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프가니스탄이 극단적인 이슬람 집단인 텔레반의 손에 넘어가면서 그들의 여성 억압이 우려를 낳고 있다. 구약 시대에 유대인들도 여성을 억압했고, 여성 차별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20세기까지 지속되었다. 그리고 그 잔재는 아직도 남아 있다. 그런데 텔레반의 여성 차별은 구약 시대의 유대인 사회보다, 삼종지의를 내세운 옛 한국 사회보다도 훨씬 더 심하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 인권이 중시되는 지금 텔레반이 여자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그들의 취업을 금하고 그들의 몸과 얼굴을 가리게 한다는 것은 참으로 시대착오적이다. 텔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을 함락시킨 후에 얼굴을 가리지 않은 여자를 총살했다는 뉴스는 우리를 경악케 한다. 

이런 뉴스를 접하면서 우리 기독교인들은 예수님이 여성을 차별하지 않았다는 것을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바울이 여성을 차별한 것 같이 보이는 성경 기록을 읽으면서 마음이 불편해진다. 바울이 자기는 사도라고 공언했고 기독교 신학의 토대를 다진 사람인데, 그가 예수님과는 달리 여성을 차별했단 말인가.  

바울의 엇갈리는 언급

바울은 여러 차례 여성 차별적인 말을 했다. 그 대표적인 것은 고린도전서 14장 34-35절에서의 언급이다.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 그들에게는 말하는 것을 허락함이 없나니 율법에 이른 것 같이 오직 복종할 것이요 만일 무엇을 배우려거든 집에서 자기 남편에게 물을지니 여자가 교회에서 말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라” 

디모데전서 2장 11-14절에도 이와 비슷한 여성 비하 발언이 나온다. “여자는 일체 순종함으로 조용히 배우라 여자가 가르치는 것과 남자를 주관하는 것을 허락하지 아니하노니 오직 조용할지니라 이는 아담이 먼저 지음을 받고 하와가 그 후며 아담이 속은 것이 아니고 여자가 속아 죄에 빠졌음이라” 그리고 바울은 에베소서 5장 22절과 24절에서 아내들에게 남편에게 복종할 것을 반복해서 권면한다. 

그런데 바울은 남녀가 평등하다고 언급하기도 한다. 그는 고린도전서 7장 3-4절에서는 “남편은 그 아내에게 대한 의무를 다하고 아내도 그 남편에게 그렇게 할지라 아내는 자기 몸을 주장하지 못하고 오직 그 남편이 하며 남편도 그와 같이 자기 몸을 주장하지 못하고 오직 그 아내가 하나니”라고 언급하고 있다. 

바울은 고린도전서 11장 11-12절에서도 “남자 없이 여자만 있지 않고 여자 없이 남자만 있지 아니하니라 이는 여자가 남자에게서 난 것 같이 남자도 여자로 말미암아 났음이라”고 말한다. 이런 언급은 분명히 그가 남녀가 평등하다고 생각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갈라디아서에서 바울은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3:28)고 말한다. 이 말은 당시로서는 가히 혁명적인 선언인데, 여기에 남녀가 평등하다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요즘 일부의 신학자들은 바울이 여성을 차별했다고 말하고, 다른 일부에서는 바울은 여성 차별주의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바울이 여성에 대해서 상반되는 말을 했기 때문에, 그 문제에 대한 신학자들의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보인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그 책에서 자기의 선입견에 때라서 자기 마음에 드는 것을 읽기 때문이다. 여기서 ‘독자 반응 비평’을 언급할 수도 있겠다.

