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코의 미소>, 최은영, 문학동네, 2016

“자기 자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멸시와 혐오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 쪽에서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작가가 되고 싶다. 그 길에서 나 또한 두려움없이 온전한 나 자신이 되었으면 좋겠다.” 

소설의 표지에서 이렇게 말한 84년생 젊은 여성 작가의 소설을 별 우여곡절 없이 평범하게 살아온 1964년생 장년의 남자가 소화해 낼 수 있을까? 소설의 주요 화자들도 대부분 젊은여성,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 외국인, 친구들이다. 장년의 남자는 소설의 중심에 없다.

7편의 단편 소설으로 구성된 "쇼코의 미소"는 일기장을 보여 주듯이 큰 기교나 긴장감 없이 평범하게 읽기 쉽게 쓰여 졌다. 그러나 주인공의 삶의 이야기에는 월남파병, 세월호 등 시대의 가장 아픈 사건, 가족과 세대 간의 상처를 담고 있다. 소설은 소외되는 차별받은 사람, 떠나고 남은 사람들의 속내를 생생하게 표현하고 그들의 공감과 연대를 담담하게 전하고 있다.

“더는 다치고 싶지 않은 마음, 깊이 결합하고 싶은 마음, 온전히 이해받으면서도 해부되고 싶지 않은 마음... 그 애와 함께 했던 시간은 나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내 헐벗은 마음을 정직하게 보게 했다” 소설 속의 지나치게 섬세한 자의식은 이해하고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으나 아픔과 상실과 차별 안에 있는 복잡다단한 감정들을 내 마음 한가운데로 되살려 내는 계기가 되었다.

소설은 다 읽고 나서도 긴 여운이 남았다. 지나간 시간들을 딸과 아내의 입장에서 되돌아보았다. 딸의 자의식, 아내의 감수성을 제대로 이해 할려고 하지 않았고 공감하지 못했고 소통하지 못했다. 무지하고 무감한 채 경험을 앞세워 일반화했고 효과를 이유로 무시했고 바쁘다는 핑계로 시간을 내지 못했다. 스스로 아니다고 하면서도 착각 속에서 전형적인 꼰대로서 살아 온 것이다.

이 책을 읽은 소감을 이야기를 했을 때 심리학자인 목사님께서 “가족 간의 소통과 연대는 말이란 표현을 떠나 생활로 삶으로 서로 보여주고 연결되는 부분도 있다”고도 하셨다. 하지만 젊은 세대와 여성의 감성에 대한 이해 부족과 공감 부족은 나를 부끄럽게 했고 민망하게 만들었다. 일방적인 착각에서 벗어나 좀 덜 꼰대로 살기 위해서 이런 류의 소설을 좀 더 읽어 보아야 겠다.

신영배 집사 (평촌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