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유혹> 손성찬 저, 토기장이, 2020

인류의 죄악은 유혹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뱀은 하와를 유혹했고, 하와는 아담을 유혹했다. 그리고 그들은 도미노처럼 넘어졌다. 유혹을 넘어서지 못한 것이다. 이런 경우, 유혹 자체가 문제일까? 유혹에 넘어간 것이 문제일까? 

우리의 일상에는 유혹이 차고 넘친다. “하나님, 왜 저에게 이런 유혹을 허락하셨나이까?” 아무리 한탄해도 소용없다. 하나님은 유혹을 없애 주시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그 유혹을 넘어설 수 있는지’를 관심 있게 바라보신다. 

여기, 온갖 종류의 유혹에 관해 딱딱하지 않지만, 가볍지 않게 풀어쓴 책이 있다. <일상의 유혹>이다. 이 책은 한 개척교회 목사가 자신이 경험하고, 목회하며 만난 유혹의 단상들을 공감 가는 문체로 적어 내려가고 있다. 

저자가 지적하는 일상의 유혹이란 이런 것들이다. 두가지만 소개해 보겠다.

1) “우리 삶을 갉아 먹는 스마트폰의 유혹”(p.75) 
어딜 가나 현대인들은 휴대폰을 지니고 산다. 단순히, 통화를 위해서 휴대폰을 귀하게 여기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휴대폰으로 게임, 주식, TV, 검색 등 거의 모든 활동을 한다. 휴대폰이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무이한 창구인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른 것 없이는 살아도 휴대폰 없이는 못산다. 우리는 흔히, 내가 휴대폰을 이용하고, 통제한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휴대폰이라는 거대한 힘이 우리의 생각과 삶의 방식을 지배하고 있는 것 아닐까? 우리가 인지하지도 못한 채 말이다. 저자는 오늘날 마귀가 이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스마트폰이지 않을까 의문을 던진다. 

2) “쓸모 있는 존재가 되고자 하는 유혹”(p.119) 
사람들은 쓸모에 의해 자신의 가치가 평가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점점 더 쓸모있는 인간이 되고자 최선을 다한다. 저자는 이것이 일종의 병이라고 진단한다.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야만 한다는 압박감이 사람을 파멸로 몰고 간다는 것이다. 세상의 기준에 맞지 않아도, 사람은 존재 자체로 가치 있고 아름답다. 이것은 우리가 증명할 문제가 아니라, 하나님이 증언하신 사실이다. 이것이 성경이 가르침임을 모르는 신앙인은 없지만, 이것을 진짜 믿고 살아가는 신앙인도 드물다.

저자는 이런 일상의 유혹 58가지를 나열한다. 여기에는 우리가 알고도 당하는 유혹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눈치채지 못하고 지나갈 만한, 그러나 하나둘씩 쌓이면 우리의 존재를 무너뜨릴 만한 것들이 설명된다. 

이 책은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지 않는다. 생각지도 못했던 내용을 풀어주지도 않는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삶에서는 무관하게 살아갔던 것들. 어쩌면, 삶의 관성 가운데 문제의식 없이 ‘프리패스’했던 것들을 곱씹어보게 해 준다.

또한, 사람은 ‘의지의 동물’이 아니라, ‘습관의 동물’임을 일깨워준다. 머리로 ‘무엇을 생각하는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이다. 지금 내 모습을 돌아보고, 유혹에 맞서지 않는다면, 먼 훗날 이루어질 변화는 신기루에 지나지 않는다.

신앙은 단순히 종교적인 고백이나 한순간에 느끼는 감정의 폭발이 아니다. 신앙은 철저히 일상적이며, 삶의 순간순간과 맞닿아 있다. 그러므로 일상에 실패한 좋은 그리스도인은 존재할 수 없다. 우리는 일상 속 유혹의 면면들을 곱씹어보고, 그동안 그것들을 당연하게 여기던 착각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이 책을 곁에 두고, 일상에 나타나는 다양한 유혹을 점검해본다면, 삶과 신앙을 지키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 바꿀 수는 없어도, 무엇이 문제인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신동훈 목사(마포 꿈의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