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지구는 없다>, 타일러 라쉬, 알에이치코리아, 2020

지금 전 세계적인 화두는 기후위기이다. 지구가 빠르게 망가지고 있다. 과학자들이 염려하던 기후변화는 기후위기를 넘어 이제 기후재앙으로 변모하여 인류를 비롯한 지구별 전체는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눈 깜짝 할 사이 지구는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전혀 예측 불가능해졌다. 하나님의 창조질서는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이토록 무참히 파괴되어가고 있다. 더는 방관할 시간이 없다. 기후위기 문제는 ‘바로 지금’의 시급성을 요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일반 사람들의 관심에서 당장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뒷전으로 밀려있다. 생존이 달린 문제임에도 그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기후위기로 인한 인류 멸망을 예언하는 과학자들의 경고는 먼 이야기쯤으로 치부하는 듯하다. 좀 더 평범하고 가까운 사람의 이야기라면 귀 담아 들을까? 그런 의미에서 기후의 급작스러운 변화에 대해서는 두려움을 갖기 시작했으나 여전히 자신의 삶의 중요한 문제로는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이들에게 타일러 라쉬의 <두 번째 지구는 없다>를 권하고 싶다. 

타일러 라쉬의 <두 번째 지구는 없다>는 환경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도록 눈 뜨게 하는 에피타이저(appetizer)와 같은 책이다. 내용의 깊이보다는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키는 데에 주안점을 둔 듯하다. 이 책은 다른 책들과 달리 책의 제작 과정에서부터 제작비가 더 들고 번거롭더라도, 환경에 부담을 덜 주고 산림 파괴를 막는 데 기여하려고 한 남다른 노력이 엿보인다. 책 디자인에 있어 잉크 사용을 최소화하고, 친환경 콩기름 잉크를 사용하여 인쇄하고, FSC 인증(산림 관련 친환경 국제 인증) 종이를 사용했다. 지구를 위한 그의 세심한 실천이 놀랍다. 기후위기의 문제를 의식하고 살아간다는 것은 그만큼 세심한 일이다.

타일러 라쉬는 자신의 꿈을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기후위기의 문제를 방법론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일반이나 그는 꿈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꿈은 그의 삶을 추동하는 근원적인 밑힘이 된다. 그는 왜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것이 꿈이라 이야기했을까? 그것은 기후위기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가느냐의 성패여부에 따라 우리의 존망(存亡)이 결정되는 절체절명의 문제로 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타일러 라쉬는 이 책을 통해 아직 가야 할 길이 먼 기후위기의 문제를 공유하며 독자들로 하여금 지구를 살리는 꿈을 함께 꾸고 살아가자고 권면하고 있다.
 
모든 생명에게 선물처럼 허락된 삶의 터전인 지구는 모든 생명이 향유하는 공적인 공간이다. 그 어느 누구도 지구를 독점할 수 없다. 지금 지구의 기후위기 문제는 인류가 지구를 사유화하면서 벌어진 문제이다. 편리와 효율의 원리로 지구를 개발하고 자원을 마구 사용하는 인류의 행위 속에는 시뻘건 욕망이 자리하고 있다. 타일러 라쉬는 이러한 인류의 삶의 방식이 다른 종에 대한, 다음 세대에 대한 도둑질이라고 말한다. 우린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도둑질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활동은 기후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인간의 인위적 활동이 활발해질수록 지구는 꼬리에 꼬리를 물며 수많은 문제들을 양산해낸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지구 온도 상승, 해수면 상승과 바다의 산성화, 예측 불가능한 강력한 태풍과 지진 등의 기후재앙, 곡물생산량 감소와 식량분쟁, 환경난민 등의 문제로 지구는 갈등과 전쟁의 아비규환의 세상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행복을 소유에서 찾는 현대인들의 소비지향적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 지구의 멸망을 막을 길이 없다. 너와 나, 지구의 모든 생명들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소비중심적인 삶에서 벗어나 생명중심적인 삶으로 전환하는 것 밖에는 다른 길이 없다. 

돌이킬 수 없는 날이 오기 전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하여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환경오염을 막는 개인의 집요한 실천뿐만 아니라 기업과 국가의 정책도 친환경적으로 바꾸어야만 한다. 이미 지구의 위기상태는 개인의 실천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개인이 분리수거 하고, 쓰레기 배출을 줄이고, 물 아껴 쓰고, 일회용품 쓰지 않고, 텀블러 사용하는 것으로는 지구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화석연료 중심의 기업 시스템을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친환경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국가는 자연친화적인 정책을 만들어 시행해야 한다. 범세계적인 문제인 환경문제, 기후위기의 문제를 선도하는 나라와 기업이 앞으로의 세계를 이끌 지도력을 갖게 될 것이다.

기후위기의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알아차렸다면 ‘우린 무엇을 해야 하는가?’의 실천적인 물음이 남는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실천하고 있는 쓰레기양을 줄이고 함부로 버리지 않거나 쓰레기 분리수거 하기, 일회용품(플라스틱) 쓰지 않기, 물건 재활용하기, 전기나 물 아껴 쓰기 등이 우리가 알고 있는 지구를 살리는 일반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타일러 라쉬는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우리의 생존이 걸려 있는 지구 살리기 프로젝트에는 세심함과 꾸준함이 필요하다. 타일러 라쉬는 이를 위한 좋은 팁을 우리에게 전해준다.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첫 걸음은 우선 현실을 직시하는 일이다. 지금도 지구의 위기현실을  환경을 파괴하는 이들에 대해 분노해야 한다. 환경 파괴를 통해 이익을 얻는 기업의 제품은 사지 말아야 하고, 그들의 뒤를 봐주고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이 없는 정치인들은 뽑지 말아야 한다. 친환경정책을 추진하고 시행하는 기업의 제품을 사용하고, 정부에는 탄소배출에 대한 규제를 요구하고 친환경정책을 시스템화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선거할 때의 투표권과 물건을 살 때의 지불하는 돈을 통해 깨어있는 시민들이 기업과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를 해야 한다. 이젠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편리와 효율을 좇아 사느라, 욕망의 단맛에 취해 사느라 우린 정작 중요한 것을 잊고 살았다. ‘우린 자연의 일부이다’ 자연이 주는 온갖 혜택을 누려왔음에도 그에 대한 고마움을 갖고 살아오지는 못했다. 자연은 그저 나의 뒷배경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자연은 생명이다. 그렇기에 누군가 나에게 못되게 굴면 상처 받고 힘들어 지듯이, 지구도 상처를 받는다. 지구는 자신이 몹시 아프다는 사실을 여러 시그널을 통해 알려주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모른 채 하고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정작 중요한 것을 외면하고 살아가는 사이 지구는 회복 불가능한 지경으로 나아가고 있다. 지구가 망가지면 우리의 생명(生命)도 함께 끝나게 된다. 두 번째 지구는 없다. 우린 오직 유일한 지구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 지구가 지금 신음하고 있다.

이  혁(의성서문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