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 수도 3년 씨리즈(2)

수도사 허원 예배

수도사에게는 안수가 없습니다. 허원(許願)만 있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수도는 하지 않아도 구원받습니다. 구원의 필수 조건은 믿음이지 수도가 아닙니다. 수도는 언제든지 포기할 수 있습니다. 나도 수도를 그리고 수도원을 내일 그만 두어도 됩니다. 그러나 한번 수도사를 포기하면 다시는 수도사가 될 수 없습니다. 평생 한번만 포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도사 안수는 없습니다. 수도사로 살기 원하니 허락하여 달라는 허원(許願) 예식만 있습니다.
 처음 가는 길이기에 어려울 줄은 짐작하였지만 이렇게 힘들 줄 몰랐습니다.
 생소한 광야 길을 걸어가야 하는 모세가 이드로에게 요청하였습니다.
 “우리의 눈이 되어달라.”
 이 말이 실감나게 느껴지면서 오늘 이 곳까지 왔습니다. 내 눈이 되어줄 사람을 찾으며 여기까지 왔지만 아직 찾지 못 하였습니다. 그러나 처음 가는 부부 수도원 길, 생소하게 걷는 개신교 수도원의 길은 앞이 캄캄합니다.

 나는 수도사가 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 지 몰랐습니다. 정교회, 카토릭 수도사가 되는 길은 이미 1600년 동안 닦아진 길이라 반질반질합니다. 그러나 개신교 수도사가 되는 길은 아직도 쟝글입니다.

 첫 수도사 허원

 나도 수도사 허원을 요청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요청한 대상이 없습니다. 나외에 두 명 지원자가 나타났습니다. 첫 수도사를 어떻게 배출할 것이냐를 우리 수도학교에서 토론하였습니다. 세 가지로 요약되었습니다.

 1. 내가 좋아하는 정교회 정통 수도사 소테리우스를 초청하여 집례를 부탁하자는 의견이 제일 많았습니다.
 2. 전라남도 화순에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동광 수도원 김금남 원장에게 집례를 부탁하자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3. 첫 수도사가 되어야 하는 나는 바울처럼 자칭 수도사로 하고 다음 수도사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내가 허원 집례를 하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허원 요청 자격  

 아무나 수도사 허원을 요청할 수 없습니다. 자격이 있습니다.

 1. 2년 동안 수도학교 공부를 마쳐야 합니다.
 2. 1년 동안 수도 생활을 하여야 합니다.
 3. 수도사로 해외에 파송을 원하거나, 국내에 수도원을 세우거나, 우리 봉쇄 수도원에 들어와서 수도생활을 하여야 합니다.
 4. 허원전 3일 금식 기도로 준비하여야 합니다.
 5. 수도사의 원칙 – 청빈, 순결, 순복, 노동, 정주를 받아드려야 합니다.

 제1안 소테리우스 정교회 대주교 초청

 우선 제1안으로 그 동안 가까이 지냈던 정교회 한국 대주교 소테리우스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기로 하였습니다.