요즘 역사비평가들은 바울이 여성을 차별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그의 다음 세대의 보수적인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 바울의 서신에 남녀 차별에 관한 언급을 삽입했다고 말한다. 그들은 특히 디모데전서는 누군가가 바울의 이름을 빌려서 기록한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 언급된 여성 차별 발언은 바울의 견해가 아니라고 본다. 그리고 그들은 고린도전서는 여러 개의 편지가 편집된 것이라고 말하면서 편집과정에서 편집자들에 의해서 여성을 차별하는 언급이 들어가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역사비평가들의 추론을 참고하지 않고 고린도전서의 전체적인 문맥을 살펴보아도 그가 남녀 차별주의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한 역사비평가들의 추론이 엉뚱하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들의 연구 결과를 빌리지 않고서도 바울의 진의가 고린도전서의 문맥 안에서 분명히 드러나는 것을 보았다.

바울의 진의

바울은 고린도전서에서 고린도 교회에 분쟁이 심한 것을 심히 우려하면서 그들이 화평을 이루어야 한다고 힘써 권면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신념을 유보하고 상대의 수준이나 생각에 맞추려고 노력한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면서 자기를 본받으라고 말한다.

그는 먼저 자기가 교회에서 생활비를 받을 권한이 있지만, 그 권한을 유보하고 자신이 손수 일을 해서 생활비를 번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은 제물을 먹어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양심이 약한 사람들을 위해서 자신의 생각을 유보하고 제물을 먹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자기가 율법을 불신하지만 율법을 지키는 사람을 만나면 율법을 지키는 사람처럼 행동한다고 언급한다.

여기서 우리는 그의 믿음과 그의 행동 그리고 그가 진의와 그의 말이 다르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의 말이나 행동을 보고 그것이 그의 진심이라고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오판이다. 

우리가 여성 차별적인 바울의 말을 바울의 진의라고 단정한다면, 율법주의자들과 함께 있을 때 그가 율법주의자처럼 행동하는 것을 보고 그를 율법주의자라고 단정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그리고 그가 양심이 약한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제물을 먹지 않는 것을 보고 그는 제물을 먹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 그는 상황에 따라서 상대를 얻기 위해서 그리고 교회의 화평을 위해서 그의 신념과 달리 말하고 행동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그의 진의를 파악할 수 있을까? 고린도전서에는 그의 진의를 알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고린도전서 11장 서두에서도 바울은 여성 차별적인 말을 한다. 남자들은 두건을 쓰지 않지만 여자들은 교회에서 두건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남자가 여자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여자가 남자에게서 났으며 또 남자가 여자를 위하여 지음을 받지 아니하고 여자가 남자를 위하여 지음을 받은 것이니”(8-9)라고 말한다. 이것은 창세기에 나오는 하나님의 인간 창조를 생각나게 하는 전통적인 견해다. 

그런데 바울은 바로 이어서 이런 여성 차별적인 언급과는 상반되는 말을 한다. “그러나 주 안에는 남자 없이 여자만 있지 않고 여자 없이 남자만 있지 아니하니라 이는 여자가 남자에게서 난 것 같이 남자도 여자로 말미암아 났음이라 그리고 모든 것은 하나님에게서 났느니라”(11-12)고 말한다. 그런데 여기서 핵심 단어는 “주 안에서”다. 

우리는 “주 안에서”와 관련된 바울의 주장을 갈라디아서 3장 23절 이하에서도 읽을 수 있다. 믿음이 오기 전에 우리는 율법 아래에 매인 바 되었었으나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26) 주님을 믿게 된 후로는 우리가 성숙한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다고 말한다. 이 말은 주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율법을 벗어나 모두가 자유인이 되어 평등하다는 것이다. 

바울은 이어서 그리스도인은 모두가 평등하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갈 3:28) 여기서도 바울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라는 단서를 달았다. 주를 믿지 않는 육신에 속한 사람들은 관례에 매어서 여성을 차별하지만, 그리스도 예수를 믿는 사람은 여성을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바울은 우리 모두가 평등하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가 가끔 여자를 차별하는 말을 한 것은 교회에는 전통적인 사고에 매인 사람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교회의 화평을 위해서 그리고 그들을 얻기 위해서였다. 

