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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공부
송주일  |  신장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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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년 10월 25일 (월) 00:01:23
최종편집 : 2021년 10월 25일 (월) 00:05:20 [조회수 :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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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공부>, 조윤제 저, 흐름출판, 2014

옛날에 사람을 뽑을 때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는 기준이 있었답니다. 신(身)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을 말하고, 언(言)은 말을 할 때 얼마나 이치에 맞게 말하는가 하는 말솜씨를, 서(書)는 글씨를 얼마나 바르게 쓰는지 그리고 판(判)은 사물이나 이치가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인재를 뽑기 위해서 과거시험을 보지만 과거시험에 합격했다고 해서 그 사람을 바로 쓰지 않고 신언서판으로 사람됨을 살펴본 뒤에 관리로 등용했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이 기준이 지금은 한쪽 구석에서 먼지나 뒤집어쓰고 있을 낡은 생각은 아닌 듯합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신언서판은 누군가를 선택해야 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내년 3월입니다. 그래서 요즘 여러 정당에서는 대통령 선거에 나갈 사람들을 정하는 일에 한창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속한 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려고 애 쓰고 있습니다. 어떻게 자랐으며 어느 곳에서 어떤 일을 해 왔는지 자랑하듯 펼쳐 놓습니다. 총리를 했던 사람도 자치단체장을 지낸 사람도 있습니다. 장관으로 일하기도 했고 법원에서 검찰에서 감사원에서 일했던 사람들의 이력을 보면 대통령은 아무나 도전 할 수 없는 자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서 다들 하나같이 자기가 앞으로 대통령 후보가 되면, 더 나아가 대통령이 되면 어떤 일을 하겠다고 공약을 내 걸기도 합니다. 화려한 이력과 함께 앞에 내세운 공약들을 읽다보면 어느 누가 되어도 잘 하겠다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토론회나 인터뷰를 통해서 그런 생각과 계획들을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걸 듣다보면 그 사람을 향한 믿음의 정도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말은 그 말을 하는 사람이 어떤 성품을 가지고 있는지를 드러내 줍니다. 거칠게 말하거나 저속하게 말하면 더 듣고 싶어지지 않습니다. 화려하게 말을 잘 한다고 해서 그러니까 말솜씨가 좋다고 하더라도 말할 때 모습이나 얼굴표정을 보면서 진심이 아닐 거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좋은 생각 좋은 태도가 아니면 곧바로 그 사람의 바닥이 드러나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말에 진심을 담아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누구나 말을 할 수 있지만 말을 제대로 배운다면 더 바르게 말할 수 있겠죠.

<말공부>라는 책은 ‘2500년 인문고전에서 찾은’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논어, 맹자, 장자 같은 철학책과 역사책 그리고 설화집을 비롯한  많은 고전에서 찾아낸 명 대화들을 실어 놓았습니다. 차례에 나오는 글 소제목만 읽어보아도 어떤 마음 어떤 모습으로 말해야 하는지 깨달을 수 있지만, 글 하나하나를 다 읽다보면 제자들을 가르쳤던 사람들이 어떤 말로 진리를 전했는지 소용돌이치는 역사 한 가운데에서 어떤 말로 극적인 상황들을 이겨 나갔는지 보고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단숨에 되는 일은 아니겠지만 <말공부>라는 책을 읽음으로써/공부함으로써 여러 가지 다양한 상황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품격 있는 말과 태도로 잘 드러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부드러운 말이지만 그 말에 힘을 담아 자기 생각을 펼쳐내고 설득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옛 사람들이 했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마음에 담아 다른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로 다가가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말솜씨를 가다듬기 위해 말공부를 다시 시작합니다. 

송주일 목사(신장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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