▲ 소테리우스 대주교와 아가티 수녀

 2019년 10월 9일 한글날.
 가평 주현모 수도원을 찾았습니다. 휴일이라 길이 복잡하였습니다. 8개월 터키 사역을 마치고 돌아 온 아가티 수녀가 반갑게 맞아 주었습니다. 수녀와 조금 이야기 후 한국 정교회 대주교 소테리우스를 만났습니다. 11월 14일 16;00 수도사 허원 집례를 부탁드렸습니다. 대답은 차갑게 거절이었습니다. 이유가 분명하였습니다. 1600년 정교회 정통 수도원은 결혼하지 않아야 수도사 허원이 허락됩니다.
 루터가 정통에서 벗어나 개신교를 세웠습니다. 독신 수도사로 있다가 결혼하였습니다. 파계입니다. 수도원 제도를 거절하고 나갔는 데 이것을 인정하여 달라고 하면 할 수가 없다는 대답이었습니다. 개신교에는 수도원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대주교인 신분에 정통을 어기는 곳에 가서 집례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이것이 거절 이유였습니다.
 나는 개신교는 결혼하지 않으면 목회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개신교 수도원은 부부 수도원이어야 한다고 역설하였습니다.. 소테리오스 대주교가 말했습니다.
 “나는 목사님을 수도원때문에 너무나 사랑합니다.”
 나는 강하게 말했습니다.
 “말씀뿐이지 실제는 사랑하지 않네요.”
 “사랑보다 진리가 우선이지요.”
 “그러면 허원식 날 오전에 강의만 하여 주시고 수도사 허원식에는 참관만 하여 주세요.”
 “지금 터키에서 돌아와서 시차도 적응되지 않아서 91세된 내가 건강이 염려스럽습니다.”
 “건강 문제입니까?”
 조금 생각하던 소테리우스가 말했습니다.
 “확실히 말하지요. 허원식이 없는 날 가서 강의는 하겠습니다. 아니면 아예 정교회로 개종하시지요. 미국에서도 3000명 모이는 교회 목사님이 강 목사님같은 입장이었습니다. 개종하라고 하니까 아예 교회를 통채로 정교회로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정교회 수도원을 세웠습니다.”
 “저는 감리교를 떠날 수 없습니다.”
 “내가 소개하여 드릴 터이니 아토스 그레고리우스 수도원에 가서 한 달 가량 공부하고 오세요. 내가 수도한 수도원입니다.”
 이런 대화가 오고 갔습니다.
 점심 식사 후 마지막 후식은 과일이었습니다. 소련에서 온 정교회 여자가 두 접시에 가득 사과와 배를 담아왔습니다.
 “우리 그리스에서는 2차 대전 전에는 손님에게 음식을 제공하면 남기는 것이 예의였습니다. 다 먹으면 실례였습니다. 집안 식구가 먹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차 대전후에는 남기면 실례입니다. 부요하여졌기 때문입니다. 다 들어야 합니다.”
 나는 두 접시 과일을 비우고 수도원을 나섰습니다.
 초청 목적을 이루지 못 하고 돌아 왔지만 그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기로 하였습니다.

 제2안 김금남 동광 수도원 원장 초청

 이제 두 번째 방법을 시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김금남 원장님에게 부탁하였습니다. 나는 그 분 발밑에 앉아서 동광 수도원을 세운 이세종 이야기 그리고 그의 제자 안현필 이야기를 자세히 들었습니다. 진한 감동을 받고 두 분에 대한 책을 저술하였습니다.
 김금남 원장님이 오셔서 나의 수도사 허원을 집례하기로 하였습니다. 우리 허원식은 11월 14일이었습니다. 그런데 4일 전인 10일 뇌경색으로 쓰러지셨습니다. 그의 제자 심중식이 내게 연락을 하였습니다. 지금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데 빨리 김금남 원장 일대기를 출판하여 하나님께 가시기 전에 손에 쥐어 드리자고 제안하였습니다. 내가 서문을 쓰고 심교수님이 내용을 썼습니다. 우리가 기도한 대로 돌아가시기 전에 그 책을 손에 들려 드렸습니다. 물론 김금남 원장은 쓰러진 후 돌아가시기까지 의식이 전혀 없습니다. 소테리우스 집례와 김금남 워장 집례 둘 다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 동광 수도원 전경

▲ 동광 수도원 김금남 원장과 함께

▲ 동광 수도원 설립자 이세종 제자 한영우 장로

 제3안 자칭 수도사

 이제 어쩔 수 없이 첫 수도사가 되어야 하는 나는 자칭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배론 성지 도미니칸 봉쇄 수도원을 찾아가서 허원식 자료를 구하였습니다. 정교회 허원 예식자료는 아토스 수도 자치국에서 구하였습니다. 정교회 예식과 카토릭 예식을 연구하였습니다. 그리고 개신교 예식으로 정리하였습니다. 개신교 허원식 전통을 만드는 순간입니다.
 앞으로 우리도 연륜의 수레바퀴를 굴리며 높이고 낮추며, 깍고 돋구며, 넓히고 좁히며, 더하고 빼며 개신교 전통을 만들어야 합니다. 해산의 고통으로 첫 작품을 내놓았습니다.

