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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예수
이 혁  |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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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년 07월 28일 (수) 23:46:21
최종편집 : 2021년 07월 28일 (수) 23:47:36 [조회수 : 2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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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예수>, 고진하, 도서출판 비채, 2015

일상이 시가 된다면 삶은 얼마나 아름답고 신비로울까 생각하곤 한다. 일상이 시가 되고 노래가 될 수 있다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데 우린 너무도 잡념에 시달려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나는 마음이 답답하거나 복잡할 때,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시집(詩集)을 꺼내들곤 한다. 그러면 詩는 답답함에 짓눌려 어찌할 바 몰라 하는 나의 등을 다독이며 깊은 위로를 전해준다. 詩가 전해주는 위로를 얻고서 다시금 현실로 돌아오면, 나를 옥죄던 현실은 그대로이나, 그 현실이 달리보이기 시작한다. 생의 새로운 의미들을 붙잡게 된 나는 이미 이전의 내가 아니게 된다. 

詩는 일상을 신비로 바라보는 이의 탄성이며 읊조림이다. 그러니 일상을 진부하게 바라보는 이에게서는 도무지 나올 수 없는 것이 詩이다. 사람들이 이토록 무정하고 강퍅해진 것은 아마도 詩를 잃어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詩에 대해 아는 바 없지만, 그럼에도 누구든지 자신의 마음이 오롯이 담긴 詩 한편쯤은 가슴에 담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늘 있다.

감리교 목사이면서 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고진하 목사님이 세상에 내놓은 책 가운데 감명 깊게 읽은 책이 하나 있다. 바로 <시 읽어주는 예수>이다. 이 책은 저자에 대한 신뢰뿐만 아니라 제목에 매료되어 구입한 책이었다. 책을 읽을 때 그 의미 하나하나를 마음에 새기기 위해 단숨에 읽어버리지 않고, 차분한 호흡으로 틈틈이 한두 편씩 읽어 내려갔다. 詩가 주는 풍성한 의미들을 음미하려면 찬찬히 곱씹어 읽어야 한다. 

‘시 읽어주는 예수’...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마치 시낭송회에 온 듯하다. 고진하 목사님은 삶의 고갱이를 담은 詩들을 예수님의 음성으로 들려주려 한다. 동서양을 막론한 다양한 시인들이 저마다의 삶의 자리에서 얻은 통찰들을 언어라고 하는 틀을 가지고 전해주고 있는데, 신기하게도 그 이야기들은 진리의 핵심에서 서로 만난다. 그들이 비록 신(神)을 직접 거론하지 않아도, 그들은 분명 신이 우리에게 하고 싶어 하시는 말씀을 대신 전하는 신의 대리자들이다. 그런 면에서 詩들은 예수의 음성과 만난다. 그래서 고진하 목사님은 스스럼없이 예수님을 시 낭송가로 모신다. 

‘시 읽어주는 예수’는 정호승 시인의 시 ‘시인 예수’로 문을 연다. 

“그는 모든 사람을 
 시인이게 하는 시인 
 사랑하는 자의 노래를 부르는 
 새벽의 사람 
 해 뜨는 곳에서 가장 어두운 
 고요한 기다림의 아들”

‘모든 사람을 시인이게 하는 시인’ 예수... 시인 예수는 불의와 절망의 땅에서도 하나님 나라를 읊조리고 노래했던 시인이다. 현실에 매몰되지 않고 오히려 생의 축복을 만끽하는 축제의 장으로 만드신 시인 예수는 우리 또한 시인이기를 바라고 계실 것이다. 단순히 멋드러진 언어의 나열로 만들어낸 시가 아닌, 우리의 진실을 재료로 삼아 생을 진지하게 대하는 가운데, 그 속에서 피어오르는 감동과 신비를 온 생애를 통해 표현해내고 누리는 그러한 사람이기를 말이다. 그런 시인들이 많아진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 

흔한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쳐버리는 소소한 경험들 속에서도 생의 의미를 캐내어 주는 詩들을 만난다는 것은 우리에게 크나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여기서 만나게 되는 詩들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하는 것은 詩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싶다. 詩가 누군가에게 다가갈 때, 누구에게나 똑같은 이해를 바라지 않는다. 아마도 그 만나는 사람들의 삶의 형편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찾아갈테니 말이다. 그래서 책에 소개된 詩들은 따로 이야기하지 않으련다. 대신 당신이 이 책과 마주한 순간 詩들이 당신의 마음의 문을 노크하고 직접 그 속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복잡한 일상, 고단한 삶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당신에게 이 책 <시 읽어주는 예수>는 좋은 기운을 전해주는 따뜻한 友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혁 목사(의성서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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