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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갱년기로소이다.
황은경  |  hallofreu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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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년 11월 09일 (화) 20:27:29 [조회수 : 2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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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아침에 일어났는데 온 몸이 뻐근했다. 전날 농사를 무리하게 했나 생각하곤 무시했다. 그런데 오른쪽 등과 오른팔의 움직임이 이상했다. 몸이 돌아가지 않고 팔도 위로 올라가지 않았다. 통증이 심하게 찾아왔다. 씻는 것도 불편했고, 옷을 입는 것도 어려웠다. 눕는 것도 쉽지 않았다. 오른쪽 등이 바닥에 닿을 때마다 곡소리가 나왔다. 겨우겨우 몸을 움직여 왼쪽으로 몸을 돌려 누웠는데 그것도 편하지 않았다. 그런 상태가 꽤 여러 달을 갔다. 

게다가 2019년 여름, 이전에는 없었던 열이 속에서부터 올라왔다. 무슨 일인가 싶었다. 2019년 여름은 덥기도 했다. 그랬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더위를 먹었다고 여겼다. 너무 더위를 먹어 하루에도 열 두번은 샤워를 했다. 밤에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시원한 물줄기로 더위를 식혔다. 한여름에도 찬물로 샤워를 하지 않는 것이 나였는데 이상하게 그 해는 찬물로 줄기차게 샤워를 했고, 몸을 닦고 돌아서면 또 더웠다. 정말 왜 그럴까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옛말에 이전에 하지 않은 일을 하면 천국을 맛본다고 하지 않던가. 그래서 그 오만가지 생각 중에는 천국문을 향한 준비도 끼여 있었다. 

몸이 그렇게 무너지고 나서 그해의 농사는 거의 포기가 되었다. 심은 것들을 겨우겨우, 대충대충 수확하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부터는 밭에 나가는 것을 매우 꺼려했다. 괜한 일을 하다가 몸이 더 축날 것이라는 불안이 한동안 꽤 엄습했었다. 농사 뿐만이 아니다. 몸이 불편해지니 모든 것에 무기력해졌다. 일하는 모든 것이 귀찮게 여겨졌다. 이때야 말로 모든 일에 손을 놓기 시작하고 태만과 나태와 게으름이 일상 전체를 뒤덮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버티어냈는지 모를 정도다. 그러던 중 교회의 식구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갱년기 이야기가 나왔다. 한참 얘기를 들으면서 증상이 나에게 나타나는 것들과 비슷했다. 그때 비로소 나에게도 갱년기가 찾아왔음을 알게 되었다. 

어릴 적 어른들의 세계에나 있다고 여겼던 것, 텔레비전에서 얼굴에 꽃이 피어 그에 맞는 약을 먹어야 한다는 배우의 광고가 이제는 나도 그 나이에 이르렀던 것이다. 나는 피해가리라 생각했는데 어느날 내 나이 오십을 앞둔 6개월 전에 전조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증상이 너무 심하게 찾아와서 천국도 생각할 정도였으나, 사람이란 참 적응에 민감한 존재가 아닌가. 그 증상이 갱년기 시작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내 마음이 의연해졌다. ‘그렇군. 그것이 갱년기구나.’ 하며 이전에 하지 않았던 것들을 갑자기 하였던 것들에 대해 전혀 이상해지지 않고 정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 이후로도 이전에 없었던 일들이 나타날 때 잠시 멈춰서서 스스로에게 말했다. “지금 나는 갱년기 터널을 지나고 있다. 괜찮다. 누구나 겪는 과정이니 마음 편하게 맞이하자.” 이 말이 많은 위로가 되었다. 이후 나는 자신을 다독이는데 열중한다.   

갱년기를 맞으며 덩달아 몸의 변화도 시작되었다. 첫 번째로 몸이 풍만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너무 살이 쪄서 울고 싶었다. 하지 않던 헬스도 끊어 열심히 운동도 했는데 살이 빠지기는커녕 더욱 불어나서 엄청 당황스러웠다. 입었던 옷들이 모두 끼여서 버릴 것인지, 새로 살 것인지 고민이 되었다. 거의 일년 반을 그렇게 살들과 사투하며 지냈는데, 올해 시작하면서 조금씩 예년의 몸으로 조금 돌아왔다. 물론 군살들이 여기저기 포진해있긴 하지만 지금으로도 만족하려고 한다. 두 번째는 여기저기 안쑤시는데가 없다는 것이다. 안경은 멋으로 쓰고 다닐 정도로 좋았던 시력이 어느날 일어나보니 노안으로 변했다. 감기를 잠깐 앓았는데 후각과 미각을 잃어 서너달 음식 맛을 모르며 지냈다. 음식 맛을 잃으니 음식을 어떻게 조리해도 상관없었다. 어떤 날은 치킨을 먹는데 아무맛을 느끼지 못해 나의 후각과 미각이 좋았을 때 맛있게 먹었던 치킨을 떠올리며 먹는 서글픈 일도 있었다. 예민했던 청각은 어두워지더니 누군가의 말을 들으려면 엄청 신경을 쓰면서 들어야 했다. 게다가 오복 중에 하나라는 치아는 두말 하면 잔소리다. 농사를 하려면 힘이 좋아야 하는데 피곤은 왜 그렇게 빨리 찾아오는지. 마지막 보루라 여겼던 병원 가는 길이 무슨 화장실 드나들 듯이 찾아지는지 모르겠다. 

연세가 많으신 교회 권사님이 그러셨다. 인생 살다보니 느는 것은 나이와 약 뿐이라고. 그때는 웃으면서 들었는데 차츰 나도 그 경계에 들어선 것이나 진배없다. 영양제를 사면서 약사에게 좋다는 약을 먹으면 얼마나 큰 효과를 보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지금 당장 나타나는 큰 효과는 없으나 나중에 나이를 먹었을 때 몸을 일찍 돌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서의 차이는 크다고 말해 주었다. 그 말에 솔깃하여 지금 열심히 몸을 돌보는 중이다. 인생에서 큰 변화의 기로에 서면서 그동안 돌보지 않았던 자신의 몸을 돌보는 것이 나에게는 참 감사한 일이다. 그동안 자신을 너무 학대(?)하며 지내왔다. 오십이면 하늘을 아는 때라고 하였는데, 오십을 맞는 때에 갱년기를 맞으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하늘의 이치에 좀 더 가까이 가려는 애씀이 주어졌으니 은혜 중에 은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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