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삶에는 일정한 과정이 있다. 어려서는 부모님 사랑으로 자라고 공부하여 초,중,고등학교에서 공부하고 바로 취업하거나 대학을 나와 직업을 갖게 되고 또 배우자를 만나 독립적 생활을 하게 된다. 오늘날의 경제적 어려움과 코로나19 위기 등으로 취업이 쉽지 않고 도처에서 한숨소리와 일상의 절벽을 체험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태어나서 자라고 배우고 일하며 결혼하여 자식을 낳고 평범하고 독자적인 가정을 이루는 어쩌면 일상적으로 보였던 일들이 지금 현실을 생각하면 매우 귀하고 쉽지 않는 일이 되었다.

오랜 직장 생활을 하고 사람들은 은퇴라는 순간을 맞게 된다. 직종에 따라 은퇴의 연령이 다소 다르지만 언젠가는 현직에 물러나서 오래 하던 일을 그만 두게 된다. 상대적으로 낮아진 체력과 업무능력 등으로 후대들에게 길을 열어주며 개인에게 쉼을 주는 은퇴는 사회변동과 지구와 인류 사회를 유지, 연계하는 의미있는 제도라 할 것이다.

물론 자의에 의한 은퇴도 있지만 조직의 논리나 타의에 의해 하던 일을 그만두게 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은퇴 전이나 후에 자연으로 돌아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오래 일을 하다 물러나 자연으로 돌아간 사람으로 우리가 잘 아는 도연명(陶淵明, 365~427)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귀거래사(歸去來辭)란 명문을 남기며 13년 간에 걸친 관리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드디어 향리로 돌아가 이제부터 은자(隱者)로서의 생활을 선언(宣言)하였다. 그는 지금까지 생활이 마음이 형(形, 육체)의 역(役, 노예)으로 있었던 것을 반성하고, 전원으로 돌아가 자연과 하나 되는 삶속에서 참 인생의 기쁨이 있다고 주장하며, 서쪽 밭에 나가 밭을 갈고 때로 김을 맨다고 한다.

"돌아가련다. 전원이 바로 거칠어지려는데 아니 돌아갈소냐. 지금까지는 고귀한 정신을 육신의 노예로 만들어 버렸다. 어찌 슬퍼하여 서러워만 할 것인가/... (歸去來兮 (귀거래혜) 田園將蕪胡不歸 (전원장무호불귀) 旣自以心爲形役 (기자이심위형역) 奚惆悵而獨悲 (해추창이독비).../...농부가 내게 찾아와 봄이 왔다고 일러 주니, 앞으로는 서쪽 밭에 나가 밭을 갈련다...“ 農人告余以春及 (농인고여이춘급) 將有事於西疇 (장유사어서주).../좋은 때라 생각되면 혼자 거닐고, 때로는 지팡이 세워 놓고 김을 매기도 한다.../ 懷良辰以孤往 (회양진이고왕) 或植杖而耘 (혹식장이운자)...“

도연명이나 유배 시 작은 텃밭을 갈고 운영했던 다산 정약용 같은 유명인은 아니더라도 사람은 모두 자연과 어린 시절 자라거나 경험한 시골과 고향을 그리워한다. 고향이 아니면 가까운 농촌이나 논밭이라도 가서 주말 농장이라도 가꾸며 자녀손들과 시간을 보내고자 한다. 그리고 후에는 마음을 굳게 먹어 귀농(歸農), 귀어(歸漁), 귀촌(歸村) 등으로 삶의 터전에 변화를 모색하기도 한다. 오늘날 신문, 방송에서도 혼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주 보게 된다. 들이나 산중에서 산야초를 체취하거나 제배하며 나름대로 의미 큰 삶을 사는 사람들을 보면 우리도 한번 저런 삶을 살아보고 싶은 생각을 갖게 되곤 한다.