 자칭 수도사 허원 예식

 바울은 자칭 사도입니다. 그런데 사도 베도로라는 말은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바울을 말할 때에는 거의 사도 바울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나는 자칭 수도사 허원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하나님의 뜻을 따라 그리스도 예수의 사도로 부름심을 받은 바울...”(고전 1;1)
 “하나님의 뜻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 예수의 사도 된 바울...”(고후 1;1)
 “우리 구주 하나님과 우리의 소망이신 그리스도 예수의 명령을 따라 그리스도 예수의 사도 된 바울은”(딤전 1;1)

  찬송가 85장을 부름으로 허원식을 시작하였습니다.
  12세기 유럽을 휩쓸었던 수도원 운동은 시토 수도원 운동입니다. 봉쇄 수도원으로 극히 보수적이었습니다.
 클레르보의 성 버나드(St. Bernard, 1090~1150)가 대표적인 수도사입니다. 그는 수도원에 들어가서 평생 수도원장으로 지내면서 당시 가장 모범적인 수도원을 만들었습니다. 그는 “유럽의 양심”이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깨끗하게 살았습니다. 루터는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나에게 영향을 미친 세가지가 있습니다. 1. 성경, 2. 어거스틴, 3. 버나드. 이 셋입니다. 그런데 버나드는 어거스틴보다 더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는 특별하게 예수 그리스도를 나에게 소개하여 주었습니다. 사변적이 아니라 성경적으로 나에게 영향을 주었습니다.”
 버나드가 남긴 찬송이 있습니다. 우리가 즐겨 부르는 85장 “구주를 생각만 해도”입니다.
 
  “구주를 생각만 해도 이렇게 좋거든
   주얼굴 뵈올 때에야 얼마나 좋으랴.

   만민의 구주 예수여 귀하신 이름은
   천지에 있는 이름중 비할 데 없도다.”

 하나님을 대신하여 모인 분들이 다같이 물음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네게 무엇을 하여 주기를 원하는가?”

 강문호 목사;
 “하나님의 뜻을 따라 그리스도 예수의 수도사로 부름심을 받은 강문호는 여러 증인들 앞에서 수도사의 길을 가기를 원하오니 허락하여 주옵소서!”

 하나님을 대신하여 다같이 허락
 “내가 수도사의 길을 허락하니 수도사로서 이 길을 성실히 걸을 찌어다.”

 겐그리아의 바울처럼 삭발

▲ 겐그리아의 바울처럼 삭발

▲ 삭발

▲ 엎드리고 검은 보자기 덮기

▲ 엎드리기

 수도사 허원을 하는 이가 바닥에 개구리처럼 엎드립니다. 세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1. 주님께 항복입니다.
 2. 수도원 영성의 흘림입니다.
  청빈, 거룩, 순복,  노동, 정주의 수도원의 영성을 따라 살겠다는 다짐입니다.
 3. 세상을 향한 포기입니다.
 “기독교란 무엇입니까? 세상 사람들이 유가치하게 여기는 것에 무가치를 선포하고, 세상 사람들이 무가치하게 여기는 것에 유가치를 선포하는 것입니다.”(본회퍼)

 하나님을 대신하여 다같이 선포.
 세상을 향하여 죽어라.
 하나님을 향하여 합일하라.

 강문호 목사
 “말씀대로 준행하겠습니다.”

 착복 (아내가) 찬송 130장을 부르며.

   찬란한 주의 영광은 영원히 빛날 영광채요
   참빛을 비춘 예수는 생명의 빛이 되신다.

   올바른 일을 힘쓰며 이맘의 탐욕버리고
   불같은 믿음 가지고 늘 주를 사랑하리라.

   온천지 만물 성부께 온성도 모두 성자께 
   보혜사 성령 힘입어 영원히 찬양합니다. 아멘.

 암브로시우스(Sanctus Ambrosius,Ambrose. 340~397) 가 작사한 곳입니다. 수도원 찬송입니다.
 4세기에 서방 교회의 4대 교부 중 한 사람이며 밀라노의 주교였습니다.

▲ 아내가 수도복을 입혀 주기

 그리고 수도사가 되기를 원하는 두 분을 허원에 응답하는 예식을 내가 집례하였습니다.

 조승현, 성정모 수도사 허원
 두 분은 과정을 마치고 수도사가 되기를 원하는 분입니다. 그래서 내가 방금 수도사로 허원을 받았기에 내가 집례를 하였습니다.

 집례
 강 문호 수도사 ; 내가 당신들을 위하여 무엇을 하여 주기를 원합니까?
 허원자 ; 지금부터 수도사의 삶을 살기를 원합니다.

