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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세계, 모두를 위한 집
송병구  |  sbkboch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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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년 09월 04일 (토) 21:14:20 [조회수 : 2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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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님의 달력은 9월 첫 주일부터 절기가 바뀌어 창조절을 시작한다. 여전히 생소하게 느껴지는 창조절은 그리스도교 2천년 역사 중 가장 최근 들어 지키게 된 절기이다. 아직 세계교회가 합의한 절기는 아니어서, 모든 교회의 절기가 일치하지는 않는다. 다만 창조절에 대한 공감대는 점점 확산되고 있다.

  성령강림절은 창조절과 병행하여 이 기간에도 계속된다. 일 년의 절반쯤 되는 기간을 전반과 후반으로 나누어 전반은 성령절기로, 후반은 성부절기로 나누어 지키는 것이다. 앞선 반년의 성자절기(대림절~부활절)와 함께 삼위일체 신앙고백을 분명히 하려는 뜻이 있다. 성부절기는 하나님의 창조의 뜻을 기억하고, 창조질서 회복을 실천하려는 교회의 의지를 담고 있다.

  1989년 정교회 총대주교는 디미트리오스 1세는 9월 1일을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로 제안하였다. 2001년 유럽의 주요 개신교회들이 이를 받아들였고, 2015년 로마 가톨릭교회 프란치스코 교황도 참여하였다. 9월 1일부터 10월 4일까지 창조질서를 위한 기도와 공동행동(actalliance)을 촉구한다. 10월 4일은 ‘피조물의 찬가’를 지은 성 프란치스코 축일이다.

  창조절은 오늘 우리 세계의 긴급한 현실에 대한 응답이다. 일곱 번째 절기는 그만큼 우리 시대가 부닥치게 된 현실적 고민을 품고 있다. 그리스도인은 자연의 파괴, 변화하는 기후, 무너져 내리는 생태계가 보내오는 위기신호에 둔감할 수 없다. 하나님이 지으신 모든 생명은 보호되고,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창조절을 지키는 일은 그런 생명의 지혜에 참여하는 일이다. 

  창조는 성경의 처음과 나중 그리고 중심을 점하는 주제이다. 창조사건은 ‘혼돈에서 질서로’ 출발하여 ‘새 하늘과 새 땅’으로 마친다. 구원의 메시지는 ‘창조와 창조 사이’에 존재한다. 유대교 랍비의 가르침은 인간을 가리켜 ‘쉬타후 라코디쉬 발루후 후’라고 불렀다. ‘하나님과 함께 창조과업을 이루는 사람’이란 의미이다. 잠언은 지혜로운 삶이야말로 창조사역에 동참하는 것임을 일깨워 준다. “내가 그 곁에 있어서 창조자가 되어 날마다 그의 기뻐하신 바가 되었으며 항상 그 앞에서 즐거워하였으며”(잠 8:30). 1인칭 ‘나’는 지혜를 의인화한 것이다.

  라인홀드 니버는 “사람은 영원하고 보편하신 자의 발끝을 만져라”고 하였다. 그리스도인이라면 하나님 앞에 머물러 있는 자신을 경험해야한다. 경건한 이들의 예배는 한 마디로 ‘코람 데오’이다. ‘하나님 앞에’ 있는 자신을 의식하는 일이다. 하나님의 자녀라면 친밀하신 얼굴을 느낄 수 있다. “여호와는 그 얼굴을 네게로 향하여 드사 평강 주시기를 원하노라”(민 6:26).  

  지금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외면한 인류가 겪는 세상은 죽음의 문화, 억압의 문화, 지배의 문화이다. 우상의 질서가 만연한 결과 인간은 존엄을 잃고, 샬롬의 세계가 파괴되었다. 하나님의 뜻을 거역한 불신앙의 시대는 피조세계의 상실이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지금 겪고 있는 기후위기는 지구촌 주민 모두에게 닥친 환경재앙이다. 더 이상 미래의 우연과 요행에만 맡겨둘 일이 아니다.

  코로나19 덕분에 창조세계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그동안 맑은 공기, 만남의 즐거움, 일상의 시간, 소소한 자유는 다 공짜라고 여겼다. 모두 내가 누리기에 달렸다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지구시민은 당연한 것, 일상적인 것을 누리기 위해 아주 값비싼 대가를 치루고 있다. 당장 피부로 느끼는 일상의 부자유와 불편이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바란다면, 창조질서라는 근본적인 치유와 회복을 위해 그리스도인은 공동행동을 주저할 수 없다. 결국 창조절의 의미는 생명의 문화, 살림의 문화로 되돌리려는 것이다.

  “창조절에 기도하오니, 우리의 탄생과 세례의 물과 같이, 당신의 창조의 숨결로 저희 마음을 움직여 주시옵소서. 사랑받는 공동체에서 저희가 올바른 자리를 찾도록 그리스도를 따르는 신앙을 주시옵소서. 은총으로 저희를 비추시어, 당신의 계약과 우리 공동의 집을 돌보라는 부르심에 응답하게 하여 주시옵소서”(2021년 창조절 기도문 중에서, ‘창조세계, 모두를 위한 집’).

  창조절을 믿음으로 산다는 것은 내 생활 속에서 하나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고, 만물의 신음소리에 마음을 여는 일이다. 그렇게 다른 생명과 조응하고, 공감하는 한 날마다 창조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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