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사랑엔, ‘사랑’이 있는가

<사랑에는 사랑이 없다> 김소연 지음, 문학과 지성사, 2019

오늘날 현대사회에서 ‘사랑’의 형태는 무척이나 다양하다. 사랑에 대해서 단일하게 여기던 모습은 이제 사라지고, 개인과 개인이 무척이나 다르듯이 서로가 느끼는 사랑도 무척이나 다양하다고 말한다. 물론 이러한 영향은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철학적 사조가 뒷받침을 해주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필자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부분은 철학적 풍토니, 사랑의 형태에 대한 윤리적 관점에서 검토니 하는 게 아니다. 

김소연 작가의 ‘사랑에는 사랑이 없다’라는 책은 어쩌면 오늘날 우리가 이해하는 ‘사랑’에 대하여 조심스럽게 의문을 제기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랑에는 사랑이 없더라니 이 무슨 모순적인 이야기인가. 사실 굳이 말하자면 로맨스에는 ‘사랑’이 없다는 말이 맞다. 분명하게 말하지만 로맨스가 나쁜 것이고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아니다. 그러나 오늘날 로맨스로서 여겨지는 모습에는 소비되거나 또는 작위적으로 만들어진 모습들이 있다는 것이다. 

작위적인 로맨스라는 말은 무엇인가? 사실상 문화요소에서 소비되는 모습 그 자체가 이미 기만적인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비판이론가 막스 호르크하이머는 문화를 통해서 시민들이 가지는 문제점에 대한 해결이 아닌 ‘눈 감아버림’으로 인해서 기만을 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로맨스는 사랑에 대한 문제점을 기만의 형태로 소비한다고 볼 수 있다. 김소연 작가의 책을 들여다보면 서로 사랑하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던 모습에서 서로 맞지 않는 부분에 조금씩 사랑이 식어가는 주인공 커플이 있다. 결국 서로는 상처를 주면서 이별을 하게 되는데 이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한 가지 말을 이해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사랑은 감정소모이고 나중에는 결국 지켜서 떨어져 나간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에는 유통기한이 있고 지칠 대로 지치는 연애는 안하는 게 맞는 말이다. 뭐,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 말이 매우 틀리는 말은 아니라고 본다. 분명 나를 힘들게 하는 연애는 건강한 것이 아니다. 실제로 작가의 소설에서도 한 커플은 매우 현실적으로 실랑이를 한다. 어쩌면 이 부분에서 작가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서로가 서로를 소비하는 사랑으로서 여겼다는 점 아닐까 싶다.

작가의 사랑에는 사랑이 없다는 책은 결국 소비되는 사랑으로서 여겨지는 사랑의 한계가 얼마나 명확한지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사랑을 해야 하는가? 물론 작가는 이에 대한 정확한 답을 내리지는 않는다. 다만 문학적 방법을 통해서 소비되는 사랑이 아니라 존재로서의 사랑을 말하고자 한다고 생각한다. 존재론적인 사랑은 소모되지 않는다. 또한 사랑 안에 서로를 향한 존경과 관심이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내가 생각하는 사랑에는 ‘사랑’이 있는가 고심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자신의 성적 만족을 위해서, 또한 자신이 상처받을 것을 두려워해 상대방을 향한 관심을 적극적으로 추구하지 않는 것, 소비되는 사랑으로서 강렬한 열정만을 가슴에 품고 있다면 이 책을 통해서 사랑에는 사랑을, 그리고 소비되는 사랑이 아닌 존재하는 사랑을 품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이경우 (대학원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