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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도리탕이라고 부르기를 투쟁하는 도리스탕스
임석한  |  skygrac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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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년 08월 17일 (화) 23:41:09 [조회수 : 3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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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고기요리중에서 닭도리탕은 꽤 자주 올라오는 메뉴이다. 마트에서 손질된 닭고기를 사다가 그리 어렵지 않게 해 먹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식당에서 사 먹으려면 꽤 가격이 비싸지만 집에서 해 먹기엔 그리 가격 부담이 없다. 고추장과 감자, 그리고 기본양념만 있으면 충분히 해 먹을 수 있다.

닭도리탕은 토막 낸 닭고기를 감자와 함께 고추장 양념으로 익힌 음식을 말한다. 하지만 요즘에는 대부분 닭볶음탕이라고 부른다. 닭도리탕이 닭볶음탕으로 바꿔 부르게 된 이유가 있다. 닭도리탕 중에서 닭이나 탕은 우리말이지만 도리는 새, 조류를 뜻하는 일본어 토리(とり)라고 풀이해 닭도리탕은 한국말과 일본말이 섞인 정체불명의 일본식 용어라고 문화부와 국립국어원이 단정했기 때문이다. 이런 닭도리탕에 대한 문제제기가 1980년 9월 22일 동아일보에 나왔지만 1992년까지는 여러 언론에서 닭도리탕이라는 단어를 썼다. 문화부와 국립국어연구원이 닭볶음탕으로 바꾼 것은 정확히 1992년 11월 22일이다. 

그러나 29년이 지난 지금도 일각에서는 도리가 일본말 토리라는 주장 역시 발음이 비슷하다는 것 외에 특별한 근거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만약 닭도리탕의 도리가 일본어 토리가 아니라면 닭도리탕을 닭볶음탕으로 바꿔 부를 이유가 없어진다. 닭도리탕이 한국말과 일본말을 섞어놓은 국적불명의 용어가 아니라면 아름다운 우리 말 하나를 사장시키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닭도리탕을 표준어로 인정해달라며 국립국어원에 저항하는 이들을 레지스탕스에서 따와서 ‘도리스탕스’라고 부리기도 한다. 도리스탕스들은 도리를 볶음이라고 바꿔부른다면 ‘유도리’도 ‘유볶음’으로, ‘목도리’를 ‘목볶음’으로, ‘인간의 도리’를 ‘인간의 볶음’으로, ‘도리화가’를 ‘볶음화가’라고 불러야 한다고 비꼰다. 

닭도리탕의 원조라고 추정할 수 있는 음식과 명칭이 처음 나타난 것은 1925년에 발행된 해동죽지(海東竹枝)이다. 일제강점기 때 언론인이자 문인이었던 최영년(崔永年)이 우리나라 민속놀이와 명절풍속 그리고 팔도 명물음식 등을 기록해 놓은 책이다. 

해동죽지에 도리탕(桃李湯)이라는 음식이 소개되는데 닭을 잘라서 버섯 등과 함께 삶아서 익혀 먹는 음식이라고 했다.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닭도리탕과는 비슷하지만 조금 차이가 있다. 요즘 닭도리탕은 감자를 넣고 고추장으로 맵게 양념을 하지만 해동죽지의 설명에는 감자를 넣지도 않았고 고추장으로 양념을 하지 않았다. 

닭도리탕이 일본식 용어라면 도리, 즉 새를 뜻하는 일본어 토리를 한자어인 도리(桃李)로 음역해서 적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한자로 새 조(鳥)라고 쓰는 일본말 토리(とり)를 굳이 도리(桃李), 즉 복숭아 도(桃), 오얏 리(李)를 써서 일본어 원음에 살려서 음역해 놓았다는 것인데 그럴 이유가 없다.

해동죽지에 수록된 음식은 모두 지역별로 유명한 우리 전통 음식들인데, 그런 책에 일본말이 섞어 들어가는 당시의 퓨전 음식이 실릴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닭도리탕의 도리가 일본어 토리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를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닭도리탕의 도리는 순수 우리말일 가능성이 있다. 국어사전을 보면 ‘도리다’라는 동사가 있다. 그 뜻은 ‘둥글게 파내다. 잘라내다’라는 뜻으로 풀이가 나온다. 온라인 국어사전에서는 아랫도리, 무릎도리처럼 도리가 신체의 일부분을 나타내는 접미사로도 쓰인다는 풀이가 나온다. 그렇다면 신체의 일부분을 순수 우리말로 도리라고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 닭고기를 칼로 쳐서 둥글게 베어낸 일부분을 도리라고 한다면 ‘닭을 도려 만든 탕’이라는 뜻으로 닭도리탕이라는 이름이 생긴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최영년이 해동죽지에서 순 우리말인 도리를 한자로 음역을 해서 도리탕(桃李湯)이라고 표기했을 가능성도 있다. 정확하게 닭도리탕의 어원이 무엇인지 모른지만 아름다운 우리말일 수 있는 가능성을 제쳐두고 일본어 토리와 비슷하게 들린다는 이유만으로 닭도리탕이라는 용어를 일본식 용어로 규정짓는 것은 문제가 있다.

닭볶음탕이라는 표현의 문제점도 있다. 볶음과 탕이라는 두 가지 조리기법이 중복된 표현으로 삼계탕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 국립국어원은 일본어와의 관련성을 찾는 것이 조금 더 합리적이라고 풀이하고 있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도리스탕스는 국립국어원의 탄압에 굴하지 않고 최후의 최후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하는데 과연 승리할 수 있을 것인가? 이 글을 읽은 여러분들은 혹시 도리스탕스인가? 오늘 저녁은 닭도리탕을 해 먹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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