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오도인기(從吾道人記)

'종오도인기'는 양명의 나이 쉰 셋에 일어난 한 사건을 기록한 것입니다. 당시 양명은 벼슬에서 물러나 월성(지금의 절강성 소흥)에 거주하면서 가까운 회계산에서 자주 강학활동을 하였습니다. 영왕의 난 평정 후 펼쳐낸 치양지(致良知)는 그의 학문의 정수이자 알짬이었습니다. 관학 이데올로기가 되어버린 성리학적 사유와는 다른 그의 가르침을 듣고자 중원 전역에서 그에게로 몰려드는 시기였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동라석(董蘿石)이라는 꽤 이름이 알려진 노시인이 양명의 강의를 단 하루를 듣고 감복하여 제자가 되기를 청하고 양명을 스승으로 모시고 배움을 구한 사건에 대한 기록입니다. 당시 동라석의 나이는 예순 여덟이었으니 양명보다 열 다섯 살이 더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배움을 청하는 자세에는 서슬이 퍼렇고 간절한 학생심으로 가득합니다. 이 사건 이후 동라석은 자기 호(號) 종오도인이라는 이름을 하였는데 논어에 ‘부(富)를 구해서 되는 것이라면 비록 채찍을 잡는 사람의 일이라도 나 또한 하겠다. 그러나 구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따르겠다’는 구절(如不可求 從吾所好)에서 얻었지 싶습니다. 진리를 추구하는 기쁨과 즐거움을 맛본 사람의 해방선언이기도 합니다. 예순 여덟, 당시라면 연배만으로도 어른 대접받을 시기에 정녕 기쁨으로 걸은 ‘자기의 길’을 찾은 이의 모습이 선하게 보이는 글입니다.

해녕(절강성에 위치)의 동라석이라는 이는 올해로 예순 여덟의 노인이다. 젊어서부터 시를 잘 짓기로 이름이 꽤 널리 알려졌고 지역에서 같은 뜻을 지닌 시인들과 시사(詩社)를 조직하였다. 이들은 때를 가리지 않고 시를 지어 서로 운을 맞추고 자구(字句)를 조탁(彫琢)함에 열정을 기울여 식음을 잊고 밤새우기 일쑤였으니 집안을 돌보는 것도 잊고 살았다. 사람들은 저들을 비웃었지만 그들 또한 저들의 비웃음에 괘념치 않았으니 이들에겐 시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즐겁고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가정 3년(1524년) 봄, 동라석이 소흥(절강성에 위치, 양명이 강학하던 곳) 회계산에 유람을 왔다가 내가 학생들에게 산중에서 강의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는 지팡이 짚고 호로병 하나 걸치고 삿갓을 쓰고 시 묶음을 들고는 찾아왔다. 문에 들어서서는 예의를 갖춰 읍하고서는 아무 말도 없이 윗자리에 앉았다. 내가 일견 보니 그 분위기도 깊고 용모도 범상찮은데 연배도 높은지라 마음으로 기이하게 여겨져 공경하는 마음으로 예를 갖춰 그를 대하였다. 그런 후에 함자를 물어 동라석임을 알게 되어 낮부터 늦은 밤에 이르기까지 함께 하였다. 헌데 시간이 흐를수록 동라석의 말투가 점점 더 공손해지고 예를 더욱더 갖춰 겸허해지더니 슬며시 앉은 자리마저 점점 더 구석으로 옮겨갔다. 그리고는 끝내 자리를 벗어나 문밖으로 나가더니 나의 제자 하진에게 말하길

