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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의 상징 송편이야기
임석한  |  skygrac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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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년 09월 21일 (화) 23:45:19 [조회수 : 2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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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다. 간만에 긴 연휴를 맞이했다. 지금쯤 고향에서 여러 가지 추석 음식들을 먹으며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추석에 먹는 여러 가지 음식 중에 가장 대표적이고, 상징적인 음식이 송편이다. 송편은 맵쌀가루를 익반죽(뜨거운 물로 하는 반죽)해 밤, 팥, 깨 등으로 만든 소를 넣고 모양을 만들어 솔잎을 깔고 찐 떡이다.

추석은 신라시대부터 중요한 명절이었다. 신라는 물론 중국 당나라에 있었던 신라촌 사람들도 “수제비와 떡 등을 마련하고 음력 8월 15일의 중추가절을 경축했을 정도로” 추석을 중요시 여겼다(입당구법순례행기:9세기 일본승 엔닌의 당나라 순례기) 

보름달이 환하게 떠오르는 추석에 보름달 모양을 닮은 송편이 아닌 반달 모양의 송편을 만드는 까닭은 뭘까?  풍요의 상징으로 누려야 할 명절에 우리 민족은 왜 반달 모양의 음식을 먹었던 것일까? ‘삼국사기’의 ‘백제본기’에는 백제의 마지막왕인 의자왕(재위 641~660년) 말년인 660년 음력 6월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들사슴 같은 개 한마리가 서쪽으로부터 사비하 언덕에 와서 왕궁을 향해 짖더니 잠시 후 행방이 묘연해졌다. 모든 개가 노상에 모여 짖거나 울어대다가 얼마 후 흩어졌다. 귀신 하나가 대궐에 들어와서 '백제가 망한다. 백제가 망한다'고 크게 외치다가 곧 땅으로 들어갔다. 왕이 이상하게 여겨 사람을 시켜 땅을 파게 했다. 석자가량 파내려 가니 거북이 한마리가 나왔다. 그 등에 ‘백제는 둥근 달과 같고, 신라는 초승달과 같다’고 새겨져 있었다. 왕이 점술가에게 물으니 “둥근 달과 같다는 것은 가득 차 기울어진다는 것이며, 초승달과 같다는 것은 점차 가득 차게 된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왕이 노하여 그를 죽여 버렸다. 한 신하가 말하길 ‘둥근 달 같다는 것은 왕성하다는 것이요, 초승달 같다는 것은 미약한 것입니다. 생각건대 우리나라는 왕성해지고 신라는 쇠약해진다는 것 아닌가 합니다’라고 하니 왕이 기뻐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점술가의 말대로 백제는 망하고 신라는 삼국을 통일했다. 이 소문은 점점 백성들에게 퍼지게 됐고, 신라 사람들은 점술가 이야기를 믿고 신라의 번성을 바라며 반달 모양으로 떡을 빚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송편의 모양이 됐다는 구전이다. 송편에는 달을 숭상하는 선조들의 바람이 담겨져 있다.

원래 송편은 사시사철 먹던 떡이었다. 조선시대 허균이 쓴 ‘도문대작(1611)에는 서울에서 봄에 먹는 음식으로, 신흠이 지은 ’상천고‘(1630)에는 유두일(음력6월 15일)에 먹는 음식으로, 조선 중기 이식이 지은 ’택당집‘(1647)에는 사월 초파일에 먹는 음식으로 나온다. 이익의 ‘성호사설’(1670)에는 지금과 거의 같은 떡 속에 콩가루 소를 넣고 솔잎으로 찐 송편 만드는 법이 나온다. 

추석에 송편을 먹은 기록은 19세기 초반에 처음 나타난다. 송편이 추석음식으로 자리 잡은 시기도 19세기이다. 조선 헌종(1827~1849) 때 문인이자 실학자인 정약용의 둘째 아들 정학유가 지은 ‘농가월령가’(1816)에 “신도주(新稻酒:햅쌀로 빚은 백주), 오려송편, 박나물(덜 여문 박을 얇게 저며서 쇠고기와 함께 간장에 볶은 뒤에 파, 깨소금, 후춧가루를 치고 주물러서 만든 나물), 토란국을 선산에 제물하고 이웃집 나눠 먹세”라는 구절이 나온다. 추석에 송편을 시식(時食)으로 먹은 최초의 기록이다. '오려'는 올벼, 즉 조생종(早生種) 벼의 옛말이다. 올벼는 제철보다 일찍 익는 벼를 말한다. 올해 농사지어 수확한 햅쌀로 빚은 송편이라는 뜻이다. 이를 바꿔 말하면 '오려 송편'이 아닌 송편은 평소에도 먹는 음식이라는 얘기가 된다. 

‘동국세시기’(1849)에 따르면 송편은 정월 보름날 농가에서 만들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농가에서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로 집집마다 장대에 곡식 이삭을 매달아 대문간에 세워뒀다가 중화절(음력 2월 1일)에 이것으로 송편을 만들어 노비에게 나이수대로 나눠준 풍속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이때 송편은 ‘나이떡’이라고도 불렸다. 음력 8월 추석에는 햅쌀로 송편을 만들고 차례를 지내고 조상의 묘를 찾아 성묘를 했는데, 이 풍습이 현재 추석까지 이어지고 있다. 송편이 왜 일 년 내내 먹던 음식에서 추석 음식의 대명사가 되었는지는 불확실하다. 

맛있는 송편 좀 더 즐기시고 연휴를 마무리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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