바울은 고린도 교회에는 전통적인 사고를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는 것을 고린도전서 3장의 초두에서 밝히고 있다. “형제들아 내가 신령한 자들을 대함과 같이 너희에게 말할 수 없어서 육신에 속한 자 곧 그리스도 안에서 어린아이들을 대함과 같이 하노라 내가 너희를 젖으로 먹이고 밥으로 아니하였노니 이는 너희가 감당하지 못하였음이거니와 지금도 못하리라”(1-2) 

그들이 교회에 들어와 있기는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여성을 차별하는 전통적인 사고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래서 바울은 마치 어린아이를 대하는 것처럼 그들의 비위를 맞추고 있었다. 그래서 전통에 묶여 있는 그들을 얻기 위해서 그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자신의 진의와는 달리 여성을 차별하는 말로 시작했다. 

그러나 그가 “신령한 자들을” 대할 때에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주 안에서는” 남녀가 모두 평등하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 안에” 있는 “신령한 자들”과 나누는 말이 그의 진의다.

마치면서

바울은 “주 안에서는” 남녀가 평등하다고 믿는다. 우리는 이것을 역사주의 비평에 의지하지 않고 고린도전서의 문맥에서 찾아낼 수 있다. 바울은 고린도 교회의 교인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우리를 자유케 하시는 예수님 안에서는 남녀가 평등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가 여성을 차별하지 않았다는 것은 고린도전서뿐 아니라 갈라디아서에도 확인할 수 있다.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3:28) 그는 여기서 기독교의 평등주의를 선포하고 있다. 

그의 말에서뿐 아니라 실제 삶에서도 바울이 여성 차별주의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로마서 16장은 로마 교인들에게 이 서신을 전달하는 “자매 뵈뵈”를 추천하는 말로 시작한다. 이 중요한 서신의 전달을 여성에게 맡겼다는 데서 남성 중심 사회에서 바울이 얼마나 여성을 신뢰했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바울은 뵈뵈를 “겐그레아 교회의 일꾼”이라고 소개하면서 “주 안에서 성도들의 합당한 예절로 그를 영접하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그가 여러 사람과 나의 보호자가 되었”다고 덧붙인다. 여기서 우리는 바울의 교회에서 여성들이 중요한 일을 맡아 봉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주 안에서 성도들의 합당한 예절로 그를 영접하라”는 부탁에서 바울이 여성들을 정중하게 대했다는 것이 드러난다. 
 
바울은 로마서에서 문안 인사를 보낸 사람들의 긴 명단을 브리스가와 아굴라 내외로 시작한다. (사도행전에 나오는 브리스길라는 브리스가의 애칭이다.) 이들 내외가 사도행전을 비롯해서 바울의 서신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것을 보면(행 18:2; 18:26; 롬 16:3; 고전 16:19; 딤후 4:19), 그들이 오랫동안 바울의 사역을 도운 것이 분명하다.

브리스가와 아굴라 외에 안드로니고와 유니아, 빌롤로고와 유리아, 네레오와 올름바 부부에게도 문안을 부탁했다. 남녀의 차별이 심한 사회에서 이렇게 남편만이 아니라 부인까지 바울의 동역자들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남편과 부인 모두에게 문안해달라고 부탁한 데서 바울이 여성을 차별하지 않았다는 것이 분명하다.

그가 문안을 전하는 로마 교회 교인들 중에 여자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그가 안부를 전하는 사람이 25명인데, 그중에서 거의 반 정도가 여성이다. 바울이 여성 차별이 심한 사회에 살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가 문안을 부탁한 사람들 가운데 여성이 많았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바울은 여자들의 능력을 인정해서 그들에게 일을 맡기고 그들과 함께 일했다. 바울은 그들에게 “동역자”라는 칭호를 부여했다. 

버울은, 예수님과 마찬가지로, 여성을 차별하지 않았다. 극단적인 이슬람 집단 텔레반이 아직도 여성을 극심하게 억압하는 것을 보면서, 예수님과 바울이 시대를 앞서간 분들이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