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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먹는 교인들
최재석  |  jschoi411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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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년 09월 13일 (월) 21:42:06
최종편집 : 2021년 09월 15일 (수) 09:48:04 [조회수 :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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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 초기에 교회에서는 술과 담배를 엄격하게 금했다. 그런데 담배는 건강을 해친다고 사회적으로 금연을 권장하고 있고 성경에서 담배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교회에서는 담배를 술만큼 문제 삼지 않는다. 술도 과음하면 몸에 좋지 않다지만,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에 도움이 되어서인지 요즘 교인들 가운데에 술을 먹는 사람이 늘고 있다. 

어느 목사가 교회 청년들과 모임을 가진 뒤 집으로 가다가 놓고 나온 것이 생각나서 다시 그 장소로 갔더니 청년들이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그것이 단순히 지어낸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이 에피소드는 지금 교회를 다니는 젊은이들이 술을 먹는다는 것을 말해준다. 

어느 교회에서는 그 교회에서 가장 열심히 새벽기도회에 참석하는 집사들이 모이기만 하면 술을 먹는다는 말이 들린다. 특히 그 교회가 보수적인 교회라는 데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적당히 술을 마시는 것은 죄가 되지 않으며 구원과도 상관이 없다고 말한단다.

옛날에는 목사가 말하면 교인들은 무조건 순종했지만, 요즘 교인들은 고분고분 따르지 않는다. 특히 전에 없이 주견이 강해진 젊은이들은 술을 먹지 말라고 하면 말이 많다. 예수님이 입에서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지,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셨다고 응대한다. 그리고 그들은 성경에서는 술에 취하지 말라고 했지 술을 먹지 말라고 하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정말 그런가? 


술에 대한 성경의 기록

인터넷에 들어갔다가 한 젊은이의 이야기를 읽었다. 자기가 21세의 대학생 모태 신앙자라고 밝히면서 그가 술을 즐기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한두 잔 술을 먹기도 하고 친구와 깊은 내면의 대화를 나눌 때는 조금 술을 먹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정도의 술도 먹지 말아야 한다는 교회 친구와 술 문제를 가지고 입씨름을 했단다. 성경에 술 취하지 말라는 구절은 많이 있지만, 술을 먹지 말라는 구절은 없지 않느냐고, 술을 먹지 말라는 구절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했다.

두 사람이 답을 했는데, 첫 번째 사람은 청년 사역을 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의 신분을 밝히면서 사역을 하며 접하는 청년들의 술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술에 대한 대표적인 구절은 에베소서 5장 18절의 “술 취하지 말라”와 잠언 23장 31절의 “너는 그것을 보지도 말지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술 문제로 크리스천 간에 너무 부딪히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을 맺었다. 

그는 술 먹는 것을 문제 삼고 싶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교회에서 술을 먹지 말라고 말할 때 흔히 잠언 23장 31절을 인용한다. 그러면 성경에는 술을 먹지 말라는 구절이 분명히 있는데, 이 사역자는 왜 술에 대해서 관용적인 태도를 보일까? 납득하기 어렵다.

두 번째 답한 사람은 자기 신분을 밝히지도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도 않고 ‘대한예수교회 합동고신총회 카페 답변’이라는 제목 아래에 술에 관한 신약의 11구절과 구약의 23구절을 나열했다. 이 교단이 아주 보수적이라는 점 그리고 이렇게 많이 나열한 것을 보면, 이 사람은 성경에는 술을 먹지 말라는 구절이 아주 많으니 술을 먹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그가 나열한 신약의 11개 구절을 살펴보면, 일곱 구절(눅 21:34, 롬 13:13, 고전 5:11; 6:10, 엡 5:18, 벧전 4:3, 딛 2:3)에서는 술 취하지 말라고 말한다. 그리고 마태복음 24장 49절에서는 어리석은 종에 대한 비유 이야기에서 주인이 없는 사이에 종이 술친구들과 먹고 마신 것을 언급하고 있는데, 그 종은 술을 과음한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 세 구절(딤전 3:3; 3:8, 딛 1:7)에서는 감독이나 집사 같은 교회 지도자들은 술을 즐기지 않고 술에 인박이지 않은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술을 즐긴다거나 술에 인박인다는 말은 절제하지 않고 술을 많이 먹는다는 말이다. 신약에서는 일반인은 물론 교회 지도자급의 사람에게도 술을 먹지 말라고 말하지 않고 절제하라고만 말한다. 

구약의 23개 구절을 살펴보면, 사사기에 나오는 두 구절(13:4; 13:7)은 삼손을 임신한 그의 어머니에게 술을 먹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레위기 10장 9절과 에스겔 44장 21절은 회막에 들어가는 제사장에게, 잠언 31장 4절은 군주에게 술을 먹지 말라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인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예레미야의 두 절(35:6; 35:8)에는 레갑 사람들이 술을 먹지 않았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이것은 단순히 레갑 족속의 관례를 언급한 것이지 사람들에게 술을 먹지 말라고 지시하는 것은 아니다. 다니엘의 두 구절(1:8; 16)에서는 다니엘이 바벨론 왕에게 항거하기 위해서 왕의 음식과 포도주를 거절하고 채식을 한 것을 언급했다. 이 두 경우 역시 특별한 경우다.

잠언 23장의 두 절(20; 21)에서는 술에 취하고 고기를 탐하는 것을 경계했는데, 신명기 29장 6절에서 술과 떡을 금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사야에 나오는 두 절(5:1; 5:22)에서는 밤새도록 취하는 것을 언급하고, 하박국의 두 절(2:5; 2:15)에서는 술을 즐기고 이웃을 취하게 하는 자를 말한다. 

