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것을 심판하시는 그 날에” 스가랴 13장1절~9절

1. 죄와 더러움을 씻는 샘

① (1절) “그 날에 죄와 더러움을 씻는 샘이 다윗 족속과 예루살렘 거민을 위하여 열리리라”

▶ 스가랴는 12장에 이어서 그 날에 벌어질 사건을 미리 보여준다. 그 날에 우리의 죄와 더러움을 씻는 속죄의 눈물샘이 터지게 될 것을 예고한다. 육신의 죄는 형벌로 죄 값을 치르면 되고 몸의 더러움은 물로 씻으면 된다. 그렇다면 마음의 죄와 영혼의 더러움은 무엇으로 씻을 수 있을까? 유일한 방법은 자신의 죄를 자복하는 회개의 눈물뿐이다. 회개하는 깊이만큼 새롭게 되기 때문이다. 세상의 종말, 죽음의 순간, 삶에서 만나는 위기의 순간에 우리가 할 일은 통회하고 자복하는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것뿐이다. 그 날에 우리가 드려야할 단 하나의 기도는 ‘주여, 이 죄인을 불쌍히 여겨 주소서!’뿐이다. 대안이나 묘책 따위는 다 쓸데없는 짓이다.

② (2절) “만군의 여호와가 말하노라 그 날에 내가 우상의 이름을 이 땅에서 끊어서 기억도 되지 못하게 할 것이며 거짓 선지자와 더러운 사귀를 이 땅에서 떠나게 할 것이라”

▶ 우상은 하나님 아닌 것을 하나님처럼 섬기던 대상을 통칭한다. 그 날에 하나님 노릇하던 우상들이 무가치하고 무의미하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 땅의 삶을 마치는 죽음의 순간에 돈과 부동산, 명예와 성공, 외모와 업적이 부질없게 된다는 진실이다. 또한 “거짓선지자와 더러운 사귀를 이 땅에서 떠나게 할 것이라” (메시지성경) “그날 나는 병든 말로 세상을 오염시키던 예언자들을 없애 버릴 것이다” 거짓선지자는 성공신화와 대박신화로 미혹하던 전파자(messenger)들을 가리킨다. 그날은 그들의 추악한 실상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또한 사람들을 지배하던 악하고 더러운 영들도 함께 함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이기심과 사리사욕의 결말은 시기와 질투, 갈등과 분열, 무한경쟁과 전쟁에 의한 소멸과 멸망인 까닭이다. 이는 인류역사 속에서 흥망성쇠를 누리던 대제국들의 비참한 최후가 증언하는 만고불변의 법칙이다.

③ (3절) “사람이 오히려 예언할 것 같으면 그 낳은 부모가 그에게 이르기를 네가 여호와의 이름을 빙자하여 거짓말을 하니 살지 못하리라 하고 낳은 부모가 그 예언할 때에 칼로 찌르리라”

▶ (메시지성경) “만일 그때도 누가 병든 말로 오염을 퍼뜨리는 짓을 계속하면 그의 부모가 나서서 ‘이제 그만!’ 너는 이제 끝났다! 하나님에 대한 네 거짓말이 모두를 위험에 빠뜨린다고 말하며 하나님에 대해 거짓 예언하는 그를 그 자리에서 칼로 찔러 죽일 것이다. 그의 부모가 그 일을 할 것이다!” 선지자는 지도자와 교사와 같은 영향력 있는 리더(Leader)를 가리킨다. 그들의 죄악은 여호와의 이름을 빙자한 가짜뉴스와 유언비어다. 자신의 헛된 야망을 하나님의 거룩한 비전으로 가장하는 기만이다. “자기 마음에 나는 대로... 본 것이 없이 자기 심령을 따라(겔13:1~7)”하는 선지자의 직권남용과 직무유기다. 본문을 얼핏 보면 마치 부모가 자식을 죽이는 무참한 처사로 보이지만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신명기 말씀에서 유래한다. “너는 용서 없이 그를 죽이되 죽일 때에 네가 먼저 그에게 손을 대고 후에 뭇 백성이 손을 대라. 그는 애굽 땅 종되었던 집에서 너를 인도하여 내신 네 하나님 여호와에게서 너를 꾀어 떠나게 하려한 자니 너는 돌로 쳐서 죽이라(신13:9~10).” 하나님의 뜻을 왜곡한 거짓 예언이 이토록 무서운 죄악이란 것이다. 왜냐하면 거짓예언은 자기 자신뿐 아니라 공동체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고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여호와의 이름을 빙자해서 사람의 인기와 평판에 영합하는 일을 일삼던 자들이 가장 가까운 이들과 자신을 믿고 따르던 이들에게 먼저 버림받고 퇴출 될 것을 예고한다. 선지자(선견자, 선구자) 곧 지도자나 교사와 같은 리더(Leader)는 영광스런 자리가 아니라 책임지는 자리다. 해서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직분을 맡고 합당한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예나지금이 특권과 혜택은 누리면서 책임과 의무는 감당하지 않는 지도자들이 문제다.