“내 이제껏 세상의 하많은 유학자들을 보았지만 다들 그 학문이 자질구레하고 하찮을 뿐이었소. 그저 예의입네 하며 꾸미는 것만 중시하는게 꼭 말라비틀어져 움직임도 없는 나무 인형이나 다름없어 보였소. 뭔가 한소식 들은 바는 없이 부끄러운 줄 모르고 탐욕을 부리고 종일 서로 부귀와 공명만을 다투는 데만 열심이었소. 내 이제까지 저들을 하찮게 여기며 정말 이 세상 어디에도 참된 성현의 학문은 없다고 생각하고, 유학자라는게 다들 이 학문을 빌미로 삼아 자기 사욕만 추구하는구나 라고 생각했소. 그랬기에 오로지 시 짓는 일에 열중하고 좋은 산과 물을 찾아 소요하며 살아왔소. 헌데 오늘 양명 선생의 ‘양지’에 대하여 들으니 마치 내가 오래고 깊은 꿈속에서 홀연히 깨어나는 것과 같고, 이제껏 내가 밤낮으로 시를 짓고 살아온 것이 내 정신을 쇠하게 하고 내 근력만 지치게 하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소. 그러니 내가 이제껏 비웃던, 세상에서 자기 잇속만 추구하는 저 바쁜 이들이나, 내가 얻으려 했던 것들이 조금 맑거나 탁하거나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별 차이 없는 인생이라는 것을 알았소. 만약 내 오늘 이곳에 와서 양명선생을 뵙지 못했다면 여전히 이 생을 허비하고 있었을 텐데 이렇게 뵙고 말씀을 들으니 정말 다행이 아닐 수 없소. 이제 남은 여생, 선생의 문하에서 배우고자 하여 선생의 제자가 되고 싶은데 이렇게 늙어버린 이 몸을 제자로 받아주실지 모르겠구려.” (당시에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된다는 것은 반드시 사제의 예를 엄히 취하였으며 이 사제의 예를 취한다함은 민천하에 '나는 누구의 제자다'라고 알리는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그 말을 듣고 하진이 벌떡 일어나 라석에게 예를 취하며 기뻐 말하길 “어르신께서 연로한 것은 사실입니다만 그 진리를 찾는 그 뜻과 걸음은 오히려 젊은이보다 장하십니다” 그러고는 곧바로 내게 그 뜻을 전하였다. 나 또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 “이런 일이 정말 있을 수 있구나! 내 이런 분을 정녕 본 적이 없구나. 허나 그분의 연배가 나보다 한참이나 위이니 -내 어찌 그분을 제자로 받아들여 스승과 제자의 예를 취할 수 있을까? 그러니 - 스승이라도 참된 벗이라 할 수 있으니 (양명에게서 나타나는 사우(師友)의 정신이다. 후에 탁오 이지는 ‘정녕 진정한 스승이라면 참된 벗이 아닐 수 없고 진정한 벗이라면 스승이 아닐 수 없다’고 하였다) 나의 말이 정녕 그분에게 믿고 따를 만한 것이라 받아들여졌다고 해서 굳이 스승과 제자의 예라는 엄격한 격식을 취할 것이 아니지 않겠는가?” 하진이 나의 말을 라석에게 전하였더니 “아마도 선생께서 내 성의가 아직 부족하다고 여기시니 내 어쩌겠소!” 라며 작별을 고하고는 집으로 돌아갔다. (아무리 제자를 자처한다 하더라도 연배상 그렇게 사제관계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양명의 완곡한 겸양은 라석은 자신이 아직 스승을 모실 만한 자세를 갖추지 못한 것으로 여겨 해녕으로 돌아갔다는 것인데...)

두 달이 지나서인가 동라석이 이번에는 삿갓이나 표주박 없이(유람객의 태도가 아니라 학생의 태도로 스승을 찾아왔다는 의미) 고운 비단 한 필을 가져와서는 하진에게 다시 말하였다. “이 비단은 제 늙은 아내가 손수 짠 것입니다. 선생의 제자가 되고픈 제 마음이 이 비단의 한 올 한 올과 같아 헤아릴 수 없다는 표시로 올려드립니다. 이제는 선생께서 저를 받아주시려는지요?”

하진이 들어와 이렇게 전하니 “정녕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구나! 내 이제껏 이런 어른을 본 적이 없었구나. 요즘의 젊은이들조차도 그저 글을 배우고 문장을 짓는 것에만 관심을 가지며 겨우 옛글의 뜻이나 조금 알게 되면 마치 제가 뭐라도 이룬 양 대단히 여기기 십상이다. 그러니 다시 배움을 베풀어 줄 선생을 찾을 필요조차 느끼지 않으니 혹 누군가 선생을 찾아 배우고 여쭈려고 하면 비웃으며 조롱하고서는 그를 이상한 사람처럼 여겨 가까이하지도 않는다. 동라석 이분은 시를 짓는 게 뛰어나고 학생들을 가르칠 만도 하고 사회에서 그에게 시를 배우고 싶어 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런 원로께서 그저 하루 내 말을 들으시고는 수십 년 동안 이룬 업적과 이름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오셔서 겸손히 예를 취하여 제자로 받아주기를 청하는구나! 이 시대에 이런 일이 있다는 것을 들어보지 못했을 뿐 아니라 고인들이 전하는 글에 기록된 것을 본 적은 있다만 그 또한 아주 드문 일이라! 모름지기 군자를 지향하는 이로서 정녕 학문을 하고자 할 때에 힘써야 할 것은 자기의 기질(성정)을 고쳐 바꾸는 것이다. 사람의 기질은 정말 바꾸기 쉽지않은 것이니 이 모든 게 쓸데없이 오만하기만 한 못된 습관들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찾아가 겸손히 배우려 하지 않고 그저 자기만 옳은 줄로 여겨 자기를 속이고 허물은 감추려 하고 교만함을 자라게 하여 끝내는 비열한 사람으로 되고 만다. 대체로 세상에서 아들이 되어서 효를 다하지 못하고, 아랫사람이 되어 윗사람에게 순종치 못하고 신하가 되어 충성스럽지 못하게 되는 것은 결국 남에게 겸손히 배우질 못하기 때문이니 이 허망하고 오만한 못된 습관들에 휘둘리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우리가 오직 참된 것만을 따르기로 작정하고 다른 이를 향해 겸손히 배우길 청함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그런 허망하고 오만한 습관들은 점차 사라지게 되고 내 안의 양지(良知)가 발휘되는데 아무런 장애가 없게 된다. 천하에 큰 용기를 가진 이가 아니고서는 이러한 바에 다다를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한다면 동라석같은 이는 사실 내게 있어 스승과 같은 분이나 다름이 없으니, 어떻게 내가 라석의 스승의 배분이 되겠느냐?”

