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회원로목사회가 주최한 <교단개혁과 은급문제를 위한 간담회>가 8일 하나로중앙교회에서 있었다. 상단 좌측부터 사회를 맡은 김규철 서울연회 원로목사회 회장 / 발제를 맡은 김진호 감독, 전양철 목사, 강흥복 목사 / 의견을 내고 있는 박춘화 목사 / 축도한 박상혁 전국회장

올 해 10월 예정된 입법의회에 장개위가 현재의 은급수령액 92만원을 60만원으로 줄이는 개정안을 상정하려 한다는 소식에 원로목사회가 “생존이 위협받을 것”이라며 한목소리로 우려를 나타냈다. 원로목사 대부분이 은급비에 의존하여 생활하는데 여기서 더 줄이면  “은퇴목사들이 어마어마한 충격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8일 오전 하나로중앙교회에서 서울연회 원로목사회(회장 김규철)가 주최한 <교단개혁과 은급문제를 위한 간담회>에서 원로들은 감리회 개혁안에 대해 토론하면서 장정개정위원회가 논의한 은급비 축소안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

서울연회 원로목사회의 김규철 회장은 “은급문제는 원로회 뿐 아니라 교단 사활이 걸려 있다. 젊은 목회자들도 은급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면서 “구체적으로 은급 이렇게 하면 좋겠다는 목소리 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선에서 물러나 있어서 결의과정에 참여할 수 없지만 은급비가 축소되는 것을 지켜만 보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박춘화 목사는 “지금은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라며 은급법 개정이 은퇴목회자들에게 미칠 영향을 걱정하고 “교역자의 생활비 은급비 문제만 따지지 말고 목회자수급, 미자립대책, 신학교통합, 연회축소 지방회 통합 등과 연계하여 근본적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장개위가 연금제도를 도입해 은급비축소에 따른 부족분을 보완하려 하지만 이미 은퇴한 목회자들에겐 대안이 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타교단의 사례는 원로목회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더했다. 장로교 합동측의 경우 교회에서 연금을 들어주고 본인도 적극적으로 적립해 월 300만원 이상을 수령하고 UMC에서 20년을 목회한 한 목회자는 매월 2천불을 수령한다는 사례가 소개되어 부러움을 샀다.

장로교 통합측은 기부금 등으로 금년까지 3천억원 규모의 기금이 모아졌다고 한다. 반면 "감리회는 은급이 잘되어 있는 줄 알고 기부를 안 한다.”며 기부문화가 정착되지 않고 있는 감리회 현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은급문제 연구 더 해야"

원로목사회는 토론을 거치며 감리회 은급기금이 고갈되는 이유를 살폈다. 교세가 줄고 은퇴자가 늘어나는 현상이 직접적인 원인인 점은 당연하게 지적됐고 이 외 △교회의 통계표 조작 △정직하지 않은 부담금 납부 △본부의 방만한 운영 △은급관리 부실 △미자립교회 양산 △기부문화의 부재 등이 이유로 지적됐다.

이 문제점들을 개선하고 개혁하는 것은 자연스레 은급위기를 극복하는 대안이 되었다. △정직한 부담금납부 △불성실납부시 회원권 제한 및 실태조사 △소속만 걸어두고 실제 목회 하지 않는 등의 부정수급자 정리 △결산액에 따른 부담금비율 차등제 △교역자 총 숫자에 따라 부담금비율 차등제 △은급주일 확대 △기탁문화 확산 △본부 직원 축소 △본부퇴사시 임지교환 금지 △전산화로 구조조정 △광화문 수익금 전향 △금촌묘지 개발(35만평 중 고적, 군사 제외하고 임야, 대지, 전) 및 매각 등이 제시됐다.

“감리회가 어렵다면 우리도 (은급비축소에)동참할 수 있다”는 원로도 있었다. 하지만 “본부와 연회, 심지어 현직의 목회자들도 같은 비율로 사례비를 줄여 고통을 분담하는 모습을 보여야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은급비를 축소할 것이면 생나무 꺾듯이 꺾지 말고 다음 입법의회까지 더 연구하여 올려야 할 것”이라며 유예기간을 두어야 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감독회장 추진 개혁안에는 찬성

원로목사회는 이 외에도 감리회 개혁방안을 토론하면서 감독회장2년전임제, 연회장제도 도입, 6-7개연회로의 축소, 신학교통합 등에 찬성의견을 냈다. 특히 원로목사회는 "타교단의 본부 임직원수와 비교해 감리회는 본부 직원이 너무 많다"고 지적하며 본부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감독회장이 의지를 가지고 추진하는 본부구조조정, 연회수 축소와 지방회 광역화 등에는 적극적인 찬성의견을 개진했다. 박기창 목사는 감리회 5대 의회제도를 총회-지방회-교회의 3개 의회제로 바꾸어 총회의 정책이 ‘직거래’로 지방과 교회에 전달되게 하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결국 연회를 없애자는 것이었는데 그 이유로 2년 혹은 4년마다 치르는 감독 감독회장선거에서 후보 1인당 3억~5억원정도를 선거비용으로 쓰는 악습을 깨기 위해서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본부이전에 대해서도 반대 목소리는 없었다. 오히려 광화문 수익금을 개척선교와 은급기금으로 전환하고 1조원에 달하는 금촌부동산 30만평을 개발해 교역자 최저생계비와 은급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소개했다.

"은급비 축소 안돼" 목소리 낼 것

원로목사회는 “이제는 말만 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나서야 할 때”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대책기구를 조직하여 원로장로회 등 평신도 단체와 연대하는 등 감리회 개혁과 은급위기를 극복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오는 14일에 예정된 전국원로목사회 모임에서 타교단의 은급실태와 본부운영방식을 비교 분석한 과학적이고 구체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감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특히 김규철 회장은 “이철 감독회장이 은급비 축소에 강한 의지가 있는 것 같다”면서 “이 법이 통과되지 못하도록 감독회장을 만나 개정안 상정을 철회하도록 요청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간담회에 참석한 원로들은 이에 공감 일색이었다.

원로목사회 전국 회장인 박상혁 목사는 “오늘의 감리교가 있기까지 원로들의 수고가 있었는데 생존권을 허물려 하면 되겠냐”고 성토하며 “은급비가 줄지 않도록 원로목사가 들고 일어나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행동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