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예술사>, 이미혜, 경북대학교출판부

“그리스인들은 여성이나 노예는 수동적이고 열등한 존재여서 사랑이 성립할 수 없다고 보았다. 여자들과는 자식을 낳거나 육체적 욕구를 채우기 위해 성관계를 맺을 뿐이고, 영혼의 교류를 수반한 진정한 사랑은 남자들 사이에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리스에서 흔했던 것은 성인 남자와 소년의 관계였다... 성인 남자는 소년들이 벌거벗고 체력을 단련하는 김나지움에서 마음에 드는 상대를 점찍는다... 소년들은 성인 남자와 관계를 맺으면서 전사로서 지녀야 할 자세를 습득하고 하나의 온전한 전사로 성장했다... 하지만... 강제로 소년의 순결을 더럽히면 처벌하는 법 조항이 있었고, 어린이 강간에 대한 비난이 자주 있었던 것으로 보아 ‘영혼을 고양시키는 순수한 우정’이 아닌 경우가 꽤 있었다.”(이미혜, <사랑의 예술사>,경북대학교출판부, 43-44쪽)

바울이 남색(pervert)을 죄라 규정한 건 이런 배경에서 이해할 수 있겠다. 남색 문화는 전쟁 준비를 위한 군사 양성 과정이었다. 당시 로마는 이런 병영 시스템을 기반으로 지중해 여러 민족을 제압하고 억압하며 노예 삼는 잔인한 세력이었다. 천국을 기다리는 교회는 제국 로마의 군사문화에 저항하는 방편으로 남색을 죄라 규정해야 했던 게다.

그리고, 성인 남자들이 소년 남자들을 취할 때 폭력과 착취가 있었다. 영유아 살해가 법을 어기는 것이 아니었던 시대에 미소년들은 어른 남자들의 폭력에 시달리기 십상이라, 강간의 대상이 되기도 쉬웠다. 바울이 강하게 남색을 정죄해야 했던 또 하나의 이유는 남색으로부터 소년들을 보호하고, 어린 그들을 착취하는 권력에 저항하려는 것이었겠다.

예수께서 어린이들이 가까이 오는 걸 금하지 말라 하신 것도 어린이들을 완성된 인간으로 선언하시며 보호하신 것이다. 예수께서 어린이를 완성된 인간이라 선언하신 이야기를 교회가 보존했던 건 제국 내에 남색 문화를 단죄한 것이기도 하다. 소년 남자는 성인 남자와 성관계를 통해 진짜 인간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어린아이라도 이미 완성된 인간이므로, 아무리 훌륭한 성인 남자로 소년 남자에게 손대지 말라는 뜻이 함의되어 있겠다. 

2천 년 전 당시 교회의 진보 사상은 여전히 옳다. 교회는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요청한다. 교회는 어린이들을 향한 어떤 폭력도 인정하지 않는다. 어린이들을 지키며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교회는 지금도 믿는다. 21세기 교회는 한반도의 두 나라 대한민국과 북조선인민공화국이 평화협정을 맺고, 어린이를 비롯한 약자와 소수자들이 보호받도록 하는 게 하나님의 뜻이라고 믿는다. 여전히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원하는 정치 세력이 남아있으나, 평화 세력이 이길 것이다. 전쟁이 아니라 평화가 하나님의 뜻이기 때문이다. 아동 청소년 보호법이 정밀하게 시행되며 이 땅의 어린이들이 더 행복한 나라가 될 것입니다. 아울러 장애인, 이주민, 성소수자를 포함한 모두가 평등한 세상이 올 것이다. 그래서 교회는 ‘평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평등법)이 제정되는 것을 기대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지난 7월 12일 국회에 발의된 평등법 제정을 반대하는 성명이 발표됐다. 예장통합교단의 총회장과 69개 노회장들이 실명으로 성명에 참여했다. 교회가 평등을 반대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평등을 반대해야 할 만큼 교회는 불안한가. 예수를 주춧돌 삼지 않아 불안하며 흔들리는 21세기 교회의 자화상이다. 쿠오 바디스, 주여 어디로 가십니까.

김영준 목사 (민들레교회)