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 오늘의칼럼
오늘
송병구  |  sbkbochum@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입력 : 2021년 10월 02일 (토) 21:33:30 [조회수 : 2929]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텔레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사람은 누구나 오늘을 산다. 어제는 다시 반복되지 않고, 내일을 미리 살 수 없다. 성경은 오늘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보인다. 성경 신구약에는 ‘오늘’ 또는 ‘오늘날’이란 단어가 400번 가량 등장한다. “오늘 내게 맹세하라”(창 25:33)든지, “오늘 내 죄를 기억하나이다”(창 41:9)와 같이 오늘이란 말은 긴급하고 분명한 시간적 의미를 지닌다. 

  물론 여기에서 오늘은 그 안에 담긴 24시간의 길이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오늘은 과거가 쌓여 온 현재이면서, 다가오는 내일을 예비하고 있는 오늘이다. 주님이 가르쳐 주신 기도문에도 오늘이 있다.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마 6:11). 예수님은 ‘모든 날들’(뜨레주르)의 양식이 아니라, 바로 오늘의 끼니를 구하라고 하신다. 

  우리가 먹는 밥은 단 한 끼 음식일 뿐, 평생의 양식을 한꺼번에 갈무리 할 수는 없다. 출애굽의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의 일용할 양식은 만나였다. 그 양식은 단 하루용이었다. 하루하루 반복한 것이 가나안에 이르기까지 계속하여 40년 동안이었다. 만나는 가난한 마음으로만 얻을 수 있는 일용할 양식이었다. “부자는 내일을 생각하지만 가난한 사람은 오늘만을 생각 한다”(중국속담).

  다이어트에 실패한 사람들의 구호는 “내일부터!”이다. 거듭 실패하는 까닭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종말을 오늘 맞게 될 것이다. 하나님은 미래의 어느 날이 아니라 바로 ‘오늘’ 나를 부르실 것이다. 그러니 항상 오늘을 제대로 살아야 한다. 모든 날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날은 바로 ‘오늘’이기 때문이다. “오늘 구원이 이 집에 이르렀으니”(눅 19:9). 구원의 날 오늘은 바로 ‘모든 날 중의 날’이다.  

  가톨릭교회에서 날마다 행하는 경건한 습관으로 성무일도가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 달에 한권씩 발간하는 월간지로만 볼 수 있던 것을, 이젠 스마트폰 앱으로 언제 어디서든 이용할 수 있다. 거룩한 경건의 의무를 보다 수월하게 참여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매일 초대 송을 부르기 전에 이렇게 시작한다. “성서에 ‘오늘’이라고 한 말은 우리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니 날마다 서로 격려해서”(히 3:13, 개정판공동번역). 약속을 믿는 사람에게 ‘오늘’만큼 큰 선물은 없다.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 기도는 매일매일 하나님의 도움과 자비를 의지하도록 이끌어 준다. 십자가의 삶도 마찬가지다.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눅 9:23). 예수님이 강조하신 십자가는 단 한 번 시도할만한 크고 대단한 고난이 아니라, 매일매일 반복하면서 살아가야할 작은 의무이다. 사도 바울은 “나는 날마다 죽노라”(고전 15:31)라고 고백하였다.

  돈보스코는 ‘일상(日常)의 영성’에 대해 말하였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은 매일의 의무를 기쁘게 행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매일 해야 할 바를 성실히 해 나갑시다. 일상에 대한 충실, 그것보다 더 큰 봉헌은 없습니다.” 한마디로 기본을 잘하라는 의미다. 이것은 일용할 영성, 곧 날마다 행할 영성이며, 오늘 몫의 영성이다.

  일상의 영성은 오늘의 삶에 충실한 영성, 매일 주님의 은총에 감사하는 영성, 날마다 만나는 이웃들과 가장 가까이 몸 붙여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충실한 영성이다. 너무나 작아 보이기에 하찮게 여겨지는 일상의 업무들에 충실한 영성, 순간순간 와 닿는 고통스런 상황들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영성이다. 다름 아닌 매일의 십자가를 기꺼이 감내하는 영성을 의미한다.

  일용할 양식은 ‘오늘’의 권리이며, 내일로 미뤄 둘 수 없다. 하나님은 하루 분량의 만나 속에 인생의 보물을 담아두신다.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 가운데 그 기쁨을 얻게 될 것이다. 지하철화장실의 잠언이다. “오늘은 내 생애의 남은 날 가운데 가장 첫 날이다.” 오늘의 만족감과 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는 뜻이다. “내게 길일(吉日)을 기다리라고 요구하지 마십시오. 일을 할 때 길일이란 바로 지금, 오늘입니다”(프랑수아 미테랑).

송병구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를 추천하시면 "금주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추천수 : 42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의견나누기(0개)
 * 100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20000byte)
 * [운영원칙] 욕설, 반말, 인신공격, 저주 등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은 글과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올린 글은 통보 없이 삭제합니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120-012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2가 35 기사연빌딩 401호 ☎ 02-393-4002(팩스 겸용)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심자득
제호 : 당당뉴스  |  등록번호 : 서울아00390  |  등록연월일 : 2007.7.2  |  발행인 겸 편집인 심자득(010-5246-1339)
Copyright © 2005 당당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dangdang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