2. 거짓 선지자의 본색

① (4절) “그 날에 선지자들이 예언할 때에 그 이상을 각기 부끄러워할 것이며 사람을 속이려고 털옷도 입지 아니할 것이며”

▶ (메시지성경) “그 큰 날에 거짓말을 일삼던 예언자들은 사람들 앞에서 까발려져서 수치를 당할 것이다. 그들은 환상 운운하며 사람들을 속였던 일을 후회하게 되리라. 예언자의 의상을 차려 입고 예언자 행세를 하던 일도 끝장날 것이다” 거짓 선지자들은 선지자의 전통복장인 약대털옷을 입고 화려한 비전을 앞세우며 인기를 누린다. 하지만 그날에는 숨겨진 정체가 드러나서 수치를 당할 것이고 만시지탄의 대상이 될 것을 예고한다. 예수께서도 누누이 경계하셨다. “거짓 선지자들을 삼가라 양의 옷을 입고 너희에게 나아오나 속에는 노략질 하는 이리라(마7:15)” 선지자 옷을 입었다고 모두 선지자가 아니듯 교회 다닌다고 모두 그리스도인은 아니다. 경건의 모양만 있는 외식하는 신앙도 있다. “하나님이 예수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사람들의 은밀한 것을 심판하시는 그날이라(롬2:16)” 솔로몬의 재판에서 아기의 배를 가르는 위기의 순간, 누가 진짜 어미인지 판가름 나듯 그 날에 숨겨진 정체가 폭로되고 감춰진 진실이 드러날 것이다.

② (5절) “(그날에) 말하기를 나는 선지자가 아니요 나는 농부라 내가 어려서부터 사람의 종이 되었노라 할 것이요”

▶ (메시지성경) “그들은 그런 일을 들어 본 적도 없다는 듯 시치미를 뗄 것이다. 내가 예언자였다고? 천만에 난 그저 농부일 뿐이오. 농장에서 자랐다오.” 거짓 선지자의 자백과 실토다. 농부는 보잘 것 없는 필부(匹夫)를 의미한다. 평온할 때는 대단하고 비범한 척했지만 위기의 순간에 한낱 나약한 인간에 불과했던 가짜 영웅의 숨은 본색이 드러난다는 말이다. 그 날에 하나님을 섬기는 하나님의 신실한 종이 아니라 사람을 섬기는 사람의 종이였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난다. 이는 거짓 선지자들이 선지자의 직책을 생계수단이나 자기과시의 도구로 여긴 까닭이다. ‘의사로 돈 벌 생각하지 말라!’는 유한양행의 설립자인 유일한 박사의 유언을 목회에 적용하면, ‘목사로 돈 벌 생각마라!’다. 목사가 돈 버는 직업이 아니듯 교회의 직분은 세속적인 지위나 계급이 아니다.

③ (6절) “(그날에) 혹이 그에게 묻기를 네 두 팔 사이에 상처는 어찜이냐 하면 대답하기를 이는 나의 친구의 집에서 받은 상처라 하리라”

▶ 다소 난해한 본문을 이해하기 위해선, 갈멜산에서 엘리야와 바알선지자 사백 오십인 사이에 벌어진 사건을 살펴야 한다. “이에 저희가 큰 소리로 부르고 그 규례를 따라 피가 흐르기까지 칼과 창으로 그 몸을 상하게 하더라(왕상18:28).” 거짓선지자의 두 팔 사이에 상처는 희생제사로 인한 상처인데 이는 자기부인이 아니라 마치 문신(타투)처럼 자기과시를 위한 자해(自害)다. 예를 들면 남에게 보이기 위한 금식이나 헌금, 구제와 봉사다. 고난이 ‘의를 위한 핍박’과 ‘죄로 인한 형벌’로 구분되듯 상처도 주를 위해 받은 ‘고난의 흔적(聖痕, stigmata)’과 자신의 영광을 추구하다가 받은 ‘수치스런 상처(흉터, scar)’로 구분된다. 소위 ‘교회 일을 하다가 상처 받았다’는 주장은 대부분 주를 위한 봉사가 아닌 자기만족을 위한 수고인 경우가 많다. 진정한 사랑으로 행한 일은 결코 상처 받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3. 불같은 시험 많으나...

