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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농가에 대한 아쉬움
황은경  |  hallofreu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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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년 10월 06일 (수) 22:44:15 [조회수 : 3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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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에 오래된 농가가 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교회 집사님이 사셨는데 3년 전에 돌아가신 뒤 계속 비워진 상태다. 나보다 나이가 많을 터인 자제들은 오래전부터 도시 생활을 하고 있으며, 간간히 집 보수를 위해 드나들곤 했다가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신 뒤부터는 이마저도 소원하다. 농촌 농가가 그렇듯이 이 집도 땅 소유주와 집 소유주가 서로 다르다. 땅은 마을의 김씨 성을 가진 문중의 소유이고, 집만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 그래서 팔고 싶어도 쉽사리 팔리지 않는 것은 애매모호한 소유권 때문이기도 하다. 마냥 비워둘 수만은 없어서 동네 복숭아 과수를 하는 두 내외가 외국인 노동자의 거처로 빌려 그나마 폐가를 면하고 있다. 

내가 거처하는 집은 옛날에 마을 유지였단다. 개똥 부자라고 하여 살뜰히 절약하며 돈을 모은 덕에 마을 거의 대부분의 땅을 소유하기도 했었다고 한다. 간혹 아랫마을 사람들이 나에게 어디서 사냐고 물었을 때, 지금 사는 곳의 집을 알려주면 대부분이 ‘아, 그 부잣집!’ 하면서 집 내력을 읊어주곤 하였다. 가구 수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문중으로 이뤄진 마을은 앞뒤 옆집 모두가 친인척이었다고 한다. 이사를 가도 고작 윗마을에서 아랫마을로 걸어서 15분이면 충분한 거리였고, 지금도 형님 아우 하며 지내는 이들도 더러 있다. 

옛날 농촌 집들은 모두 남쪽으로 향해 있다. 남쪽으로 창을 내기 어려우면 배치를 틀어서라도 남을 향하여 집을 지었다. 이런 집들은 일자형, 디귿자형, 미음자형 등 집구조 모두가 햇살 가득 담으려는 구조다. 햇살이 잘 내리쬐는 봄과 가을에 마루에 앉아 마을을 내려다보면 그 풍경이 매우 아름답다. 계절의 변화는 눈과 마음이 닿는 곳이면 속속들이 볼 수 있다. 이웃과 나누는 커피 한 잔은 계절의 변화가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다. 그 중에 나의 집은 미음자형 구조다. 본체와 사무실로 사용하는 공간, 사랑채, 창고, 닭장과 연탄광이 쓰임새 있게 배치되어 있다. 거기다가 뒤안엔 장독대가 있고 작은 텃밭이 있다. 항아리는 모두 금이 가긴 했지만 꽤 괜찮은 물건이다. 장독으로 사용할 수는 없지만 소금 보관으로는 딱이다. 2013년부터 매년 한 자루씩 구입하여 넣어두었더니 간수가 쏙 빠져 소금이 눈처럼 하얗고 맛이 깔끔하다. 

앞서 시작하면서 말한 빈 농가도 나의 집과 비슷한 구조다. 다르다면 그 집은 본체와 창고로 이어진 니은자 형태에 돌과 흙으로 빚은 담이 다른 공간을 메꿔주어 미음자의 집으로 아담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집주인이 건축 설비 일을 하는 덕분에 농가의 가장 취약부분인 단열도 엄청 잘 되어 있는 것이 제일 부러운(?) 부분이다. 단열 보수를 잘 해놓은 덕에 농가가 주는 괜찮다는 멋이 줄어들어 아쉽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 집의 또 하나 부러운 것은 그 작은 집 안과 밖에 쌍벚꽃과 쌍작약, 대추나무, 감나무가 있어 봄이면 눈이 부신 꽃들을, 가을이면 흉년과 풍년을 가늠하는 과수들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는 주인이 없는 집이라 가을의 대추와 감이 쓸쓸히 익어가며 툭툭 떨어지고 있지만 사람 사는 맛이 있었을 때는 요리조리 구경할 것이 꽤나 쏠쏠한 집이었다. 

이런 농가들, 농촌이면 흔하디 흔했던 흙집 농가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사람이 떠난 자리는 각종 벌레와 거미들의 천국이 되고 있으며, 시멘트로 도포해 놓은 마당은 금이 간 자리에서 풀들이 솟구쳐 올라오고, 집 구석구석은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사람이 살지 않으면 좋은 집도 그림의 떡이다. 집과 땅의 소유가 같았다면 진즉에 좋은 값으로 팔렸을 법도 한데, 지상권만 있다는 이유로 햇볕 좋은 집은 천천히 소리없이 무너지고 있으니 안타까운 현실이다. 

농촌은 떠나가는 사람들의 자리가 이렇게 크다. 고령화 된 사회 속에서 원주민은 돌아오지 않을 다리를 건너가고, 자녀들이 있다손 치더라도 읍내나 타지에 나가 살고 있으며, 귀촌을 하는 사람들은 땅을 사고 집을 지어 들어와 도시인처럼 살며 원주민과의 관계를 멀리한다. 그리고 귀농을 하여 집을 구하려는 이들에겐 비어는 둘지언정 빌려주지 않는다는 독특한 마음이 있어 농가 임대가 매우 어렵다. 그러니 농가 관리가 허술해지며 여기저기 폐가처럼 흉물스럽게 방치되어 가고 있다. 마을을 지나가다 마음에 드는 집을 콕 찍어 보면 열에 아홉은 그런 식으로 방치된 농가들이다. 설령 빈 농가를 운좋게 빌린다해도 낡은 집을 수리하는 비용이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현실 앞에 무너지는 경우도 있다. 도시도 그렇거니와 농촌도 거처 구하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면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귀농을 하며 새로운 삶을 꿈꾸려는 젊은 청년들에게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나도 훈련원 사역으로 이곳에 왔을 때 거할 집과 흙을 만질 수 있는 너른 밭을 제공해 주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박봉속에서도 충견과 닭들과 수많은 고양이들과 어우러져 여유롭게(?)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하나 둘씩 사라지는 옛 농가들이 아쉽다. 옛 농가가 주는 따뜻한 정서를 더 이상 느끼거나 볼 수 없는 것이 아쉽다. 담은 있으나 사람이 넘나들기 쉽게 야트막하게 쌓았고, 대문은 있으나 항상 열려져 누구나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폐쇄적이면서도 개방적인 구조를 지닌 형태의 농가. 나의 아날로그 정서를 느끼게 해주는 것들이 하나둘씩 점차 사라지고 도시화, 현대화, 편리화로 급히 변해가는 농촌은 어느덧 나의 기억속에 추억 깊은 마당이 되어 가고 있으니 어찌 아쉬워하지 않을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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