시골이나 자연과의 시간은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집 부근 텃밭을 가꾸거나 아파트 베란다에서 식물을 키우는 일 등은 실은 꽤 번거롭고 신경이 많이 쓰이기도 한다. 조금 게으르거나 무관심이 길어지면 식물들은 바로 얼굴색을 바꾸는 것이 다반사여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래도 식물이나 화분 등을 관리하고 키우는 일은 회사나 직장에서 일하는 것 보다 더 여유롭고 자유롭게 생각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

사람이 조직과 긴장된 관계 속에서 경쟁하며 사는 것은 많은 스트레스를 유발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제한된 자원과 한정된 조직에서의 승급과 상위직급으로의 승진에는 많은 노력과 긴장과 갈등까지 전제된다. 현대인들에게 나타난 다양한 신종 질병들과 높은 정신적 질환은 이런 사회적 긴장과 갈등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일본 사람들은 좁은 공간이라도 생기면 그것을 잘 활용하여 꽃도 심고 나무도 가꾸며 멋진 화단과 소공원으로 꾸미는 일을 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한국 사람도 거기 못지 않게 작은 공간이로도 잘 조성하여 화단을 꾸미거나 텃밭을 일구는 경우가 많다. 아파트 앞 작은 공간에 꽃과 나무로 예쁘게 꾸미는 일은 거의 모두의 일이고 가까운 거리에 주말 농장 등을 분양받아 채소와 과일 등을 경작하는 가구들도 꽤 많아지고 있다.

텃밭을 가꾸며 식물을 경작하는 것은 사람에게 많은 정신적 위로와 쉼을 준다. 몸은 다소 피곤할 수 있으나 심적으로 자유롭고 보람되며 즐거운 일이 된다. 등산이나 낚시 등 여타 취미 활동도 우리에게 다양한 쉼과 즐거움을 주나, 텃밭을 가꾸며 너무 힘들지 않는 규모의 경작을 하는 것은 정신적으로 평안함과 쉼을 준다. 구체적으로 식물이 자라고 꽃을 피우며 열매 맺는 즐거움이 크다. 여기서 수확한 것들을 가까운 이웃과 나누는 기쁨은 다른 어떤 여가 보다 크고 즐겁다.

서울 한 대학의 교훈이 사랑의 실천(Practicing ‘Love in Deed and Truth)이라 한다. 근래 행복의 주요 요소로 가족 사랑의 실천(Family Love Practice)을 들고 있다. 혈연에 근거한 가족은 물론 가까운 이웃과의 교류와 나눔과 같은 이웃 사랑 실천도 의미가 커지고 있다. 머릿속에만 있는 사랑의 중요성 보다, 사랑해야지 하는 마음 보다 작은 사랑이라도 실천하고 표현되는 것이 보다 의미있는 행복의 지침이 된다는 뜻이다. 현대인은 많은 관계와 다양한 생각으로 피곤하고 힘 드는 경우가 많다. 생각을 바꾸면 삶이 달라지게 되나, 그것이 쉽지 않다. ’회두시안‘(回頭是岸)이란 말이 있다. ’고개(머리)를 돌이니 이것이 피안(彼岸)이다‘란 의미로 사람의 생각과 관점을 바꾸면 전혀 다른 세계가 열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의 바쁘고 번잡한 일상에 우리 마음 한 켠에 작은 마음의 텃밭을 키우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실재로 작은 공간에라도 텃밭을 조성하고 일구는 것은 생각과 삶에 적지 않는 변화와 위안을 줄 것이 분명하다. 가을맞이로 주말에 가까운 텃밭에 배추, 무, 부추, 상치를 심었다. 순무도 심어 욕심을 내 본다.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며 이웃과 나눌 즐거움에 먼저 기쁘다. 성경도 우리의 마음을 세상의 욕심에 흔들리지 말고 잘 지키고 생명을 보전하라고 말씀하신다.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잠언 4:23, Above all else, guard your heart, for it is the wellspring of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