① (7절) “만군의 여호와가 말하노라 칼아 깨어서 내 목자, 내 짝된 자를 치라 목자를 치면 양이 흩어지려니와 작은 자들 위에는 내가 내 손을 드리우리라”

▶ “내 목자, 내 짝된 자”는 하나님이 친히 보내신 선한 목자들을 가리킨다. 하나님의 뜻을 전달했던 예언자들과 독생자 예수그리스도다. “칼아 깨어서” 하나님이 칼로 목자를 치신 것이 아니라 양떼의 무지가 칼이 되어 목자를 친 것이다. 하나님께서 선한 목자를 치도록 내버려 두셨다는 뜻이다. (계22:11) “불의를 하는 자는 그대로 불의를 하고 더러운 자는 그대로 더럽고 의로운 자는 그대로 의를 행하고 거룩한 자는 그대로 거룩 되게 하라” 하나님의 가장 무서운 처벌은 내버려두심이다. “목자를 치면 양이 흩어지려니와” 선한 목자를 저버린 양떼의 비극적인 운명이다. 어리석은 양떼가 선한 목자를 치도록 내버려 두심으로 스스로 심판을 자초하게 하신 것이다. (요3:17~18) “하나님이 그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려 하심이 아니요 저로 말미암아 세상이 구원을 받게 하려 하심이라. 저를 믿는 자는 심판을 받지 아니하는 것이요 믿지 아니하는 자는 하나님의 독생자를 믿지 아니하므로 벌써 심판을 받은 것이니라.” 이 시대의 비극은 관영한 죄악이 아니라 ‘악화가 양화를 구축(Bad money drives out good)’하듯 군중의 무지로 인한 의인의 멸절이다. ‘망국에 충신이 없다’는 격언처럼 충신이 멸절한 나라의 운명은 자멸뿐인 까닭이다.

② (8절) “여호와가 말하노라 이 온 땅에서 삼분지 이는 멸절하고 삼분지 일은 거기 남으리니”

▶ 요한계시록이 전하는 삼대칠중재앙(일곱 인, 일곱 나팔, 일곱 대접)처럼 하나님의 심판이 단 한번이 아니라 점진적이고 점층적으로 이루어지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한 사람이라도 돌이켜 회개할 기회를 주시기 위함이다. “주의 약속은 어떤 이의 더디다고 생각하는 것 같이 더딘 것이 아니라 오직 너희를 대하여 오래 참으사 아무도 멸망치 않고 다 회개하기에 이르기를 원하시느니라. 그러나 주의 날이 도적 같이 오리니 그 날에는 하늘이 큰 소리로 떠나가고 체질이 뜨거운 불에 풀어지고 땅과 그 중에 있는 모든 일이 드러나리로다. 이 모든 것이 이렇게 풀어지리니 너희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마땅하뇨 거룩한 행실과 경건함으로 하나님의 날이 임하기를 바라보고 간절히 사모하라. 그 날에 하늘이 불에 타서 풀어지고 체질이 뜨거운 불에 녹아지려니와 우리는 그의 약속대로 의의 거하는바 새 하늘과 새 땅을 바라보도다(벧후 3:9~13).”

③ (9절) “내가 그 삼분지 일을 불 가운데 던져 은 같이 연단하며 금 같이 시험할 것이라 그들이 내 이름을 부르리니 내가 들을 것이며 나는 말하기를 이는 내 백성이라 할 것이요 그들은 말하기를 여호와는 내 하나님이시라 하리라”

▶ 살아남은 나머지 삼분지 일도 연단을 피할 수 없다. 당장 위기를 모면했다고 안심하거나 방심하면 안 된다. 하지만 연단을 통과한 이들(少數精銳, A Few Good Men)을 마침내 구원하신다. ‘불같은 시험 많으나 겁내지 맙시다. 구주의 권능 크시니 이기고 남겠네!’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의인과 악인에 차별이 없듯 하나님의 시험에서 누구도 예외가 없다. 시험을 받는다고 이상하게 여기지 말고 도리어 삶의 주관자 되신 하나님께로 더 가까이 나가야 한다. 환란의 때가 오히려 하나님을 만날 때, 하나님을 찾을 때,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구원을 받을 때이기 때문이다. “내 형제들아 너희가 여러 가지 시험을 만나거든 온전히 기쁘게 여기라 이는 너희 믿음의 시련이 인내를 만들어 내는 줄 너희가 앎이라 인내를 온전히 이루라 이는 너희로 온전하고 구비하여 조금도 부족함이 없게 하려 함이라 너희 중에 누구든지 지혜가 부족하거든 모든 사람에게 후히 주시고 꾸짖지 아니하시는 하나님께 구하라 그리하면 주시리라(약1:2~5).” 전대미문의 재난을 만난 지금, 모래 위에 지은 집은 무너짐이 심하겠지만 반석 위에 집은 숨은 공력이 드러나는 영광의 순간이 될 것이다. ‘주 나의 반석이시니 그 위에 내가 서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