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 김윤정 지음, 다산북스, 2020

처음 이 책이 출간 되었다는 소식에 많이 놀랐다. 왜냐하면 이전에 몇 번 방문을 했었기 때문이었다. 처음 갔을 때는 이미 TV 매체에 소개되고 유명해진 뒤였고 막국수와 수육을 먹으며 ‘참 맛있다.’ ‘직원들 서비스가 좋네.’ 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난 뒤 내가 보고 느낀 건 극히 일부였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저자는 고기리에서 막국수 집을 운영하는 유수창씨의 아내 김윤정씨다. 가게는 도심지가 아닌 용인의 한 허름한 시골길을 따라 한참을 들어가야 만날 수 있다. 당시엔 잘 알려지지 않던 고기리 지역에 막국수집 간판을 내걸고 손님 한분 한분에게 정성을 다하며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진심으로 정성을 다한다는 건 철저히 손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바라보는 것이다. 손님으로서 당연한 것이라 여겨졌던 권리가 사장과 직원의 입장에서는 잘 바라봐지지 않을 때가 있다. 그래서 사장 부부는 지금도 거의 매일 자신들이 만든 막국수를 손님들이 앉는 자리에서 먹어본다. 또 끊임없이 휴일(화요일)마다 전국 유명한 막국수 집 투어를 다니며 배울점을 찾는다. 

사장과 직원들이 단 한 사람을 생각하며 제공하는 서비스는 이 책을 읽고 난 이후의 지금까지도 마음을 뛰게 만든다. 또 고객만이 아닌 함께하는 직원들을 생각하는 사장 부부의 모습도 각별히 기억에 남는다. 어떻게 하면 직원들과 함께 상생하며 계속 그 길을 걸어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내용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때로 가게를 운영하다보면 저녁 늦게까지 밀려드는 손님들을 보며 자연스레 유혹이 된단다. 그래서 한번은 늦더라도 조금만 더 손님을 받고자 할 때 저자의 남편(유수창)은 이렇게 말했다.  

“손님은 한 번씩 오시는 거지만 우리 직원들은 이게 매일 반복되는 일이야. 더 못 팔아도 오늘은 7시 30분에 마감하자. 그래야 9시에 마칠 수 있어. 직원들 쉬어야 해.”

가게를 근처 다른 곳으로 이전하여 새롭게 건물을 지을 때도 이들 부부는 단순히 손님을 많이 받기 위한 장소로만 생각하지 않았다. 건물의 공간과 구조 하나하나에 손님과 직원을 동시에 생각하는 사장 부부의 따스함이 글 곳곳에 묻어난다. 단순히 손님을 더 많이 받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일정하게 메밀 자체의 맛을 유지하도록 만드는 것이 기준이 된다. 또 직원들의 쉼을 위한 배려의 공간과 함께 이곳을 찾는 손님들이 오감으로 국수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되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이 가게의 운영철학이자 방향이다. 

진심은 언젠가 통한다는 말이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 배웠다. 살다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반복되는 일들이 생긴다. 누구도 크게 관심 갖지 않는다 여겨지는 꾸준함과 섬세함이 결국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과정보다는 결과만으로 인정받고 대우받는 것이 세상의 이치고 논리다. 하지만 그 과정을 천천히 음미하고 누가 보지 않아도 묵묵하게 반복되는 일을 주어진 자리에서 수행해 나가는 것, 그게 바로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가 지키고 세워야 할 하나님의 부르심, 즉 참된 소명의 출발이 아닐까 생각한다. 

김수민 목사 (열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