이 말을 전해 들은 라석은 “선생께서 이렇게 나를 받아주시지 않으니 정말 어째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이젠 더이상 밖에서 선생님께서 받아들여주실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습니다” 하면서 방으로 들어와 기어이 스승으로서 자신의 예물을 받아야 한다고 하고는 내게 학생의 예를 취하여 절하였다.

내가 여러 번 만류하였으나 결국 소용이 없었고 겨우 설득하여 나와 라석은 스승과 벗의 중간쯤에 있는 것으로 하였다. 이 일이 있은 후로 그와 함께 우(禹)의 무덤^*을 찾기도 하고, 향로봉을 오르기도 하였다. 진망산을 함께 소요하기도 하고 왕희지의 유적지(난정이라는 지역으로 소흥에서 십 수여 Km 떨어져 있다)를 돌아보았다. 운문산과 약야산, 섬계와 감호 같은 계곡을 다니며 더 깊은 교류를 갖게 되었다. 라석은 매일매일 귀기울여 들으며 이전에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되니 점점 더 학문이 깊어지고 기쁨에 차서 집으로 돌아가는 것조차 잊었다. 고향에 있는 라석의 자녀들과 벗들, 함께 시사를 조직하여 시를 짓던 이들 중에서는 이러한 라석을 비웃고 비난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시를 지어 보내어 돌아오기를 종용하며 “자네 이미 늙었는데 어째서 그렇게 고생을 자처하는가?” 라며 안타까워하였다. 라석이 싱긋 웃으며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내 이제 막 고해(苦海)에서 벗어나 자네들이 얼마나 자신들을 고생시키며 안타까운 삶을 사는지 알게 되었네. 그런데 도리어 자네들이 나더러 왜 스스로를 고생시키고 있느냐고 하는군. 난 지금 한 마리 큰 물고기가 지느러미를 저어 대해를 유영하는 것과 같고 큰 새가 날개를 펴고 구름 위를 솟구쳐 날아오르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네. 그러니 어찌 다시 그물 속으로 기어들어가고 새장 속에 제 발로 들어가겠는가? 이제 각자 자기의 길을 가도록 하세. 난 내가 정녕 가고 싶은 길을 가려 하네” 그러면서 스스로의 호를 ‘종오도인(從吾道人)’이라 하였다.