잠언에는 술에 대해서 언급하는 구절이 많이 나온다. 특히 잠언 23장 29-35절의 일곱 구절은 감각이 없을 정도로 술을 과음하는 자, 다시 말해서 술 중독자를 경계하는 구절이다. 31절의 “너는 그것을 보지도 말지어다”라는 말은 술 중독자에게 하는 말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구약에 나오는 술을 먹지 말라는 구절들이 어떤 것들은 임신부, 회막에 들어가는 제사장, 혹은 군주 같은 특별한 사람들에 관한 것이고, 다른 어떤 것들은 한 족속의 관행에 관한 것이거나, 왕에게 항거하기 위한 행위와 관련되어 있다. 그런 언급들은 특별한 경우이지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다. 인반인들에게는 술을 먹지 말라고 말하지 않고, 술을 즐기지 말라고, 술에 취하지 말라고, 혹은 술에 중독되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  


마치면서

개신교에서 술을 금하는 것은 청교도 신앙의 영향이다. 영국에서 17세기에 청교도 혁명이 일어났을 때, 정결한 삶을 강조한 청교도들은 가장 먼저 맥주집의 문을 닫고 극장을 폐쇄했다. 청교도의 후예인 미국의 선교사들이 한국에 와서 한국 교인들에게 술과 담배를 금하고 극장이나 영화관에 가지 말라고 했다. 한동안 한국 교회에서는 선교사들의 가르침을 철저히 지켰다.

그런데 지난 50여 년 동안 한국 사회는 많이 변했고 거기에 따라서 교회도 변했다. 지금 영화관은 모든 기독교인에게 활짝 열려 있다. 아직 개신교인들에게 맥주집이 공공연하게 열리지는 않았지만 알게 모르게 열려가고 있다. 모태 신앙인인 대학생이 인터넷에서 자기가 한두 잔씩 술을 먹는다고 말하면서 성경에서 술을 먹지 말라는 구절을 찾아달라고 요청할 정도가 되었다.

신구약 어디에서도 일반인들에게 술을 먹지 말라고 언급한 구절을 찾을 수 없다. 단지 성경에서는 술을 즐기지 말고 취하지 말라, 술에 중독되지 말라고 말한다. 교회에서는 술을 먹지 말라고 하면서 잠언 23장의 31절의 “너는 그것을 보지도 말지어다”를 인용하지만, 그 구절은 술중독자에게 하는 말이기 때문에, 문맥을 무시하고 그 구절만 떼어내서 보통 사람들에게 술을 보지도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기록자의 의도와 다르다. 

신구약 시대에 술을 먹는 것은 관습이었다. 예수님이 최후의 만찬에서 제자들과 함께 포도주를 마시면서 포도주를 마실 때마다 당신을 기억하라고 하신 데서 그것이 분명히 드러난다. 성경에서는 그 관습을 깨려고 하지 않았다. 

단지 절제를 요구했다. 술을 즐기지 말라고, 술에 취하지 말라고 거듭 당부하는 것은 술을 먹다 보면 과음하기 쉽고, 과음하다 보면 실수할 수 있으니 절제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청교도들은 술을 절제하려고 하기보다는 아예 먹지 않았다. 그리고 한국 교회에서는 청교도의 영향을 받은 선교사들의 가르침을 따라 술을 금했다.

그런데 한 청년 사역자가 인정하는 것처럼 지금 많은 교회 젊은이가 술을 먹고 있다. 그래서 교회에서 금주를 강요하면, 그들은 술을 끊기보다는 친구들과 술을 먹고 교회에 와서는 안 먹는 척할 것이다. 지금도 많은 젊은이가 이런 위선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면 교인들이 요즘 왜 그렇게 술을 먹게 되었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되는데 그것은 사회·문화적인 연구를 요하는 주제이기 때문에 별도로 다루어야 한다.

요즘 보수적인 교회에서조차 금주를 강조하지 않는다. 젊은이들로 하여금 술을 끊게 할 수 없다면, 성경에서 술 먹는 사람들에게 한 것처럼, 우리도 젊은이들에게 술을 절제하도록 가르쳐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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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봉성도 (122.101.20.19)
2021-09-14 08:04:35
각자 본인들 판단에 맡겨야 할듯!
솔직히 술 마시는 교인들 많다고 봅니다.
다만 술을 드시더라도 적당히 남에게 인상 찌푸리는 짓만 안 하시면 괜찮다고 봅니다.
술뿐만이 아니라 담배 피우는 교인들도 있습니다.
다만 몰래 피우는 것뿐입니다.
간혹 회식하러 시내에 나갔다가 같은 교회 교인을 본적도 있었고 흡연하는 교인을
본 적도 있습니다.
다만 그냥 서로 못 본척합니다.
각자 믿음하에 하는 것이고 본인이 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자신의 신앙심이 깊어지면 본인들 판단하에 스스로 관둘 때가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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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183.100.132.8)
2021-09-15 09:13:25
술담배하는것보다
교회에서 피눈물흘리는 성도들은 무관심하고 돈밝히고 여자밝히고 연회 지방회에서 정치질좀 해보려고 안달나 있는 목사들이 더 문제인 것 같네요.
목사들 하는 짓거리에 비하면 교인들이 술담배하는거 절대 죄가 아닙니다.
교인여러분, 이제 시대가 변했습니다. 당당하게 끽연 음주 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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