 서약
 집례자 ; 그러면 묻습니다. 역사는 성경대로 왔고 성경대로 간다는 사실을 믿습니까?
 허원자 ; 우리는 확실히 믿습니다.
 집례자 ; 마지막 시대는 돈 문화, 음란 문화 그리고 배교 문화의 쓰나미가 될 것을 알려 준 것을 믿습니까?
 허원자 ; 우리는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집례자 ; 마지막 시대에 두 증인의 삶을 살아갈 다짐을 하였는습니까?
 허원자 ; 그렇게 살아갈 지혜와 힘을 주옵소서,
 집례자 ; 이 시간 하나님께 무엇을 원하는가요?
 허원자 ; 수도생활을 시작하면서 수도 규칙을 배우고 수도를 체험하고 하나님과의 합일을 목표를 살려고 하오니 하나님께서 허락하여 주시기를 원합니다. 
 집례자 ; 물과 성령으로 거듭난 여러분은 이제부터 “오직 예수”로 살기를 원하는 가요?
 허원자  ;  예. 원합니다.
 집례자 ;  여러분은 하늘 나라를 위하여 청빈, 순결, 순복, 노동 그리고 정주의 삶을 살아가겠습니까?
 허원자  ;  예. 그렇게 살도록 힘쓰겠습니다.
 집례자  ;  하나님께서 오늘부터 은총으로 도와 줄 것입니다.
 허원자  ;   아멘.

▲ 5가지 영성 돌판과 손에 들고 있는 사진

공동 기도
 지금 하나님께 수도사로서의 삶을 살기로 서원한 주의 종들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삶이 되게 하시고 세상의 빛이 되게 인도하여 주시기를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 허원식 장면

삭발     
 순복 (엎드리고 검은 보자기)
 “하나님의 명령입니다. 당신들은 이제 세상을 향하여 죽으십시오.. 보이지 않는 영원을 사모하십시요. 영원한 것을 위하여 영원하지 않은 것을 포기하십시요.”
“말씀대로 준행하겠습니다.”

 착복 (아내, 남편이 입혀주기) 
 축복안수
 “이에 금식하며 기도하고 두 사람에게 안수하여 보내니라.” (행 13;3)

 찬송 312장

   너 하나님께 이끌리어 일평생 주만 바라면
   너 어려울 때 힘주시고 언제나 지켜 주시리.
   주크신 사랑 믿는자 그반석위에 서리라.

 칸토리안 수도원 찬양입니다.

 수도사 3명이 모두에게 -  무교병과 쓴나물 나주어 주기
 우리는 무교병되었기에 쓴 나물을 먹고 살자고 다짐하면서 허원 예배를 마쳤습니다.
     

▲ 무교병과 쓴나물

     
 참으로 어려운 과정을 지나야 하는 예식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도중에 눈물을 흘렸습니다.나는 평생 두 번째 삭발이었습니다. 첫 번은 성막 세미나를 위하여 전용 건물을 산속에 지을 때 삭발하였습니다. 
 그리고 수도사 허원을 하며 두 번째로 삭발하였습니다. 삭발하는 동안에는 나는 눈을 감고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기도하였습니다. 내 귀에 누군가가 흐느끼며 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예식 마치고 나니 모두가 숙연한 얼굴들이었습니다. 모두 처음보는 예식에 놀라기도 하고, 은혜를 체험하기도 하였습니다. 성령이 감돌고 있음을 진하게 느꼈다고 고백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 수도사 허원한 이들

 어느 분이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강 목사님. 우리나라 최초의 동광수도원의 영성이 흐르고 있습니다. 이세종, 이현필같은 살아있는 성자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나는 이 글을 보고 기절할 뻔하였습니다. 두 분 책을 내가 저술하였는 데 나는 그 분들 흉내도 낼 수 없어서 절망하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사람으로서 그렇게 살 수 있을가 하는 생각이 나를 고민스럽게 사로잡고 있었습니다. 사람같지 않은 사람입니다.
 나는 이제 앞보다는 뒤에서, 위보다는 아래에서, 예수님을 닮아 보려고 안간힘을 쓰겠습니다.
 줄 것은 아무 것도 없고 채워야 할 공간만 커다랗게 비어있습니다. 
 많은 분들의 조언과 충고와 격려를 먹고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