내가 그 말을 듣고 감탄하며, “라석은 참으로 대단한 이라! 그는 이미 공자가 말한 대로 ‘기운이 쇠하면 탐욕을 경계할 시기’의 단계^**인데도 도리어 굳건히 노력하고 분발하여 마치 젊은이의 용기와 기상을 가지고 나아가는구나! 그는 진정으로 ”진정한 내면의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쫓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세상 사람들은 명예를 좇아서 서로 위에 서려고 싸움질을 해대고, 어떤 이들은 이익을 좇아서 서로 뺏으려 하며 탐욕을 부리는데 부끄러운 줄 모르고 혹은 제 몸뚱이가 원하는 것을 좇아서 서로 속이고 기만하려 든다. 그들 모두 스스로는 자기가 원하는 바를 따르고 있다고 여기는데 정말 이들은 나의 나됨은 오로지 ‘참나’로 인해서임을 알기나 하는 것일까? 나의 나됨은 바로 ‘참나’에 달려있는데 바로 이것이 ‘양지(良知)’라고 말할 수 있다. 부모가 되어 사랑을 베풀고, 자식이 되어 효성을 다하는 이 모든 것들이 바로 양지가 원하는 것이다. 사랑을 베풀지 않고 효성을 다하지 않는 것은 양지가 싫어하는 것이다. 말이 진실하고 행동이 바르고 정직한, 이 모든 것들이 양지가 원하는 바에서 나오는 것이고 언어가 진실하지 않고 행동이 거짓된 이 모든 것들이 양지가 싫어하는 것이다. 명예와 이익을 추구하고 물욕을 좇는 것은 바로 ‘사욕이 있는 나(私我)’가 좋아하는 것인 바 세상 사람 누구도 다 싫어하는 것이다. 양지를 좇아 나오는 것이야 말로 ‘참나’가 좋아하는 것인바 세상 사람들 누구나 다 좋아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욕이 있는 나’가 원하는 것을 좇으면 세상 사람들이 싫어할 뿐 아니라 자신도 몸 맘을 다 소진하게 되고 갈수록 그릇되어 끝내는 헤어나오지 못해 고뇌에 빠지니 이것은 바깥 것에 휘둘려 끌려다니기 때문이다. ‘참나’가 원하는 바를 따르게 되면 천하 사람들이 다 좋아하게 되고, 나라 일이든 천하의 어떤 일이든 처리하는 바가 마땅하지 않음이 없게 되며, 그 처한 자리가 부귀든 빈천이든 환난이나 이방 땅이라 할지라도 기쁨 가운데 태연히 지낼 수 있으니 진정 이와 같은 이를 일러 ‘참 자아가 원하는 대로 따르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공자께서는 ‘나는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다(志學)’^***고 했는데 이는 ‘참나’를 좇는 시작이라는 뜻이다. 또 말하길 ‘나는 칠십이 되어 하고자 하는 대로 행하여도 법도에 어긋남이 없었다’고 하였는데 이는 그가 참나를 좇는데서 더 나아가 그 스스로가 ‘참나’가 되었다는 뜻이라고 하겠다. 헌데 라석은 예순이 넘어서 ‘참나’를 따르는 공부를 알아가기 시작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늦었다고 말할 수 없다. 라석이 용기를 내어 최선을 다하니 공자가 말한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행하여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從心所慾不踰矩)’ 최고의 경계에 이르게 될 것이니 더 말해 무엇하겠느나? 오호라! 세상에서 물욕을 좇기에 바쁜 사람들은 이같은 라석의 기개를 들어 정말 돌이켜 쫓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할 것이라!

* 우(禹)의 무덤, 고대 임금이었던 하우(夏禹)의 무덤을 말한다. 전설에 따르면 순 임금의 명에 따라 치수(治水)에 성공하여 순 임금 사후 그의 뒤를 이었다. 그 무덤이라고 여겨지는 곳이 소흥 회계산에 있다

** 논어(論語) 계씨 편에 나오는 말로 군자가 경계할 세 가지로 젊은 때는 혈기가 아직 안정되지 않았으므로 여색을 경계해야 하며 장년이 되면 혈기가 왕성하니 경계할 것은 싸움에 있으며 늙어서는 혈기가 쇠퇴하니 경계할 것은 욕심에 있다)

*** 논어(論語) 위정편에 나온다. 공자 이르길, 나는 열 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서른이 되어 자신의 입장을 가졌으며 마흔에 확신을 지녀 흔들리지 않았고 쉰이 되어 천명을 알았으며 예순이 되어 남이 말을 판단없이 들었으며 일흔이 되어 마음이 하고자 하는대로 하여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게 되었다. (子曰 吾十有五而志于學 三十而立 四十而不惑 五十而知天命 六十而耳順 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젊은 스승과 나이 많은 제자의 치열함이 생생하다. 한참 아랫 사람에게 서슴없이 무릎꿇고 절하며 배움을 청하는, 진리에 목마른 학생과 눈밝은 스승의 만남이 아름답기 그지 없다. 만나면 나이부터 따지는 동네에서는 어림도 없는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참으로 진정한 벗은 망년지우(忘年之友)이지 않을까?

동라석은 후에 구심록(求心錄), 일성록(日省錄) 등의 문집을 남겼는데 그 가운데 이런 말이 있다. ‘천가지 만가지 의문이라 할지라도 결국은 단 하나의 의문으로 귀결되지 않겠는가? 그 하나의 의문을 깨쳤으니 더이상 의문이라 할 것이 없구나!’ (千疑萬疑 總是一疑 一疑旣破 無疑可疑), ‘양지를 얻는다면 사람이 갖춰야 할 예법은 다 그 안에 있다’(依得양지 禮法自在其中矣). 양명이 말한 대로 마음대로 행하여도 진리를 벗어나지 않는 경계를 누린 사람이 선언이지 싶다. 늦었으나 발분망식한 동라석의 얻음이 귀하다. 세상을 떠나던 일흔일곱의 마지막 순간까지 스승의 저서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한다.

20211001

▲ 송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