양장(九折羊腸)같이 복잡할 것이다. 대한민국 국적을 얻은 그들에게도 우리 한국사람과 같은 미래를 살 기회를 주어야 한다. 세계에 흩어진 한인 디아스포라의 운명을 생각한다면 꼭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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